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빅뱅'의 '코어마스터즈'. 국산 오리지널 AOS로서는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게임이다. 팬층도 두터웠고, 게임의 재미도 괜찮았다. 물론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AOS에 고질적으로 등장하는 밸런스 문제와 같은 몇몇 시스템상의 한계도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AOS 시장이라는 파이를 나눠 가지기에는 벽이 너무 높았다는 점이었다.

결국 '코어마스터즈'는 살아남지 못했고, 6월 15일부로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딱 여기까지. 비슷한 게임은 수도 없이 많다. 야심 차게 개발해 한껏 기대를 품고 런칭을 하는 게임들은 많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내리는 게임들이 넘쳐나는 지금. '온라인 게임 개발'은 안정적 투자가 아닌 모험에 가까워졌다.

그래서 중소 게임 개발사들은 다른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다. 대형 게임사의 자회사로 들어가 개발 스튜디오가 될 수도 있고, 이미 틀려버린 국내 시장을 뒤로한 채 해외 진출에 열을 올릴 수도 있다. 그도 아니면 다른 영역을 파고든다. 바로 '모바일'이다.

물론 모바일이라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경쟁 자체는 온라인 게임보다 더욱 치열하다. 굉장한 수의 유동인구가 존재하는 황금 어장인 것 같지만, 엄청나게 큰 그물을 가져온 어부들도 물고기만큼이나 많다. 모바일로의 변화는 안정을 꾀하는 방법이 아닌, 또 다른 치열한 시장으로 걸음을 내딛는 거라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는 '소프트빅뱅'의 사무실을 찾아가면서 든 생각은 '궁금함'이었다. 알고 있는 정보는 둘. '코어마스터즈'의 IP로 만든 게임이라는 것, 그리고 중국 시장에 먼저 진출한다는 것. 두 가지 뿐이었다. 과연 이들이 어떤 비전을 꿈꾸며, 그 비전을 이루기 위해 준비한 게임은 어떨까? 나아가 중국 시장에서 어떤 전략을 보여줄 것인가.

사무실에 도착해 모바일 TFT팀의 이성민 과장, 그리고 이관우 대표와 함께 자리를 앉았다. 시간은 짧았지만, 대화의 호흡은 길었다. '코어마스터즈', 그리고 모바일. 어떤 모습을 띠고 있는가.


■ '코어마스터즈 모바일(가제 프로젝트S)' 관련 영상

코어마스터즈 모바일 (프로젝트 S) 캐릭터 소개 영상
코어마스터즈 모바일(프로젝트S) 플레이 영상





▲ 소프트빅뱅 모바일 TFT팀 이성민 과장


Q. 게임이 생각보다 많이 완성되어 있어 놀랐다. 보여준 빌드가 어느정도 완성된 건가?

기본적인 뼈대는 이미 다 만들어졌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다만, 아직 게임 내에 들어갈 콘텐츠는 더 손을 보는 중이고, 우리 게임만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다듬는 중이다.


Q. '코어마스터즈'의 IP로 만든 게임인 건 맞는데, 게임 명칭은 어떻게 되는 건가? 그대로 '코어마스터즈 모바일'이 되는가?

아직 정확히 정해진 이름은 없다. 우리끼리는 가칭으로 '프로젝트 S'라고 부르고 있는데, 만약 퍼블리싱을 맡은 중국 측 퍼블리셔가 좋은 이름을 정하게 되면 그걸 고려하려 한다. 사실 처음에 생각했던 이름은 '초인대전'이었다. 어찌 보면 말이 되는 이름인데 너무 중국풍이 강해 '프로젝트 S'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코어마스터즈'를 익히 알고 있던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코어마스터즈'를 언급하는 이름이 확실히 경쟁력이 있을 거란 생각은 한다. 다만, 새로 출발한다는 느낌이 좀 적다는 것이 문제일까? 여러모로 살리기도 뭐하고, 아예 버리기도 뭐한 상황이다.

최근의 모바일 추세를 보면 이름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우리는 게임의 이름에서 게임의 색깔이 묻어나기를 바라고, 기존의 스타일과 다른 어떤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문제는 이걸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이름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른다는 거지만. 일단은 코어마스터즈의 서브 브랜드 개념으로 갈 것 같다.


Q. 아까 말했듯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데, 본격적인 개발은 언제부터 진행된 건가?

처음 의견이 나온 건 작년 11월 초~중이었던 것 같다. 기획한 이후, 12월부터 1월 중순까지 연구개발 과정을 거쳤고, 그 과정에서 나온 피드백을 토대로 2월쯤부터 제작한 빌드가 현재 남아 있는 버전이다.


Q. 핵심적인 콘텐츠는 어떻게 되는가?

기반이 되었단 '코어마스터즈'가 AOS게임인데다 캐릭터가 매우 많은 편이기 때문에, 어떻게 그것을 잘 살릴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처음엔 스토리 텔링 기반의 게임을 만들려고 했는데, 뭔가 좀 미진한 구석이 있었다. 어떤 방식이 가장 적합할까 고민하다 보니 최근 트렌드를 만들었던 모바일 액션 RPG의 조작법에 AOS의 요소를 섞게 되고, 그것에 우리만의 특색인 다양한 캐릭터의 캐릭터성을 부각하는 쪽으로 가게 되었다.

