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다렸다.

처음은 2011년 지스타였다. 그 당시 한편의 트레일러와 함께 '블레스'가 공개됐다. 2009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이 게임, MMORPG의 호황기에 야심 차게 시작한 프로젝트는 이제 7년째가 되는 2016년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엔 야속하기도 했고, 나중엔 농담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누가 뭐래도 진담이 됐다. 27일 시작하는 정식 오픈이 오늘로 일주일도 남지 않았으니까.

국가 단위의 전쟁,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권력과 암투... 게임을 통해서 이런 것을 구현하고자 한 이들도 꽤 있었고, 게이머들의 요구도 많았지만, 확실히 성공적이었다고 볼 게임은 많지 않다. 그런 와중에 다시금 이런 치열한 권력 다툼을 다룬 게임을 보니 반가울 따름이었다. 과연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까 하는 호기심이 더 컸다.

파이널 테스트와 FGT 이후 마지막으로 변한 모습도 궁금했고, 또 최종적으로 이 게임이 지향하는 바가 더욱 궁금했다. 그래서 판교를 찾아갔다. 게임을 개발한 네오위즈 블레스 스튜디오의 한재갑 대표와 핵심 개발자인 이정현 기획 팀장을 만나, '블레스'가 그동안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했다.

▲ 네오위즈 블레스 스튜디오 이정현 기획 팀장(좌)과 한재갑 대표(우)



권력 쟁탈을 위한 '정치', 국가의 승리를 위한 '전쟁'



Q. 개발 7년째를 맞는 해에 드디어 게임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소감이 어떤가.

한재갑 : 사실 이제는 담담하고, 긴장이 된다기보다는 설렌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클로즈베타, FGT, 사내 테스트까지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게임을 소개하며 많은 피드백을 받고 만들어왔다. 이제 더 많은 분들, 모든 게이머에게 더 완성된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 뿌듯하고 설렌다.



Q. 유저 간의 전쟁을 전면적으로 내세웠는데, 이를 강조한 이유가 있을까?

한재갑 : 게임을 오래 만들어서 그렇다.(웃음)

'블레스'를 최초로 대중에 선보일 때, 지스타를 통해 공성전 영상을 보여주며 시작을 한 프로젝트다. 그만큼 초창기부터 쭉 가져온 큰 그림은 '전쟁' 이었다. 물론, 개발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이 큰 그림을 뒷받침하기 위한 작은 그림들, 세부 디테일 요소들이 매우 많이 필요했고, 이를 하나씩 검증해나가는 과정에 집중하다 보니, 나중에서야 '블레스'를 알게 된 분들이라면 이런 큰 그림이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보다 전통적인 MMORPG의 컨셉이라고 생각한다. 어째서 MMO 인가를 생각해 봤을 때, 수천 단위의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이들이 하나의 거대한 공간에서 마주쳤을 때 생기는 다양한 변수, 그리고 그 큰 그림 속에 있는 수천의 개별 플레이어들이 만들어내는 세세한 이야기를 모두 담아낼 수 있는 게 바로 MMORPG라고 생각한다. 소규모의 전투, 개별적인 상호작용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MMORPG가 아니어도 담아낼 수 있다.

전통적으로 태동기의 MMORPG들을 보면, 넓은 필드 안에서 누구나 적이 될 수 있고, 또 누구나 아군이 될 수 있는, 그리고 많은 변수가 생길 수 있는 자유로운 필드와 구조를 가지고 있었는데, 2000년대 초중반부터 2010년대까지도 'WoW' 등을 통해서 서로의 협동, PVE가 더 크게 부각되어 온 면이 있다. 그래서 본래 MMORPG 들에서 가능하던 것들이 가려지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다시 이런 MMORPG에서만 가능한, 대규모의 경험이 담긴 게임에 대한 갈증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다시 정통으로 돌아왔다고 하면 되겠다.

