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뱅' 배준식 MSI 2015 프나틱전 펜타킬 영상





■ 선수 경력

PANDORA TV Champions Winter 2013-2014 16강
HOT6 Champions Spring 2014 16강
HOT6 Champions Summer 2014 4위
SKT LTE-A LoL 마스터즈 2014 준우승
SBENU LOL Champions Korea Spring 2015 우승
Mid Season Invitational 2015 준우승





■ 호랑이의 자식? 성장이 느렸던 만년 유망주


축구, 야구, 요즘 관심을 받는 피겨 스케이팅, 리듬 체조까지 스포츠 종목에는 매해 많은 유망주가 등장한다. 이들은 어릴 적부터 비슷한 연령대의 선수들 사이에서 남다른 실력을 과시하며 앞으로 대형 스타가 될 것으로 큰 기대를 받는다. 하지만 모든 유망주가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남들보다 빠르게 실력이 늘었기에 금세 다른 선수들에게 추격을 당하며 성적에 대해서도 더 많은 압박을 받는다.

'뱅' 배준식도 뛰어난 잠재력을 가졌다고 평가받던 유망주였다. 2013년 나진 실드에서 원거리 딜러로 데뷔한 배준식은 당시 대형 신인들을 모아 팀을 꾸리던 김정균 코치의 눈에 들어 SKT T1 S에 입단했다. 뛰어난 신인 선수를 대거 찾아낸 김정균 코치였기에 '뱅' 배준식에게 거는 기대감도 남달랐다.

그러나 배준식과 그의 팀인 SKT T1 S의 성장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더뎠다. '태어날 때부터 호랑이 자식'으로 평가받던 SKT T1 S는 기대와는 달리 특출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데뷔와 함께 OLYMPUS Champions Spring 2013 3위에 오른 형제팀 SKT T1 K와도 많은 비교를 당해야만 했다. 비슷한 시기에 주목받던 유망주인 '데프트' 김혁규, '임프' 구승빈과 비교하면 배준식의 보여준 활약은 눈에 띄지 않았다.


■ 걸음이 느린 아이. 실수를 통해 성장하다.


배준식은 실수를 통해 배웠다. '앰비션' 강찬용의 창에 맞아 역전을 허용하고 '류' 류상욱의 '충격파'에 휩쓸리며 팀을 탈락하게 만든 배준식. 자신에 위치 선정과 공격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배준식은 코치진을 통해 약한 정신력을 집중적으로 관리받았다. 그는 원래 정신력이 약해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연습에 집중하지 못했다. CS 수급을 만족스럽게 하지 못해 제때에 아이템을 뽑지 못하면 자신의 부족한 기량을 자책하기도 했다. 김정균 코치는 배준식의 이러한 약점을 잘 알고 끊임없이 가르쳤고 배준식은 느리지만 확실히 성장했다.

배준식은 프로게이머 생활 2년 차가 된 지난 프리시즌부터 마침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최대 장점인 강한 라인전 능력은 유지했고 운영 능력도 높였다. 가장 부족했던 한타 상황에서의 위치 선정도 일취월장해 갑자기 의문사하는 일이 사라졌다. SKT T1은 배준식의 활약에 힘입어 이번 스프링 시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 국제대회 데뷔전. 유망주를 넘어 세체원 경쟁에 합류한 SKT T1 'BANG'


처음 밟아보는 국제대회에서 배준식은 더이상 떨지 않았다. 우르곳, 칼리스타, 이즈리얼, 루시안, 시비르 등 다양한 챔피언으로 전장을 누볐고 열다섯 경기 동안 70여 킬을 해냈다. 그는 화려한 컨트롤로 여덟 경기 이상에서 KDA 5.0 이상의 높은 기록을 보여주며 팀의 결승행에 큰 역할을 해주었다.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백미는 단연, 프나틱과의 4강전 경기였다. 결승 진출이 걸린 중요한 순간, 배준식은 더 이상 떨지 않았고 팀의 패배를 부르는 큰 실수도 없었다. 그는 승패를 가르는 마지막 한타 싸움에서 극적으로 펜타킬을 해내며 자신의 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장은 환호로 가득 찼고 SKT를 연호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MSI에서 세계 최고의 원거리 딜러가 될 자격이 있음을 증명했다.

