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만평은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점점 늘어나는 한국 선수들의 숫자와 활약에 대한 내용입니다.

엎치락 뒤치락, 거듭된 예측 불가의 승부들로 흥미로웠던 롤드컵 시즌 5. 이제 어느덧 결승만을 앞두고 있습니다. 조별 예선과 16강, 8강, 4강 준결승전을 거쳐 결승전에 올라온 단 두 팀은 SKT T1과 KOO 타이거즈입니다. 전세계에서 LoL을 가장 잘 하는 선수들이 맞붙었지만, 결국 한국 팀들만이 남게 된 것이 한 사람의 한국 e스포츠 팬으로서 자랑스러운 기분입니다. 하지만 대륙 간의 승부를 내심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약간의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작년의 화려했던 롤드컵이 끝나고, 한국 LoL 리그의 위상은 전 세계 리그의 관점으론 사실상 침체기에 있었습니다.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실력으로 우승컵을 멋지게 들어올린 삼성 화이트는 물론 그에 못지않은 형제팀 삼성 블루가 모두 분해되고, 이제는 전설로 남은 SKT T1 K, 패기있던 KT 롤스터를 비롯한 다양한 국내 팀들의 멤버 대다수가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로 교체되거나 해외 팀으로 발을 돌리기도 하였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촉망받던 국내 팀들은 IEM 시즌9 월드 챔피언십이나 MSI에서 기대와는 다른 부진한 활약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을 하릴없이 지켜보는 팬들은 물론, 수많은 e스포츠 관계자들 역시 한국 LoL 리그의 수준과 장래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2015 스베누 LoL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시즌과 섬머 시즌을 지나며, 한국 팀들은 수많은 우려들을 딛고 예전과 같은 끊임없는 노력과 신선한 연구를 거듭했습니다. 불안했던 신생 팀들은 하나 둘 가능성을 보여줬고, 과거의 강팀들은 잠시 잃었던 힘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롤드컵 시즌 5에서는 한국의 두 팀이 결승전에서 만나게 되며 넘을 수 없는 한국의 실력을 여실히 증명해내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한국 사랑이 여실히 느껴지는 해설위원 '김몬테' 몬테 크리스토는 방송 중 재미있는 농담으로 한국의 위상을 표현했습니다. '시즌 2에서는 결승에서 한국인 5명이 등장했지만 패배를 했고, 시즌 3에서는 한국인 5명이 결승에 올라와 승리를 했다. 시즌 4에서는 한국인 7명이 올라와 우승을 했고, 이번 시즌 5에서는 한국인 10명이 등장해 역시 한국이 우승한다.' 마치 한국인이 점점 증식을 하는 듯한 느낌이지만,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거친 무대에서 시간이 갈수록 성숙해지는 한국의 경기력을 한 번에 실감나게 해주는 멘트였습니다.

시쳇말로,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은 재벌 걱정과 연예인 걱정이라고 합니다. 다양한 사건과 빠르게 변하는 여론, 분위기 속에서의 한국 e스포츠는 언제나 많은 걱정을 안고 달려갈 수밖에 없는 '만년 과도기'에 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에서 해가 지날수록 안정적이고 멋진 활약을 보여주는 국내 팀들을 보며, '이대로만 잘 해 준다면, '한국 e스포츠 걱정' 역시 '쓸데없는 걱정 Best 3' 안에 들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이상하고 희망차고 소소한 상상을 슬쩍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