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가장 재미있는 구경이 싸움구경이라고 했다. 그 중에서도 서로 비슷한 상대가 붙어 결과를 예측하지 못할 때가 제일 재미있다. 대회 전에 발표된 참가팀의 등급 순위대로 경기결과가 나왔다면 누구도 큰 관심을 갖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대회에는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가 연달아 터지며 보는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등장한 챔피언도 다양하다. 아리, 그라가스, '노잼톤', '또바나'와 같이 매번 같은 픽이 나왔던 지난 대회들과는 다르게 모데카이저, 베이가, 탐켄치, 바드까지 대세로 평가받지 않는 챔피언까지 등장해 즐거움을 주었다. 웃기려고 고른 것이 아니다. 챔피언의 스킬과 다른 챔피언간의 상승효과까지 계산해 높은 숙련도를 선보이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변화된 메타로 인해 승패가 갈리기도 했다. 빠르게 타워를 파괴하며 상대팀과의 골드 격차를 벌리는 '철거 메타'가 어째서 '원딜 키우기' 메타로 변화했는지 복기할 수 있었고 한국 팀이 세계 최고라고 생각하던 운영도 각 지역 리그가 자신의 독특한 스타일로 체득했다는 것이 눈에 띄었다.


■ 2015 월드 챔피언십 시즌 5 1주차 조별 경기결과


A조
1위 : Counter Logic Gaming 2승 1패
1위 : KOO Tigers 2승 1패
2위 : Flash Wolves 1승 2패
2위 : paiN Gaming 1승 2패

혼전이다. CLG와 쿠 타이거즈가 나란히 2승을 챙기며 8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이변이 많은 대회기에 안심하긴 이르다. 특히, CLG는 쿠 타이거즈에게 참패를 당해 기세가 많이 꺾였다. 다음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8강 진출에 적신호가 들어올 수 있다. 단판제 경기에는 승리를 위한 특별한 전략이 나올 수 있다. 방심하다간 강제 귀국행이다.


B조
1위 : Cloud 9 3승
2위 : Fnatic 1승 2패
2위 : Invictus Gaming 1승 2패
2위 : ahq e-Sports Club 1승 2패

예상 가능한 A조 경기결과에 비교하면 B조는 대회의 재미를 선사해준 고마운 그룹이다. 누구도 Cloud9의 3연승을 예상하지 못했다. ahq를 상대로 모르가나-베이가 조합을 통해 승리했고, iG의 봇 듀오에겐 '참교육'을 가르쳤으며 프나틱을 상대론 대회 첫 펜타킬을 기록했다. 이제 프나틱, iG, ahq간의 8강 진출이 걸린 혈전만이 남았다. 예측? 솔직히 모르겠다.


C조
1위 : SKT T1 3승
2위 : EDG 2승 1패
3위 : H2K 1승 2패
4위 : Bangkok Titans 3패

가장 예측 가능하고 무난한 경기결과다. SKT T1, EDG는 이번 대회 우승후보다운 경기력으로 승리했다. 관심을 끌었던 두 팀간의 대결에선 SKT T1이 먼저 웃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EDG는 복수라는 명분을 가지고 있는 SKT T1이 최선을 다해 경기할 것을 알았고 일부러 전력을 숨길 수 있었다. 같은 조에 속했기 때문에 상위 라운드에서 다시 만난다면 아마 결승전이 될 것이다.


D조
1위 : Origen 3승
2위 : kt 롤스터 2승 1패
3위 : Team SoloMid 1승 2패
4위 : LGD Gaming 3패

이 경기결과를 예측한 사람이 있다면 만나서 소원을 말하고 싶다. 유럽 오리젠은 한국, 중국, 북미의 게임단에 하나씩 도장깨기를 시전했다. 중국에는 충격파를, 미국에는 얼음벽을, 한국에는 '참'운영에 대한 교육을 선사했다. 우승후보로 SKT T1, EDG와 같은 S등급을 받은 LGD는 호텔에 짐 푼 것을 후회하고 있다.


■ 2015 월드 챔피언십 시즌 5 1주차 떠오른 챔피언


갱플랭크는 대회 op챔피언임을 확실히 입증했다. 무조건 금지하거나 풀리면 가져와 승리했다. 강력한 화력에 유틸성 높은 궁극기, 탑과 미드에 모두 설 수 있는 다재다능함까지. 챔피언의 핵심은 e스킬인 '화약통'과 궁극기 '포탄 세례'의 활용이다. 특히, 궁극기는 상대의 진입을 저지하거나 후퇴를 유도하는 용도로 사용할 때 엄청난 존재감을 뽐냈다.

