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의 큰 인기 게임 하스스톤이 정식 출시된 지 어느덧 2년을 향해 달려간다.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2개의 추가 확장팩, 3개의 모험모드가 출시됐고 그동안 여러 덱이 뜨고 지기를 반복했다.

하스스톤 월드 챔피언십의 종료와 함께 찾아온 모험모드 탐험가 연맹 출시에 맞춰 인벤에서는 현 환경에서 각 직업들이 어떤 덱을 주로 쓰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유저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고 있으며 어느 정도의 위상을 가지는지 하나하나 탐구하며 알아보고자 한다. 그 이름 하여 돌스커버리!

대망의 마지막 아홉 번째 직업은 약한 노루, 드루이드 말퓨리온이다.

노루는 약하다. 그가 너희 모두를 지켜볼 것이다.


말퓨리온님, 저는 노루가 강하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 출처 : 하스스톤 갤러리 '김치도살자'님 작품 '노루만화.jpg' 中

⊙6+3 : 14 ⊙5+2+2 : 22 ⊙4+4+1+1 : 40


노루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진 직업. 다른 1티어 덱에는 약간 밀려서 부동의 최정상은 아니었지만, 드루이드는 누가 1티어건 관계 없이 꾸준히 좋은 활약을 해 왔다. 손님 전사 시대나 현재에도 상대를 크게 가리지 않았고, 필살의 '자군야포' 덕분에 전 직업 상대로 괜찮은 모습을 보였다.

내 체력이 14에 가까워질수록 드루이드를 상대하는 사람들은 점점 불안감에 사로잡히게 되면서 늘상 옆구리가 시린 상태로 게임을 해야만 한다. '자군야포'를 막지 못하면 필드 상황과 관계없이 패하는 탓에 상대는 드루이드의 패가 남아 있다면 늘 다음 턴에 '자군야포'가 날아올 거란 피해망상에 시달린다.

있는지도 모를 카드 두 장을 의식하면서 게임을 하다보니 드루이드를 상대하는 쪽의 플레이는 제한된다. 다른 선택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자군야포'를 막아주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어지니 말이다.

▲ 14... 14...

하지만 이런 장점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드루이드는 초창기부터 덱 변화가 거의 없는 편에 속한다. 모험모드나 확장팩이 나오면 거기서 효율이 가장 좋은 하수인 1-2장 정도를 덱에 넣어 약간의 변화만 줄 뿐 드루이드 덱의 큰 틀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소위 '약물'로 불리는 정신 자극과 급속 성장은 빠지지 않고 들어가며, 휘둘러치기와 천벌 역시 단 한 순간도 빠지지 않고 드루이드 덱에 포함됐다. 상대적으로 변동폭이 큰 하수인 중에서도 지식의 고대정령과 발톱의 드루이드, 숲의 수호자는 언제나 고정이었고 확장팩, 모험모드 출시에 따라 일부 하수인들만 서로 교체를 할 뿐이었다.

그렇게 2년 간 천편일률적인 덱 선택을 하게 되면서 드루이드는 자연스레 약해졌다. 일부 무지몽매한 이들은 드루이드가 정신 자극, 급속 성장 등을 통해 고코스트 하수인을 빠르게 낼 수 있고, 그로 인해 필드 주도권을 잡아가면서 게임을 쉽게 풀어갈 수 있다고들 한다. 필드에 하수인이 한 마리만 살아도 '자군야포'의 화력은 하늘로 치솟고, 상대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부담감을 안고 게임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다른 직업들이 모험모드, 확장팩을 통해 새로운 덱을 발굴하고 오리지널 시절에 비해 더 강력한 하수인들로 덱을 무장하는 데 반해 드루이드는 오리지널 시절의 카드인 발톱의 드루이드, 지식의 고대정령, 숲의 수호자 등의 하수인 따위나 쓰고 있으며 주문 역시 천벌, 휘둘러치기, 급속 성장이나 정신 자극 등 오리지널 주문이나 쓰고 사는 실정이다.

휘둘러치기는 성기사의 신성화보다도 못한 저급한 위력의 광역기이며, 천벌은 각각 얼음 화살, 독칼의 하위 호환 주문일 뿐이다. 타 직업이 각각의 컨셉에 맞는 시스템을 갖춘 반면, 드루이드는 '선택'이란 시스템 하에 타 직업보다 저급한 주문과 하수인만 쓰도록 강요받는 셈이다!


▲ 후공 드루이드 필살기, 정정동타! 하지만 남은 패의 수는...?

