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시다면, '드래곤플라이트'라는 게임을 모르시진 않을 것 같습니다. 2012년 출시되어 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슈팅게임. 단숨에 국민 게임으로 자리잡았던 그 게임의 개발사가 바로 '넥스트플로어'입니다.

그런데 드래곤플라이트가 흥행한 후, 오히려 넥스트플로어는 조용했습니다. 게임이 안 나온 게 아니고, 그냥 말 그대로 조용했어요.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별로 없었달까요? 꾸준히 개발에만 매진한 탓인지 루머만 잔뜩 돌고 있었죠. 그러면서 점점 세간의 주목도 사라지는 듯 싶었습니다.

하지만 2014년 들어 김형태 대표의 시프트업과의 협업이 발표되면서 넥스트플로어는 다시 세간의 많은 주목을 받게 됐고, 그때부터 그들은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간담회가 열리기도 했지요. 드래곤플라이트가 성공한 이후 두문불출해 소문만 무성했던 김민규 대표도 직접 인터뷰에 나섰죠.

넥스트플로어를 방문해 진행된 김민규 대표와의 인터뷰.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 동안 그에게 많은 것들을 물어봤습니다. 넥스트플로어가 꿈꾸는 미래와 개발 지향점. 드래곤플라이트와 각 타이틀은 물론 그리고 시프트업과의 협업까지. 그 대화를 지금 이곳에 옮겨봅니다.




0. 넥스트플로어, 그리고 드래곤플라이트

Q. 가장 먼저 물어보고 싶었던게 있어요. 시기가 좀 많이 지나긴 했지만…드래곤플라이트가 스마트폰 시장에 런칭되면서 일종의 국민 게임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그때 느낌이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간담회에서도 이야기했지만…사실 런칭할 때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그전에 냈던 게임들도 잘되지 않아서 런칭하고도 대비가 미흡했었죠. 그런데 이게 다운로드가 올라가면서 수치가 터지고 하다보니까…벼랑끝에 몰린 기분이더라고요(웃음). 거의 1년 내내 매일 새벽에 퇴근하고 대응하다 보니 그럴 겨를도 없었던 것 같아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한물간 거 아닌가?' 하는 식이었고요.

사실 그때 개발 인원들은 완전히 인디였어요. 그래서 뭐 우리는 누가 뭐래도 우리길을 간다, 그런 상황이었죠. 세 분 정도는 회사에 다니시면서 도와주셨고, 저는 개인 사업자 상태라서 주로 제가 대응을 많이 했습니다. 그때는 사무실도 없었어요. 그런데 게임 이름이 '드래곤플라이트'여서 그런지, 드래곤플라이에 문의나 항의가 많이 갔다고 해서 저희도 많이 당황했던 일도 있었죠.


Q. 그렇군요. 요즘 넥스트플로어는 어떤가요? 그리고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도 궁금해요.

=음…고민이 많아지고 있는 단계랄까요. 요즘은 모바일 게임의 마케팅 비용도 예전 같지 않고, 게임 퀄리티도 점점 올라가고 있죠. 저는 처음에 넥스트플로어가 큰 회사와 작은 회사의 경계를 걸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시장은 그걸 허락해줄 것 같지 않네요. 우리가 체급을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이 그 고민을 할 시기인 것 같습니다.

전 개발자 출신이라서, 코딩하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 하면 지금은 팀원들한테 혼나요(웃음). 다들 저보다 더 잘하시니까. 그래도 꿋꿋이 숨어서 조금씩 코딩을 하고 있어요. 제일 재미있는 건 코딩이라서요. 사옥을 옮기면서도 전 개발팀 옆에 있겠다고 꼭 강조했고, 지금은 개발팀 한구석에 자리 잡아서 조용히 지내고 있어요. 앉아 있다가 부르면 회의를 가곤 하는데, 절 아무도 신경을 안 쓰시더라고요.

