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를 이루기 위한 기본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멋진 경기를 펼치는 게이머, 그리고 게이머들을 '프로 선수'로 거듭날 수 있게 도와주는 구단과 관계자, 팬들이 떠오를 것입니다.

그리고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선수들이 펼치는 재밌고 멋진 경기를 보다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빠져서는 안 될 방송사, 똑같은 경기라도 재밌는 말과 조리 있는 상황 설명으로 명승부라는 메인 요리에 빠지면 안 될 양념이 되어주는 해설자과 리그를 대표하는 여성 리포터도 빠질 수 없겠죠.

특히 여성 리포터로서 1년이 넘도록 꾸준히 한 리그에서 자신의 역할을 이어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게임 내적인 부분에서 해설자들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팬들은 리포터로서 발전하는 모습이 없으면 한없이 냉정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GSL에서 꾸준히 사랑을 받는 문규리 아나운서는 조금 이야기가 다릅니다. GSL에 합류하기 전까지만 해도 스타2에 대해 문외한이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오로지 스타2에만 빠져 있는 그녀. 그리고 NO.1보다는 Only One이 되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힌 그녀. 문규리 아나운서를 조금 특별한 장소에서 만나봤습니다.


Q. 작년 GSL에 합류한 뒤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네요. 오랜만에 팬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GSL에서 꾸준히 리포터 역할을 맡고 있는 문규리입니다. 이렇게 야외로 나와 편한 분위기에서 만나 뵙는 것 같아서 더 재밌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1년 동안 확실히 GSL 안방마님으로 자리 잡은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런가요?(웃음). 사실 작년 처음 시작할 때와 비교해도 제가 바뀐 부분은 크지 않은 것 같아요. 전부 스타크래프트2 팬분들이 저를 좋게 봐주셨어요. 스타크래프트2 팬분들은 정말 착해요. 제가 그동안 사실 알게 모르게 실수한 부분이 있는데 다들 좋은 부분만 봐주시더라고요.


Q. 평소에 스타크래프트2를 즐겨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GSL 리포터를 하기 전에는 스타크래프트2에 대해 전혀 몰랐어요. 스타크래프트1만 조금 아는 수준이었거든요. 그런데 아무래도 직접 게임을 접해보고 플레이하니까 애정도 생기고 선수들과 인터뷰 질문 수준도 나아진 것 같아요.

GSL 경기가 끝난 날에는 퇴근하면 곧장 집으로 가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따라 해보는데,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연습을 하면 실력이 늘어야 하는데 조성주, 이신형 선수 플레이를 따라 하려다 보니 스스로 무너질 때가 대부분이에요.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안정적으로 수비를 토대로 플레이하는 게 승률이 더 좋더라고요. 사실 제가 테란 유저였는데 조성주, 이신형 선수 플레이를 따라 하려다 많이 져서 리그가 강등된 뒤 저그로 종족을 바꿨답니다.


Q. 조성주나 이신형 선수 플레이는 알고도 따라 하기 힘들죠(웃음). 그런데 하필 프로토스보다 저그로 종족을 바꾼 이유가 있을까요?

음.. 그냥 애정이 갔어요. 제가 사실 컨트롤이 잘 안되니까 군단 숙주를 원래 안 썼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에 군단 숙주 너프 패치가 이뤄졌잖아요. 그래서 저는 별 타격도 없고 저그가 재밌어요.



Q. 방송에서 실수가 거의 없는 리포터로 유명하기도 하죠.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요?

생각보다 알게 모르게 실수가 잦아요. 그런데 팬분들이 진짜 격려를 많이 해주시고 잘 봐주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는 1년이 넘다 보니 선수들과도 많이 친해져서 승자 인터뷰를 진행할 때도 큰 문제가 없답니다. 다만, 아직도 게임 내적인 날카로운 질문은 제가 약한 편인데 많이 노력 중이예요.


