한 때 조금은 무모하다고까지 평가받았던 월드오브탱크 공식 리그 WGL. 하지만 워게이밍은 이런 세간의 우려들을 뒤로 한 채, 세계 각지에서 치러진 리그의 승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최강자를 가리는 그랜드 파이널을 보란듯이 개최해 보였다.

그로부터 꼭 1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한 번 바르샤바를 찾은 WGL은 분명 이전보다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겉으로 보여지는 규모 뿐만이 아니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관객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과감히 리그의 룰을 전면 개편하는 모험까지 주저하지 않았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월드오브탱크 리그의 고질적 문제로 꼽혔던 방어 위주의 지루한 전투가 사라졌고, 연속으로 무승부가 속출하던 문제도 해결되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특히 한국에서의 월드오브탱크 e스포츠 리그를 생각해 보면, 현재 e스포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다른 게임들에 비하면 월드오브탱크 리그는 좀 더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북미, 유럽 e스포츠 디렉터의 자리에서 그랜드 파이널 행사 전반을 전두지휘 하고 있는 실질적 '수장', 모하메드 파들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다시 한 번 만났다. WGL 현장에서 그 누구보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을 그였지만, 특유의 익살스러운 리액션과 함께 등장한 그는 이번에도 한국에서 온 기자단을 향해 격한 환영의 인사를 날렸다.


▲ 워게이밍 북미, 유럽 e스포츠 디렉터 모하메드 파들


한국에서 월드오브탱크 e스포츠를 시작한지 30개월이 되었다. 그동안 한국에서 보여준 성적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한국 시장은 EU나 러시아와는 다르게 굉장히 독특한 시장이다. 한국은 e스포츠가 매우 크게 발전한 나라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실제 그동안 한국에서는 뛰어난 실력의 플레이어들이 많이 등장하기도 하지 않았나. 하지만 워게이밍의 입장에서는 아직 한국에서 많은 것을 배워가야 하는 단계다.


작년과 비교해 더 큰 규모로 치러진 것 같다. 지난 해와 비교해 어떤 점이 달라졌나?

가장 큰 차이를 꼽자면 관람객들의 인지도가 크게 변화했다는 점이다. 작년에는 월드오브탱크 e스포츠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올해는 대회 규모 자체가 3배는 늘어난 상태인데, 관람객들 또한 WGL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오히려 '왜 더 크게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도 종종 받곤 한다. WGL 첫 날에만 현장에 4천여 명이 방문했다.


폴란드 이외에 대회 장소로 고려했던 곳이 있나?

상하이, 서울, 베를린, 런던, 로스엔젤레스 등의 도시를 검토했었다. 결국 바르샤바를 택하게 되었는데, 지난 해에 그리 크지 않은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는 동안에도 바르샤바 시에서는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을 뿐더러 관객 호응도 좋았던 전례가 있었다. 이러한 지원과 호응에 대한 감사의 뜻도 담겨 있었고, 세계를 통틀어 면적당 월드오브탱크 유저 수가 가장 많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었다.


워게이밍에서는 지난 해 그랜드 파이널을 열면서 e스포츠 팀 육성을 위해서 파트너십과 같은 지원을 펼칠 것이라 약속했다. 지난 1년간 어떤 활동을 해 왔고, 어떤 성과가 있었는 궁금하다.

워게이밍이 각 팀에 어울리는 파트너를 찾아주기 위해서는 먼저, e스포츠가 자리를 잡아야 하고 그만큼 관객 수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지난 1년은 이렇게 '기반을 단단하게 하는 것'에 집중을 했고, 게임을 더욱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게임 룰을 공방전으로 변경하고 7/54 시스템을 도입한 뒤, 실제로 e스포츠 팬이나 시청자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 이렇게 기반을 닦아 나가면서 점차 파트너들이 프로 팀 지원을 위해 반응을 보이고 있는 단계다.

올 해, 새 시즌부터는 각 팀들에 지원금도 지급할 예정이다. 리그 성적에 따라 일정량의 지원금이 지급 되는데, 각 팀의 브랜드를 알릴 수 있도록 소셜 미디어나 인터넷 방송 등을 더욱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금을 투자할 예정이다.


지원금의 지급 기준은 어떻게 되나?

각 지역마다 차이는 있다. 한국의 경우 골드 시리즈 이상 진출하는 팀들을 대상으로 잡고 있다.


지원금은 어느 정도의 액수인가?

정확한 금액을 말하기는 어렵다. 지역별로 리그에 출전하는 팀의 수가 다르기 때문에 책정된 기준이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 대략 지역별로 1년에 총 7억 5천만 원 가량이 될 것이다. 각각 리그 성적에 따라, 팀에서 어떤 콘텐츠를 내놓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e스포츠에 있어 상금 규모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WGL이 월드오브탱크 종목에서는 세계 최고의 대회라는 점을 생각하면 다소 적은 상금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는데?

한번에, 한 팀에 큰 금액을 몰아주기보다는 1년간 이어지는 리그에서 지속적으로 여러 팀에 상금이 분산되어 각각의 팀들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지원금을 포함하면, 작년과 비교해 각 선수들에게 지급되는 내용은 두 배 정도가 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각각의 팀들이 본인들의 브랜드를 알릴 수 있게 되고 아마추어 단계에서 프로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해, 중국에서는 크고 작은 국제 규모의 게임 대회들이 열렸다. e스포츠 대회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이루어 지지만, 한편에서는 중계, 운영 등의 문제도 많아 e스포츠 리그의 질적 하락을 불러온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워게이밍은 중국의 e스포츠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워게이밍 e스포츠는 지난 2년 전부터 시작해 중국을 제외하고 세계 각 지역이 일정 기준을 맞춰가며 함께 성장해왔다. 하지만 중국은 동떨어진 시장이다. 실제 월드오브탱크도 별도의 퍼블리셔를 통해 다른 서버와는 완전히 다른 형식으로 독자 운영되고 있다. 워게이밍의 지사가 세워진 곳도 아니기에 다른 곳처럼 함께 수준을 맞추어 성장시키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올 해부터는 중국의 퍼블리셔와도 연계하여 우리 기준과 맞출 수 있도록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그랜드 파이널 이후의 전략은?

지금으로써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일정을 알려드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라이엇이나 블리자드와 같이 e스포츠를 진행 중인 게임사들과 꾸준하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라이엇, 블리자드, 워게이밍은 서로가 집중하고 있는 시장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적 편하게 이런 의견들을 교환할 수 있었다. 특히, 한국은 e스포츠가 일찍 자리잡은 나라이기도 하기에 한국 e스포츠 시장 활성화를 위해 많은 의견이 오가고 있다.


워게이밍 15주년 행사가 아직도 인상깊게 남아있다. e스포츠 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WGL 이외의 게임 행사를 기획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우선은 확정된 것이 없다. 가끔 논의되는 부분들로는 엔터네인먼트, 개발자 컨퍼런스, e스포츠 등을 모두 합친 행사를 열어보자는 의견도 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