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디션 모드 플레이 영상


⊙개발사: 피닉스게임즈 ⊙장르: 리듬 ⊙플랫폼: 안드로이드 ⊙출시: 15년 7월 21일


저는 리듬 게임을 못해요. 어렵거든요. 그런데 쉬운 곡을 하면 또 재미가 없어요. 리듬 게임 장르가 소수만이 즐기는 장르가 돼가면서 더 어려운 곡에 대한 요구가 생겨났기 때문에 그랬죠.

그래서 쉬운 난도의 게임은 어려운 난도의 노트에서 단순히 노트를 제거하는 수준에 머무르게 됐죠. 왜냐면 어차피 신규 유저의 유입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만한 수준이니까요. 그러다 보니 당연히 쉬운 곡은 재미를 느낄 수 없게 된 거죠.

블루홀 산하의 피닉스게임즈가 개발한 리듬 게임 '하이파이브'는 이런 선입견을 완전히 부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 같은 사람도 신나서 "아 리게이들이 이 맛에 리듬 게임을 하는구나."라고 알게 됐으니까요. 물론 리듬 게임을 오랫동안 즐겨온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소위'부심'이라 불리는 프레임에 놓고 보면 물음표가 생길 수는 있어요. '하이파이브'는 대중성 8에 오리지널 리듬 게이머를 위한 요소 2로 구성되어 있으니까요.

피닉스게임즈의 신봉건 대표는 EZ2DJ, DJMAX, 탭소닉에 참여한 사람입니다. 리듬 게임 1세대 개발자로 한 장르를 20년 가까이 파고 있죠. 신작 '하이파이브' 역시 그에게 리듬 게임 깎는 노인아저씨라는 칭호를 부여하기에 전혀 모자라지 않아요. 왜냐고요? 철저히 대중의 입장에서 리듬을 제공하기 때문이죠.




■ 걸그룹 오리지널 곡! 그리고 보이그룹도 있구나...

저같이 리듬 게이머가 아닌 사람을 편의상 대중이라고 칭할게요. 대중이 리듬 게임에 진입하기 쉽지 않은 것은 어려운 난도뿐만 아니라 모르는 노래로 구성된 리듬 게임의 라인업이에요. 훌륭한 곡이 많기는 하지만, 대중 입장에서는 그냥 모르는 노래니까요.

그런 점에서 '하이파이브'는 국내 유명 가수들의 노래를 수록해 진입 장벽을 화~악 낮췄습니다. 시스타의 'shake it' 같은 신곡부터 '벌써 일 년'까지 스펙트럼이 제법 넓어요. 100여 곡의 노래가 전부 낯익은 노래입니다.

체리필터의 '낭만고양이'에서 학창시절을 떠올리고 브아걸의 '아브라카타브라'에서 군시절 어떻게든 보려고 TV 밑으로 기어들어갔던 기억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만큼 익숙한 곡을 제공하기 때문에 게임을 접하기에 전혀 거부감이 없어요. 듣고 싶잖아요, 아는 노래니까.

▲ 미안... 오빠는 금요일에 약속이 있어...

후한 판정은 '하이파이브'의 진입 장벽을 내리는 또 다른 요소입니다. 앞서 말했듯 전 리듬 게임을 잘 못 해요. 한참 날아다니던 20대에도 DJMAX 노트를 보면서 PSP와 눈싸움을 벌였다면 할 말 다한 거죠. 그런데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노트를 지금 와서 해라? 못해요.

반면, '하이파이브'의 판정은 굉장히 후한 편입니다. 등장하는 노트도 속성 노트를 제외하면 3가지 정도고요. 이는 굉장한 장점으로 다가옵니다. 플레이하면서 스스로가 잘하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하거든요.

그런 경험 해보신 적 있죠? MMORPG 하면서 딜사이클을 빈틈없이 구성한다거나, 액션 게임을 하면서 차례대로 콤보를 넣을 때의 희열감. 비슷한 느낌의 성취감을 '하이파이브'에서는 비교적 쉽게 느낄 수 있어요.

