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지역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심리스 월드, 자연 현상 하나까지 모조리 실시간으로 변화하게 하는 생태계 시뮬레이션, 경제, 사회 커뮤니티를 분석하는 복잡계, 그리고 가죽 장화까지 끓여 먹는 아이템 제작 기획까지.

부분부분 때어놓고 보아도 강연 한 시간을 가득 메울 정도로 실험적인 요소를 듬뿍 첨가한 '야생의 땅: 듀랑고'는 유저는 물론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가장 핫한 게임 중 하나다. 기존 모바일 게임은 물론 PC게임에서도 보기 어려운 개척형 오픈 월드 게임을 '스마트폰이라는 제한된 플랫폼으로 온전히 구현할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강연을 통해 조금씩 공개되는 소량의 이미지와 한정된 영상만 공개되는 통에 게임 개발 진척상황을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 낸 듀랑고의 맛을 온전히 느끼기에도 부족했다.

그렇게 기대감만 커지는 11월. 베일에 가려 실루엣만 아릿하게 보였던 듀랑고가 최초로 플레이 가능한 시연버전을 들고 대중 앞에 섰다. 비록 짧은 프롤로그뿐이지만, 보다 심도 있는 플레이가 가능한 리미티드 테스트를 진행함을 밝히며 듀랑고의 본격적인 모바일 출정을 천명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파파랑'이라는 닉네임으로도 잘 알려진 왓스튜디오의 이은석 디렉터와의 문답을 통해 듀랑고에 대한 그간의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Q. 취업 준비생, 주부 등 초반에 선택한 캐릭터의 특성이 추후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는가?

초반 직업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진행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극 초반에 주부를 선택했다는 이유로 사냥에 나서지 못하게 만들어서는 안 되니 말이다. 캐릭터 선택은 게임 초반 몇 시간 정도만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편, 캐릭터 선택에 따른 변경점은 리미티드 테스트에서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다.



Q. 계절 변화나 시간의 변화는 게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계절의 변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기후와 낮과 밤의 변화가 존재하며 이에 따른 동물들의 행동 양식이 달라진다.


Q. 주요 자원의 공급과 소모가 중요할 듯하다. 자원은 어떻게 지급되는가?

게임에 존재하는 섬은 크게 안정된 섬과 불안정한 섬으로 나뉜다. 안정된 섬은 거주가 중심이 되고 불안정한 섬은 탐험이 중심이 된다. 그렇기에 자원은 불안정한 섬에서 탐험을 통해 수급하며 이중 쓸만한 것을 소비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Q. 혼자 살아가기 어려운 만큼 공동체 중심의 플레이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협동 플레이는 게임에서 강요되는 부분인가?

게임에 존재하는 다양한 콘텐츠는 함께 플레이하면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또한, 자원을 공유하는 등 공동체 생활의 이점이 많기에 게임을 플레이하며 자연스럽게 공동체를 만들도록 유도했다.

게임 초반, 처음 도착한 섬을 뗏목을 타고 탈출하게 되는데 함께 플레이하는 유저와 함께하도록 설정했다. 이들은 새롭게 도착한 섬에서 함께 플레이하는 만큼 유대감을 형성하게 된다. 만약 미리 알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같이 플레이하던 유저 대신 친구와 플레이할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원하는 그룹과 공동체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공동체 생활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뗏목을 타고 섬을 떠난 후 무리에서 떨어져 따로 플레이할 수 있다. FGT(포커스 그룹 테스트)에서도 로빈슨 크루소처럼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에서 유유자적한 삶을 사는 유저도 더러 존재했다.


Q. 생존을 위시한 오픈 월드 게임에서 중요한 것이 현실성이다. 게임의 현실성은 어디까지 구현했는가?

현실적인 부분을 구현하기는 했지만 100% 현실적인 시스템보다는 '게임다운 현실감'을 목표로 제작했다. 현재 삶도 힘든데 너무 현실적이면 재미없지 않나(웃음). 게임에서는 지나치게 피곤한 요소는 배제했다.

더불어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듀랑고를 생존 게임의 대안으로 기대하는 유저가 많은데 최근 인디 게임에서 주제로 많이 사용하는 서바이벌 테마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생존 파트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생활과 개척에 집중하도록 했다.



