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 왓스튜디오의 개발 환경을 토대로 '개방과 소통으로 자유롭고 창의적인 조직 만들기'라는 강연이 열렸습니다. 왓스튜디오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고 있는 안미루 개발자가 연사를 맡았는데요. 과연 어떤 이야기가 나왔는지, 가감없이 들려드리겠습니다.



현재 저는 '듀랑고'를 만드는 왓스튜디오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발표에 앞서서, 항상 많은 사람들이 같이 일하고 있고, 그만큼 각자 겪고 느끼는 바가 다르니 이것도 그 중 하나라는 것을 감안하고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발표를 맡은 안미루 개발자


저는 예전에 다른 프로젝트에서 일할 때도 그랬고, 업무 환경이나 구조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내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말이죠. 그리고 이런 생각의 결론은 자율과 소통이 중요한 비결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이미 많은 위대한 회사들이 그렇게 하고 있었습니다. 픽사, 구글, 너티독 같은 회사들 말이지요. 한 예로, 픽사의 본사 건물인 스티브 잡스 빌딩은 사무실 구조가 특이합니다. 건물 가운데에 각종 편의시설이 몰려있는 로비가 있고, 그를 둘러싸고 사무실이 배치되어 있죠. 때문에 각 직원들이 편의시설을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로 마주치고 만나게 되고, 이런 만남과 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겁니다. 본사 건물을 지을 때부터 이런 소통의 중요함을 깨닫고 고려한 것이죠.



또 유명 게임 개발사 너티독의 게임 개발 철학 중에는 '나쁜 비판은 없다', '모두가 게임 디자인에 참여할 수 있다', '가감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라' 가 있습니다. 구글 또한 그렇습니다. 사무실 공간 설계가 소통에 맞춰져 있고, 모든 직원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도록 장려하죠.

그리고 저희 왓스튜디오도 이처럼 자율성과 소통을 중시하고, 이를 장려하고 이상적인 업무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강연은 왓스튜디오가 어떻게 이것을 이루어내고, 행동하는지 보여드리기 위한 것입니다.



1. 소통의 중요성

사실 모든 회사는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회사는 없어요. 하지만 이게 사람이 적을 때에는 비교적 잘 이루어지는데, 점점 사람이 많아질수록 어려워집니다. 단순히 몇 명만 늘어나도 각각이 소통하기 위한 관계도는 매우 복잡하게 되죠.


그래서 감당할 수 있는 작은 크기의 하부 조직으로 나누기 시작합니다. 각각의 업무별로, 파트별로 팀이 만들어지고 분산됩니다. 하지만 또 이렇게 되니 부서간 소통은 잘 이루어지질 않습니다. 부서간 장벽이 높아지고, 정보 공유도 잘 안돼요.

그럼 각 팀의 대표를 뽑아 부서 간 소통을 도모합니다. 각각의 팀장들이 그 역할을 맡죠. 이렇게 되니 매우 익숙한 위계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여기까지는 그동안의 필요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구조입니다.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지고 정립된 이런 위계구조는 당연히 장점이 존재합니다. 의사결정 구조가 간략하기 때문에 빠르게 결정을 내릴 수 있고, 각각 자신의 전문 업무에 투입되어 분업을 통한 효율성의 극대화를 꾀할 수 있죠.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결정구조에 따라 소수에게 권한이 집중되고, 개인의 개성이 무시되기 쉽습니다. 또 의사결정 구도에 있지 않은 일반 사원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기 어렵죠. 또 부서 간 장벽이 크게 해소된다고 보기 어렵고, 각 부서 이기주의나 정보 차단이 만연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단점은 장점을 떠나서 게임 개발에 치명적입니다.


언뜻 보면, 이 장점들과 단점들은 완전한 대척점에 있고, 이를 해결한다는게 모순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너무나 다르거든요. 그렇다면 어떻게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저희가 택한 방법은 그룹웨어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모든 회사 구성원들이 부서를 뛰어넘어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이 그룹웨어는 문서와 작업 툴이 있고, 또 같이 쓰는 게시판 형태로 작업이 공유가 됩니다. 모두의 작업물의 현황이 그룹웨어를 통해 모든 구성원에게 보여지죠. 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진척이 되었는지 확인이 가능합니다. 게시판 형태이기 때문에 소통하기도 쉬워요. 단지 댓글을 달기만 하면 됩니다.