이정현 : 게임을 개발할 때, 어떤 기존의 요소들을 섞어볼까, 혹은 타 게임과는 어떻게 다른 것을 넣어볼까 하는 식의, 그런 비교를 하기 쉬운데, 그렇게 출발한 고민이나 결과물들은 수명이 길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미 있는 작품에 비교를 하기보다는 보다 본질적인 장르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최근에는 그런 부분을 강조한 게임이 없었기에 더 부각되는 게 아닌가 한다.


Q. 국가 VS 국가, 일명 'RXR(Realm X Realm)'을 굉장히 많이 강조했다. 사실 이런 RVR(Realm vs Realm) 요소를 강조한 게임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닌데, 그동안의 RVR 위주의 게임들과의 다른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

한재갑 : 진영 간의 갈등 구조가 기본이지만, 전체적으로 권력에 책임이 뒤따르는 구조가 더해져 있다고 보면 된다.

이정현 : 다른 국가, 진영 간의 대결을 내세운 게임들을 보면, 대치하고 있는 거대한 국가끼리만의 경쟁이 강조된다. 하지만 '리니지' 같은 게임을 보면 국가가 아닌 각각의 혈맹, 길드가 세력 다툼을 하는 구조다. '블레스'는 이런 모든 종류의 권력 경쟁이 다 표현된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이란과 우니온이라는 서로 대립하는 국가들이 있고, 또 그 국가 안에서는 최고의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한 길드들의 권력 싸움이 벌어진다. 양대 진영과 군소 그룹의 무한 경쟁이 둘 다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세력 다툼이 있는 게임이다. 사실 실제 역사상에서의 국가들, 다양한 분쟁과 전쟁들을 보면 언제나 이런 복합적인 권력 투쟁이 존재해 왔다. 전쟁으로 국외가 혼란스러우면 국내에서도 이로 인한 권력 투쟁이 벌어지고, 이 두 가지 싸움은 서로에게 긴밀한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를 보아도, 아직도 남과 북이 대치를 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국가의 핵심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정치 싸움과 당쟁이 벌어진다. 이런 디테일한 권력 다툼을 그리고 싶었다.



Q. 그런 국가 안의 권력 다툼을 다루는 정치 시스템이 돋보이는데, 정확히 어떻게 기능하는가? 더구나 요 몇 년 전부터 '왕좌의 게임' 같은 권력 다툼을 중심으로 하는 드라마도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런 것에도 영향을 받을 것 같은데.

한재갑 : '왕좌의 게임' 드라마는 저도 굉장히 재미있게 봤다. 원작 소설이 더 먼저 있긴 했지만, 한창 개발을 하는 중에 드라마가 나와서 대중적인 인기도 얻었고, 그 퀄리티도 대단해서, 흥미를 가지고 지켜본 것 같다. 사실 '핸드'라는 명칭도 따오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물론 지나치게 유사성을 띄는 건 좋지 않아서 단상으로 끝냈다.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는 것 같다. 비단 특정 한 작품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이런 한 국가 안에서 절대 권력을 두고 벌이는 치열한 암투와 권력 다툼은 수없이 많이 있어 왔고, 하나하나가 모두 굉장히 흥미롭다. 이 모든 사례들을 연구하고 그런 개연성이 있는 정치 구조, 다툼의 스토리가 생길 수 있도록 고민해왔다.

이정현 : 억지스럽지 않은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역사를 보면, 어느 나라, 어느 시대가 되었던지 간에 외부의 적이 있고, 내부에도 분란의 씨앗이 있다. 그리고 제각각 모두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 냈고, '블레스'의 세력 다툼이 그런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블레스'에서는 전투만 잘한다고 해서 권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마찬가지로 정치만 잘한다고 해서도 되지 않는다. 양쪽을 모두 준비하고, 수행해야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거대 길드가 있다면, 물론 그들이 성장하기 위해 노력을 한 만큼 정당히 얻는 것이 있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계속 고착화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영지 계약이 그렇다. 영지를 획득하는 것을 전투로만 상정하게 되면 영지에서 얻게 되는 이득으로 부익부 빈익빈의 고리가 이어져 독점의 폐해가 생기기 마련이다.