결승전에서 아쉽게 패배한 배준식. 그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많은 것을 배운 듯 보였다. 배준식은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결승전 패배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에둘러 표현했다. 그는 마침내 자신을 완성할 모든 퍼즐을 모았다. 그리고 그 퍼즐의 완성은 이번 롤드컵을 통해 이뤄지길 기대한다.




■ 주 챔피언 분석


① 챔피언 : 루시안
② 전 적 : 23전 15승 8패 (승률 65.2%) KDA 5.7
③ 플레이 :

강한 라인전은 배준식과 루시안의 공통점이다. 그래서 둘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한다. 배준식은 루시안으로 경기 초반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한다. 이를 통해 격차를 벌리고 아군 서포터가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준다. 봇 라인에 엃매이지 않아도 되는 아군 서포터는 전장 곳곳에 시야를 밝히고 로밍을 통해 팀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배준식은 루시안을 고르는 것만으로도 팀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한타에서는 생존기인 '끈질긴 추격'을 활용해 최대한 안정적인 위치를 선점한다. 때로는 이것을 활용해 역습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한다. CJ 엔투스와의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끈질긴 추격'을 활용해 상대 서포터 쓰레쉬를 잡았던 장면은 배준식의 비범함을 보여주는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캐리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루시안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지만 배준식은 경기 초반의 강함을 후반까지 이어갈 수 있는 특별한 선수다.



④ 아이템 & 스킬트리:

▲ 배준식 루시안의 CJ 엔투스 플레이오프 전 아이템 트리


일반적으로 '무한의 대검'을 가는 것이 루시안의 정석 아이템 트리다. 하지만 배준식은 '피바라기'를 먼저 완성했다. 당시 상대 팀이 원거리 공격에 능숙한 직스, 나르, 시비르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상대의 포킹으로 체력이 줄더라도 빠른 체력 보충이 가능한 아이템을 선택한 것이다. 상황에 맞는 유동적인 아이템 선택이 돋보인다.

배준식은 상대와 CS 격차를 벌리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필요한 아이템을 상대 원거리 딜러보다 빠르게 갖춘다. '피바라기', '스태틱의 단검', '최후의 속삭임'으로 이어지는 비교적 저렴하고 가성비 좋은 아이템을 순서대로 올려 같은 시간대에 상대 원거리 딜러보다 더욱 강한 화력을 뿜어낸다. 경기 초반 라인전이 강한 루시안의 강점을 중반까지 이어가 계속 주도권을 유지하는 것이다. 루시안에 대한 남다른 이해도를 보여준다.

중반에도 경기가 끝나지 않자 '스태틱의 단검'을 '유령무희'로, '광전사의 군화'를 '삼위일체'로 교체했다. 아군 팀원 중 이동 속도 증가 버프를 줄 수 있는 룰루를 믿고 후반 떨어지는 루시안의 화력을 보충하기 위한 극단적인 선택이다. 배준식은 이러한 아이템 선택을 통해 60분에 가까운 장기전에도 끝까지 압도적인 화력으로 상대를 몰아쳐 승리할 수 있었다.

▲ 배준식 루시안의 CJ 엔투스 플레이오프 전 스킬트리


Q스킬인 '꿰뚫는 빛'을 먼저 통달하는 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배준식은 두 번째 마스터 스킬로 공격 기술인 '타는 불꽃'이 아닌 이동기 '끈질긴 추격'을 먼저 마스터한다. W 스킬 '타는 불꽃'은 마법 피해 판정을 받기 때문에 물리 아이템을 올리는 루시안에게 스킬 투자 대비 뛰어난 효용을 보여주지 못한다. 배준식은 이러한 이유로 '타는 불꽃' 대신 E 스킬인 '끈질긴 추격'을 먼저 통달해 마나 소모량을 줄이고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를 최대한 누리며 생존력을 올렸다.