Q. 혹시 남모르게 실수했는데 잘 넘어간 에피소드가 있나요?

게임 내적인 부분에 대한 문제는 아니고, 곰eXP에서 영화 예매권 이벤트를 하거든요? 근데, 최근 기생수라는 영화를 홍보한 적이 있어요. 근데 제가 요즘 저그를 해서 그런지 기생충이라고 말을 한 적이 있어요(웃음). 기생수+공생충 느낌?, 한 번 실수한 뒤 계속 대기실에서 기생수, 기생수를 되새기고 있었는데 막상 온에어 상태가 되면 긴장되고 실수할까봐 떨렸어요.

그 외에는 제가 올해는 아직 실수가 없는 것 같고, 2014년 초기에는 많았던 것 같은데 성격상 빨리 잊어버려서 지금은 기억에 남는 게 없네요.

Q. 그러면 게임 외에 즐기는 취미가 있으신가요?

돌이켜보면 항상 취미들이 일의 연결고리로 이어진 것 같아요. 예전에 메이저리그(MLB)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는 MLB를 즐겨보면서 야구에 빠졌거든요. 요즘에도 추신수 선수 경기는 꼭 챙겨보고 있고, 아침에 일어나면 신문이나 퇴근하면 스타크래프트2를 즐기는 정도(?)네요. 스타크래프트2 VOD를 보다가 출근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허둥지둥 준비한 적도 한 번 있어요.

Q. 바쁜 스케줄로 인해 야외로 나와본 지 오래됐을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제가 사실 밖에 나가는 걸 썩 좋아하지 않아요. 친구들도 엄청 많은 편은 아니지만 굉장히 깊게 사귀는 편인데, 친한 친구들과는 동네에서 가끔 만나는 게 전부 다 보니 이렇게 야외에 나온 적은 정말 오랜만이죠. 사실 그동안 친구들 모임이 있어도 스타크래프트2를 하느라 거짓말하고 나가지 않은 적도 있답니다(웃음).



Q. 일에 정말 열정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친구들이 자주 못 본다고 뭐라고 하진 않나요?

늘 보는 동네 친구들은 별말이 없는 편이죠. 제가 요즘 스타크래프트2를 거의 매일 플레이하니까 가르쳐달라는 친구들도 하나씩 늘어나고 있어요.


Q. 정말 스타2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아요.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만의 매력은 뭘까요?

팬분들이 항상 '잘한다. 잘한다' 칭찬해주시는 이유가 뭔지 고민해본 적이 있어요. 제 입으로 말하기 민망하지만 인터뷰할 때 발랄하고 애교 있는 모습, 붙임성 있는 모습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스스로 생각해도 애교가 좀 있는 편인 것 같기도(웃음). 그리고 유머 코드가 굉장히 넓어서 웃음에 되게 관대한 편이에요. 이런 점들이 아닐까요?


Q. 이제 선수들과도 많이 친해졌을 것 같아요.

사적으로 친해진 선수는 없어요. 경기 시작 전 대기실에서는 선수들이 경기가 있으니까 현장에서 먼저 말을 걸기도 애매하고 괜히 말을 건네도 저 때문에 지장이 생길까봐 걱정되거든요. 경기력에 영향이 끼치면 안 되잖아요! 그래도 워낙 자주 본 어윤수, 원이삭, 강민수 선수는 인터뷰할 때 정말 편해요. 말씀도 잘하시는 편이니까요.


Q. 그렇죠. 저희도 많이 공감해요. 그렇다면 혹시 조성주 선수가 인터뷰할 때 제일 힘들지 않던가요?

어떻게 아셨어요? 맞다! 방송 인터뷰가 끝나면 승자 인터뷰 바로 하시니까(웃음). 조성주, 이신형 선수 플레이는 정말 좋아하는데, 제가 초기에는 인터뷰할 때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도 최근에는 선수들이 최대한 답변을 열심히 집중해서 하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작년에는 선수들이 '나랑 얘기하는 걸 싫어하나?'라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어요.


Q. 반대로 가장 호흡이 잘 맞는 선수는 누군가요?

원이삭 선수요. 원이삭 선수는 방송을 즐길 줄 아는 선수 같아요. 저도 최대한 인터뷰를 즐겁게 하려고 하는데, 원이삭 선수는 거의 모든 멘트를 다 받아주고 덧붙여서 재밌는 이야기로 이끌어주니까 너무 고마워요. 다만, 워낙 말을 잘하시고 많이해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인터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위험도 있죠.


