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몸은 태초에 벗겨져 있었으며 자연환경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옷을 걸쳤다. 어쩌면 옷을 벗기는 것은 기계 문명에 예속된 현대사회의 극단적 반항의 표출이자 원초적 생활로 돌아가려는 자연인을 희구하는 자유 의지의 실현이라는 개똥철학 같은 말보다는 그냥 교육과 이성에 의해 눌러진 본능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 누나들이 아이돌 '비스트'에게서 느끼고, 만족하는 욕구와 비슷한 본능을 남자들은 게임 속에서도 드러낸다.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몇 배는 풍만한 가슴과 풍만한 골반을 가진 미녀들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편다. 게임에서는 벗기는 데 제약이 없다. 몸이 만드는 선의 굴곡, 그 아름다운 조형적인 미를 온전히 탐닉할 수 있다.

인터넷 발전사에서 가장 큰 원동력이 게임과 포르노였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과거 가정용 비디오 시스템(VHS)은 포르노 덕분에 베타맥스와의 표준 전쟁에서 승리했다. 욕망의 덩어리와 게임이 합쳐진 역사. 게임계에 빼놓을 수 없는, 경주마같이 앞만 보는 역사. 그게 바로 누드 패치다.

한국의 피카소 김흥수 화백은 여체를 두고 “구상 화면에서는 표피(表皮)적 아름다움을 묘사하고 추상 화면에서는 상상과 무의식의 세계를 그려 욕망과 갈등을 형상화한다.”고 누드 작업론을 폈다. 이는 누드를 찬양하는 재야의 디자이너들에게도 마찬가지 일터.

이 이야기는 벗기고자 하는 붉은 욕망을 게임에 투영한,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가벼움에 대한 이야기다. 고상함은 잠시 잊어도 좋다. "거기에 옷이 있고, 나는 패치를 할지 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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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린세스메이커2 - "이런 아버지라 미안하다."

컨버전과 모드라는 단어는 게임 자체에 대한 개인적인 수정이나 개작을 뜻하는 말이다. 모드는 텍스쳐와 표면을 수정하여 당신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단순한 누드 패치부터 게임 콘텐츠를 완전히 수정하는 토탈 컨버전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누드를 보기 위해 가장 간단한 방법은 '옷'을 벗기는 것이다. 사실 반영인가보다. 이런 형태의 누드 패치는 과거 게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어렸을 적 순수한 마음으로 딸을 키우다가도 비밀주점에 보내는 스릴을 느낄 수 있던 '프린세스메이커 2'가 대표적이다.

그림에 보이는 LBX는 일종의 압축파일로 PT1 확장자의 집합이다. PT1은 과거 일본 에로 게임에서 많이 쓰이던 이미지 파일로 동급생이라거나 동급생이라거나 동급생에서 볼 수 있다.

▲ DD를 아는자여. 그대 이름은 소년일지니.

옷을 벗기기 위해 짧은 도스 명령어만 입력하면 된다. 'rename dd.lbx ddr.lbx' 보통 리네임(Rename)의 R을 썼다. 단지 어감이 이상할 뿐이다. 다시 게임을 실행하면 당신의 귀여운 딸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살 색과 분홍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마치 준비했다고 말하는 듯한 풍성한 질감의 세밀한 2D 그래픽은 2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특히 딸의 육성을 더욱 면밀히 관찰하기 위해 풍유환을 10살 무렵부터 먹이면 엔딩 즈음엔 가슴둘레가 100이 넘는 어마어마한 다이너마이트 바디가 탄생했다. 여자 속옷 사이즈도 몰랐던, 아직 사춘기도 오지 않은 소년의 가슴에도 불이 지펴질 정도로 강렬한 기억이다.

이 게임의 핵심과 정수는 DD 파일에 있었다. 딸의 행복은 뒷전이었던 것 같다. 삼십 줄 넘어 보니 확실히 수상한, 리비도가 태평양 같은 게임이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프린세스메이커'는 충분히 이상한 게임이다. 아빠와 결혼을 하지 않나, 가계 유지를 위해 딸을 비밀 주점으로 보내거나, 바캉스갈 때 옷을 입히지 않는다거나.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순진하게 딸의 안녕과 행복을 빌어줬던 소년은 세상의 풍파를 겪고, DD 파일만 기억하는 아저씨가 됐다.