타 직업의 언론 플레이대로 드루이드가 초반부터 급속 성장, 정신 자극 등을 써서 타우릿산이나 박사 붐 등을 뽑는다고 치자. 하지만 패를 최소 3장 이상 소모해서 타우릿산을 꺼내봤자 그 효과로 코스트가 줄어들 카드는 패에 거의 남아있지 않다. 모두가 생각하는 것처럼 위협적인 상황이 아니란 소리다. 게다가 박사 붐을 꺼냈는데 칼처럼 나 이런 사냥꾼이야가 등장하면? 드루이드는 패도 잃고, 박사 붐도 잃고 미래 없는 게임을 해야 한다. 즉, 전부 타 직업들이 철저히 왜곡시킨 거짓이란 뜻이다.

드루이드는 약점도 많다. 아무리 마나 부스트를 통해 타이밍을 앞당기더라도 결국은 초반 필드 싸움을 벌일 하수인이 부족하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탓에 템포를 극도로 당긴 어그로 덱에 매우 취약하다. 특히 템포 법사는 드루이드의 가장 강력한 천적 중 하나로, 하수인 하나하나가 무겁고 질이 좋은 드루이드의 장점을 거울상으로 봉쇄하며 초반에 나타나는 마술사의 수습생, 불꽃꼬리 전사 등으로 필드를 휘어잡기 때문이다.

또, 드루이드는 한 번 필드를 뺏기는 날엔 그걸 되찾기 쉽지 않다. 타 직업은 드루이드가 모든 걸 갖췄다고 말하지만, 이는 하스스톤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다. 드루이드는 제압기나 처치기가 없기 때문에 상대의 고코스트 하수인을 정직하게 힘싸움만으로 제거해야 하는 약자의 입장에 있다. 물론 자연화 등의 주문이 있다지만, 누가 그 정도로 큰 리스크를 부담할 수 있을까?

절대적인 1위 덱을 상대로도 상성에서 밀리는 일이 잦다. 구 손님 전사 시절에는 사실상 유일한 광역기 휘둘러치기를 쓸 수 없는 처지가 되면서 상당히 고전했다. 현 1위 덱인 비밀 성기사는 초반 힘이 드루이드보다 월등하면서 중후반 힘도 뛰어나다. 필드 싸움에서 이겨야 뭘 할 수 있는 드루이드가 필드 싸움부터 지고 들어가는데다, 하수인 물량이 많아야 비밀 성기사의 비밀들을 하나하나 풀어갈 수 있는데 드루이드는 고코스트 하수인을 하나씩 천천히 전개하는 덱이지 물량으로 승부하는 덱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러분, 약물 중독이 이렇게나 위험... 읍읍


▲ 과도한 약물 복용은 복용자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고, 건강을 해칩니다

드루이드가 이런 힘든 상황 속에서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근간은 소위 '약'으로 불리는 마나 부스트 카드들이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급속 성장과 정신 자극, 대마상시합에서 새롭게 합류한 다르나서스 지원자, 그리고 금단의 마지막 약물이자 예능 담당이기도 한 천공의 교감까지.

하지만 이런 약물 카드들은 드루이드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얼마나 쓸 카드가 없으면 이런 식으로 강제로 마나를 늘려야만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까. 저코스트에 쓸 카드가 없는 드루이드의 현실을 반영하는 카드이자, 이런 카드에 의존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드루이드의 단점의 표상이다.

첫 패에 '약'이 잡히지 않은 드루이드는 문자 그대로 약한 노루가 되며, 이런 약물을 흡입해야만 간신히 타 직업과 힘겨운 싸움을 펼쳐보기라도 할 수 있는 판이 만들어진다. 드루이드의 이런 약함을 알았는지 블리자드에서는 늦게나마 대마상시합에서 다양한 카드를 추가해 드루이드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1코스트부터 2기의 하수인을 깔 수 있는 살아있는 뿌리, 2코스트에 하수인 전개와 동시에 마나를 늘려주는 다르나서스 지원자 등이 나오자 미드레인지 덱 밖에 쓸 수 없었던 드루이드는 2년 만에 어그로 덱을 만져볼 수 있게 됐다.

▲ 이렇게 리스크 큰 카드나 써야할 정도로 노루가 약하다

그러나 어그로 드루이드의 핵심 카드인 지옥절단기는 리스크가 너무나도 크다. 스탯이 강력한 대신 상대가 카드를 낼 때마다 덱의 카드를 3장씩 태우기 때문에 드루이드는 그야말로 자폭 버튼을 누른 셈이다. 그런 상황에서 상대가 얼음 화살이나 나 이런 사냥꾼이야, 알도르 평화감시단이라도 낸다면 어그로 드루이드는 그야말로 바보가 된다. 게다가 나 이런 사냥꾼이야는 박사 붐 때문에 모든 덱의 필수 카드. 이런 카드에 정통으로 카운터를 맞는 지옥절단기나 써야할 정도로 드루이드는 쓸 만한 카드가 없다. 좋은 카드의 추가가 시급하다고 할 수 있겠다.