▲ 기존의 액션 RPG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


Q. RPG에 AOS를 녹여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결정을 내린 이유가 있는가?

일단 우리가 가진 자산을 버리기가 어려웠다. 바꿔 말하면, 그것들이 이 게임의 특색이 될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모바일 AOS에 대한 요구는 분명히 존재한다. AOS는 요즘 가장 뜨겁다고 할 수 있는 게임 장르이며, 모바일은 게임을 구동할 수 있는 장치 중 가장 높은 접근성을 갖고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모바일 환경에서 AOS를 녹여내는 방식이다. 실질적으로 모바일 AOS에서 가장 중요한 건 '조작'이다. AOS는 매 순간 정확한 컨트롤을 요구하는 게임 장르니 말이다. 그걸 가장 잘 살리는 방법이 기존의 액션 RPG식 조작법이다. 실제로 적용해보니 상당히 괜찮더라.


Q. 기존의 '코어마스터즈'에 비해 여러모로 달라진 캐릭터들이 눈에 띈다. 이유가 무엇인가?

캐릭터성을 살리려는 방법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는 많고, 각각 개성이 있다. 다만, 그 캐릭터들을 그대로 모바일로 변환하다 보니, 느낌이 상당히 많이 죽고 가시적으로도 구분이 힘들었다. 개발 초기, 연구개발 과정에서 느낀 점도 그것이었다. 그래서 각 캐릭터의 개성을 더욱 살리고, 정리하는 기간이 필요했다.


Q. 출시 시점에는 어느 정도 콘텐츠가 확보되어 있을 거라 보는가?

30종 이상의 캐릭터와 150개 이상의 스테이지, 그리고 160여 종의 아이템과 4-5종가량의 모드가 포함될 예정이다. 물론 이는 예정이기 때문에 개발 과정에 따라 더욱 추가될 수도 있다. 자원은 이미 충분하므로 큰 무리는 없을 거로 생각한다. 출시 예정 시기가 여름쯤이다 보니 코스튬에도 신경을 좀 많이 썼다. 뭔지는 다들 아시리라 생각한다. (웃음)


Q. 스테이지 클리어 방식은 일반적인 액션 RPG와 비슷하게 보인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AOS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대전'에 관련된 콘텐츠도 준비되어 있을 텐데, 대전이나 협동 플레이는 어떤 방식인가?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게임 체계는 6명의 친구가 모여 와이파이를 이용해 3:3으로 플레이하는 방식이다. 다만, 실질적으로 대전이 힘든 상황에서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존재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게 바로 CPU와 겨루는 방식의 스테이지형 AOS다.

어디서나 대전을 즐길 수 있는 광역 멀티 플레이는 언젠가 도달해야 종착지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첫선을 보일 중국의 경우, 네트워크 환경이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그래서 인프라가 갖춰지기 전 단시간에 실시간 광역 대전을 지원하기는 어려울 거로 생각한다. 네트워크 환경에 의해 게임 플레이에 지장이 생길 경우, 그 불만은 고스란히 게임이 안고 가게 되더라.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그래서 일단 안정적 플레이가 가능한 단거리 와이파이 대전을 구축하고, 앞으로 더욱 발전시켜나갈 예정이다. 물론 비동기식 대전은 지원할 생각이며, 덤으로 와이파이를 이용한 보스 레이드 모드도 만들고 있다. AOS와 RPG는 매우 달라 보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면이 닮았다.

▲ 함께 인터뷰를 진행한 소프트빅뱅 이관우 대표


Q. '디펜스' 모드는 다양한 모드 중에서도 굉장히 특이했는데, 이처럼 모드를 다양화한 이유가 있나?

다양한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다. 시나리오 모드 안에 임무 모드가 있고, 그중에서도 호위, 탐색, 폭파 등등 다양한 요소가 존재한다. 디펜스 모드 또한 두 종류로 나뉜다. 일정 시간을 버티는 것과 탑을 지키는 것으로 말이다. '프로젝트 S'의 특장점은 다양한 캐릭터인데, PC 버전처럼 정보를 독립시켜 쪼개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균형을 맞추려 해도 선호되는 캐릭터는 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각 캐릭터의 사용 빈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캐릭터마다 제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모드를 만들게 되었다.

모바일 게임은 할 게 많아야 한다. 조금 하다가 지루해지면 바로 이탈하는 것이 요즘 유저의 트렌드다. 콘텐츠를 다양화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한가지 게임 요소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풀어내는 방법도 있는가 하면, 우리처럼 다양한 모드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우리는 '프로젝트 S'가 더욱 커질 거라고 믿는다. 만들 수 있는 소스는 많다. 이 소스를 적재적소에 잘 배치해 쓸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곧 우리의 장점이 될 거라고 믿는다.


Q. PC 버전 당시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이 주목을 받았다. 모바일에서도 이 행보가 이어지는가?

사실 지금 단계에서는 콜라보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항이 없다. 캐릭터의 저작권과 글로벌 판권이 맞물려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차후 추가할 용의는 분명히 있다.

