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국 게임 시장은 과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많은 사람이 이민을 갔던 것처럼, 게임 개발사에게는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게임 전문 시장 조사기관 뉴주(Newzoo)는 2016년 모바일게임 시장의 맹주가 중국이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하는 등 중국 게임 시장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데요.

▲ 시장 조사 기관 뉴주(Newzoo)는 2016년
모바일게임 시장의 맹주는 중국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하지만 기회의 땅이라고 누구나 성공하고 부를 거머쥘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아메리칸 드림이 그랬듯이 중국 게임 시장 역시 수많은 회사가 서로 각축을 벌이고 있을 뿐 아니라, 안팎으로는 저작권 침해 및 불법다운로드가 만연하고 있는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모바일게임의 경우 더욱 취약한 상황이죠.

강제 중국 진출. 업계 관계자들에게 있어선 우스갯소리로 자신들의 해킹된 앱에 대해서 이런 말을 한다고 하는데요. 이런 해킹된 앱들에 대해 알아보기에 앞서, 왜 중국 마켓이 불법의 온상이 됐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마켓의 파편화, 블랙마켓 판치는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


중국 마켓이 어째서 해킹 앱 및 불법적인 자료가 올라오는 블랙마켓화 됐는지를 알기 위해선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중국에는 구글의 정식 마켓인 플레이 스토어가 없습니다.

이는 2010년 있었던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 조치에 대한 마찰에서 비롯됐습니다. 중국의 인터넷 검열과 관련해서 구글이 검열을 중지하겠다고 밝혔고, 그 결과 중국 정부와 공개적 충돌 끝에 거의 모든 사업을 중단하고 철수했죠.

그리고 그 빈자리는 중국 자국 마켓들의 자리가 됐습니다. 텐센트, 바이두, 완또우지아, 샤오미 등 여러 개발사가 자사의 마켓을 만들게 됐고, 그로 인해 마켓들이 난립하게 됩니다. 이런 경쟁 속에서 블랙마켓을 흡수하고 커지다 보니 마켓의 성장과 그에 대한 부작용으로 온갖 해킹 앱들도 심심찮게 올라오는 상황에 이르게 된 거죠.

▲ 중국 대표 마켓 중 하나인 텐센트의 마켓. 해킹된 앱 및 APK 파일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가장 큰 이유는 먼저 저작권 보호에 무관심한 중국 정부의 태도에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2014년부터 저작권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도 여전히 중국 마켓에서 불법적인 자료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으며, 그중에는 해킹된 후 현지화까지 해서 마치 정식으로 퍼블리싱한 거로 위장한 사례 역시 있었습니다.

자국 마켓을 이용하는 건 내수를 활성화 시키는 방안이기도 합니다. 실제 중국의 모바일게임 시장은 매년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죠. 하지만 그 이면에 해킹 앱들이 범람하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 게임 시장이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보여주고 있는 단편이기도 합니다.



국내 게임사 피해 사례들


해킹된 게임들을 조사하면서 '정식으로 퍼블리싱하는 게임을 제외하고 해킹되지 않은 앱들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만큼, 중국의 마켓은 이미 블랙마켓이라고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 딤 라이트(Dim Light)

⊙개발사 : 산배 ⊙장르 : 어드벤처 ⊙가격: 1,990원

1인 개발사 산배의 모바일게임 '딤 라이트'는 좀비 사태가 퍼진 병원을 손전등에 의지해서 탈출하는 호러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게임은 특유의 절제된 분위기와 사운드 등으로 호평을 받았는데요. 현재 안드로이드에서 1,990원에 유료로 판매하는 만큼, 이런 불법 해킹 사례는 치명적인데요.

현재 중국에 '微光' 라는 이름으로 무료로 올라와 있는 '딤라이트'는 게임 언어의 현지화뿐 아니라, 게임 내부의 소스코드를 변경해 광고 플랫폼을 삽입해서 수익을 가져가는 등 전형적인 악성 해킹 앱으로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놀랍게도 '딤 라이트'는 각기 다른 2개의 현지화 버전이
마켓에 올라와 있어, 중국 마켓이 저작권 보호에 얼마나 무관심한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 게임 내부 언어도 현지화된 걸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의 불법 해킹과 관련해 기자와 내용을 주고받은 산배의 오범수 대표는 "게임이 불법 해킹된 것보다는 게임 속에 광고를 넣어서 게임의 분위기를 깨뜨린 부분에서 더욱 화가 났다."라는 다소 독특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한편, 불법 해킹의 대응책에 대한 물음에 오범수 대표는 "해킹된 버전을 확인한 직후, 앱 보안 서비스를 사용했고 이후로는 최신 버전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대응에 대해서는 인터넷을 통한 고객센터 등을 운영하지 않고 있었으며, 전화번호만 제공하고 있어서 대응하지 못했다."라고 말해 실질적인 대응의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 데드 아이즈(Dead Eyes)

⊙개발사 : 로드컴플릿 ⊙장르 : 어드벤처 ⊙가격: 2,999원

'크루세이더 퀘스트'로 유명한 로드컴플릿의 호러 어드벤처 게임인 '데드 아이즈' 역시 강제 중국 진출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데드 아이즈'는 중국명 '死亡之眼'라는 이름으로 여러 마켓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탈옥한 iOS에서 설치할 수 있는 파일 역시 찾아볼 수 있어서 대륙의 스케일이란 부분을 실감할 수 있었는데요.