때문에 '블레스'에서 영지를 획득하기 위해선 길드 활동을 통해 쌓은 영향력으로 비공개 경매를 해 낙찰을 받아야 한다. 길드원들이 전투, 생산을 비롯한 다양한 플레이로 영향력을 벌어들일 수 있고, 입찰이 비공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영향력을 어떻게 분배하고 투자하느냐가 중요하다.

아무리 거대한 길드라 할지라도 모든 영지를 차지하고자 고르게 영향력을 경매에 투자했다면 한두 군데 영지에 전력투자를 한 중소규모 길드에게 입찰을 빼앗길 수 있다. 또, 낙찰된 영향력은 지불되어 사라지고, 낙찰을 못 받은 영향력은 일부분 돌려받기 때문에 영지를 유지하기 위해선 이런 영향력 경쟁에 더욱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

계속해서 권력의 소유주가 바뀔 수 있고, 이를 쟁탈하기 위해 경쟁을 하는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 수도 쟁탈전도 그러한 틀이 이어진다. 가장 큰 영토, 그러니까 나라 전체를 두고 벌이는 영지 싸움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수도 쟁탈전은 전투가 직접적으로 들어간다. 전투의 승패에 따라 나라의 수장이 바뀌는 구조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치가 들어간다. 영지를 획득한 길드만이 수도 쟁탈전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데, 공격 측과 수비 측 중 어느 쪽에 참여할지를 사전에 정해야 하고, 이는 수도 쟁탈전이 시작하기 직전까지 비밀로 붙여진다. 결국 기존의 권력을 지켜야 하는 수성 측과 이를 뺏으려는 공격 측의 치열한 정치, 포섭이 이어지고, 서로 연합과 배신을 하게 된다.

누가 누구를 위해 싸울지, 누가 마지막 승자가 될지 알 수 없는, 수 싸움이 난무하는 구조가 될 것이다.



Q. 이런 구조상, 각각의 영지마다의 특색이나 적절한 밸런스를 조절하는 게 필수적일 것 같다. 영토와 이익의 크기나 종류 등등. 이런 특색은 어떻게 구분될까?

이정현 : 우선 이런 큰 영지들의 런칭시 개수는 국가별로 5개다. 추후 개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영지의 최대 메리트는 영지에서 벌이는 활동으로 얻게 되는 통치 점수인데, 영지를 소유한 길드가 영토 내에서 어떤 활동을 하느냐에 이익이 달라진다. 간접세와 비슷한 느낌이다. 그저 영지를 차지했다고 저절로 이익이 생기는 것이 아닌, 그 영토 내에서 길드원들이 활동을 해야 한다. 영지 내에서 사냥을 하거나, 생산 활동을 활발히 하거나, PVP로 적을 해치우는 등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여기서 차이가 생기는 부분은, 각 영지마다 많이 분포한 생활 콘텐츠가 다르고, 또 사냥터의 레벨도 차이가 나고, 분쟁지역이 얼마나 되는지 등이다. 따지자면 영지마다 비옥함의 정도와 유리한 부분이 다르고, 이것이 영지 경매까지 영향을 미쳐 다양한 변수를 만들 것이다.

영지별 밸런싱은, 계속해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수정으로 더욱 완벽한 형태로 고쳐나갈 것이라는 약속으로 답변을 드리고 싶다.


Q. PVP, 특히 RVR에서는 동기부여가 중요한데, 어떻게 유저들을 유도하려 하나?

한재갑 :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먼저 '내가 왜 게임을 하는가'에 대한 세계관 설정, 두 번째는 그 행위에 대한 보상, 마지막은 이것을 지속할 수 있는 메카닉 구조다.

