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땅 듀랑고 생존일지 #3를 읽기 전에 '[체험기] 살아남기 위해선 무슨 일이든 해야 했다, 듀랑고 생존 일지 #1'과, '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야생의 땅 듀랑고 생존일지 #2'를 읽고 오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바로 가기] 살아남기 위해선 무슨 일이든 해야 했다, 듀랑고 생존 일지 #1
▶▶[바로 가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야생의 땅 듀랑고 생존 일지 #2




20XX년 X월 XX일 날씨 바람

서로가 가지고 있던 불만이 터졌다. 사람이 많이 모여 생활하니, 원하는 것들도 서로 달랐나 보다. 계속된 충돌로 부락을 나누자는 의견도 들린다. 물론 그 의견은 묵살되었지만. 이대로라면 진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원인은 서로가 가진 직업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는 데 있었다. - 듀랑고 생존자 일지 중 발췌

옥수수 종자가 사라진 뒤, 아마 줄기를 가지러 간 모험가가 돌아왔다. 헉헉거리면서 들어온 모험가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장황하게 늘어 놓았다. 브라키오 사우루스를 봤다는 둥, 이 섬에는 아마 줄기가 많다는 둥, 배를 탔는데 폭풍우가 불어서 배가 뒤집힐 뻔 했다는 둥, 뭐 여튼 아마 줄기를 가져왔으니 보답은 해야겠구나 싶다.

이야기하던 중 이 섬에서 원래 살던 곳에서나 볼 수 있었던 택배 상자를 발견해서 들고왔다고 한다. 완전 다른 세상에 떨어진 줄 알았더니, 택배 상자가 있단다.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됐다. 내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이게 사실이라는 걸 깨달았다.

주위에 같이 살고 있는 부락민들을 모아 택배상자를 같이 열어 보았다. 놀랍게도 그 안에는 우리가 잃어버렸던 아니 누군가가 훔쳐갔던 '옥수수 종자'가 들어있었다. 안도의 한 숨이 절로 나왔다. 이제 진짜 농사를 지을 수 있겠구나.

▲ 가끔 발견되는 택배 박스에는 종자 및 여러 현대 물품이 들어있다.


황폐해져 있던 땅을 다시 일구고, 물을 가져왔다. 그리고 고이 땅을 파 종자를 하나 하나 심었다. 농사에 대한 지식은 없었지만, 일단 시도나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며칠이 지났을까. 땅속에서 초록색 떡잎이 몇 개 올라왔다.

생명의 신비로움이라는 게 이런 걸까. 매번 위험한 지역에서 사냥한 고기와,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만으로 끼니를 해결해왔던 우리로선 드디어 스스로 자급할 수 있다는 기쁨에 서로 소리를 질렀다. 이제 막 떡잎이 났을 뿐인데 왜이렇게 기쁜지 모르겠다.

그랬던 기쁨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 간의 불만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제일 고생했으니, 내 말을 따라야 한다나? 같이 나아가기도 바빠 죽겠는 마당에 무슨 권력을 잡아보겠다고 서로 헐뜯고 난리다. 일단은 하나하나 찾아다니면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 부락이 커질수록 불만은 계속...



"하아 랩터 5마리한테 쫒겨봤어요? 겨우 도망치면서 고기를 가져왔더니, 하는 말이 고생했다는 말도 아니고. 힘만 센 사람은 빠져있으라는 건 너무 한 처사 아닙니까?"

큰소리로 외치는 사냥꾼의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불만이 꽤 쌓였나 보다. 하긴 그들도 사람인데 두려움을 무릅쓰고 고기를 가져온 상황에서 이런 대접을 받으니 불만이 없을리가... 용기라는 이름에 긍지도 함께 있다는 걸 사람들은 몰랐나 보다.

이번 사냥에서 그들은 다이어울프를 사냥하는 데 성공했지만, 돌아오는 길에 랩터 떼를 만나 여러 사냥꾼을 희생됐단다. 아무래도 16레벨 이상의 맵에서 사냥을 한 탓일 거다. 섬의 레벨이 오를수록 공룡들은 맵 상에서는 보이지 않더라도 갑자기 다가와 공격한다든지, 혹은 저 멀리서 달려오는 등 후각과 청각이 매우 예민해진다.

