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레이 화면]

⊙개발사: 파이락시스 ⊙장르: 전략 시뮬레이션 ⊙플랫폼: PC ⊙출시: 2016년 2월 5일


죽어라 따라다녀서 내 여자를 만들었더니 기억상실이란다. 복장이 무너진다. 고작 사랑 타령에도 이렇게 막막할진대 지구가 외계인 손에 넘어갔다면? 내가 백 시간 넘게 공들여 지킨 지구를 말이다.

'엑스컴 2'는 외계인과의 전쟁에서 패배했다는 설정이다. 외계인이 지구를 정복한 지 20년이 지나, 이미 세계 곳곳에 자리 잡은 외계인들의 단체 '어드벤트(ADVENT)'가 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상태에서 시작한다. 전쟁에 패배했다는 설정이기에 '엑스컴 1'과의 세이브파일 연동 같은 요소도 없다.

인류의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것 '같은' 최첨단 도시를 건설해 인류를 유린하고 있는 외계인. 그리고 외계인에 맞서 플레이어는 레지스탕스가 된 '엑스컴'을 이끌고 '어드벤트'의 의도를 파헤쳐 지구를 인류의 것으로 되찾아주어야 한다. 2월 5일 출시 예정인 '엑스컴2'. 5분 정도의 프레젠테이션 듣고 1시간 남짓한 체험 한 느낌을 적는다.

'엑스컴2'의 변화점

쫓기는 엑스컴: 외계 수송선을 개조해 엑스컴의 이동본부가 된 '어벤저'를 지휘하게 된다. 설정상 전작처럼 엘리베이터가 몇 개씩 달린 규모는 아니지만, 전력 양성과 적의 공격을 역습할 정도의 힘은 기를 수 있다.

저항군 모집: 레인저와 스페셜리스트가 추가됐다. 각각의 스킬 트리를 가지고 있어 개별 전술에 특화된 병사를 양성할 수 있다.

전술적 게릴라전: 전작에는 없었던 게임 시스템으로 전투 시 전술을 더욱 유연하게 펼칠 수 있다. 매복해있다가 적의 정찰대를 기습하고, 적에게서 전리품을 획득하여 좋은 장비와 유물을 획득할 수 있다. VIP를 구출하고 쓰러진 탈출 지점으로 옮겨 구조할 수 있는데, 전작과 달리 수송선의 착륙 위치를 사용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새로운 종류의 적: 에드벤트를 포함한 새로운 외계 종족이 외계 정부의 앞잡이가 되어 엑스컴을 압박해온다.

커스텀 모드 생성: 커뮤니티 특화 도구로 나만의 캠페인, 전술 게임, 외계인, 병과, 전략적 특징을 생성하여 Steam Workshop (창작마당)에 공유할 수 있다.


▣ 발전, 당연하지만, 매우 어려운 이야기

'엑스컴2'는 게임 분위기나 UI, 예상 가능한 경험 요소들이 '엑스컴1'과 비슷하다.

외형적으로 공격 시나 피격 시 보이는 시각효과와 표현이 전반적으로 향상되어, 보다 역동적인 연출을 보여준다. 새로 추가된 적 '바이퍼'는 대원 한 명을 혓바닥으로 끌어당겨 포박하는 격한(?) 동작을 보였다. 인상 깊은 장면은 새로 추가된 근접 공격. 기대보다 더 시원시원한 타격감이 느껴졌다. 또한, 파괴할 수 있는 개체도 전작보다 늘어났다.

[▲ 그레네이드 런처 발사 장면]

[▲ 바이퍼 속박 장면]

전작과 마찬가지로 전략과 전술 부분이 이원화되어 있다. 전략 부분에서는 연구와 거시적인 시점에서 계획을 세울 수 있으며 전술 부분에서는 전투와 액션을 즐길 수 있다. 인게임, 아웃게임 두 부분에서 두드러진 발전이나 진보는 없었다. 다만 전작보다 빠르기가 조금 빨라졌다. 진행이 빨라지면서 더욱 선택의 무게감이 커졌다.

전작의 긴장감은 여전하다.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적이 주는 긴장감과 제한된 턴은 완벽하게 엮여 긴장감을 유지한다. 게임은 수많은 결정으로 가득 차 있다. 제한적인 자원을 활용해 외계인의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 사용자의 선택으로 말이다.

전투 면에서 가장 큰 변경 점은 근접전의 추가와 매복 개념이다. 전작에서 치명타를 맞지 않는 잠복이 아니라 애초에 아직 탐지되지 않은 매복의 상태가 추가됐다. 반대급부로 사용자 캐릭터를 탐지할 수 있는 식별 타일이 생겼다. 새로운 개념의 추가로 전투를 펼칠 방법이 한 가지 더 늘어났다.

[▲ 매복과 식별 타일]

'엑스컴2' 출시를 연기했을 때 파이락시스 관계자는 "엑스컴2에 깊이를 더하고, 더 오랜 시간 즐기도록 하기 위해 반복 플레이 요소와 엑스컴 부대원들에게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게임은 말 그대로 매번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형태의 맵을 가지고 등장했다. 더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으로 개인화를 할 수 있게 했다.

각 병사들은 더욱 중요해졌다. 병과 기반의 테크 트리는 전작보다 더 개성적이고 극단적으로 다른 플레이(운용)를 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여러 번 플레이해도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혹은 병사마다 특화된 쓰임새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무기는 병과에 제한되어 어려운 결정을 하게 만든다

커스터마이징은 보다 더 세분됐다. 이제는 국적도 설정할 수 있어 한국인 대원을 뽑기 위해 사관학교 반복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름 설정도 자유로워 자신의 친한 친구나 혹은 소녀시대나 전효성의 이름을 넣어 전장에 내보낼 수도 있다. 물론 자신을 괴롭히는 팀장님 이름을 넣어 외계인 한복판으로 보내버릴 수도 있다. 전작에서 크리살리드에 비명횡사한 우리 팀장님 이야기는 아니다.

