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히어로즈는 반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10명의 영웅과 5개의 전장이 추가되었으며, 게임 전반의 영향을 미치는 능력치의 설계 변경(스텟 스케일링) 패치도 진행되었습니다. 또한, 밸런스 패치를 비롯하여 등급전의 추가, 매치메이킹의 수정도 있었습니다.

e스포츠 부문에서도 상당한 진전이 있었습니다. 이미 클로즈 베타 시기부터 대회가 있었던 게임인 만큼 OGN 슈퍼리그를 비롯하여 인벤에서도 HCOT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대회가 진행되었으며, 2016년에는 최소 3회의 글로벌 대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 2016년 첫 영웅, 늑대인간의 수장 '그레이메인'


하지만 이런 희망찬 미래 이면에는 '고급 레스토랑'이라는 자조 섞인 수식어도 뒤따르고 있습니다. 흥행 부분에서 아직은 블리자드라는 네임벨류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물론, 히어로즈의 잠재력을 생각한다면 아직은 조금 더 지켜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2016년 히어로즈는 다시 한 번 화려한 도약을 꿈꿀 수 있을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그레이메인' 추가를 시작으로 '슈퍼리그' 개막을 앞둔 시점에서 히어로즈들의 이슈를 살펴보는 시간, '히어로즈 이슈 체크' 지금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느려도 너무 느린 패치 속도에 뿔난 유저들, 인게임 이슈


"1픽님 왜 안 티란데요?"

최근 영웅 리그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영웅은 단연 '티란데'입니다. 10월과 11월 궁극기 조정을 비롯하여 능력치 변경 패치(스텟 스케일링)를 기점으로 주류 대열에 합류한 티란데는 최근 영웅리그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후, 상대방에서 캘타스, 레이너를 선택하거나 전사 영웅을 가져가고, 디아블로-티란데나 정예 타우렌으로 조합을 완성시켜 나가는 모습은 흔한 영웅 리그의 진행 방식입니다. 티란데를 중심으로 한 군중 제어기 메타는 현재 영웅리그에서 최고의 승률을 보여주는 악명 높은 조합입니다. 상대하는 입장에서 별다른 대비책이 없는 이 조합은 탱커 영웅도 순식간에 제압할 만큼 강력한 순간 화력을 자랑합니다.

물론, 모랄레스를 중심으로 한 2지원가 위주의 카운터 픽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상위권 유저들의 이야기일 뿐, 일반 유저들에게 다소 거리가 있는 편입니다. 안정적인 픽과 검증된 전술을 선호하는 한국 유저들의 성향도 티란데 돌풍을 유지하는 힘입니다.


▲ '엘룬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시공의 폭풍을 평정한 티란데


하지만 이런 플레이 양상을 유저들에 잘못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플레이어 간 경쟁을 주된 컨텐츠인 AOS 장르에서 승리를 위해 가장 좋은 효율의 영웅, 조합, 전술을 채택하는 것은 당연한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보다 다양한 재미, 조합을 찾아 나갈 수 있게 선택지를 제시해야 하는 것은 개발사의 몫입니다.

이런 고정적인 픽과 전술의 근본적인 문제는 영웅의 숫자와 업데이트 주기에 있습니다. 티란데를 대체할 영웅이나 게임 시스템의 보조가 있었다면, 유저들이 굳이 하나의 조합을 고집할 이유가 없습니다. 많은 유저들이 밴 시스템 추가를 원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입니다.


▲ 비교적 적은 개발 비용으로 최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밴 시스템'