대중은 리듬 게이머가 아닙니다. 쏟아지는 노트를 처리하며 아무리 손이 꼬여도 화려한 스킬로 상황을 넘기며 재미를 느끼지 않아요. 적당히 음악을 들으면서 내가 적당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게 재미있는 거에요. 게임을 계속하게 된다는 거죠. '하이파이브'는 이점에 매우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물론 프로 난이도부터는 오리지널 리듬 게이머들에게 적합한 난도를 보여줍니다. 리듬 게임 20년 외길 인생을 걸어온 박순 기자도 우습게 보고 도전했다가 가열차게 고꾸라졌거든요.

▲ 다이아를 주고 잠금 해제되지 않은 곡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하이파이브'에 곡을 좀 독특한 방식으로 제공합니다. 투어 모드를 플레이하면 곡 잠김이 해제되는데 이를 오디션 모드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요.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국내에 등장했던 대부분의 음악 게임이 곡을 사업 모델로 선정해 판매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죠.

리듬 게임에 있어 곡을 사업 모델에 전면에 배치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지금까지 캐주얼 리듬 게임을 표방하며 나왔던 리듬 게임들이 곡을 판매했기 때문에 곡 구성이 단조로웠음을 상기해보면, '하이파이브'는 단조로움을 해결함과 동시에 게임을 플레이하게 하는 동기까지 부여한 거죠.

너무 플레이해보고 싶은데 아직 곡이 해금 안 됐다? 그럼 다이아를 사용하고 1회 이용하면 됩니다. 랭킹도 등록돼요.

▲ 연주에 실패하면 격려 지원금을 주기도 합니다.



■ 춤을 추고 싶어 미칠 것 같아!

'하이파이브'에서 제일 높게 평가하고 싶은 게 바로 노트입니다. 아무래도 가요 특성상 노트음이 없기 때문에 밋밋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었습니다. 노래랑 참 잘 맞아요. 직접 연주하고 있다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잘 어울려져 있어요.

무엇보다 노트를 연주하면 춤을 추고 싶을 정도로 리듬감이 올라옵니다. 신나서 춤을 추고 싶어요. 특히, 브아걸의 '아브라카다브라'나 핑클의 '영원한 사랑' 같은 경우 안무가 홀로그램 펼쳐지듯 펼쳐져요. 노트가 춤을 연상케 해요. 정말 제작진의 노고가 묻어나는 부분입니다.

사실 전 가요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에요. 오히려 펑크나 멜스메를 좋아하죠. 그런데도 이렇게 흥이 올랐다는 건 노트 구성을 참 잘했다고밖에 할 수 없어요.

댄스곡뿐만 아니라 락, 미디엄템포, 심지어 오리지널 곡들도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노트 구성을 참 잘해놨어요. 보이 그룹 노래도 마찬가지 일 겁니다만 보이 그룹 안무를 알 리가 없잖아요?

▲ 저도 모르게 춤이 떠오르더군요.

▲ 이 장면이요. 세월은 지나도 흥은 여전합니다. (출처: Mnet)



■ 리듬 게임에 캐릭터와 장비 강화?

'하이파이브'는 리듬 게임이지만 RPG처럼 성장의 개념이 있습니다. 캐릭터 성장과 장비 성장이죠. 대부분의 사업 모델이 이 요소에 몰려있다 보니 아무래도 오리지널 리듬 게이머들 입장에서 불만이 될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실력으로 대결하는 장르인 리듬 게임이 실력 외 다른 요소로 점수가 차이 난다면 아무래도 찝찝하기 마련이죠.

그런데 지금까지의 모바일 리듬 게임들을 돌이켜보면 진입장벽도 진입장벽이었지만, 제대로 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해 무너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기존의 있던 리듬 게임 방식을 너무나 고집한 나머지 곡에 수익모델을 집중하였고 이는 곡과 플레이의 다양성을 떨어트려 유저 이탈로 이어졌죠.

'하이파이브'는 적당히 타협한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곡을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나머지 부분에서 살 길을 모색했고 그 부분이 캐릭터와 장비인 거죠.

많은 유저들이 지적하는 캐릭터가 랭킹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전 긍정적입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상품입니다. 유저에게 즐거움을 제공하고 돈을 버는 도구란 거죠. 유저가 원하는 바가 있어 그것을 원하려고 할 때 합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시스템이 잘못된 게 아니라고 봅니다. 랭킹과 상관없이 곡을 적당히 즐기며 재미를 찾으려면 소위 말하는 '무과금'으로도 '하이파이브'를 즐기는 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실제로 실력이 있으면 스타성이 요구 스타성에 못 미치더라도 클리어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 캐릭터, 장비, 스킬 강화 때문에 말이 많다.

