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EA Sports ⊙장르: 격투 ⊙플랫폼: IOS, 안드로이드 ⊙출시:2015년 4월 22일


흔히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고 합니다. 저도 어릴 적 많이 맞고 때려봤지만 오고 가는 주먹에 영양소가 함유되진 않았는데 무슨 말일까요. 성인이 되서 그 말을 되새겨보니 싸움을 통해 얻는 것과 잃는 것 그 모든 것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EA 스포츠가 지난 4월 22일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 정식 출시한 UFC 모바일은 우리 안에 고이 잠재된 폭력성을 그대로 터치 디바이스에 담은 게임입니다. 덕분에 숨겨놨던~ 나의♪ 분노를 이 게임에 분출한다고 해서 피가 나거나 하진 않아요. 대신 결제가 됩니다. 21세기 디지털시대의 또 다른 출혈이죠.

직접 다운로드 받아 열흘 정도 플레이해봤습니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만 거의 했는데 그래픽이 좋아서 그런지 DMB 시청인 줄 알고 사람들이 많이 쳐다보더군요. 덕분에 묘하게 관심받았습니다.


■ 닦고, 조이고, 때리자

▲ 조작법이라고 할게 딱히 없습니다

문명5에 등장한 간디는 '강냉이를 줄 테니 다이아를 내놓으라는 대사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비폭력주의자 진짜 간디는 "불끈 쥔 주먹과 악수할 수 없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한국에서는 "법 보다 주먹이 가깝다"라는 말이 더 쓰이긴 하죠. 아무튼 대화의 반대말이 주먹인 건 분명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온통 주먹뿐인 UFC 모바일은 대사가 없습니다. 돗자리 깔고 싸우는데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로그인하고 몇 번 터치하면 곧바로 싸움이 시작됩니다. 상남자의 게임이죠.

조작 방식은 터치 디바이스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약한공격, 일반공격, 강한공격이 모두 터치나 드레그 동작으로 이루어지며 복잡한 기술은 스킬 버튼을 타이밍에 맞게 누르는 것으로 해결됩니다. 덕분에 UFC가 뭔지 몰라도 순수한 격투게임으로 즐겨도 상관없습니다.

저 역시 UFC에 대해 잘 모릅니다. 이종격투기 아니냐라고 했다가 한소리 들었습니다. 요즘엔 종합격투기라고 한다네요.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는 종합격투기(MMA, Mixed Martial Arts)조직이다. 런던, 토론토, 싱가포르 그리고 상파울루 지사와 라스베가스에 본부를 둔 UFC는 연간 40회 이상의 세계적인 대회를 진행한다. 타 격투 스포츠가 특정 기술(던지기, 관절기, 잡기)을 금지하는 것에 비해 종합격투기인 UFC는 신체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는 기술 외에는 대부분을 허용한다. UFC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선수로는 '코리안 좀비' 정찬성, 김동현 등이 있다.


■ 에라 모르겠다. 일단 싸워보자

▲ 시작 캐릭터로 구스타프손이 주어집니다

게임 방식은 더 간단합니다. 요즘 퍼즐이나 모바일 RPG에서 자주 쓰이는 스테이지 클리어 방식이며 매 스테이지를 클릭할 때마다 코인을 받고 그 코인을 활용해 선수나 스킬을 사서 강화해야 합니다. 당연히 스테이지 단계가 높아질수록 난이도도 상승하며 그에 따라 플레이어의 지갑도 자연스럽게 열리게... 아니 육성의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저야 시간 날 때마다 즐기는 초식 게이머라 플레이하면서 딱히 결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는데요. 아마도 UFC 팬이라면 존 존스 같은 사기 캐릭터나 '코리안 좀비' 정찬성, 김동현 같은 선수로 플레이하고 싶은 욕구가 있겠죠.

이 밖에 다른 콘텐츠로는 커리어 모드 외에 '라이브 이벤트'나 '친구들' 같은 대전 모드도 있어 즐길거리에 대한 구색은 맞춰놓은 편입니다.


커리어 모드:
• 현재 체급별 200단계가 있으며, 각 단계별 선수를 이겨서 깨는 방식
• 일정 단계마다 보상 팩이 주어짐

라이브 이벤트:
• 실제 UFC 일정에 맞추어 한정 시간 동안 진행됨
• 일정 점수 이상 달성시 특별한 보상 획득 가능
• 이벤트 체급에 맞는 선수 보유시 참여 가능

친구들:
• 페이스북 연동 시 페이스북 친구의 파워넘버에 따라 생성된 선수를 상대로 겨룰 수 있음

빠른 경기:
• 랜덤으로 선택된 파이터와 바로 경기 가능
• 상대 선택 버튼으로 다른 상대를 선택할 수 있음


▲어어! 몇대 안때렸는데 상대방의 상태가...