▲ 랩터 떼의 습격은 여러 사냥꾼의 목숨을 앗아갔다.


하지만 공룡들은 귀중한 자원 중 하나인 뼈를 준다. 고기도 주지만 뼈를 구하려면 공룡이 제격이다. 공룡 뼈는 매우 튼튼한 데다가 다용도로 사용된다. 고기를 구하고 싶다면 포유류를 잡는 게 답이다. 그들은 다량의 고기를 줘 우리 식량을 풍족하게 한다.

여튼, 결국 그들은 자신이 힘겹게 사냥해 왔기 때문에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말을 계속 되풀이 하고 있었다. 맞는 말이다. 그들 덕분이니까. 일단 진정시키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그러니까 그 고기도 우리가 탐험해서 찾아낸 섬에서 얻었잖아요. 거기다가 온갖 풀과 종자들은 어디서 난 거고요?

모험가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탐험 레벨을 빠르게 올릴 수 있고, 채집에 특화돼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줄기, 끈, 가죽같은 물품들은 거의 모험가의 손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섬의 레벨이 올라갈수록 계절이 바뀌는 데, 어떤 섬은 매우 덥고, 어떤 섬은 너무 추워 행동하기가 힘들 정도다.

온도라는 건 사람이 생존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우리가 원래 살던 곳도 4계절로 나누어져 있었다. 겨울일 땐 추워 옷을 두터이 입어야 했고, 더울 때는 얇은 옷을 입어 땀의 배출을 도와야 했듯이 말이다. 이런 정보들도 그들이 위험한 곳을 스스럼없이 탐험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던 정보였다.

지금 수확하고 있는 '옥수수'도 그들이 가져온 것이다. 농사 지식은 우리 정착자가 가지고 있지만, 어떻게 할 물건들이 없다면 지식도 다 소용이 없다. 버섯으로 만든 약, 지금 부락에 있는 물건들 모두 탐험가가 가져온 것들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사냥꾼과 마찬가지로 알았다고 한 뒤 한 곳에 모이도록 했다.

▲ 20레벨 이상의 섬은 다양한 기후가 동시에 존재하고, 다른 플레이어를 공격할 수 있다.


"탐험가분들이 입고 있는 방한복, 사냥꾼이 사용하는 뼈 도끼 다 어디서 난지 알아요? 우리가 고생 끝에 만들어 낸 것들입니다. 더군다나 우린 농사짓느라 허리를 펴지 못해서 디스크가 올 정도예요!"

나와 같은 직업을 가진 정착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뭐... 우리 정착자들은 몸이 약해 밖으로 나갔다간 큰일 난다. 그렇지만 우린 손재주와 지식을 가지고 있고, 이것을 이용해 여러 가지 유용한 물품을 만들어낸다. 지금 우리 부락에서 보이는 모든 것들이 우리들의 손에서 탄생한 거다. 하지만 나는 모두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아니 깨달았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하지 않습니까! 한 명이라도 자기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이 위험한 지역에서 살아남기는 어려울 겁니다. 지금 싸우는 시간도 아까울 만큼 말이죠."

사실 우리 부족에는 목표가 하나 있다. 더 좋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 20레벨 이상의 섬을 탐험하는 것이다. 한 모험가가 수련을 통해 20레벨 섬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고, 그곳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 데서 시작된 고민이다.

일단 20레벨 이상의 섬은 놀랍게도 온갖 계절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어떤 지역은 춥고, 어떤 지역은 덥고, 이런 식이다. 안그래도 툰드라, 혹서 지역 섬에서 혼쭐이 난적이 있었는데 20레벨 이상의 섬에서는 모든 장비를 잘 갖추어야 버틸 수 있는 모양이다.

▲ 이 옥수수 하나를 수확하려면, 상상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다른 부족민들을 공격할 수 있어 아군을 보호할 수 있는 사람들도 필요하다고 한다. 사냥꾼이 그저 동물과 공룡을 공격하는 역할이 아니라 아군을 보호하는 역할까지 겸비해야 하는 것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딱 이 말이 맞다 싶다.