▲ 코어마스터즈와 콜라보를 진행했던 '갓오브하이스쿨'의 박용제 작가


Q. 한국이 아닌, 중국에서 먼저 선을 보인다. 보통 한국에서 먼저 서비스를 한 후 글로벌 마켓을 보고는 하는데, 중국 시장에 먼저 진입하는 이유가 있는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중국 측에서 먼저 원했기 때문이며, 두 번째 이유는 중국 시장 선 진출이 국내 시장을 통과하는 것보다 더욱 빠르면서도 안정적인 루트이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엄청난 규모의 마케팅이 필요하고, 인지도 확장을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 먼저 성공하고 나서 국내 시장으로 진입하는 데는 그 과정이 크게 복잡하지 않다. 그래서 중국 시장을 먼저 공략한 후, 국내 시장을 노리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Q. 확실히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의 규모는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직접 느껴본 중국 시장은 어땠나?

모바일 주도권에서는 이미 국내 시장을 넘어선 것 같았다. 한국과 중국의 게임 계보가 다르다고 해야 할까? 실질적으로 중국에서 성공한 게임은 국제 표준이 되는 것을 자주 보았다. 이 때문에 배울 것도 많고, 그 중 필요한 것은 꼭 배우려고 한다.

중국 시장은 워낙 유저 풀이 넓으므로 인지도가 높은 기존 IP를 활용한 게임이 잘 먹힌다. 크게 부흥했던 '웹 게임'이 모바일로 컨버전되면서 급격한 성장을 하는 식이다. 중국에서 가장 크게 절감했던 건 '독창적이고 참신한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닌, '유저가 원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유저의 요구에는 일정한 흐름이 있다. 그 흐름을 잡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Q. 중국 시장에서는 150메가바이트를 넘어가는 게임은 서비스를 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맞는 말인가?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중국 애플리케이션 마켓의 경우 용량의 제한이 매우 많다. 물론 마켓이 어마어마하게 많으니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이는 중국의 네트워크 환경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일단 네트워크 속도가 느리다. 대부분 3G를 이용하게 되고, 와이파이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높은 속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불어 중국은 선불카드를 구매해 네트워크를 사용하게 되는데, 고용량의 게임은 금전적 부담 때문에라도 피하게 된다. 아마 우리 게임은 200-250메가바이트 선에서 정리되지 않을까 싶다.

중국의 모바일 환경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다양함'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판되고 있는 스마트폰의 종류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킥오프 당시 중국의 상용화 스마트폰을 모두 공수받아서 맞춰보았는데, 이 과정에서 범용성을 확보하는 과정만 해도 굉장히 고된 작업이었다.

게다가 디바이스적인 문제도 있다. 카탈로그에 나와 있는 기기의 제품규격은 어떤 것과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다. 문제는 최적화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그 성능을 모두 쓰는 스마트폰이 정말 드물다. 적어도 20종 이상의 스마트폰에서 정상적인 구동이 가능해야 마켓에 출시할 수 있다. 게임을 만드는 거보다, 만든 게임을 중국의 모바일 환경에 적용하는 과정이 문제다.

중국에서 안정적으로 구동되는 게임들이 우리나라에서 별 무리 없이 구동되는 이유도 이와 같은 과정을 모두 거치기 때문이다. 워낙 하드코어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구동 테스트를 하다 보니 우리나라처럼 안정되어 있고 쾌적한 환경에서 구동하는 일은 전혀 어렵지가 않다. 이렇듯 안정성과 범용성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보니 용량 제한이 생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 정말 다양한(?) 스마트폰이 존재하는 중국 모바일 시장


Q. 한국 국내 시장에서는 '기가바이트' 단위의 게임들도 종종 보이곤 한다. 용량을 줄이려면 많은 부분에서 수정과 최적화 작업을 했을 텐데, 그 과정에서 어떤 것들이 많이 바뀌었나?

거의 모든 부분을 손봤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펙트, 전장 디테일, 사운드 등 용량을 줄이려다 보니 조금씩 열화 될 수밖에 없었다. 각종 요소를 그냥 버리려다 보니 게임의 전체적인 퀄리티가 너무 떨어져 버리기에, 버리기 보다는 새로 만들어내는 쪽으로 가는 중이다. 그나마 지금은 250메가바이트 정도로 생각 중인 거지, 처음에는 150메가바이트로 만들어달라고 하더라. 연구개발 과정에서 그 점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100메가바이트가 올라가니 그렇게 쾌적할 수가 없었다.


Q. 결국 언젠가 국내 시장도 고려를 하게 될텐데, 어떻게 생각하나

충분히 검증을 받은 후 다시 돌아올 거다. '코어마스터즈'를 즐기는 분 중 중국 서비스를 먼저 한다 해서 실망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늦추진 않을 것이다. 올해 안에 한국 서비스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조만간 모바일로 국내 게이머 분들과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그때가 되어, 여러 게이머 분 앞에 자랑스럽게 설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 모바일로 다시 만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