이정현 : 모두가 그렇겠지만, 우리는 세계관이나 스토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MMORPG에 대해서 계속 언급했는데, 뒤의 RPG가 담고 있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내가 이 세상에 속해 있다는 몰입감, 이것은 다른 장르에서는 주기 어려운 것 중 하나다. 열개 종족을 준비하고, 직업을 만들고, 진영 간의 스토리를 만들고, 이런 작업이 워낙 할 것이 많고 어려운 것이긴 한데, 그렇다 해도 요즘은 좀 그런 세계관 유도가 적은 것 같다. 하지만 저희는 중요하게 보았기에 많은 투자를 했다.

특히 상대 진영과 싸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많이 유도했다. 다른 게임에서 진영이 다르다고 농담 삼아 서로를 헐뜯듯이 말이다. 이 두 진영은 서로 선악으로 나뉘어 있는 게 아니라 이념의 차이로 나뉘어 있다. 한쪽은 제국, 한쪽은 공화국으로, 어느 쪽이 맞고 틀린 것이 아니라, 서로 이념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과 전쟁이 주 요소다.

보상과 메카닉은 같이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보통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보상을 생각하는데, 저희는 좀 다른 방법으로 접근했다.

RPG는 결국 역할놀이이고, 유저 마다 원하는 것이 다르다. 우리가 전쟁을 하니, 너네 모두 전쟁을 해야 돼! 이런 구조는 바라지 않았다. 원하지 않는 이들에게 이걸 해야만 한다고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궁극적으로 나라의 정점에 오르는 것을 원하는 이들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고, 단지 던전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재미있게 게임을 하고 싶은 이들도 있다. 모두 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면 된다. 수백 명 단위의 레이드를 하고 싶다면 해도 되고, 소수 PVP를 하고 싶다면 해도 된다.

길드를 안 들면 이런 건 할 수 없다, 이런 강제성이 큰 플레이를 유도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게임은 모두 서로가 필요한 구조다. 길드에서는 생산자를 보호하고, 생산자들이 필요한 아이템과 장비들을 만들고, 던전을 돌아 장비를 맞추고, 전쟁을 하고, 다시 발전을 한다. 유저 개개인의 플레이 동기를 잘 살릴 수 있는, 일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

한재갑 : 처음부터 스토리를 이어 가면서 새삼스레 "아 우리는 원래 다투는 사이였잖아." 하고 깨닫고, 자연스럽게 그런 상황에 몰입이 되는 것을 원했다. 설정이라는 것은 그만큼 당위성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 자연스레 대립하게 되는 레벨 디자인을 많이 넣었고, 유저들이 각각의 플레이어로서가 아니라 '하이란'과 '우니온'으로서 대립하게 하고 싶었다.

크게 4가지 분류로 유저들의 타입과 취향을 나누었다. 이런 세그먼트 구분을 통해 길드전, 던전, 생산 등 각각의 콘텐츠에 중요한 업데이트가 이루어질 것이다. 지속적으로 유저들이 선순환을 통해 서로의 재미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Q. 본래 마스쿠는 공용 종족이 아니라 하이란에 속했던 것으로 아는데, 최초의 공용 종족이 됐다. 어떤 사연이 있나?

한재갑 : 본래의 설정상으로 마스쿠는 외부에서 유입된 이민족이기 때문에, 유동적인 여지가 있었다. 다른 MMORPG들을 보았을 때 진영 간의 인구 밸런스가 매우 중요한데, 때문에 외모상으로 인기가 많은 마스쿠가 인구 불균형을 초래할까 걱정했다. 이미 다른 게임에서도 특정 종족 때문에 전체 인구 밸런스가 무너진 사례가 종종 있지 않나.

그래서 같은 마스쿠이지만 서로 다른 스토리를 투입해 양쪽 진영에 모두 투입하게 되었다. 사실 많은 걱정을 했는데, 결국 게임에 치명적일 수 있는 위험부담보다는 안정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 같다.