더군다나 그곳에 존재하는 어떤 물건을 캐기위해서는 숙련도가 높은 모험가가 반드시 필요했다. 좋은 장비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것에 맞는 고레벨의 재료가 필요하다. 문제는 숙련도가 낮으면 캘 수 없거나 혹은 실패하거나, 둘 중 하나다. 손상된 재료로 만든 물건들의 품질이 좋을 리가 없지 않나.

그리고 우리 정착자들은 그들이 제대로 보급을 받을 수 있게 꾸준히 농사를 지어 작물을 배급하고, 그들이 가져오는 물건들로 새로운 것들을 제작해 주어야 했다. 20레벨쯤 되면 분명 동물과 공룡의 레벨도 높을 것이고, 인지능력이 커 쉽게 추적당할 요지가 크다. 그렇다면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장비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중략)

▲ '냠냠' 소리를 보지 않으려면 좋은 장비가 필수다.


20XX년 X월 XX일 날씨 맑음

이제 우리도 성장해 20레벨 이하의 섬에서 얻는 물품들만으론 생활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우리는 결단을 내렸다. 20레벨의 섬으로 진출하자고.

오래전부터 준비해왔기에 출발할 인원만 선별하면 되었다.
위험이 늘 옆에 도사리고 있는 곳이기에 경험이 풍부한 자들로 엄선했다.

사냥꾼에게는 최고급의 장비를 만들어 주었고, 모험가에게는 생존에 필요한 물품을 만들어 주었다.
우리도 따라가고 싶지만, 몸이 약해 자칫 잘못하다간 그들에게 짐만 될 뿐이다.

몇 명이나 돌아올지 장담할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에겐 이 길밖에 없다.
떠나는 그들에게 좋은 일만 있기를 신에게 기도한다. (듀랑고 생존 일지는 여기서 끝나있다.)



2015년 12월 19일 대한민국에서 발견된 '듀랑고 생존 일지'라는 책에 기록된 내용은 여기에서 끊어져 있었다. 정말 듀랑고라는 세상이 존재하는지는 의문이지만, 낡은 가죽으로 이루어진 일기장에 담겨있는 내용으로 봐선 굉장히 위험한 지역임은 분명하다.

지금은 기술의 발전으로 편안한 삶을 살수 있지만, 만약 듀랑고라는 지역으로 떨어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지금 이 책에 적힌 내용만으로도 그들은 많은 희생을 치룸과 동시에 굉장히 위험한 것들과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곳으로 생각된다. 다만, 듀랑고 일지 내 서둘러 지운 흔적을 보아선 누군가가 이미 한 번 수정을 했던 것 같다.

"덜컹덜컹"

기차가 심하게 흔들린다. 지금처럼 흔들린 적이 없었는데....

"쾅!"

심한 바람소리가 들린다. 불이 꺼지고, 쿵쿵거리며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옆에 있던 종업원이 동생이 걱정된다며 찾아 달라고 부탁한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아까 반지를 찾아 달라던 꼬맹이가 종업원의 동생이었나 보다. 일단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 보기로 했다.

불이 꺼져있고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온갖 물건들이 널브러져 있다. 무슨 일이 난 게 틀림없다. 주위에 뭐라도 몸을 보호할 장비가 필요하다. 소방 도끼가 보인다. 다급히 들고 다음 칸으로 건너가니, 희끄무레한 물체가 여기저기 뛰어다닌다.

갑자기 나에게 달려든 물체를 향해 몸이 반응하는 데로 도끼를 휘둘렀다. 맞았다! 한숨 돌리는 도중 갑자기 큰 울림과 함께 벽이 흔들린다. 그림에서만 보던 티라노 사우루스가 타고 있던 기차에 머리를 박은 것이다. 난 분명 고향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있었는데...(정신을 잃었다.)


▲ 정신을 잃고 깨어난 세상은 생존일지에서 보던 듀랑고라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