[▲ 솔저 커스터마이징]

[▲ E.X.O 슈트 로드 아웃 화면]

'엑스컴2'의 가장 큰 특징은 전작의 약간은 지루했던 반복성을 탈피하고자 랜덥으로 맵을 생성해 상황에 맞춘 유동적인 전략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개발사인 파이락시스는 이를 프로시저(procedure)라고 부르는데 일련의 쿼리를 마치 하나의 함수처럼 실행하기 위한 쿼리의 집합을 뜻한다. 쉽게 말해 무작위요소를 통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말이다.

원작 'X-COM(엑스-컴)'은 여러 가지 요소로 인해 '매우 어려운' 게임이었고 이를 극복하는 게 핵심 재미였다. 2012년에 나온 'XCOM(엑스컴)'은 조금 더 편하고, 사족을 쳐내고 액션을 섞은 빠른 전투를 선보였다. '엑스컴2' 역시 성공 공식을 이어받았다. 전작이 사족을 쳐내 성공했다면 '엑스컴2'는 전작 위에 여러 추가요소를 올리는 것으로 발전을 꾀했다. 이젠 랜덤으로 생성되는 맵으로 반복 플레이 성까지 챙겼다.

전작의 단점과 불만을 고치되 큰 틀의 게임 플레이는 유지했다. 특히 인게임 컷신은 몰입에 도움을 줬다. 튜토리얼 컷신이 압권인데, 2K는 튜토리얼만큼은 발매에 앞서 공개를 거부했다. 사용자들이 직접 경험하길 원했나 보다. 아무튼 '엑스컴2'의 컷신은 파이락시스의 그렉 포쉬 AD의 말처럼 컷신은 내러티브를 구축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 전투 중 컷신도 몰입감을 올려준다]

어느 게임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엑스컴2'의 승리는 유난히 짜릿하다. 맥이 탁 풀릴 정도로 긴장을 풀게 된다. 나도 모르게 잔뜩 오그라들은 몸이 풀린다.

매턴 미지의 외계인과 조우하고 제한적인 엑스컴 팀의 활동범위가 사용자에게 팽팽한 긴장의 끈을 유지하게 한다. 다양한 선택지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전략 전술 그리고 반복 플레이마저 긴장감으로 승화한다. 진보한 액션캠은 더 영화처럼 캐릭터를 비춰주고 총격마다 긴장감을 더한다.

자신이 애정을 갖고 열심히 키운 캐릭터가 적을 공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외계인과 마주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손에 땀이 밴다. 이 과정에서 자신만의 이야기가 창조된다. 이런 과정이 수없이 반복되고 사용자는 오랜 시간 '엑스컴2'를 붙잡고 있을 수밖에 없다.

[▲ 부상병 후송 및 근접전]

[▲ 프로토콜 회복 장면]

[▲ 어드벤트 메카 해킹 장면]

[▲ 그렘린 해킹 장면]

[▲ 워크스테이션 해킹 장면]


▣ 턴 방식 전략 게임 현시대에도 충분히 아름답게 빛난다.

'엑스컴2'는 게임 플레이 자체로 기억에 남는 스토리를 생성해낸다. 두 가지 미션을 체험할 수 있었는데 그중 한 미션은 제한턴을 1턴 남긴 상황에서 가까스로 클리어할 수 있었다. 진형이고 경계고 다 허물어진 상황에서. 굉장히 짜릿한 기억으로 남는다.

파이락시스 게임즈의 공동 창립자 시드마이어는 '게임은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이라고 했다. 다양한 선택 사항을 가지고 그에 따른 여러 가지 결과물을 감상할 수 있는 흥미로운 선택 사항을 강조했다. '엑스컴2'는 여기에 완벽히 부합한다. 언제 메디킷을 사용할 것인지, 언제 경계를 해 한 번에 화력을 퍼부을 것인지, 언제 장전을 하고 언제 기술을 발전시키고 누구에게 장비시킬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선택해야한다.

쉬운 게임이 판치는 세상에서 한턴한턴 숙고하고 선택하는 턴 기반 게임의 가치가 현시대에도 여전히 빛을 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스타크래프트 부류의 RTS가 맹위를 떨칠 무렵 "턴 게임은 컴퓨터에 앉아 우아하게 커피 한 잔 마시며 여러 수를 고민한다면 실시간 게임은 커피를 쏟고 쏟은 커피에 허벅지 화상을 입는 장르다."라는 말이 있었다. 턴 방식 게임을 사랑하는 에디터가 RTS에 밀려 사라지는 턴 방식 게임을 아쉬워하며 한 말이다.

[▲ 프로토콜 및 해킹을 활용한 전투]

지금도 어린 친구들은 턴 방식을 지루하고 복잡한 방식이라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엑스컴2'는 몇 수를 고민하고 실행하는 재미에 화려한 연출 더했다. 전작보다 더 박자도 빨라졌다. 턴 방식 전략 게임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무색하게 할 만큼 간편한 인터페이스, 직관적인 게임 시스템,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훌륭한 그래픽, 무엇보다 매 순간 선택의 무게감에서 긴장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전체적인 게임을 체험해보지는 못했지만 1시간 남짓한 체험 시간에서 내가 느낄 수 있었던 건 딱 세 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고맙다, 파이락시스.
고맙다, 2K.
고맙다, 2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