행동력을 지적하는 글도 본 적이 있는데요. 카카오톡 플랫폼의 특성이라고 생각합니다. PS 게임을 하면서 왜 액박패드를 사용하지 못하느냐는 것과 비슷한 거죠. '하이파이브'는 토대에 캐주얼이 짙게 깔려있는 게임입니다. 주 타겟은 서로 점수를 소소하게 나누고 바이럴하면서 함께 즐기는 사람들이죠. 이들이 몇 시간씩 붙잡고 게임을 할까요?

재미있어서 플레이하다 행동력을 전부 소진하면 그다음엔 유저가 선택할 문제입니다. 자신이 기꺼이 지갑을 여느냐, 아쉽지만 다음 행동력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느냐. 이 문제를 게임의 시스템적인 문제라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20년 리듬 게임 외길 인생 박순 기자를 불렀습니다.

-뼛속까지 리듬 게이머인데, '하이파이브'를 어떻게 보십니까.

= 그저 그랬어요.

- 네??

= 첫 인상은 리듬 게이머로서 그저 그랬다고 밖에 할 수 없어요. 리듬 게이머 부심이라고 있잖아요? 하나도 충족시켜주지 못해요. 첫인상은.

- 첫인상은?

= 네, 근데 게임을 하면서 좀 변해요.

- 어떻게요

= 리듬게임을 즐기는 이유 중 하나가 '내가 얼마나 이 곡을 완벽히 맞추고 있느냐'인데, 판정 영역이 넓은 편이기 때문에 리듬 게임의 실력을 느끼는 부분이 약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투어모드에서 조건을 만족하면 곡을 획득하는 점은 마음에 들었어요.

제일 마음에 드는 건 난이도 조절이에요. 이지나 노말은 일반 대중이 즐기기 편안하게 되어있지만, 프로는 나 같이 리듬 게임 부심 있는 사람도 집중해서 해야 해요. 그리고 리듬감이라고 하는 비트. 노트 구성을 참 잘해놨어요. '디모' 이후로 시작된 노 레인 노트 중 가장 리듬감이 나아요.

▲ '하이파이브'에는 덕스러운 그림만 있는 건 아닙니다.

- 그럼 처음엔 그저 그랬지만, 나중엔 점점 좋아졌다?

= 완전히 좋지만은 않아요. 아무래도 캐릭터와 장비에 따라 점수가 차이 나기 때문에 나 같은 골수 리듬 게이머들에게는 거부감이 드는 게 사실이죠. 그렇지만 합리적인 수익 모델이라고 생각해요.

- 그럼 20년 외길 리듬 게이머를 걸고 단평을 하자면?

= 오디션 모드와 투어 모드의 순환구조가 마음에 들어요. 캐주얼 유저는 리듬 게임을 하면서 등급과 노트에만 신경 쓰면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 이를 막은거죠. 개발진이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가볍게 즐길 것 같습니다.



■ 쉬운 접근성과 대중가요

'하이파이브'는 리듬 게임 깎는 노인아저씨 신봉건 대표의 작품답게 높은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후한 판정과 대중가요로 진입 장벽을 확 내렸죠. 오리지널 곡으로 기존 리듬 게이머들을 배려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대중 친화적인 리듬 게임은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리듬감과 타격감 그리고 사업적 문제가 맞물려 빛을 본 경우가 많지는 않았는데요. '하이파이브'는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캐주얼 유저를 대상으로 얼마나 흥미를 유발하고 잔존시킬지가 관건이겠지요.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전 리듬 게임을 잘못해요. 그러다 보니 잘 안 하게 됐죠. 그런 제가 2시간 동안 플레이하며 앉아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에 등장할법한 캐릭터를 제외하고는 크게 거슬리는 부분이 없었어요. 캐릭터 문제도 단지 취향의 문제일 뿐이고요.

과거 오락실 아케이드부터 포터블 기기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나온 모바일 게임들을 플레이했을 때 리듬 게임이 재미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그런데 '하이파이브'는 재미있더라고요. 게임에 있어 재미있다는 말보다 더 대단한 말이 있을까요?

▲ 이건 그냥 자랑하고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