▲ 텐센트, 바이두 등의 정식 마켓에 당당히 올라와 있던 '데드 아이즈'

'데드 아이즈'의 경우 게임 내 글자가 적은 만큼 이러한 불법 해킹에 더욱 취약했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제목과 몇몇 UI만 수정하면 됐으니 수월한 편이었겠죠.

이와 관련해서 혹시 퍼블리싱을 통해 진출했는지를 묻는 기자의 물음에 개발사인 로드컴플릿 측은 "중국 퍼블리싱을 하진 않은 상태지만, 불법 해킹의 전형적인 케이스여서 그리 놀랍지도 않다."고 말했습니다. 로드컴플릿의 답변을 통해, 막을 수 없는 중국 불법 해킹에 무덤덤한 모습은 어딘지 씁쓸하기까지 했습니다.




◎ 포춘 시리즈(Fortune Series)

⊙개발사 : 도톰치 게임즈 ⊙장르 : RPG ⊙가격: 1,000원 / 3,000원

1인 개발사로 시작한 도톰치 게임즈의 '포춘 시리즈' 또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쯤 되니 오히려 정식 퍼블리싱 된 게임을 제외한 거의 모든 게임을 중국 해커들이 해킹해서 올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는데요.

▲ 정식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리버스 오브 포춘 2' 타이틀 화면

▲ '소서리스 오브 포춘' 역시 거의 완벽하게 현지화된 걸 볼 수 있습니다

'命运重生2', '女巫重生'라는 이름으로 중국 마켓에 올라온 '포춘 시리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장석규 대표는 "화가 난다기보다는 어이가 없었다. 남의 저작권을 그대로 가져다 쓰고 아무렇지 않아 하는 파렴치함이 만연한 시장이 신기하기도 했다."라고 말해 중국 마켓을 보고 느낀 개발자의 감상을 단적으로 표현했습니다.

한편, 이와 관련해서 퍼블리싱 및 대응에 대한 물음에 장석규 대표는 "소규모 개발사이다 보니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그보다, 구글에서 조만간 중국 스토어가 다시 오픈한다고 하니 이후 글로벌 원빌드로 출시할 예정이다."라고 밝혀 직접적인 대응보다 향후 구글 마켓이 중국에서 재오픈 함으로써 정식으로 서비스하기를 기대했습니다.




◎ 던전 999F

⊙개발사 : 문틈 ⊙장르 : RPG ⊙가격: 무료 / 999원

1인 개발사인 문틈의 지국환 에반젤리스트가 개발한 '던전 999F'의 경우는 약 5월부터 해킹된 버전이 유포되고 있었습니다. 완벽하다고 할 정도의 현지화 작업이 된 '던전 999F'는 '地牢999层'라는 이름으로 여러 중국 마켓에 올라왔는데, 중국 마켓에서는 소개 페이지에 일본에서 개발됐다고 적히는 등 잘못 소개되기까지 했습니다.

해킹 앱에다가 잘못 소개하기까지 하는 모습을 통해 다시 한 번 중국 마켓의 허술함이 느껴졌습니다.

▲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정식으로 중국 퍼블리싱을 한 것으로 생각되는 퀄리티

개발자인 지국환 에반젤리스트에게 문의해본 결과 "몰랐던 사실이다. 일단 마켓 측에 내려달라는 요청과 함께 업로드한 개발자에게 메일을 보내볼 생각이다. 이렇게 벌써 해킹돼서 출시된 상태라면 향후 중국 출시와 관련해서 퍼블리셔를 만나도 이야기를 진행하기 힘들진 않을까 걱정이다."라며, 중국 출시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습니다.

또한, 지국환 에반젤리스트는 대응에 대해 소규모 개발사의 어려움을 밝혔는데, 그는 "개인 개발자다 보니 언어적 문제가 크다. 그리고 파편화된 중국 마켓 어디에 등록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힘든 것도 있다. 한편으론, 과연 대응한다고 이것이 해결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라는 그의 말을 통해, 불법 해킹에 대한 개발자의 허탈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국환 에반젤리스트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화가 나기보다는 중국 시장에 대한 불만을 언급했는데요. 그는 "역시나 중국이다란 생각에 크게 화가 나진 않았다. 오히려 보안에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불법다운로드를 애초에 막을 순 없지만, 공식적으로 출시하게 되면 어느 정도 정상적인 유저라도 유입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는 만큼, 이런 블랙마켓은 중국 정부 차원에서 철퇴를 가해줬으면 싶은데 과연 그런 일이 생길까 의문이다."라고 말해 중국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씁쓸함을 내비쳤습니다.


