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동생이 말했다. "형 나 옷 좀 사러 나갈 건데 같이 갈래?" 뜬금없다. 옷 사러 가려면 나가서 약 200미터를 걸어간 이후 버스를 타고 약 25분을 가야 한다. 그러고 나면 우리가 목표로 하는 아웃렛 건물이 나오는데, 거기서 또 내가 원하는 옷을 찾으려면 한동안 건물을 들쑤시고 다녀야 한다.

"귀찮은데…."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제대로 옷을 사려면 가는 것이 좋다. 직접 보고, 또 입어보고 사면 적어도 품질 때문에 귀찮아질 일은 없으니까. 중요한 건, 나에게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는 거다. 동생과 왕복 1시간의 시간을 들이고, 가서 더 오랫동안 돌아다녀 제대로 된 옷을 사느냐, 혹은 컴퓨터를 켜고 조금의 고민 후 약간 불안한 구매를 하느냐. 사실 통상적인 경우, 90%는 컴퓨터를 켠다. 이유는 하나다. "귀찮아"

▲ 사긴 사야겠고... 직접 가자니 귀찮고...

하지만 이 약간의 불안함조차 없는 시장도 있다. 바로 '소프트웨어'. 인터넷을 통해 사나, 직접 가서 사나 다를 게 전혀 없다. 직접 가서 살 때의 메리트라고는 '책장에 꽂아 두고 집에 오는 사람에게 자랑할 수 있는 무언가'를 얻는 정도일까? 하지만 난 알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소프트웨어는 인터넷으로 사는 게 더 편하다고 생각한다는 걸.

그리고 이 시점에서 튀어나와줘야 할 것.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 '스팀'이다. 내 집 의자에 앉아 편하게 게임을 살펴보고, 그 자리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편안함, 그리고 미친듯한 세일과 원 버튼 환불 정책. 다양한 게임을 즐기는 하드코어 게이머들에게 '스팀'은 또 하나의 집과 같다. 과장이라고? 솔직히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닐텐데…?

▲ 아마 익숙한 유저들이 많을 거다

게임산업 전반의 재미있는 이슈들을 하나씩 짚고 넘어가는 '게임이슈 콕'. '스팀'에 대한 이야기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게임 산업 전반에 이렇게 강력한 영향을 끼친 사례가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이렇게 준비했다. 오늘의 주제. '스팀'의 탄생, 그리고 그 이전에 빼놓을 수 없는 개념인 'ESD'가 무엇인가? 까지 쭉- 살펴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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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D'?? - 그거 무슨 약 이름 아니냐?

일단 우리가 알아야 할 건 'ESD'가 도대체 뭘 말하는 것인가이다. ESD를 풀어쓰면 'Electronic Software Distribution'. 한글로 나타내면 '전자 소프트웨어 유통' 정도로 말할 수 있다. 어차피 '소프트웨어'는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상품이 아니니, 컴퓨터나 전자 기기에 설치만 하면 땡이다. 이 말은 곧, 굳이 상점에 가서 소프트웨어 디스크를 산 다음, DVD 리더나 USB 등을 통해 컴퓨터에 설치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바로 데이터를 내려받아도 상관없다는 이야기. 바로 그 방식의 유통을 통틀어 'ESD'라고 한다. (사실 이 정도만 설명해도 똑똑한 우리 독자님들은 다 감을 잡았을 거다. '아 그걸 ESD라고 부르는 거구나?')

하지만 ESD가 널리 퍼진 것은 그리 오래전 이야기가 아니다.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고 가정마다 깔리기 전, 데이터를 '다운로드'받는 것은 내 통장이나 그리고 집 전화선에 엄청난 부담이었다. 게임 좀 했다가 전화비가 20만 원이 터지고, 어머니 손에 내 등이 같이 터지는 판국에 인터넷으로 게임을 내려받는다? 어불성설이다. 그나마 2000년대가 가까워지면서 'ADSL'(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이 보급되고 하면서 조금씩 소프트웨어를 '다운받는다'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그전 세대, 즉 '천리안'이나 '나우누리'등을 사용하던 PC 통신 시대엔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자료실'에 들어가 가벼운 데모 게임 정도나 받는 정도였지.