▲ 넥스트플로어의 김민규 대표



1. 넥스트플로어의 게임, 그리고 장기 서비스

드래곤플라이트는 어느덧 4년을 바라보는 게임이 됐고, 엘브리사는 3년이 넘었습니다. '스피릿캐쳐'도 제법 오랜 시간 동안 서비스 중이고, '나이츠 오브 클랜'은 가장 최신작입니다.

그런데 그게 뭐 어쨌느냐고요? 넥스트플로어의 특징 중 하나는 출시된 게임이라면, 좀처럼 서비스종료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니까요. 다소 지표가 떨어졌음에도 꾸준히 개선안이나 패치를 통해 게임의 수명을 연장합니다. 그리고 그런 의지가 개발팀에게서 보인다는 것이 유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죠.

하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모험입니다. 모바일 게임 수명이 짧다는 게 옛말이지만, 넥스트플로어에게는 그 '옛날'이라고 할 수 있던 출시된 게임들도 있거든요. 그런데도 지금도 꾸준히 서비스를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개발팀들이 애정이 있고, 좋아하는 유저들이 계속해보자는 취지입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자는 의견도 있어요. 그래도 우리는 가볼 수 있는데 까지는 가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사실 그래서 고민이 많습니다. 이것도 개발사의 체급과 연관되는 문제에요. 언젠가는 개발자가 아닌 사업자로서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이 오겠죠. 그런 각오는 하고 있지만요. 그래도 역시, 가볼 수 있는 데까진 가 보고 싶어요. 이건 간담회에서도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엘브리사와 드래곤플라이트는 꾸준한 업데이트로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죠. 스피릿캐처와 나이츠 오브 클랜, 이 두 타이틀도 개선 계획이 잡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손이 좀 부족해요. 나이츠 오브 클랜은 개발팀에서 플랜을 짜 두고 계속 이끌어가겠지만, 스피릿캐처는 지금 누가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논의를 하는 상태죠.

나이츠 오브 클랜은 개발기간이 좀 길었어요. 사실 개발 방향도 여러 번 뒤집었죠. 가챠를 도입하고 도탑전기식으로 해보자는 의견도 있었고…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했어요. 출시 당시에도 아마 방향성을 헤맨듯한 흔적이 남아 있어서 좀 아쉬운 부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지금은 개발팀에서 확실히 방향을 잡고, 계속 개선을 하는 중입니다."

두 게임 모두 방향을 잡고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고.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들이 너무 코어한 게임들로 치중되고 있는 거 아니냐는 질문도 많았어요. 드래곤플라이트 이후 게임을 구상할 때, 스펙트럼을 좀 넓게 잡고 싶었거든요. 캐주얼한 게임부터 코어한 게임까지.

내부의 여러 타이틀을 개발하고 있는 팀이 있는데, 어쩌다 보니 코어한 게임들이 먼저 출시되게 된 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아마 올해가 넘어가게 되면 전체적인 라인을 보고 넥스트플로어는 이렇게 다양한 게임들을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네요.

퍼블리싱에 대해서도 많이 물어보시죠. 자체 개발만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왜 퍼블리싱을 하는 것이냐고요. 이게 욕심…. 이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하고요, 여러 가지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기는 해요.

개발자 출신이다 보니 아는 개발자분들도 많고, 좋은 개발팀도 많이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그분들은 서비스해 본 경험이 없는 분들이 많아요. 마침 저희는 서비스도 해봤고, 운영 노하우도 좀 쌓여 있는데다가 운영 조직이 있죠. 그래서 같이 해보자는 이야기를 건넸고, 함께 개발하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앞으로도 여러 게임을 런칭해서, 지표를 살피고 게임을 고쳐나가고. 그리고 업데이트하면서 계속 같이 갈 생각이에요. 밖에서 보실 때는 그냥 넥스트플로어가 퍼블리싱도 하는구나, 정도로 생각하실 수도 있죠. 하지만 전 퍼블리싱도 넥스트플로어의 개발 연장이라고 생각해요. 넥스트플로어는 꾸준히 개발사로서 남고 싶어요."

