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트렌드에 민감합니다. 핸드폰, 패션, 게임까지 대다수의 사람들이 유행을 따라가려고 합니다. 게임 속에서도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승리하기 위한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트렌드를 거스르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개인 리그 결승전까지 진출한 선수가 있습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말하는 시기에도 자신만의 수비적인 운영법을 지켜온 정윤종(mYi)입니다.

예전부터 수비적인 경기를 주로 해온 정윤종은 ‘노잼’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빈틈 없는 완벽한 수비를 선보이면서 얻게 된 별명입니다. 이전보다 더욱 견고해진 방패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며, 다시 한 번 정상을 향해 도전하고 있는 정윤종을 만나보겠습니다.


■ SKT T1을 떠난 정윤종의 새로운 도전


Q. 인벤 독자 여러분께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mYinsanity 소속 프로토스 플레이어 정윤종입니다. 예전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를 할 때, WoW 인벤을 자주 애용했고 경기 기사도 찾아봤었는데, 이렇게 인사하게 돼서 반갑습니다.


Q. 작년 말에 SKT T1에서 나와 해외팀으로 이적을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요?

우선, 팀과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나오게 됐고, 스스로 프로게이머 생활에 대한 회의감에 빠진 적이 있었어요. 당시 많이 지쳐있어서 자유로운 것을 원했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팀을 나왔었습니다.


Q. 지난 GSL 시즌2 4강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SKT T1을 나오기를 결심한 것부터 성공적"이라고 말했는데, 어떤 부분에 만족했나요?

안정적으로 월급을 주는 팀에서 나오기가 쉽지 않잖아요.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 자체가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제가 그런 결심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했어요. 팀을 나와서도 한동안 뚜렷한 성적이 없었지만, 인터뷰 당시 결승전에 진출했기 때문에 성공적이라고 말한 것 같아요.


Q. 해외 대회가 끝나고 여행을 다녔다는 말을 했는데, 기억에 남는 여행이 있나요?

바쁜 대회 스케줄로 경기장과 호텔에만 있어야 해서 많은 여행지를 다녀보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그나마 (원)이삭이와 (정)명훈이 형, (신)동원이 형과 함께 영국 런던을 여행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동원이 형이 영어를 잘해서 런던의 많은 곳을 돌아다녔던 것 같아요.



Q. 한동안 성적이 예전만큼 잘 나오지 않았는데, 다시 결승까지 올라오게 된 원동력이 있나요?

저도 이렇게 결승전까지 올라오게 될 줄 상상조차 못했어요. 솔직히, SKT T1에 있을 때도 2013 핫식스컵 우승 이후 결승전에 다시 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번에는 연습보다 경기에 대한 생각을 훨씬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바쁜 스케줄에 맞춰서 연습만 했었는데, 최근에는 게임에서 궁금했던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평소 쉬거나 친구들을 만날 때도 어떤 전략으로 상대를 이길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이 자주 떠올랐던 것 같아요. 확실히 스타크래프트2가 어느 정도 연습이 필요하지만, 스타크래프트1보다 연습량이 중요한 것 같지는 않은 것 같아요.


Q. 지금까지 프로게이머로서 지켜온 자신만의 신념이 있나요?

연습생 시절일 때부터 여성을 만날 기회가 은근히 많았었는데, 프로게이머 선배들이 이성 관계 때문에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성적도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런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느 정도 위치까지 올라가기 전에는 여성을 만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후회하기도 해요(웃음). 신념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 동안 저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와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공격적인 트렌드를 넘어선 정윤종의 ‘수비형 프로토스’

Q. 한동안 테란을 상대로 김준호와 원이삭 같은 공격적인 프로토스가 활약했는데, 자신의 스타일 변화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나요?

저도 물론 준호와 이삭이가 잘하니까 공격적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연습도 많이 해봤어요. 그런데 제 추적자와 파수기는 너무 약하더라고요(웃음). 이삭이와 준호는 워낙 컨트롤이 좋아서 할 수 있는 스타일이고, 저는 저만의 장점을 살리자고 다짐했죠. 그리고 프로토스는 기본적으로 수비해야 하는 종족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예전부터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고 한 방 러시를 준비해 승리했잖아요.


Q. 많은 수비형 프로토스들이 테란의 공격에 무너지고 있는데, 유독 정윤종의 수비는 뚫리지 않는 이유가 있을까요?

테란전은 미니맵을 한 번만 놓쳐도 패배하는 것 같아요. 유닛을 생산하거나 '시간 증폭'을 활용하는 순간에도 항상 땅거미 지뢰 드랍을 염두에 두고 있어요. 대회 경기에서 드랍 한 번에 경기의 흐름이 바뀌기 때문에 미니맵을 보는 것에 더욱 집중하죠. 예전부터 수비 위주의 경기 운영을 하다보니 병력을 어디에 먼저 배치해야 할지 등을 항상 생각해요. 그리고 경기 스타일 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 때에도 모든 변수를 배제하지 않는 스타일이에요(웃음). 모험적인 주식 투자나 장사보다는 안정적으로 일 하는 것이 저에게 맞는 것 같아요.



Q. 5월 15일 프로리그에서 조성주가 김명식의 불사조 운영을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GSL 시즌2 8강에서 조성주에게 불사조 운영으로 승리할 자신이 있었나요?