Q. PVE는 상대적으로 덜 강조가 된 것 같다. 레이드 및 인스턴스 던전 등은 어떻게 될까?

이정현 : MMORPG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역할이 있고, 이것이 분배된다. 중요한 것은 각 직업의 역할이다. 특정 직업이 어느 상황에서 무조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던지, 아니면 모든 걸 할 수 있다던지 하면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런 게 없이, 각 직업이 제각각의 위치를 가지고 있고, 서로의 영역을 크게 침범하지 않도록 하는 게 기본이다. 던전도 그렇고 전장도 그렇다.

저희는 유저들이 파티를 맺고 던전에 들어가길 원하고, 각각의 직업이 던전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잡아놓고 설계를 하고 있다. 탱커 딜러 힐러의 기본적인 구조 하에서 생기는 변수는 아직도 유효하고, 파티원들이 각각의 역할을 잘 해냈을 때 얻는 성취감은 대체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초반에는 이런 역할 분담 요소가 약하지만, 뒤로 갈수록 이런 역할과 공략이 필수적이 된다.

이런 역할의 분배는 전장에서는 또 다르다. 사람 대 사람의 싸움에서는 탱딜힐과는 다른 양상의 역할이 필요해진다. 오히려 요즘의 MOBA 장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누군가는 튼튼한 체력과 광역 방해기로 싸움을 유리하게 유도하고, 누군가는 요인을 암살하는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보다 세부적이고 PVP에 맞는 역할 분배가 따로 있다.


Q. 아직 공개되지 않은 미스틱과 워락의 두 직업은 어떤 역할을 부여받게 될까?

이정현 : 아직은 컨셉적인 부분인데, 미스틱 같은 경우는 던전에서는 힐러의 역할이 가장 어울리는 클래스가 될 것이다. 현재 힐러 역할을 맡는 팔라딘의 경우 판금 갑옷을 입고, 좀 더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힐의 사정거리가 짧다. 팔라딘의 파티 내에서 위치는 탱커와 가까운 전선이 되며, 최전방 힐러로 활약한다. 반면 미스틱은 힐의 사정거리가 더 길고, 방어도가 낮고, 전선 뒤에서 지원하는 타입의 힐러가 될 것이다.

워락은 다재다능한 클래스로서 다양한 소환수를 활용한다. 주로 상대방을 약화시켜 파티의 공략을 수월하게 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Q, 많은 유저들이 우위를 점하고자 성장에 노력을 기울일텐데, 캐릭터나 세력은 어떤 방식으로 성장이 가능할까?

이정현 : 장비를 맞추는 것은 크게 네 가지 방법이 있다. 던전을 파밍 해서 장비를 맞출 수도 있고, PVP 계급을 올려 계급에 맞는 아이템을 확보할 수도 있고, 채집과 제작을 통해 희귀한 재료를 모아 만들 수도 있다. 또 영지를 차지했을 때 거기서 생기는 이득으로 아이템을 확보할 수도 있다.

길드의 힘은 결국 사람의 수다. 다른 길드를 포섭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때문에 길드 관점에서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길드 레벨을 올려 최대 인원수를 늘리고, 1인당 하루에 획득할 수 있는 영향력의 최대치가 있기 때문에 꾸준한 활동으로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그러려면 길드에 들어오는 이들의 목적이 맞고,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 매우 희귀한 비행 탈것 등을 보상으로 걸어 분배한다던지 하는 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Q. 기초적인 생활 콘텐츠도 있고, 영지도 있으니 보다 본격적인 전투 외 건축 등 콘텐츠들이 가능할 것 같은데, 도입 가능성이 있나?

이정현 : 결국 영지에서는 통치 점수가 그 중심에 있다. 영지에서 일반 유저들이 활동을 활발하게 하면 많이 들어오는 구조이고, 길드에서 많은 이들을 투입해 생산활동을 장려하고, 사냥하고, 분쟁 지역이라면 PVP를 벌여 상대 진영을 해치워야 한다.