▲ 전화비 고지일 = 둠스데이 공식

그러나 '고속 인터넷'이 일상적인 생활 인프라로 자리 잡으면서, 더는 소프트웨어에 '현실의 세계'는 가야 할 필요가 없는 공간이 되어 버렸다. 판매자로서도 소프트웨어를 하나하나 디스크에 구워 깔끔하게 포장하고, 정성 들여 인쇄한 설명서와 함께 상자에 넣어 진열하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은 출혈이었다. 포장비용도 짜증이 나는데, 상품을 보관할 창고도 마련해야 하지, 배송은 또 공짜로 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공들여 생산했는데 제품이 폭망해 버리면?! 우리는 망한 소프트웨어의 재고가 어떻게 되는지 뉴멕시코의 사막을 통해 알 수 있다.

▲ 폭망한 게임 재고의 처리법1 : 사막에 묻는다

그 때문에 ESD라는 시스템은 비용 절감과 과정 단축이라는 유통 역사에 길이 남을 어드밴티지를 품고 급격한 성장을 이루게 되었으며, 현재는 현대인 생활의 전반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인터넷 쇼핑? 고작 그런 정도가 아니다. 당신이 헬스장에서 조깅을 하며 음악을 듣는 '멜론'도 ESD이고, 스마트폰에 사용할 어플리케이션을 구하는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아이튠즈 스토어도 죄다 ESD다. 아니 그냥 쉽게 말해 결제 후 내려받는 건 죄다 ESD다.


■ '스팀' - 배틀넷인줄 알았는데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ESD가 한창 소프트웨어 유통망을 잠식해가는 와중, '하프라이프'와 '카운터스트라이크'의 대성공으로 춤을 추던 '밸브 코퍼레이션(이하 밸브)'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한다. "게임을 사서 등록만 해 두면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떨까?". 그리고 2002년, 밸브는 '스팀'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서비스하게 되는데, 사실 초창기의 스팀은 ESD하곤 사뭇 다른 성격을 띠고 있었다.

말인즉, 게임을 사서 플레이하는 플랫폼이 아닌, 내 게임을 보관하고 다른 이들과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매칭 서비스를 주력으로 삼았다는 뜻이다. (이런 서비스들을 국내에서는 국민 게임업체 '블리자드'의 네임파워 덕에 보통 '배틀넷'으로 부르곤 했다.) 사실 이런 방식의 매칭 서비스 프로그램들은 스팀이 최초가 아니었는데, 나를 비롯한 '아저씨' 대열의 게이머들이라면 한 번쯤 거쳐 지나간 '레인보우 식스'의 멀티플레이용으로 쓰이곤 하던 '게임스파이'와 비슷한 서비스들이 그전에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 멀티플레이를 위한 프로그램은 익히 존재했다.

이 때문에 초창기의 스팀은 더는 IP를 직접 입력해 게임을 하기 귀찮은 '카운터스트라이크' 유저들이나, 중력건의 손맛을 잊지 못한 하프라이프2 데스매치 유저들이 애용하는 매칭 프로그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게임을 등록하는 방식도 한정적이라 오프라인 매장에서 산 다음 시디키를 등록해야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스팀'은 하나의 게임 때문에 바뀌게 된다. 밸브가 직접 개발한 게임이 아닌, 타사의 게임으로는 처음 스팀에 들어온 게임. 바로 영국의 개발사 '인트로버젼'의 인디 RTS인 '다위니아'이다.

▲ 스팀에 최초로 등록된 타사의 게임인 '다위니아'


■ '독주' - 스팀을 막아야 하는데 이길 수가 없다

이후 스팀은 자사의 게임뿐만 아닌, 다른 개발사들의 게임을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흡입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게이머들의 유입량도 폭증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장이 커지며 상품은 더 많아지고, 이용자들의 수는 더 늘어났다. 시장 성장에서 보기 드문 무지막지한 선순환이 시작되어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아쉬움이 없어졌기에 밸브 타임이 이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음 작품은 언제 나오나요!", "내년 봄쯤 나올 겁니다", '음 그렇다면 내년 겨울쯤 나오겠네')

흥할 수밖에 없는 것이, 스팀이 ESD의 길을 밟기 전, 게임을 사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물론 내가 밖에 나가기보다는 이불 밖을 두려워하는 히키코모리라는 점을 고려해도, '패키지 PC게임'이란 산업은 온라인 게임의 부흥과 함께 뒤로 한참 밀려버린 '구시대 유물' 취급을 받았기 때문에 매장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전자상가 구석 어딘가에 파리와 함께 소일거리하고 있는 주인아저씨에게 말해보아도 타이틀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 그나마 수도권에 사는 이들이라면 용산이나 신도림, 국전 등에서 어찌어찌 구하곤 했지만, 지방에 사는 이들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동네 마트에 들어오길 간절히 바라는 수밖에.

