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인벤 방송국에서 진행한 히어로즈 팀 리그(이하 HTL)는 TNL의 우승으로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팀 리그 상위 8개 팀의 치열한 대결은 리그 내내 이어졌으며, 팬들의 환호도 대단했습니다. 풀리그 단계부터 포스트 시즌까지. 장장 한 달여 간 펼쳐진 이번 대회는 히어로즈의 정식 오픈을 더욱 손꼽아 기다리게 할 만큼 매력적인 경기가 연이어 펼쳐졌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무언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HTL의 모든 경기를 통해 수집한 전적 데이터를 통해, 어떤 영웅이 주목받았으며, 숨겨진 꿀 영웅은 존재하는지. 이번 기회를 통해, 화려했던 HTL의 전적 데이터를 탐구해보겠습니다. 정리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모든 경기에 이름을 올린 일리단과 제이나, 밴픽률 100%의 영웅들

이번 HTL은 포스트시즌 경기를 포함하여 총 74경기가 치러졌습니다. 그리고 항상 밴픽창에 이름을 올린 영웅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일리단와 제이나입니다.

지난 패치를 빗겨간 영웅인 일리단은 강력한 지속 피해를 자랑하며, 추격전에 강점을 지닌 영웅으로 스노우볼링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영웅입니다. 아무래도 안정성을 중시하는 대회에서는 일리단을 보호해줄 수 있는 지원가 영웅이 항상 대기하고 있어 그 활약상이 두드러집니다. 이는 32회라는 압도적인 밴률에서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이나의 경우,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기술 피해 위주의 암살자 영웅으로 상대방을 순식간에 제압할 수 있으며, 광역 피해량도 상당한 편입니다. 지난 패치에서 대대적인 상향으로 블리자드의 마법사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HTL에서도 일리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밴픽률 100%를 달성하였습니다.

이외에도 공성과 한타 교전 그리고 시야장악 능력까지 겸비한 자가라가 많은 선수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국민 원거리 딜러 발라와 완전체 탱커로 불리는 정예 타우렌 족장도 상당한 밴픽률을 보였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 밴픽률로 정리해본 TOP 5 영웅들



■ 엇갈린 운명의 영웅들, 디아블로와 소냐

HTL에서 탁월한 승률을 자랑하는 영웅은 어떤 영웅이었을까요? 1위를 차지한 영웅은 놀랍게도 디아블로입니다. 과거 소녀딜이나 버벅이는 스킬 연계로 유저들에게 외면받았던 과거 모습을 완전히 탈피한 대 악마로 돌아왔습니다.

2위는 해머 상사로 전문가의 탈을 쓴 원거리 딜러입니다. 최근 기술 피해 위주의 영웅들이 중용되는 흐름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위치를 사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3위는 히어로즈에서도 악명(?)을 이어가고 있는 '그종족' 태사다르입니다. 이른바 어그로 태사다르라는 특성 트리로 상대방의 딜러를 무력화하는 능력이 탁월한 영웅이며, 지원가 영웅답게 상당한 유틸리티를 자랑합니다.

많은 경기에 등장하진 않았지만, 아바투르와 바이킹의 활약도 상당했습니다. 바이킹의 경우, 경기에 등장하는 것보다 밴 리스트에서 그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탁월한 경험치 수급 능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변수를 만들어 내는 영웅이기 때문입니다. 사용하기도 어렵지만, 상대하기도 까다로운 영웅으로 많은 팀이 밴 카드를 사용하는데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표에서는 볼 수 없지만, 공동 5위를 차지한 영웅이 있습니다. 18승 12패와 1번의 밴으로 60%의 승률과 41.9%의 밴픽률을 보인 지원가 영웅 티란데는 1위 디아블로와 기술 연계를 통해 그 성능을 100% 이상 발휘하며 고승률 영웅으로 그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반대로 좋지 못한 승률을 보인 영웅들도 있습니다. 최저 승률인 22.2%를 기록한 영웅은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디아블로 세계관의 전사 영웅, 소냐입니다. 소냐는 전사 포지션보다 암살자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 영웅으로 일리단의 카운터로도 사용되었으나, 그 결과가 아주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2위를 차지한 정예 타우렌 족장과 4위를 차지한 발라의 경우 약간 의외의 모습인데요. 아무래도 그 성능이 알려진 만큼 대처법도 많이 연구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3위 제라툴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선수 레벨에서는 시아 장악도 장악이지만, 블리자드 특유의 은신 상태, 화면의 일렁임을 포착하는 선수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카운터로 작용했습니다.



※ 승률 통계의 경우, 총 경기의 10%(8전) 이상을 소화한 영웅을 기준으로 작성되어있습니다.





다음으로 직업군으로 HTL 영웅 전적 통계를 살펴보겠습니다. 각 계열마다 이번 HTL을 통해 재조명받은 영웅도, 의외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영웅도 있었습니다. 전사 계열을 시작으로 한번 살펴보시죠!


■ 구관이 명관? 알찬 활약으로 수준급 승률을 보여준 올드보이들

전사 계열에서는 과거 준수한 활약을 펼쳤던 탱커 영웅들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티리엘과 아서스를 비롯하여 지난 패치로 많은 유저들이 외면했던 첸까지 그 활약상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또한, 저주받을 골짜기에서 누더기의 존재감도 과거 1티어 시절을 떠올리기에 충분했습니다.