아직은 많은 발전 방향 중 하나이지만, 이후에는 그런 것들이 가능할 수도 있다. 분쟁 지역에서 쉽게 이기게 하기 위해서 경비, 가드타워를 더 배치하고, 또 안전한 채집을 위해 경비를 투입하고, 상인을 위한 상공업자를 투입하고, 다양한 활동을 부양할 수 있는 시설들과 NPC들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구현하려면 길이 멀지만, 가능한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

한재갑 : 지금으로서 이런 고민들은 큰 그림 속에 들어있는 여러 가지 작은 그림 중 하나다. 앞으로 통치라는 시스템의 로망이 어디까지 갈 수 있나 하는 목표로서 생각을 해주면 되겠다. 지금은 하나하나 안정성도 검증하고, 기존의 콘텐츠를 자리 잡게 하는 것이 먼저다.


Q. 앞으로의 업데이트 방향은 어떻게 되나? 신규 지역, 신규 시스템 등이 준비되고 있나?

한재갑 : 기본적인 원칙은 고객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PVP를 좋아하는 사용자들에게만 치우지지 않고, 그렇다고 던전 등 PVE에도, RVR, 생산 등등, 모두 하나에만 치우치지 않게 하면서 말이다.

그런 다양한 취향의 제각각의 플레이어들이 한 달에 한 번씩은 새로운 업데이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 목표다. 앞으로 유저분들에게서 많은 피드백을 듣게 될 것이다. 지속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까는 우리의 끝없는 숙제다.



Q.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과 그러지 않는 것에서 많은 차이가 있을까?

이정현 :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듯 프리미엄 서비스는 10%의 하드코어 유저들을 위한 것이다. 확실히 예전의 전성기에 비해 MMORPG를 즐기는 유저들의 절대 수는 줄었다. 하지만 MMORPG는 사람이 적으면 재미가 없다. 일단 사람이 많아야 한다. 그래서 그런 방향성을 잡았다. 과금이 게임을 하는데 허들이 되어선 안된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료로 플레이해도 문제를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선을 잡는 것이 중요했다. 하드코어 유저들은 어떤 부류의 유저들이며, 또 어느 정도의 과금, 혜택이 적절할지 말이다.

결국은 그렇다. 다른 이들보다 좀 더 편하게 게임을 하고 싶고, 좀 더 많이 하고 싶은 이들이다. 편의 기능 측면에서는 텔레포트가 예가 될 수 있겠다. 게임 내에서 거점을 연결하는 탈 것인 와이번과 시간상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그 몇 분의 차이마저도 아까운 분들이라면 가치가 있다. 부활 서비스도 사실 그리 멀지 않은 무덤에서 다시 달려와서 시체 찾으면 그만이지만, 그것도 아쉽다 하는 분들에게는 필요할 것이다.

행동력도 무료 유저는 360이라는 최대치가 정해져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모자람을 느끼기 어려운 양이다. 당장 테스트를 직접 플레이하면서도 몇 시간씩 눈에 보이는 대로 채집하고 편하게 행동력을 활용해도 부족하지 않은 양이지만, 만약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유저라면 모자랄 수도 있다. 그래서 구입하게 되는 것이 프리미엄 서비스다.

선이 중요하다. 어느 정도 선을 유지해야 일반 유저들이 불편을 느끼기는 어려우면서, 유료 결제자들에게는 그만큼 적절한 우위를 제공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과 연구를 했고, 그 결과가 현재의 유료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Q. 전술 시스템으로 8개의 스킬을 쓰게 되는데, 때문에 유저는 8개의 스킬 셋을 직접 짜야 한다. 그렇게 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정현 : 우선 이런 개수 제한 등 룰을 통해서 사람들이 택할 수 있는 기본 전술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유저 입장에서는 당장 불만이 있을 수도 있다. 나는 모든 기술을 쓰고 싶은데?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접근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농구를 할 때는 꼭 드리블을 해야 한다는 룰이 있다. 사실 드리블을 하지 않으면 보다 빠르고 쉽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드리블이 강제되기 때문에 생겨나는 게임의 밸런스가 있다. 한가지 룰이 있는데 그 룰 때문에 재미가 없으니 룰을 없애자고 한다면, 게임 자체의 밸런스가 무너질 것이다.