▲ 지금 생각하면 확실히 정상적인 게임은 아니었던 거 같다.



■ 툼레이더 시리즈 - "라라 크로프트, 게임 역사상 최고의 섹시 다이너마이트 바디"

▲ 깍두기 폴리곤 시절부터 사랑(?)받은 라라. 대놓고 마케팅 포인트로 사용되기도 했다.

누드 패치라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라라 크로프트'. 깍두기 폴리곤 시절 '툼레이더'부터 현재의 '툼레이더'까지 그 인기는 여전하다. 터질 것 같은 가슴과 풍성한 골반, 그리고 끊임없이 영국식 유머를 던지며 펼치는 아크로바틱한 액션까지.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녀는 가장 오래, 그리고 가장 많이 재야 디자이너들의 프로포즈를 받았다.

90년 말부터 강한 여자 상이 떠올랐다. 라라 특유의 거만하면서도 색기 넘치는 표정은 강렬했다. 색녀, 요부, 팜므파탈, 적극적이고 관능적이며 당돌한 여자를 칭하는 용어에 '라라'는 대명사 격으로 합류했다.

왠지 군대에서 축구 경기를 한 이야기, 유격 에피소드도 신나게 풀어놓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게다가 색기 넘치는 미모와 핫팬츠는 폴리곤 덩어리도 성적 매력을 풍길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전신 쫄쫄이 슈트조차 그녀의 적나라하게 드러난 환상의 바디 라인을 감출 수 없었다.

▲ 누드 패치는 게임이 콘솔보다 PC로 많이 나오면서부터 일대 혁신이 이뤄졌다.

이런 매력을 가진 그녀를 가만히 둘리가 없었다. 인류가 인지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곡선인 여체의 미를 재건해주기 시작했다. 그녀를 덮고 있는 억압을 해방해주는 방법으로. 처음에는 깍두기 폴리곤에 분홍 점을 찍어놓은 듯한 단순한 표현이었지만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바스트 모핑까지 구현하게 됐다.

본래 라라는 가슴이 엄청나게 크고 까탈스럽고 거만한 미녀고, 리부트 이후 라라는 가슴이 크고 골반이 크며 지적인 이미지를 풍기고 있다. 그러니까 둘 다 가슴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인 거다.

라라는 리부트를 단행하며 흉부 둘레를 대폭 줄여 현실화 했다. 특유의 핫팬츠가 사라졌음에도 그 인기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어쩌면 단순한 미의 찬미에서 벗어나 강인한 여성의 지배권을 획득하는 카타르시스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 블레이드 & 소울 - "하하하하 남자들아 또 속았구나 "

▲ 참기름이라도 바른듯한 피부와 풍성한 허벅지에 재야의 디자이너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누드 패치는 패키지 게임만의 영역이 아니다. 온라인 게임도 마찬가지. 욕망에 들끓는 재야의 디자이너들은 벗기려 하고 서비스사는 입히려 한다. 벗기는 자와 입히려는 자의 전쟁이다.

국내 온라인 게임의 모딩(Modifications)은 사용 편의성 증대를 위해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뮤 온라인'의 석소리가 있었다. 서비스사에서도 어느 정도 용인했던 모딩은 기술의 발전을 등에 업고 하루가 다르게 발전했다.

화룡점정은 '블레이드 & 소울'이었다. 화려한 그래픽에 힘입은 참기름을 바른듯한 피부. 그리고 김형태 AD의 손에서 탄생한 육덕진 허벅지는 2D를 뚫고 3D로 재탄생했다. 숨은 고수들이 이런 좋은 먹거리를 놓칠 리 없었다. 중국의 한 커뮤니티를 시작으로 퍼진 누드 패치는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졌다. 물론 석소리와 다르게 용인되지는 못했지만.