모데카이저도 갱플랭크와 마찬가지로100프로 승률을 자랑했다. 단 두 번 등장한 것은 아쉽지만 출전할 때는 확실한 존재감으로 팀의 승리를 책임졌다. 모데카이저의 한 방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고 싶다면 TSM과 LGD의 경기를 보면 된다. 마지막 한타에서 TSM이 승리하기 위해 마지막 3타 한 방만 날리면 됐다.

다리우스는 Cloud 9의 '볼즈'에게 대회 첫 펜타킬의 영광을 안긴 챔피언이다. 대회전부터 수많은 하이라이트 영상을 제조하더니 기어코 롤드컵에서도 자신의 강함을 뽐냈다. 백문이 불여일견.


■ 2015 월드 챔피언십 시즌 5 1주차 메타 흐름 분석

▲ 출처 : OGN plus

라인 스왑이 유독 빈번하게 일어났다. 탑과 봇 라인 챔피언을 엇갈리게 세우면 되는 이 단순해보이는 작전은 실상 LoL이라는 게임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이야기해보자는 토론과도 같다. 타워를 밀지, 용을 챙길지, 원딜을 키울지, 라인을 당길 것인지 밀 것인지. 한타 싸움에 들어가기 전까지 양 팀은 상대가 내는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 서로 틀리면 상관없다. 하지만 한 쪽이 정답을 적는 중에 혼자만 틀린다면? 패배에 한 걸음 다가가게 된다.

중국식 우르르 메타의 힘이 빠지고 운영이 대세처럼 자리잡은 것도 눈에 띈다. 실상 제대로 중국식 운영을 보여준 것은 EDG밖에 없다. EDG는 시야 장악을 통해 상대의 움직임에 맞춰 2~3인 갱킹을 시도, 하나씩 잘라내며 오브젝트를 취했다. 한발 빠른 움직임에 제대로 반응한 것도 C조에 SKT T1밖에 없다. 아직은 조별 리그이기에 EDG의 운영이 Origen, Cloud9 등 현재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 팀에게도 통할지 궁금하다.


■ 2015 월드 챔피언십 시즌 5 1주차 가장 뛰어났던 팀&플레이어


고민없이 오리젠을 손꼽고 싶다. 중국 리그 1위 LGD, 한국 리그 2위 kt 롤스터, 북미 리그 2위 TSM에 속한 오리젠은 이들을 상대로 모두 승리했다. 롤드컵에 진출한 것도 예상 밖의 선전으로 평가받았던 오리젠. 이제 누구도 오리젠을 약팀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 중심에는 대장군 '엑스페케'가 있다. 전 경기에서 모두 MVP급 활약으로 팀에 공헌했다. LGD와의 경기에서 오리아나의 충격파로 역전극을 써내렸고, TSM전에서는 애니비아로 상대를 꽁꽁얼렸다. kt 롤스터전에는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운명을 적극 활용해 상대를 세차게 흔들었다. 오리젠은 '엑스페케'의 챔피언에 맞춰 팀 색깔을 카멜레온처럼 바꿨다. 남은 대진에서 오리젠을 상대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엑스페케'에 대한 치밀한 견제가 필요하다.
※ '엑스페케' 경기기록 : 3전 3승 0패 KDA 10.3


■ 2015 월드 챔피언십 시즌 5 1주차 가장 아쉬웠던 팀&플레이어


역시 두말할 여지없이 LGD다. S등급을 받은 것에 무색하게 제대로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LGD는 기세를 타는 팀이다. 특히, 정글러 'TBQ', 미드라이너 'GODV'가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여준다. 이 두 선수의 컨디션이 최상일 때 LGD는 EDG를 상대로 3:0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두 선수가 제 실력을 보이지 못하니 팀이 전체적으로 흔들렸다.

그중에서도 'TBQ'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1경기에 자신의 주챔프인 바이로 형편없는 경기력을 선보이자 자신감이 많이 흔들린 모양새다. 앨리스, 누누 등으로 다음 경기에 등판했지만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TBQ'가 부진하자 미드라이너 'GODV'도 함께 흔들렸다. 'GODV'는 상대를 압박하면서 격차를 벌려나가지만 'TBQ'가 상대 정글에게 휘말리니 공격성을 발휘할 수 없었다. 지금 LGD에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2주 차 남은 휴식기간 동안 빨리 제 정신을 찾아야한다.
※ 'TBQ' 경기기록 : 3전 0승 3패 KDA 0.9


■ 2015 월드 챔피언십 시즌 5 1주차 명장면

대회 첫 펜타킬을 달성한 '볼즈'가 주인공이다. 오랫동안 C9의 탑 라이너로 활약한 '볼즈'지만 국제대회에서 단 한 번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경기력이 준수했지만 눈에 띄는 실력을 가진 선수는 아니다. 그런 '볼즈'가 대회 첫 펜타킬을, 그것도 탑 라이너로 해냈다. '볼즈'는 이번에 해낸 펜타킬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