이런 불법 해킹에 대해서 가장 우려스러웠던 부분은 중국 마켓의 미온적 태도였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흥망이 결정되는 모바일게임의 특성상 해킹 앱의 존재는 치명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켓에 연락을 취한다고 해도 이미 해킹 앱은 퍼질 대로 퍼져버려 개발사는 중국 진출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되는 현실입니다.

또한, 대응에 앞서 자신들의 게임이 해킹되고 중국 마켓에 불법적으로 올라온 걸 모르던 개발사도 부지기수였습니다. 실제로 문틈과 로드컴플릿의 경우 인벤에서 직접 연락을 하기 전까진 자신들의 앱이 해킹돼 중국 마켓에 올라갔단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폐쇄적이고 파편화된 중국 마켓의 특성상 개발사가 자신이 만든 앱이 해킹된 사실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부분 또한 크게 우려됐습니다.



블랙마켓화된 중국의 안드로이드 마켓. 그 대응책은?


소규모 개발사 입장에서는 단속할 인력도 부족할뿐더러 해킹 앱을 올린 업체에 연락하는 것부터 어려움이 있어, 결국 대응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아쉽게도 소규모 개발사가 할 수 있는 대응책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모바일 보안 서비스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자

모바일 앱은 이전부터 보안에 취약하다는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다양한 보안 서비스가 등장했습니다. 불가능한 얘기에 가깝지만 애초에 뚫릴 위험 자체를 막아버리는 거죠. 현재 국내에서는 '앱실링'과 '방클'이 잘 알려졌습니다.

우선 잉카엔트웍스의 '앱실링'은 클라우드 기반의 모바일게임 앱 보안 서비스입니다. 말 그대로 게임 앱에 특화된 보안 서비스를 제공해 게임 소스 유출과 게임 내의 변조를 막는데 특화된 거죠.

한편, '앱실링'은 현재 페이스북 커뮤니티 '인디라! 인디게임개발자 모임'을 통해 '앱실링' 300만 원 크레딧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프로모션은 올해 런칭 예정작이 있는 인디 개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만큼, 많은 인디 개발사들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모바일게임에 특화된 강력한 보안 서비스를 자랑하는 '앱실링'

또 다른 보안 서비스 '방클'은 중국 앱 보안 서비스 부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서비스입니다. '방클' 또한 보안 솔루션을 통해 코드 불법 수정 및 삽입, 불법 광고 부착, 결제 우회 등을 막아낼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방클'이 제공하는 독특한 서비스가 있는데요. 자신의 앱이 해킹됐는지를 모르는 고객을 위해 중국 채널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채널 모니터링 서비스는 중국의 다양한 앱 데이터를 확보해 고객의 해킹 앱을 찾아내는 서비스로 이를 통해 자신의 앱이 해킹당해 중국 마켓에 올라왔는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 '방클'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앱이 해킹당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바일 보안 서비스도 완벽하진 않습니다. 게임 업계에서는 창과 방패의 대결에서 승자는 항상 창이라고 말합니다. 결국은 뚫리는 것을 전제로, 늦느냐 빠르냐의 차이만 있는 현실이 씁쓸하기까지 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저작권 보호에 대한 강경한 대응이 필요

실제 소규모 개발사가 할 수 있는 대응책에는 한계가 있었는데요. 그저 보안을 강화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응이 불가능했죠. 이에 인벤이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연락해 소규모 개발사를 위한 대응책은 없는지 물어봤습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인벤과의 통화에서 "위원회의 국제 협력팀을 통해 저작권 침해에 대응하고 있다. 국제 협력팀으로 침해 사실에 대한 내용 증명을 해주면 보내준 자료를 갖고 위원회가 취합해 중국 판권보호중심과 공조해 시정 조치를 하고 있다"며 "보통 90%의 경우는 해결되지만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개발사와 위원회가 논의해서 풀어나가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대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모바일게임은 단시간에 흥망이 결정됩니다. 2015 차이나조이에서 펑 루 텐센트 부사장은 "중국은 석 달마다 6,000개 모바일게임을 출시한다"고 밝혔는데요. 하루에도 수십 개의 게임이 나오는 중국 시장에서 해킹 앱의 존재는 중국 진출을 꿈꾸는 개발사에게 큰 장애물로 다가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2014년, 1조 3000억 원이 넘는 규모를 기록할 만큼 거대하게 성장했습니다. 또한, 중국은 향후 가장 거대한 게임 시장을 갖게 될 것이라고 관측되고 있죠. 이렇듯 거대해진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도 중국 정부의 강경한 대응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