'슴부먼트'와 참기름 피부에 홀린 사용자들은 자신의 인생 목표가 옷 한 꺼풀 뒤에 있기라도 한 듯 벗기기 시작했다. 일부 재야 디자이너는 단순한 알몸을 구현하는 것을 넘어 헤어 누드를 한땀 한땀 구현하는 장인정신을 발휘하기도 했다. 덕분에 '블레이드 & 소울'은 유난히 하체 클로즈업 스크린 샷이 많기도 했다.

사용자들은 "어차피 속옷이나 맨몸이나 다를 게 뭐냐!"라고 했지만, 클라이언트를 변조하는 것은 엄연한 저작권법 위반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온라인 게임 '테라', '마비노기 영웅전', '검은사막' 등에도 수위 높은 누드 패치가 끊임없이 개발됐지만, 서비스사들은 이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블레이드 & 소울' 누드 패치 동영상을 보고 정액 서비스를 신청한 신모씨 (31, 행당동, 자영업)는 벗지 못하는 자신의 캐릭터를 보고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동영상은 모니터 속 세상이었어. 내가 너무 몰입했었나 봐. 캐릭터가 옷을 입고 있잖아. 현자타임이 오는 순간에 홀연히 떠난 만인의 여자친구가 떠올랐어. 사쿠야 **. 나의 캐릭터도 그녀도 모니터 속에만 있어."

그의 뺨에는 이내 닭똥 같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기 때문이었다.

▲ 이뤄질 수 없는 꿈은 비처럼 뺨을 흘러타고 내리고...



■ 심즈 시리즈, 엘더스크롤: 스카이림 - "벗긴 만큼 다른 콘텐츠를 추가한다 "

지금까지 소개한 누드 패치들은 자극적 요소가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프린세스메이커2'는 PC 통신조차 생소한 시절 무엇을 벗긴다는 자극점이 있었고, '툼레이더'는 욕망의 최정점에 서 있는 섹시 다이너마이트 '라라 크로프트'가 있었다. 국내 온라인 게임들은 워낙 그래픽이 좋아 숨은 장인들에게 꿈을 펼칠 수 있는 아주 좋은 무대였다.

하지만 헤어 누드까지 한땀 한땀 구현한 장인들에게 단순히 벗기기만 하는 것 더 이상 새롭지 않았다. 그들은 게임에 더욱 깊숙한 곳으로 접근해 게임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EA의 생활 시뮬레이션 '심즈'는 오로지 '사는(生) 게임' 이다. 누군가의 인생을 훔쳐 보는 관음증을 해소 시켜주는 게임. 재야의 디자이너들이 이런 혁신적인 요소를 가만히 둘리 없었다. 그들은 일단 지금까지 그래 왔듯 일단 벗겼다. 하지만 알몸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욕망은 해소되지 않았다. 좀 더 '인간적인' 훔쳐보기를 원했다. 그렇게 추가된 게 각종 도구다. 보통은 성인용 도구지만.

누드 패치와 패키지로 묶인 도구들은 역설적으로 심즈를 더욱 심즈답게 만들었다. 좀 더 현실과 가까워졌다. 그 누가 한여름에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 올리고 엉켜있겠는가! 오히려 게임의 본래 의도에 더 가까워졌다.

▲ 단순히 벗기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게임 콘텐츠를 파생시켰다. 누드 패치와 맞물려...

모드를 통해 더 다양한 콘텐츠를 추가한 것은 스카이림이 아닌가 싶다. 베데스다 게임들이 그러하듯 '스카이림'은 높은 자유도와 상호 작용을 중시한다. 게임이 지닌 높은 자유도에 걸맞게 재야의 디자이너들은 자유롭게 자신들의 재능을 펼쳤다.

단순히 옷을 벗기는 것은 물론이고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바디 텍스쳐와 체모 디자인을 만들었다. 모션도 추가하고 스크립트도 추가했다. 그들에게는 진정한 자유였다. 벗긴 그래픽을 음미하는 것을 뛰어넘어 그것들이 생명을 가지고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하였다. 그들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욕망을 한껏 녹여 '스카이림'이라는 용광로에 퍼부었다.