Q. 영상에서는 탄띠나 총기 같은 현대 화기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런 현대 문명의 기술은 직접 제작할 수 있는가?

도구는 '직접 만들어서 사용할 수 있는 것'과 '현대에서 워프되어 온 도구' 등 2종류로 나뉜다. 예를 들어 현대에서 아이폰이 넘어와도 전기나 통신 시설이 없기에 바로 사용할 수는 없다. 대신 판자나 돌도끼로 사용하게 될 것이다.

총기 역시 듀랑고 세계에서 만들 수 있는 것은 화승총과 비슷한 조악한 수준의 과거 기술 정도다. 물론 워프해 온 현대식 무기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직접 만들 수는 없기에 제한적으로 사용될 것이다.


Q. 게임 초반에 스토리를 가늠케 하는 부분이 등장하는데 별도의 시나리오가 존재하는가? 혹시 존재한다면 어떻게 풀어나갈 예정인가?

세부적인 세계관이나 스토리는 많이 준비해두었다. 하지만 듀랑고는 일방적으로 스토리를 진행하는 게임이 아니고 유저들이 만든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異)세계에 흩어진 정보나 단서를 발견해 유저가 차근차근 유추해나가는 방식으로 전개될 예정이다.



Q. 듀랑고는 온라인 게임에 버금가는 규모와 시스템을 자랑한다. 그렇기에 모바일 기기라는 제약이 클 법 하다. 모바일 기기가 가진 한계와 개선 방향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가?

모바일 디바이스는 종류에 따라 성능이 다르므로 최적화가 어렵다. 특히 듀랑고의 규모를 보고 많은 분이 원활히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고사양의 최신 기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개발 초창기부터 구동 기기는 갤럭시 S3 수준을 목표로 작업했다. 이 정도면 약정이 끝난 지 2년가량이 다 될 정도이기에 기기 제약 때문에 플레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사양 한계를 낮춘 데는 풀 3D 대신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고정한 점이 크다. 스프라이트를 사용한 자연 묘사도 한몫했다. 스프라이트 사용은 일견 조악해질 수 있는 폴리곤보다 보기에도 유려하다는 장점이 있다.

최적화 외의 문제는 의사소통이다. 스마트폰은 타이핑이 가능하지만, PC만큼 편리하지는 않다. 그렇기에 모바일 시대에 알맞은 의사소통 방법을 많이 고민하고 있으며 계속 추가하고자 한다.

게임에 적용된 의사소통 법으로는 문자 대신 간단한 이모티콘을 입력하는 것이 있다. 또한, 그림을 그리거나 마이크를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실시간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 등도 현재 생각하고 있는 의사소통법 중 하나다.


Q. 피로도 같은 제약을 가하는 시스템은 없는가?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가?

게임의 스테이터스 중에 에너지나 피로도에 해당하는 요소가 있다. 하지만 기존 게임에서 흔히 사용되는 피로도와는 다른 요소다. 정확히는 낯선 생활에서 쌓여가는 불안정함에 따른 수치로 탐험 등에 페널티를 주는 수치다. 휴식 중에는 충전되어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데 기존의 피로도와 이름이 같아 유저분들께서 오해하실까 걱정이다.

비즈니스 모델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다만, 참고할만한 비슷한 장르의 게임이 없기에 내부적으로는 계속 고민하고 있다.



Q. 3분을 즐겨도, 3시간을 즐겨도 재미있는 게임을 목표로 한다고 했는데, 짧은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무엇이 있는가?

주요 탐험 무대인 불안정 섬은 한 번의 탐색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그렇기에 짧은 시간 안에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찾고 얻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의미 있는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FGT에서도 3분 안에 누구도 찾지 못한 발견물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처럼 탐색은 짧은 시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중요 콘텐츠가 될 것이다.

반면 시간이 생겨 느긋이 플레이해도 즐길 거리가 많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이것이 '3분을 즐겨도 재미있고 3시간을 즐겨도 재미있는 게임'이라 하는 이유다.


Q. 리미티드 베타는 어느 정도의 콘텐츠까지 공개될 예정인가?

일단 테스트 기간 자체를 길게 잡고 있지 않기에 플레이 콘텐츠는 적당한 수준만 공개할 예정이긴 하지만, 세부적인 계획을 구상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