'약물' 카드는 미드레인지 드루이드 덱에서도 자주 쓰인다. 쓸 만한 저코스트 카드라곤 존재하지 않는 약한 드루이드이기 때문에 마나 부스팅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까지의 드루이드는 영구적으로 마나를 늘려주는 카드가 급속 성장 하나 뿐이었다. 주문 카드 특성상 2코스트에 급속 성장을 쓰면 하수인을 필드에 내보낼 수가 없었고, 이는 필연적으로 초반의 부실함을 불러왔다.

대마상시합에서 다르나서스 지원자가 추가되면서 급속 성장의 대용품이 생겼으나, 다르나서스 지원자가 잡히면 드루이드는 결국 전 턴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셈이 된다. 게다가 드루이드의 필수 하수인인 누군가 조종하는 벌목기에서 다르나서스 지원자가 나타나기라도 한다면? 마나를 더 늘려줘도 모자랄 판에 마나 수정 파괴라니! 드루이드 유저들의 의사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블리자드의 농간이자 타 직업의 언론 플레이가 빚어낸 작태다.

▲ 여러분의 약물, 오늘도 안녕하십니까

드루이드 입장에서는 다르나서스 지원자가 반드시 살아야만 겨우 급속 성장 하나 쓴 효과를 보는 셈이다. 공격력 2짜리 하수인이 대미지를 줘봤자 얼마나 주겠는가. 하지만 상대는 더 쉬운 게임을 하기 위해 늘 다르나서스 지원자를 칼처럼 끊기 일쑤고, 그렇잖아도 약한 노루는 '차라리 급속 성장을 쓸 걸'하고 후회하며 눈물을 머금고 게임을 해야 한다.

게다가 이 '약물' 카드들은 나름대로의 리스크도 갖고 있다. 서로 패를 다 쓰고 '기도 메타'로 흘러가게 되면 정신 자극은 이보다 나쁠 수 없는 최악의 함정 카드고, 다르나서스 지원자 역시 초반에 털어내지 못하면 패에서 놀기만 하는 쓸모없는 카드다. 급속 성장도 애매한 중반 타이밍에 잡히면 10마나 이후 드로우 효과를 보기 전까지 패에서 놀곤 한다.

이렇게 저코스트에 빠르게 사용해야만 겨우 제 몫을 하는 약물 카드를 총 6장이나 덱에 투입해야하는 드루이드. 남들이 30장의 카드로 하스스톤을 하는 동안 실질적으로 24장의 카드만으로 게임을 해야 하는 셈이다. 이 얼마나 불합리한 처사인가? 다르나서스 지원자에게 죽음의 메아리 효과만 없었더라도 드루이드는 그나마 평균 정도는 하는 직업이 될 수 있었으나, 죽음의 메아리 효과 때문에 결국 조삼모사 효과밖에 쓸 수 없는, 여전한 반쪽짜리 직업일 뿐이다.



...노루가 잠시 자리를 비운 것 같다.

말퓨리온을 마지막으로 길었던 돌스커버리 9부작을 모두 마치게 됐다. 그리고 기자는 돌스커버리를 쓰면서 하스스톤 세계에 있는 깊고 어두운 진실을 마주했다. 이 잔혹한 진실은 속칭 '새노루당'이라 불리는 무리들에 의해 지독할 정도로 철저하게 숨겨져 있었고, 기자 역시 이들의 압제에 억눌리며 언론 플레이에 강제적으로 동참해야 했으나 이제는 모두가 진실을 알아야 한다.

말퓨리온은 거의 모든 하스스톤 커뮤니티에서 '노루약해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러나 사실 이는 '약하다'는 뜻이 아니라 '약을 한다'는 뜻으로, 하스스톤의 수동적인 마나 시스템에서 유일하게 벗어난 말퓨리온의 강력함을 상징하는 말이다. 급속 성장, 정신 자극으로도 모자라 말퓨리온은 대마상시합에서 다르나서스 지원자로 추가적인 마나 부스트를 노리고 있으며,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말퓨리온 영웅모드'를 발동시키는 천공의 교감에까지 손을 댔다.

타 직업이 제 마나에 맞는 플레이만을 할 때, 말퓨리온은 마나 제한을 벗어난 플레이를 한다. 하스스톤의 플레이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뒤집어지지 않는 한, 마나 개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말퓨리온은 강할 수밖에 없다. 준수한 필드 정리기를 지닌데다 하수인을 내면서 드로우까지 볼 수 있고, 필드에 하수인이 1-2마리만 있어도 체력 20 정도는 우습게 날려버리는 필살의 '자군야포'까지.

즉, 말퓨리온은 기본적으로 강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태어날 때부터 골격 자체가 다른, 이른바 '금수저'인 것이다. 어차피 돌스커버리도 끝난 마당에 더 이상 눈치볼 필요도 없다. 기자는 하스스톤을 플레이하는 모든 유저가 이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내가 찾아낸 거대한 진실을 발설하고자 한다.

노루는 강하다! 지금까지 항상 강했고 앞으로도 계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