욕망은 용광로에서 걸쭉하게 뒤섞여 아직도 새로운 콘텐츠들을 생산하고 있다. 베데스다의 고질적인 문제인 모델링에서 부터 타격감까지. 캐릭터의 몸뿐만 아니라 게임 자체도 풍성해졌다.

▲ 지금도 스카이림은 새로운 모드들이 추가되고 있다. 누드에 대한 심미학적 탐닉으로...



■ 메탈기어솔리드5 팬텀페인 - "피부로 숨쉰다는 설정이니까..."

밀가루 분칠을 한 듯한 창백한 얼굴에 시부야를 활보하는 갸루 여고생 뺨치는 진한 아이라인. 막 피라도 빨고 온 듯한 시뻘건 입술을 자랑하고 날아가는 미사일을 총으로 분쇄하는 이 여자. 아침에 이런 여자가 옆에서 자고 있으면 소스라치게 놀랄 것 같은 비주얼인데도 재야의 디자이너는 그녀마저도 벗겼다.

원래 헐벗은 그녀를 아예 벗겼다. '메탈기어 솔리드 5 팬텀페인'의 콰이어트. 마더베이스 경비병 입에 단검을 꽂아넣고 비가 오면 땅바닥서 격렬한 댄스를 보여주는 그녀는 한땀 한땀 누드를 따는 장인들에게 의심의 대상이 아닌, 욕망의 도화지였다.

▲ 굳이 패치를 안해도 뭐...

피부로 숨을 쉰다는 설정에 충실하기 위해 그들은 우선 거추장스러운 '검스'를 제거했다. 그리고 호흡하기 편하게 흉부를 짓누르던 조각을 풀톤에 실려 보냈다. 콰이어트의 호흡은 편해졌겠지만, 당신의 숨소리는 거칠어졌다.

하지만 놀랍게도 보스는 콰이어트가 ACC에서 교태를 부리는 장면에서도, 함께 샤워하는 장면에서도 눈 하나 깜짝이지 않는다. 여러 번의 핵전쟁을 막은 영웅답게 그는 스님도 울고 갈 자제력을 선보인다. 아니면 뇌를 다쳐 자극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거나.

'메탈기어솔리드3'에서 에바와 동굴에서 관계를 맺은 전력을 생각했을 때, 뇌에 박힌 파편이 자극을 차단했다는 쪽이 더 신빙성이 있어 보이긴 한다.

뭐 어쨌든 우리의 보스는 오래된 여자친구를 대하듯 눈앞에 살 색이 펼쳐져도 미동도 없다. 누드 패치를 깔고 게임을 하는 당신들이 배워야 할 점이다. 현자타임은 현실만으로도 충분하다.

▲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담배가 늘어간다.



■ 데드 오어 얼라이브 익스트림 비치 발리볼 - "너 고소."

살 색을 향한 경주마 같은 집중력은 안 그래도 아슬아슬한 수위의 게임 '데드 오어 얼라이브 익스트림 비치 발리볼(이하 DOAX)'의 캐릭터들도 벗기고 말았다.

이 게임의 내용은 매우 간단하다. 격투 게임 '데드오어 얼라이브'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들이 휴가를 보내는 모습을 바라보며 수영복을 모으는 게임이다. 비치 발리볼은 곁가지 일뿐이다. 소재 자체는 남심을 사로잡을 만했지만, 원체 게임 콘텐츠가 한정된 탓에 좀 지루한 게임이 되고 말았지만...

그래서 재야의 디자이너들은 지루함을 덜고자 누드 패치를 선보였다. 수영복을 모으기 귀찮으니 순수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수영복이 필요 없게 했다. 무려 콘솔로 말이다. 제작사 테크모는 즉각 소송을 걸었다. 폴댄스와 수영복 그리고 출렁이는 게임이지만 성인 패치는 용납할 수 없었나 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클라이언트를 무단으로 분해, 변조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정 출렁임을 보고 싶다면 3D 모델링을 공부하도록 하자. 그러려고 산 PC는 아닐 테지만 말이다. 혹시 모르지 않나. 3D 모델링 공부하다가 너티독에 입사하게 될지.

▲ 광의의 스포츠 게임이다. 광의의... 일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