이 전술 시스템을 통해서 나는 어떤 스킬을 가지고 있는데, 상대는 무엇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거기서 예측 가능한 상성과 전투의 포석을 놓을 수 있다. 스킬 세팅에 따라 이미 전술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어떤 것을 특화해서 준비할 것이고, 어떤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토대에서 전투에 들어가서는 순간적인 판단으로 전투를 진행한다.

적절한 제약 하에서 나오는 전략과 전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유저분들이 하나만 더 넣으면 원하는 걸 다 쓸 수 있을 텐데! 하고 생각하신다면 저희로서는 성공한 것이라 생각한다.



Q. 추후 전쟁을 지상전 뿐만 아니라 공중전, 해상전 등 특수전으로 확대해달라는 의견이 있는데, 관련 계획이 있나?

한재갑 : 여기서 확실히 하겠다. 그런 방향으로 확대할 계획은 없다.

이정현 : 단지 국가 대 국가의 전쟁 혹은 길드전 이외에 다른 양상의 PVP를 고려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그렇다 이지만, 그런 비행 탈것이나 다양한 병기를 탑승하는 PVP를 묻는다면 그럴 일은 없다고 하겠다.

개발 초기에 우리도 많은 고민을 해왔다. 이런 다양한 탈것이나 기갑 장비 등 변수가 가해졌을 때 어느 쪽이 유리하느냐 하면 당연히 그런 병기를 탑승하는 쪽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결국 누구나 다 비행 탈것을 타고, 전차를 타게 된다. 누구나 똑같은 방식의 플레이를 하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앞서 언급했던 직업 간의 역할과 그로 인한 전쟁의 맛이 희석된다고 생각했다.

편의를 위해 있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줄만큼은 안된다는 게 우리 기준이다.

한재갑 : 소수전이나 개인 랭킹 등을 필요하다고 하는 니즈가 많은데, 그만큼 지상전이라는 틀 안에서도 충분히 많은, 또 심도 있는 전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탈것이나 외부 요인은 최대한 자제하고, 전장에 빠르게 투입되기 위한 편의를 위한 탈 것 정도, 이 정도가 '블레스'에서 합의할 수 있는 탈것의 전쟁 투입이다.



Q. 마지막으로 런칭 소감 한마디 부탁드리겠다.

한재갑 : MMO 하면 상상하는 이미지가, 시대에 따라 변하는게 사실인 것 같다. 정통 MMORPG라고 하면, 유저마다 그려지는 이미지가 있을 건데, 그 정통 MMORPG 라는 이미지 안에서도 PVP, 대규모 전쟁, 진영 최고의 자리를 두고 벌이는 다툼을 원하는 분들. 혹은 이런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월드를 이루고, 대규모의 협력 경쟁을 하는 가상세계를 원하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것에 집중하면서 오랫동안 만들어온 게임이다.

사람이 많을수록 재미있는 만큼, 많은 분들이 오셔서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오는 23일의 스트레스 테스트에도, 또 27일의 정식 오픈에도 게이머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이정현 : 게임을 해보신다면, 최소 30레벨까지는 꼭 키워보시라 당부드리고 싶다. 만렙까지는 아니더라도, 30레벨 부터 상대 진영을 만나고 보다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기 때문에, 여기까지 해보고 아, 이 게임이 내게 맞는구나 하는 여부를 판단하실 수 있을 것이다. 꼭 재미있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