⑤ 룬 & 특성:

▲ 배준식 루시안의 CJ 엔투스 플레이오프 전 룬페이지


일반적인 원거리 딜러 룬과 다르다. 먼저 표식을 살펴보면 치명타 표식이 보이지 않는다. 보통 '상급 치명타 확률 표식' 하나를 사용해 초반 피해 교환에서 변수를 노리지만, 배준식은 '상급 공격력 표식'에만 모든 것을 투자했다. 요행따위는 바라지 않는 모습이다.

문양을 보면 '상급 마법 저항력 문양'을 네 개만 투자하고 나머지는 빈칸에는 '상급 공격속도 문양' 5개, '상급 공격속도 정수 2'개를 넣어 12%의 공격 속도 상승효과를 기대했다. '상대 AP딜러의 스킬은 피하면 된다'라는 자신감으로 마법 저항력에 적은 투자를 하고 후반에도 유용한 공격 속도에 더 많은 투자를 한 것이다. 배준식의 이러한 룬 특성은 정형화된 원거리 딜러 룬에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 배준식 루시안의 CJ 엔투스 플레이오프 특성


'주문 연성'과 '무기 연성'을 포기하고 '도살자'와 '포식'을 찍어 CS 수급과 라인전 시 체력회복에 투자했다. 스킬과 평타의 연계가 중요한 루시안이지만 배준식은 오히려 평타를 때리는 데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추가 공격력을 올려주는 '장군'보다 방어구 관통력을 높이는 '강력한 일격'에 더 많은 투자를 한 것은 후반으로 갈수록 힘을 더욱 받기 위해서다. 공격 속도에 초점을 맞춘 룬, 방어구 관통력과 평타 공격력 상승에 초점을 맞춘 특성은 후반으로 갈수록 힘을 받는 원거리 딜러의 캐리력을 더욱 높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① 챔피언 : 칼리스타
② 전 적 : 7전 7승 0패 (승률 100%) KDA 13.6
③ 플레이 :

배준식은 칼리스타를 가장 잘 이해하는 선수다. 여러 대회에서 칼리스타를 사용한 국내 선수들의 승률은 65%이다. 그러나 배준식은 칼리스타로 100%의 승률을 자랑하고 있다. KDA도 13.6으로 굉장히 높은 지표를 보여준다. 일곱 차례 사용해 네 번의 경기는 한 번도 죽지 않고 경기를 끝냈다. 칼리스타의 장점인 카이팅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증거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울프' 이재완도 칼리스타와 궁합이 좋은 알리스타, 케넨, 쓰레쉬 등을 잘 사용해 배준식에게 힘을 보탰다. 특히, 케넨과의 호흡이 기가 막히다. 케넨과 칼리스타 모두 라인전이 강하기에 초반부터 격차를 벌려 나갈 수 있다. 또한, 칼리스타의 궁극기인 '운명의 부름'으로 상대에게 에어본을 선사하고 뒤이어 케넨의 궁극기인 '날카로운 소용돌이'가 연달아 들어가는 그림 같은 연계는 이 둘을 통해 자주 볼 수 있었다.




④ 아이템 & 스킬트리:

▲ 배준식 칼리스타의 CJ 엔투스 플레이오프 전 아이템 트리


B.F 대검을 구입해 최소한의 공격력을 확보한 후에는 곧바로 '광전사의 군화'를 구입해 먼저 칼리스타의 카이팅 능력을 극대화했다. 이후에는 첫 번째 필수 아이템으로 '피바라기'를 완성한다. 체력이 적은 칼리스타의 단점을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피해를 주기 위한 필수 선택이다. 이후 값싸고 효율이 높은 '스태틱의 단검'과 방어구 관통력을 높이는 '최후의 속삭임'을 장만하는 모습이다.