▲ 오프라인 매장 찾는 일부터가 한숨나온다

한국만 그런 것도 아니다. 어쨌거나 스팀은 미국에 기반을 둔 밸브의 작품이고, 미국이라고 오프라인에서 게임을 사는 게 마구 편한 것도 아니다. 물론 '게임스탑'을 위시한 게임 삽들이 곳곳에 퍼져 있고, 게임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매장이 있는 만큼 발품을 조금만 팔면 구할 수 있지만, 인터넷은 압도적으로 편하다. 무엇보다 그 동네는 집 앞을 가도 차를 꺼내야 하는 동네다.

덤으로 뭔가 이슈가 있을 때마다 터지는 세일의 행진(액티브X도 없다! 만세!)은 유저들의 구매욕에 불을 댕겼고, 결국, 스팀은 '게임 ESD'라는 거대 시장에 뛰어든 후발 주자들을 자비 없이 찍어누르며 말 그대로 '군림'하기 시작했다. 후발 주자로서는 따라갈 수가 없다. 선점 효과도 선점 효과이지만, 스팀은 단순히 '판매'라는 목적뿐만 아니라 커뮤니티의 제공, '모드'의 적극적인 지원(한 때 모드 유료화를 공지해 욕을 먹었지만, 분위기를 파악한 밸브가 급히 철회했다.), 그리고 트레이딩 카드나 '스팀 월렛'이라는 미친 듯이 편한 자금 관리 수단 등. 스팀은 항상 타 ESD보다 앞선 시스템을 보여주었다. 타 ESD의 장점은 몇몇 독점 타이틀뿐이었지만, 그마저도 오히려 스팀에 등록하는 것이 수익 면에서 더 나은 상황. 이길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 보통 이런 식으로 나오니 타 ESD가 따라잡으려 해도 힘들 수밖에

이 때문에 현재 게임 ESD 시장은 다소 기형적인 형태를 띠게 되었는데, '오리진'이나 '유플레이'처럼 퍼스트 파티, 혹은 자체 개발진을 가진 배급사들이 직접 운영하는 나름 건실한 ESD가 있는가 하면, 'G2A'나 '그린맨게이밍', 그리고 한국의 '다이렉트게임즈'나 '네이버게임'처럼 다른 거대 ESD와 계약해 공생하는 형태의 리셀러 사이트들이 혼재하고 있다.

▲ 스팀에서 사용되는 CD키를 대행 판매하는 '다이렉트 게임즈'도 ESD로 볼 수 있다.


■ '부작용' - '대 복돌시대의 시작' 정품을 샀는데 쓰기가 어려워...

하지만 이 이상적으로만 보이는 거대 게임 ESD '스팀'도 부작용을 피할 순 없었다. 아니 엄연히 말하자면, '스팀'의 문제가 아닌 'ESD'의 문제이지만, 오늘 이 시간은 ESD에 대한 내용도 함께 다뤄보는 시간이니 짚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다. 이렇게만 보면 '우와 스팀 짱! ESD 짱!' 같지만, 현실이 언제 그렇게만 흘러가던가.

뭐 사소한 단점은 많다. 일단 '계정'이라는 다소 불안정한 수단에 내 구매 내용이 모두 저장되고, 내 재산이 등록되는 개념이다 보니 해킹에 무지막지하게 약하다. 물론 ESD에서 지원하는 가드 프로그램이 우리의 소중한 계정을 보호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업체들의 꾸준한 노력이 있기 때문에 조금은 안심할 수 있지만, 게임을 훔쳐가는 이상한 도둑이 들지 않는 한 잃어버릴 일이 없는 패키지에 비하면 불안하긴 하다. 그리고 ESD가 뜨면서 실물 포장, 유통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던 업체들의 밥줄이 끊겨버리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고.

▲ '계정'이 해킹당하는 순간 내 재산이 몽땅 털린다. 그런 일은 드물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불법 복제'가 전보다 훨씬 쉬워졌고, 오히려 불법 복제가 더 게임을 즐기기 편한(?) 이상한 상황이 펼쳐졌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소프트웨어'는 분명히 저작권을 갖고 있지만, 저작권을 보호받기 굉장히 어려운 산업이기 때문에 개발사들은 프로그램에 강력한 보안 체제를 갖춰두기 마련이다. 특정 조건에서는 잠금이 걸려 실행이 되지 않는다든가, 복사가 불가능해지는 식인데, 이를 또 전문적으로 뚫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들을 일컬어 '크래커(Cracker)'라고 부른다.