이와 함께 그룹 채팅 툴이 있는데요. 업무 중에는 모든 구성원이 상시 접속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단, 개인대화는 불가능하고 그룹 대화만 가능해요. 실무자끼리의 대화를 권장하는 거죠. 그러면서도 밀실 회의를 하지 말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야기를 하라는 의도입니다.


아실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는 데브캣 스튜디오 시절의 문화에서부터 기원합니다. 어떤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든 구성원이 알 수 있고, 그 때문에 모두가 매우 쉽게 소통할 수 있죠. 각각의 진행상황을 공유하고, 새로운 제안을 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는데 자유로운 환경을 조성하는 겁니다.


작년에 이와 관련된 강연을 했었는데, 그때 이런 반응이 있었어요. 마치 하나의 유기체 같다고. 실제로 그렇게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런 개발 방식의 좋은 사례로 방침전투 만들어진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제 관련 강의가 있었는데요. 기획자가 처음 새로운 전투 시스템 제안을 스스로 만든 영상을 통해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애니메이터가 애니메틱 시연 영상을 제작, 보다 정확하게 기획 의도를 전달하고 개발팀 전체가 비전을 공유할 수 있었죠. 덕분에 프로그래머는 매우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냈습니다.


모두가 게임 디자인에 참여하여 게임 제작 전체 과정이 매우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됩니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모두가 동기화되어 갈 수 있죠. 결과적으로, 아까 이야기한 위계구조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원하는 만큼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2. 높은 자율성

이 다음 이야기들은 왓스튜디오의 전통 패턴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개발자들은 저마다 한가지씩 자율적인 업무를 맡습니다. 신입 개발자가 들어와서 머쓱하게 있으면, 디렉터가 와서 역할을 제안합니다. 너 아이템 디자인 해라. 그렇게 누군가는 식생 공부 해봐서 식생 짜고, 누구는 전투 시스템을 짜고 그렇게 됩니다.


이들은 모두 다 중요한 피처들이에요. 게다가 두 기획자는 신입 개발자죠. 그러면 생각이 듭니다. 이게 자율적으로 한다고 잘 될까? 그런데 지금까지 나온 결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단순히 무엇을 시켰다고 하는게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지 스스로 파악하고, 필요한 것을 알아내고, 시도하고, 또 실패하고, 다시 개선하고 그런 과정이 이루어졌죠.

각각의 파트에 비어있는 영역들을 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역할로 스스로 채워간 것이죠. 다소 무모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처음 하는 이들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것들도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조직은 신입이 들어와도 큰 일을 주는구나, 그 과정에서 스스로 개선하고 발전할 기회를 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게 누군가 개입을 하는 것보다는, 전체적으로 자기가 자율적으로 일을 합니다. 그렇다고 혼자만 일 하지도 않습니다. 뭔가 자신이 거들고, 도움이 될 것 같고, 혹은 같이 무엇인가 하면 더 시너지가 나올 거 같다면 스스로 끼어듭니다. 그렇게 자율적으로 일이 진행되고, 나중에 피드백을 받아 수정되고 하는 식이죠.


이렇게 하는 이유라면, 이렇게 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인 협업이 될 때가 많았습니다. 관리가 필요한 것은 마치 기차 개찰구처럼, 처음 이용하는 사람이나 몇몇 비양심 이용자들에게는 그 개찰구가 필요하지만 이미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익숙한 이들에게는 불필요 하듯이, 이 업무 프로세스도 그런 겁니다.


또 앞서 말씀드린 그룹웨어를 통해 모두가 각자의 업무 현황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업무 자체에 대한 책임감이 커지고, 문제 여부도 확인해 피드백이 빠르죠.




마무리를 하자면, 왓스튜디오의 업무체계는 높은 수준의 소통과 마찬가지로 높은 자율성에서 장점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룹웨어 사용으로 팀 전체의 동기화와, 빠른 실행력, 그리고 동일한 비전 하의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는거죠.


자율성 역시 구성원 개개인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큰 장점으로 다가옵니다. 제각각이 전문가이기 때문에 자기 업무를 가장 잘 알고, 그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도 빠르고 그 과정에서 협동과 피드백이 자유롭죠.

왓스튜디오에서 게임을 개발하면서, 한가지 드는 생각은 '개발자도 즐거워야 그 즐거움이 유저에게 전해진다'는 것입니다.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선 그만큼 좋은 개발 환경이 필요하지 않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