Q. GSL 리포터로 활동한 지 벌써 1년이나 됐네요. 본인도 e스포츠에 푹 빠지셨다고 생각하나요?

처음에는 진짜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했던 기억이 나요. 제가 GSL 리포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오래 준비했던 것도 아니고 굉장히 급하게 합류하게 돼서 스타크래프트2에 대한 지식도 없었죠.그냥 테란, 저그, 프로토스만 구분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래도 선수 이름이나 인터뷰할 때 필요한 기본 요소들은 틀리지 않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어요. 지금은 선수들도 거의 다 알고 항상 방송을 즐기는 마인드로 임하고 있죠.


Q. 본인이 생각하는 스타2만의 매력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제가 게임은 오직 스타크래프트2만 하고 있어서 잘 모르겠네요(웃음).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기 때문에 두뇌 싸움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스타크래프트2를 잘하면 왠지 뇌가 섹시한 것 같아요. 그리고 초반 빌드 싸움에서 지더라도 역전하는 경우도 종종 나오니까 그런 장면들을 볼 때마다 '이게 스타크래프트2의 매력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Q. 혹시 다른 종목 리포터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없나요?

아직 그런 생각을 해보진 않았어요. 제가 진짜 요즘 스타2에 완전 빠져있거든요. Playxp라는 커뮤니티에 작전보급소라고 빌드 설명을 해주는 게시판이 있는데 아침에 눈을 뜨면 이 게시판에 어떤 전략이 올라왔나 확인할 정도니까요. 빌드 보기도 바쁜걸요(웃음).


Q. 화제를 바꿔볼게요. 아마 많은 남성 팬들이 기대할 만한 질문이 아닌가 싶은데, 이상형이 어떻게 되시나요?

여가생활, 취미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그래야 서로 대화도 끊이질 않고, 자주 만나고 싶어지지 않을까요? 성격은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었으면 좋겠고요. 승자 인터뷰를 진행할 때도 느끼는 건데, 아직 실력이 부족한 선수라 해도 '다음 라운드는 힘들 것 같아요'라고 하는 것보다 '할 수 있어요! 노력할게요!'하는 선수에게 더 애정이 생겨요. 예전에 야구에 완전 빠졌을 때는 그냥 하루종일 야구 얘기만 해도 즐겁더라고요.


Q. SNS는 트위터만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팬들과 더 많은 소통을 위해 페이스북을 해 볼 생각은 없나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나가면 팬들이 실망하실 것 같은데, 사실 제가 게으른 면이 좀 있어요. 귀찮은 거죠(웃음). 트위터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밖에 안 하고, 셀카 같은 것도 잘 찍지 않는 편이에요. 트위터도 사실 전혀 생각이 없었는데, 팬들과 소통의 필요성을 느끼고 시작한 거랍니다(웃음).


Q. 그럼 마지막으로 e스포츠 리포터로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팬들이 e스포츠를 떠올렸을 때 가장 첫 번째로 생각이 나는 리포터가 되고 싶어요. 제가 아니라도 다른 사람으로 쉽게 대체할 수 있는 리포터가 아닌 나만의 색깔이 확고한 리포터로 거듭나고 싶어요. 항상 어떤 분야의 1위를 대단한 거잖아요? 그런데 NO.1도 좋지만, Only one이 되고 싶습니다.


Q. 오늘 인터뷰 정말 즐거웠습니다. 야외에서 진행된 인터뷰라 더 재밌고 좋았던 것 같아요. 끝으로 팬여러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요즘 2015 스베누 GSL 시즌2 코드S가 한창 진행 중인데, 오랜만에 올라온 선수들도 있고 재밌는 경기도 많이 나오고 있으니 많이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도 계속 노력 할테니 피드백을 주고 싶은 게 있으시면 제 트위터나 곰eXP 게시판에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다 챙겨보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 "현장에서 봐요,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