문제는 막는 것보다 뚫기가 더 쉽다는 거다. 과거 CD를 통해 게임이 유통되던 시절부터 이 크래커들은 그룹을 만들어(릴리즈 그룹, 흔히 릴그룹이라고 하며, RAZOR1911이나 SKiDROW 등이 유명하다) 게임사들의 각종 보안 장치들을 녹다운 시키고 다녔는데, 이제 아예 설치용 바이너리 파일들을 직접 내려받게 되다 보니 그 과정이 전보다 훨씬 쉬워졌다. 보통 게임이 풀린 후 1일에서 2일 후면 보안 장치들이 산산조각 나고, 각종 웹하드에서 볼 수 있게 될 정도다.

▲ 대표적인 릴그룹 RAZOR1911의 로고, 암흑기를 헤쳐나온 게이머라면 한 번쯤 봤을 것이다

여기서 더 큰 문제가 되는 건, 개발사들이 이 크래커들을 막기 위해 눈물을 흘리며 짜낸 'DRM(Digital Rights Management)'이 크래커의 손에 손쉽게 박살나기 일쑤고, 오히려 DRM이 정품을 구매한 유저들을 괴롭히게 되는, 상상 이상의 역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거다. DRM만 문제가 아닌 것이, 보통 ESD로 게임을 판매하는 게임사들이 용돈 벌이로 끼워 넣는 'DLC(추가 구매가 필요한 다운로드 콘텐츠)'나 'ULC(이미 들어 있지만, 돈을 내야 사용할 수 있는 잠금 콘텐츠)'들을 크래커들은 몽땅 뚫어버리고 한번에 묶어서 내놓는다.

이 때문에 정당하게 돈을 내고 게임을 산 이용자들이 오히려 너무 불편해서 불법 복제 게임을 내려받아 버리는(이른바 하프복돌이), 진짜 뭐 이런 상황이 있나 싶은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이제는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DRM 무용론'이 정설로 여겨지고 있는 상황. 흔히 '복돌이'로 불리는 불법 복제품 사용자들과 개발자들의 전쟁은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 불타는 상황이다.

▲ 슬슬 정설이 되어가고 있는 'DRM 무용론'


■ '92%' - 게임 유통 산업의 '대세', 앞날은 여전히 '청신호'

전 세계 PC 게임 판매량에서 '다운로드'가 차지하는 비중에 대한 2014년 여름 기준 연구 결과다. 92%. 이제 게임을 직접 사서 쓰는 사람이 채 10%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게다가 전망은 더욱 밝다. 오프라인 구매와 온라인 구매의 차이가 전혀 없는(물론 기념할 물건은 남지만) 소프트웨어의 특성상, 인간 내면의 강력한 본능인 '귀찮음'을 해결해주는 ESD가 망할 일은 없다고 봐도 좋다.

▲ 'PCR-Online'의 기사 참조

확실히 이제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에서 호모 귀차니즈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어릴 적 E.T를 보면서 '이대로 살다간 진짜 저렇게 될지도 모르겠다.'라고 느꼈던 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점점 더 편해지는 세상을 바라보면 아무래도 뱃살 전선에서 적색경보가 꺼질 일은 없을 듯싶다. 그만큼 늘어가는 내 스팀 라이브러리를 보고 있자니 아무래도 예상이 아닌 확정이다.

'ESD', 그리고 '스팀'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의미는 '유통'이라는 시장의 허리를 담당하는 과정에서 기름을 쭉 빼고, 슬림한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점일 거다. '게임'이라는 산업에 가장 최적화된 유통 시스템의 구축. ESD의 발현과 '스팀'의 등장은 일견 필연일 수도 있으나, 그만큼 게임 역사의 흐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다. 안 그래도 집에서 잘 나오지 않는 나와 같은 이들을 더 안 나오게 만들어버렸지만, 아무렴 어떤가? 어차피 인류의 발전은 전쟁 아니면 '편함'을 향한 갈망 덕분에 이뤄진 것 아닌가.

▲ 스팀만의 일이 아니다. 게임 ESD는 점점 더 커지는 중이니까

앞으로의 게임 유통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는 감히 가늠할 수 없다. 감히 상상해본다면, 하드웨어 연산까지 서버에서 알아서 처리해 주고, 개인 이용자는 입, 출력 장치만 있으면 게임이 가능한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지금보다 통신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중요한 건, 아직 ESD 시장은 청신호가 켜져 있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성장하면서 '게임'이라는 산업을 지탱할 것이란 사실이다. 게임을 즐기는,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앞으로 게임 관련 ESD가 어떻게 발전할지, 그리고 그 선두에 서 있는 '스팀'이 어떤 선물을 안겨줄 지 함께 바라보는 것도 즐겁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