▲별점을 보니 클래시오브UFC인줄 알았네요


▲아니 이건 캔디크러시..


■ 상대방을 압도하는 쾌감, "이 맛에 UFC한다니깐"

솔직히 처음엔 난이도 때문에 좀 실망했습니다. 스테이지 10단계까진 툭툭 몇 대 때리면 나자빠지는 상대방 덕에 스킬은 왜 있나 업그레이드는 무슨 필요가 있을까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15단계 이상 넘어가는 순간 뭔가 확 옵니다. 20 단계를 넘어서면 아니 상대방이 나보다 팔길이가 30cm는 더 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아져요. 전문용어로 이쯤이 지름노선인거죠.

실제로 원투 펀치는 상대방에게 번번이 가로막히고 힘들게 쌓은 스킬은 허공을 가릅니다. 파퀴아오가 메이웨더를 상대할 때 느낌을 이제 알겠어요. 믿었던 알렉산더 구스타프손에 대한 배신감이 밀려 올라 올 때 쯤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맞아요. 이건 육성게임이었어요.

▲ 아끼고 아낀 코인을 쏟아 스킬을 구입합니다


▲자 이제 각성이 시작됩니다


▲으아아아아 나 오크 때릴거야!


▲가슴, 몸통, 배... 아무튼 스킬업 효과는 굉장합니다


■ 스킬 기반의 성장 방식,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

선수 스탯은 크게 체력, 스탠드업, 그라운드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스탯은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서 레벨업하고 차츰 쌓는 방식인데요. 상대방과 비교해 체력은 30%정도, 스탠드업이나 그라운드 기술은 20~30%정도 까지는 컨트롤로 커버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난이도가 일정 수준으로 올라가면 전체 스탯이 2~3배 차이가 나서 게임 자체가 힘들어지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부스트(Boost) 시스템입니다. 부스트는 맥시멈 10 포인트가 있으며 1~10회 이상 자유롭게 선수에게 투자할 수 있습니다. 부스트는 매 시간 일정량씩 충전되기 때문에 마구잡이로 쓰기보다는 최후의 한 방으로 남겨두는게 좋아요.

저는 모아놨다가 잠자기 전에 한 번에 쏟아붓습니다. 스트레스 푼다는 생각으로 신나게 털고 나면 꿀잠 잘 수 있어요.

▲20단계 넘어가면 한 방만 잘못 맞아도 강냉이 다 털리는 기분입니다


▲분명 기술은 먼저 걸었는데 내 피가 더 빠지는 기묘한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이럴 때마다 이상하게 자꾸 상점에 손이 갑니다


▲스탯 차이가 너무 심하게 나면 이렇게 부스트를 써서...


▲뼈와 살을 구분해 주면 됩니다


■ 총평: 기대치좀 낮추면 출퇴근 무료함을 달래줄 킬링타임용 타이틀로 Good


UFC 모바일은 플레이어가 어떤 경험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평가 기준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학창시절 동네 오락실 돌아다니며 KoF, 스파, 철권, 버파 가리지 않고 털고 다녔던 플레이어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아요. 절륜한 컨트롤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속사포처럼 공격해 스트레스를 푸는 게임도 아니거든요. 특히 저처럼 UFC 경기 자체에 관심이 없다면 수백명이 넘는 실제 선수 프로필도 의미가 없죠.

하지만 기대치를 좀 더 내리고 순수히 킬링타임용 게임으로 본다면 제법 괜찮습니다. 저는 아직도 출퇴근 길에 2~3판 정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스킬좀 먹여줬더니 우리 구스타프손이 달라졌거든요. 자꾸 보니 잘생긴 것 같기도 하고요.

레벨업을 거듭할수록 늘어가는 스킬과 경험치를 투자해 자신만의 핵펀치를 만드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풀부스터 투자해 카운터 펀치 제대로 한방 들어가면 죽격크리 부럽지 않아요. 물론 그 반대 가능성도 언제나 열려있죠. 무료한 퇴근길 나를 야근시킨 강 팀장의 고얀 얼굴이 생각난다면 이 게임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