'루난의 허리케인'은 사용하지 않는다. 이 아이템의 효율이 높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실험을 통해 증명되었다. 일반 공격속도 증가 아이템보다 '루난의 허리케인'을 더 선호하는 선수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배준식은 '열정의 검'을 기반으로 하는 '유령무희', '스태틱의 단검'을 통해 치명타 확률을 높여 캐리력을 올리는 데 더 집중했다.

▲ 배준식 칼리스타의 CJ 엔투스 플레이오프 전 스킬트리


W스킬인 '감시하는 혼'을 먼저 찍어 혹여나 있을지 모를 인베이드를 방어하는 모습이다. 이후에는 마지막 타격을 날려 CS 수급을 쉽게 해주는 '뽑아 찢기'를 두 번째로 배우고 '꿰뚫는 창'을 가장 먼저 통달한다. Q스킬인 '꿰뚫는 창은 AD 계수가 1.0으로 굉장히 높다. 아무 생각 없이 맞았다가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두 번째 마스터 스킬은 역시 E 스킬 '뽑아 찢기'다. 평타를 때릴 때마다 뽑아낼 수 있는 피해의 기대치가 점점 높아진다. 이 기술 덕분에 칼리스타와 한팀이 된 정글러는 강타 싸움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배준식은 라인전에서 이 스킬로 상대를 계속 견제했다. 방법은 상대에게 평타 한 대를 날린 후, 미니언에게 평타를 사용 '뽑아 찢기'로 미니언을 잡아 상대 챔피언에게 함께 피해를 주는 방식이다. 서로 평타를 교환하더라도 '뽑아 찢기' 덕분에 딜교환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것이 칼리스타가 라인전이 강한 이유다.

⑤ 룬 & 특성:

▲ 배준식 칼리스타의 CJ 엔투스 플레이오프 전 룬페이지


루시안과 같은 룬을 착용했다. 배준식은 이 것 외에도 두 가지 원거리 딜러 전용 룬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특징은 같은 설정에 '상급 방어력의 정수'를 넣은 룬이다. 시비르와 같이 사거리가 짧아 상대의 견제에 쉽게 노출될 때 사용한다. 다른 하나는 '상급 공격력의 정수' 두 개, '상급 공격 속도의 정수' 한 개를 사용한 룬이다. 스킬 AD 계수가 높은 그레이브즈, 견제가 용이한 케이틀린에 잘 어울린다.

▲ 배준식 칼리스타의 CJ 엔투스 플레이오프 특성


특성 역시 루시안과 같이 평타 활용에 집중한 특성이다.




■ 가을에 피는 꽃 - 느리게 피어난 '뱅' 배준식


꽃은 모두 아름답다. 봄에 피는 개나리든 가을에 피는 코스모스든 저마다 자신의 향기와 색을 가졌다. 개나리가 먼저 피어난다 하여 코스모스보다 아름답다 할 수는 없다. 그저 피어나는 시기의 문제일 뿐.

그는 '페이커' 이상혁처럼 단숨에 스타가 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그 자리에서 자신의 때를 기다리며 연습했고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배준식은 자신보다 먼저 기량이 만개한 선수를 보며 좌절할 수도 있었다. 때로는 다른 선수들과 비교당했고 좋지 않은 별명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배준식은 묵묵히 자신의 때를 기다렸고 마침내 활짝 피어났다. 그리고 늦은 만큼 더욱 특별했다. 같은 시기에 데뷔한 유망주들보다 늦게 피어난 꽃. 먼저 만개한 꽃들이 사라진 지금, 그는 이제 일산 최고를 넘어 한국 리그를 대표하는 원거리 딜러이자 자존심이다. 배준식의 팬들은 그가 느리게 피어난 만큼 오랫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