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미쿠미쿠했습니다"

요즘 오큘러스나 프로젝트 모피어스, 삼성VR기어 등 VR 기기가 여기저기서 개발되고 있는데요. 곧 정식 출시를 앞둔 오큘러스는 GDC나 E3 등 굵직한 게임쇼에서 다양한 타이틀을 공개하면서 이슈몰이에 나섰습니다.

모피어스가 후발 주자로 등장하긴 했지만 소프트웨어는 결코 뒤쳐지지 않습니다. 철권 개발자인 하라다PD가 연애 시뮬레이션 타이틀인 '섬머 레슨(Summer Lesson)'이 모피어스용 타이틀로 공개되면서 전세계 남성 게이머들의 마음을 흔들기도 했죠.

이번 차이나조이 소니 부스에서는 총 4가지의 타이틀을 시연해볼 수 있었는데요. '섬머 레슨'과 '플레이룸VR', '더 딥' 그리고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VR 테크 데모(이하 하츠네미쿠VR)'가 있었습니다.

시연을 위해서는 별도의 티켓이 필요했는데요. 오전 9시 정도에 표가 다 매진된다고 하더군요. 행사장에 오전 8시에 갔을 때도 대기하는 사람은 약 50명 정도 있었습니다. 모피어스에 대한 게이머들의 뜨거운 관심을 엿볼 수 있었죠.

하지만 그다지 관계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왜냐면 미디어 대상으로 별도의 VIP 시연공간이 있었거든요. (미디어 시연공간이 없는 줄 알고 8시부터 달려가서 기다린 건 비밀입니다)

▲ 프로젝트 모피어스 시연권

사실 프로젝트 모피어스를 체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기대감에 부푼 마음으로 시연대에 앉았죠. 게다가 지난 E3에서 공개된 따끈따끈한 신작인데다가 일부 개발자들 위주로만 시연이 이루어졌던 타이틀이기에 더욱 궁금했습니다.

시연 시간은 약 5분 정도였습니다. '하츠네미쿠VR'가 시작되었고, 어두웠던 콘서트장에 조명이 들어오면서 공연이 시작됩니다. 스테이지 위에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미쿠를 보는 관객이 되는 것이죠.

시연을 하면서 가장 먼저 머리 속에 떠오른 소감은 '화질이 상당히 좋다'였습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VR 콘텐츠를 체험해봤지만, '하츠네미쿠VR'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것보다 훨씬 선명했습니다. 화면이 굉장히 깨끗하게 보였고, 해상도도 상당히 좋았죠.


'하츠네미쿠VR'는 단순히 프로젝트 모피어스를 장착하고 화면을 감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모피어스와 더불어 PS무브를 사용합니다. 흥미롭게도 PS무브는 콘텐츠 내에서 응원봉으로 사용되었습니다.

PS무브를 응원봉처럼 잡고 콘서트장에서 공연을 즐기는 콘셉트였죠. 다른 관객들의 움직임도 구현되어 있어, 그들의 율동에 맞추어 함께 팔을 흔들며 공연을 즐겼습니다. 함께 시연을 한 다른 기자는 얼마나 흥겨웠는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점프하면서 콘서트를 즐기기도 했습니다.

특정 부분에선 PS무브에 진동이 오면서 화면에 표시가 뜨는데, 이때 PS무브를 박자에 맞추어 흔들면 스테이지 효과로 폭죽이 터집니다. 흔들 때마다 무브에서 폭죽이 발사되고, 미쿠 머리 위에서 아름답게 하늘을 장식하죠. 미쿠와 함께 공연을 만들어 나가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습니다.


후반부로 돌입하면 화면이 전환되면서 미쿠와 함께 스테이지 위에서 공연을 감상하게 되는데요.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미쿠를 바로 눈 앞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선명한 해상도 때문일까요? 마치 실제로 앞에 서 있는 듯 했습니다. '섬머 레슨'에서 과외생이 옆으로 다가왔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죠.

그러다가 어느 순간 PS무브에 또 한번 신호가 오는데요. 그 때 열심히 무브를 움직이면 미쿠의 옷이 바뀝니다. 분홍색의 원피스로 옷을 갈아입고 라스트 스퍼트를 올리고 뜨거운 열기 속에 스테이지를 마무리합니다.

5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의 체험이었지만, 영상이 종료되고 프로젝트 모피어스를 벗는데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해상도는 물론이며 영상의 연출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서 우연히 그 가수와 함께 무대에 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한 팬심이 '하츠네미쿠VR'에 잘 스며들어 있었죠.


다만 다른 관객들의 표현이 그림자로 단조롭게 표현되어 있었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물론 콘서트를 가면 다른 관람객들이 스테이지 조명때문에 어둡게 보이는 건 맞습니다만, 모든 사람들이 같은 방향과 동일한 타이밍으로 응원봉을 흔들지는 않으니깐요.

하지만 '하츠네미쿠VR' 속에서 새로운 VR 콘텐츠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게임을 넘어서 향후에는 VR을 활용한 가수 콘서트 감상이 이루어질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콘서트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현장감 있게 감상하는 식 말입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상상이지만요.

결론은 '하츠네미쿠VR'와 프로젝트 모피어스, 상당히 만족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