굳이 밴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신규 영웅의 추가나 다양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밸런스 패치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패치가 단 시간 내에 이뤄지기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패치 속도에 대해서는 유저들의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진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밴 시스템이 유저들의 불만을 단숨에 해소할 수 있는 만능열쇠는 아닙니다. 그런데도 많은 유저들이 밴 시스템을 원하는 이유는 밸런스에 직접 관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 1티어 영웅이라 할 수 있는 티란데도 밴 시스템이 있었다면 이렇게 논란이 되진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현재 영웅 풀에서 밴 시스템의 추가는 기존 1티어 영웅이 사라진 자리에 2티어 영웅이 그대로 자리를 계승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존재합니다. 게다가 새로이 영웅 리그를 준비하는 신규 유저들에게는 기존 10명의 영웅 이상의 준비, 밴 시스템이 추가되는 만큼 증가하는 영웅이 필요하다는 점은 필요 이상의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장의 추가에 비해 영웅 추가 속도가 다소 부족한 점도 문제입니다. 전장의 다양성은 히어로즈의 특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추가된 전장에서 특화된 영웅이나 전술이 존재하는지는 다소 의문입니다. 오히려 새로운 전장이 또 하나의 진입 장벽을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 다수의 전장이 존재하지만, 등장하는 영웅은 제한적?




풍성해진 대회만큼, 내실을 다질 수 있는 한 해를 기대한다. 이스포츠 이슈


반면 e스포츠 부문에서 히어로즈는 블리즈컨에서 발표된 연간 3회의 글로벌 리그를 기반으로 한 대표 선발전, OGN 슈퍼리그를 포함한 다수의 대회가 기획되고 있습니다. 당장 예선전이 진행되고 있는 슈퍼리그를 포함, HCOT 시즌2를 이어가는 대회가 준비 중입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대회가 기획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입니다.

하지만 신규 유저들의 유입이 줄어들면서 선수풀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 최근 슈퍼리그 예선을 전후하여 리빌딩을 알려온 팀들에서 새로운 얼굴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e스포츠의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도타2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 12월, 국내 서비스를 종료한 도타2는 세계적인 인기를 끈 AOS로 LOL과 쌍벽을 이루고 있었던 게임입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매니악한 게임으로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이런 도타2의 사례가 히어로즈에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을 블리자드는 간과하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 상금 규모나 글로벌 인기는 LOL 부럽지 않았던 도타2,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또한, 블리즈컨 이후 국내 무대는 물론이고 세계를 제패한 MVP 블랙의 독주가 지속할 수 있을지 그 결과가 기대됩니다. 비록 지난 슈퍼리그에선 TNL(前DK_kr)에 가로막혀 준우승에 그쳤지만, 이후 MVP 블랙의 행보는 한국 최고의 팀을 넘어 세계 최강을 노릴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HCOT 시즌2에서도 전승 우승을 차지한 MVP 블랙의 실력은 단연 독보적입니다. 하지만 최근 리빌딩을 거친 팀들의 전력도 상당한 편입니다. 물론, 팀워크가 중요한 히어로즈에서 단숨의 리빌딩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히어로즈의 팀들의 전반적인 경기력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입니다.

또한, 형제팀인 MVP 스카이의 성장도 기대해볼 만한 지점입니다. 이번 슈퍼리그 예선에서는 아쉽게 탈락한 MVP 스카이지만, 가장 MVP 블랙을 잘 알고 있는 팀인 만큼 향후 대회에서 MVP 스카이 활약을 기대해봅니다.


▲ 3회 이상의 글로벌 대회 확정, 풍성한 볼거리는 확보!




마지막으로 인게임 이슈에서 언급되진 않았지만, '고급 레스토랑'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매치메이킹 시스템의 추가 개편을 비롯하여 블리즈컨에서 언급된 추가 컨텐츠의 빠른 추가를 바랍니다. 최근 영웅 추가를 제외하고 특별한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저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블리자드는 최소한의 업데이트 일정 공개나 유저들의 여론을 수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입니다.

분명, 히어로즈는 AOS의 모태가 된 블리자드의 작품이며, 글로벌 히트작인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라는 최고급 재료를 활용한 게임입니다. 하지만 현재 히어로즈의 운영으로 이런 요소들을 충분히 살려냈다고 할 수 있을까요? 현재의 상황만 놓고 본다면 그리 좋은 점수를 매기기 힘든 상황입니다.





사실상 올 한해가 히어로즈의 승부처라 할 수 있습니다. 풍성한 e스포츠 투자 계획으로 확장될 외연만큼, 게임 내적인 부분에서도 충분한 업데이트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시급한 밸런스 패치에서 장기적인 컨텐츠 추가까지.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