일단, 김명식 선수가 땅거미 지뢰 드랍은 잘 막아냈지만, 그 후 집중력이 떨어진 것 같았어요. (조)성주처럼 바이킹 없이 공격하는 스타일에 당황한 것 같기도 하고요. 만약 그 경기에서 김명식 선수가 당황하지 않았다면, 승리했을 것 같아요.

저도 불사조 운영으로 성주가 자주 활용하는 땅거미 지뢰 드랍 빌드를 상대해봤는데, 승률이 높았어요. 그리고 당시 1세트 맵인 바니연구소가 프로토스한테 안 좋아서 무조건 불사조 운영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마침 성주가 땅거미 지뢰 드랍을 시도해서 유리하게 출발할 수 있었어요. 제 실수로 경기 자체는 쉽게 풀리지 않았지만 말이에요(웃음).


Q. 최근 경기에서 올인 러시로 승리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은데,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딱히 달라진 것은 없어요. 많은 분들이 제가 올인 러시에 실패했던 것을 위주로 기억하시는 것 같아요. 저는 예전부터 올인 러시를 한, 두번씩 시도했고 통한 적도 많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수비적이고 운영형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그런 모습만 기억하시는 것 같아요. 솔직히 이삭이나 준호만큼 잘하지는 않지만, 제가 좋아하는 경기 스타일입니다.



■ SKT T1 시절, 정윤종과 함께 했던 선수들

Q. 이전 SKT T1 선수들이 최근 다시 활약하고 있는데, 서로 경쟁의식을 느끼나요?

같은 팀에 있을 때는 당연히 경쟁할 수밖에 없었어요. 다른 선수가 경기에 출전하면, 제가 못 나갈 수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경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팀을 나와서는 경쟁하지 않았어요. 예전에 같은 팀이었던 선수가 잘하니까 저도 잘해야겠다고 생각은 안했고, 그냥 명훈이 형과 이삭이가 잘하면 기분이 좋았어요.

그리고 이삭이가 지난 GSL 시즌1에서 준우승했을 때 굉장히 아쉬웠어요. 8강전부터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올라갔는데 마지막 세트에서 빌드가 갈려서 패배했잖아요. 그런데 마지막에 멋지게 상대를 인정하는 말과 함께 GG를 치는 모습을 보니 박수를 쳐주고 싶었어요. 보통 그 상황에서 대부분의 선수가 절망에 빠질 텐데,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다했고 후회 없는 경기를 한 것 같더라고요.


Q. 최근 해외 대회에서 원이삭만 만나면 패하고 있어요. 유독 원이삭에게 약한 이유가 있나요?

원래 이삭이에게 약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최근 이삭이랑 경기하면 빌드부터 제가 항상 불리하더라고요. 그냥 요즘 프로토스 동족전이 많이 힘들어졌어요. 확실히 동족전은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Q. 김도우가 1년 만에 다시 우승을 차지했어요. 정윤종이 바라본 김도우는 어떤 선수인가요?

도우 형이 잘할 때는 정말 '본좌'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줘요. 그런데 잘 안풀릴 때는 속칭 '양민급'의 경기력이 나오더라고요(웃음). SKT T1에 있을 때에도 '어떻게 저렇게 패배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들 정도로 말도 안 되는 경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솔직히 도우 형의 실력을 잘 모르겠어요.

막상 결승전 경기를 보니 잘하더라고요. 물론, 도우 형이 팀 킬 결승전이라 준비를 잘해서 우승한 것 같기도 해요. 작년에 팀 킬 결승전을 한 번 해봐서 팀원의 약점을 어떻게 이용할지에 대해 잘 알고 있었어요. 반면, 조중혁 선수는 팀 킬 경험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 한지원과 대망의 결승전을 앞두고!

Q. 결승전을 앞두고 연습은 잘 돼 가고 있나요?

다들 프로리그 경기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 연습 상대를 찾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동안 프로토스 대 저그전 영상이나 한지원 선수 경기를 찾아보면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단판제는 경기 준비가 중요하지만, 다전제는 상황이 계속 바뀔 수가 있어서 아직 연습을 많이 안 했어요. 이제부터 열심히 연습할 생각입니다.

그래도 제가 저그 선수를 많이 알거든요. (어)윤수와 저희 팀원인 (이)예훈이 형, KT 롤스터의 (김)성한이와 (이)승현이, (방)태수, 동원이 형도 도와준다고 했어요. 인생을 헛되게 살지는 않은 것 같아요(웃음).


Q. 한지원과 대망의 GSL 결승전을 앞두고 있는데, 어떤 경기를 예상하나요?

우선, 맵이 프로토스에게 안 좋아서 불리한 맵에서 승리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한지원 선수가 생각보다 공격적이더라고요. 그래서 전형적인 창과 방패의 대결이 될 것 같습니다.


Q. 최근 한지원이 활용하는 기습적인 전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다른 선수들에 비해 빌드가 다양한 빌드를 활용하는 것 같아요. 무난한 운영을 하는 저그는 상대하기 쉽지만, 한지원 선수는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할지 몰라서 더 까다로운 것 같네요.


Q. 결승전에 임하는 각오 한마디 해주세요.

오랜만에 결승전에 올라오게 됐는데,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고 열심히 준비할 생각이에요. 윤수를 비롯한 많은 선수의 경우를 봐도 기회는 왔을 때 확실히 잡아야 하더라고요(웃음). 팬분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주셨던 GSL 우승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