특히, 티리엘은 이번 대회에서 숨은 OP 영웅이었습니다. 다소 공격적인 능력치로 메인 탱커로는 함량 미달이 아니냐는 기존인식을 과감히 탈피한 것은 물론이고, 비주류 궁극기 '축성'의 활용으로 한타 교전의 내용을 뒤바꿔 버리는 장면은 HTL의 백미입니다.

표에서 드러나지 않은 영웅이지만, 첸의 부활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저번 업데이트 이후, 상당한 너프를 겪은 첸은 등급전에서 거의 전멸하다시피 한 영웅이었으나, HTL을 전후하여 화려하게 부활합니다. 10승 9패의 전적으로 52.6%의 승률은 물론이고, 25.7%라는 밴픽률을 기록하며 선전했습니다.

오히려 약세를 보인 영웅은, 최고의 탱커로 칭송받았던 정예 타우렌 족장이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픽률과 비교하면 상당히 초라한 승률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다음 패치로 또 한 번의 변화가 있을 예정이니 속단은 금물입니다.





■ 기술 피해 위주의 딜러들 사이에서 일리단은 오늘도 맑음!

암살자 계열에서는 일리단과 제이나의 활약이 두드러집니다. 이전 패치에서 과연 블리자드의 마법사라는 말에 걸맞게 상향된 누커 제이나와 패치를 빗겨가고 메타의 흐름에 몸을 맡긴 일리단, 두 영웅은 밴픽률 100%라는 수치가 말해주듯이 HTL내내 뛰어난 활약을 펼쳤습니다. 발라의 경우에도 상당히 쏠쏠한 픽률을 자랑했지만, 승률의 경우 두 영웅과 비교하자면 암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최근, 기술 피해 위주의 영웅들이 선호되는 메타와 더불어 강력한 전문가 영웅의 활약으로 암살자 계열 영웅들이 힘을 쓰기 힘든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일리단이라는 특별한 케이스를 제외하면 기존 일반 공격 위주의 딜러들의 매력이 상당히 감소한 셈입니다.

또한, 영웅들의 탈출기가 전반적으로 하향된 틈을 노려 암살자 노바도 상당한 재미를 보았습니다. 노바가 등장한 경기는 고작 6경기지만, 4승 2패라는 성적으로 깜짝 전략 카드로 유효한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이번에 등장한 캘타스도 기술 피해 위주의 암살자 영웅인 만큼 당분간은 기술 피해 위주 암살자 영웅의 강세가 예상됩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팀이 사용하지 않았던 영웅이지만, 레이너와 타이커스는 픽률에 비교해 상당한 승률을 챙겼습니다. 특히 MVP블랙이 주로 사용하던 레이너는 4승 1패로 80%라는 승률을 기록했습니다.





■ 의외로 괜찮았던 밸런스, 하지만 그종족이 출동한다면?

지원가 영웅 치유력 부분에서는 어느정도 균형이 잡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틸성 측면에서 확실히 취약하다고 여겨지는 우서와 리 리를 제외한다면 승률 면에서도 괜찮은 밸런스를 보여줬습니다.

전장 운영에서 확실한 강점을 드러내는 빛나래를 필두로 1지원가나 2지원가 조합에서 두루 쓰이는 지속 치유의 강자 노루 말퓨리온, 그리고 끈질긴 생존력을 자랑하는 태사다르가 이번 HTL에서 가장 많이 쓰인 지원가 영웅입니다.

4위로 표에는 빠졌지만 일리단의 단짝 친구 레가르도 상당한 준수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20승 15패, 57.1%라는 승률로 지원가 계열 2위의 승률을 자랑합니다.

리 리를 제외한다면 어느 정도 고른 밴픽률을 자랑했던, 지원가 계열 영웅들. 이번 패치에서도 큰 변화가 없기에 한동안 이런 추세가 지속할 것으로 보입니다만, 한 가지 변수가 있다면 신규 영웅 캘타스를 비롯한 기술 피해 위주의 누커들의 활약입니다. 과연 신규 지원가 영웅은 언제쯤 등장할까요?





■ 딜러 포지션을 위협하는 만능 영웅, 자가라와 해머 상사

HTL에서 암살자 계열보다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딜러 영웅들이 다수 포진한 전문가 계열입니다. 특히, 자가라는 이전까지 주류 원거리 딜러였던 발라보다 뛰어난 활약을 펼친 영웅입니다. 길 잃은 바이킹은 특이하게도 경기 시작 전 밴픽 단계에서 자주 얼굴을 내민 영웅이었습니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다루는 것 못지않게 상대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던 영웅입니다.

3위는 최근 약간의 너프를 겪었지만, 여전히 강력한 공성 능력과 긴 사거리를 자랑하는 공성 전차 영웅, 해머 상사였습니다. 이외에도 실필패라는 별명이 붙었던 실바나스가 있는데요. 실바나스의 대회 성적은 6밴 11승 9패로 승률 55%와 밴픽률 35.1%라는 성적을 거뒀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실필패로 불릴 일이 조금은 줄어들었을까요?

과거 강력한 공격로 유지 능력은 물론이고, 궁극기로 한타 교전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나지보는 이번 HTL에서 단 1회 출전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지난 업데이트에서 너프를 당한 뒤, 암흑기를 보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또한, 이번 패치에서도 나지보에 관련된 내용이 없어 정식 오픈 뒤를 기약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