4년차를 바라보는 드래곤플라이트. 최근에 또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2. 지하연구소, 인디게임, 스타트업

Q. 지난번 간담회 때 처음으로 '지하연구소'를 이야기하셨죠? 발표에서는 큰 비중이 없는 편이었는데, 이후 질문이 엄청 많았다고 들었어요. 지하 연구소에 대해 소개를 부탁합니다.

=네, 정말 많이 관심을 두시더라고요. '지하연구소'는 회사 일부분의 리소스를 할당해서, 라이브 하던 분들이 이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 하면 1년 동안 개발하게 되는 프로젝트에요. 이것도 드래곤플라이트와 관련이 좀 있어요. 간담회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드래곤플라이트'를 제작할 때도 정식으로 만들던 게임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김석현 디렉터님이 이렇게 하면 재미있겠다, 하고는 몇 일 만에 뚝딱 만들었던 게 드래곤플라이트입니다. 의외의 시도가 정말 재미있는걸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았죠. '지하연구소'는 그걸 잃고 싶지 않아서 시작된 프로젝트에요. 그런 기회를 잃지 말았으면 하고요. 시스템 자체는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 것과는 좀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더 큰 프로젝트를 위한 시험장 같은 곳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죠.

개발자들은 다들 자기 게임을 만들고 싶어 하시잖아요? 하지만 회사 사정상 그걸 다 할 순 없습니다. 저도 언젠간 기회를 드리고 싶은데,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요. 1년이란 기간도 어떻게 보면 빡빡한 편이지만 꼭 지키고 있고요.

넥스트플로어는 '디렉터' 중심의 체계로 만들고 싶습니다. 지하연구소는 좋은 디렉터를 키울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요. 넥스트플로어의 전체 인원이 대략 120명 정도 되는데, 지하 연구소는 10명 정도의 규모로 돌아가요. 사실 전체로 따지면 10%가 안 되는 리소스고, 제가 볼 때는 이 선을 넘어가면 위험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 좋은 디렉터를 키우고 싶은 그런 프로젝트라고 보시면 됩니다.



Q. 요즘 국내 인디게임 시장이 상당히 활발해졌어요. 넥스트플로어도 인디게임 개발사에서 메인스트림에 합류한 케이스가 될 텐데, 요즘 인디게임 시장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음, 한국이라고 범위를 정해버리면 좀 애매하지 않을까요? 요즘은 스팀이나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도 정말 잘 되어 있어서요. 저도 인디게임 사보는 걸 좋아해요. 스팀 그린라이트도 꾸준히 보고 있고요. 요즘은 정말 많은 분이 도전을 하고 있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게다가 요즘에는 창업보육센터도 정말 잘 되어 있는 편이라서요. 오렌지팜이나 NPC도 정말 잘 되어 있잖아요? 저희도 나중에 여유가 되면 그런 걸 좀 하고 싶긴 해요.

인디게임은 앞으로 점점 더 쉬워질 거라고 생각해요. 개발자들은 요즘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해요. 유니티 어셋 스토어가 엄청 풍성해지고 있는데, 유니티 쓰는 개발자분들은 게임을 '조립'한다는 느낌이라고 하더군요. 게임을 만들고 싶다면 앞으로 더 많이 어셋이 만들어지겠죠.

처음에는 저희도 자체엔진으로 많이 갔어요. 그게 제가 만든 '모데라토'라는 엔진이었는데…내부 개발자분들이 별로 안 좋아하세요. 못쓰겠다고. 사내 발표에서는 "모데라토,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프레젠테이션도 나오기도 했어요(웃음). 저도 굳이 고집할 이유가 없으니까, 유니티 쓰시다가 합류하셨는데 또 공부하기도 그러니 그냥 이제는 편하게 쓰고 싶은 엔진을 쓰시라고 합니다.

요즘 언리얼에도 관심이 많긴 해요. 조금씩 보고는 있어요. 그런데 유니티가 워낙에 빨리 만들 수 있고, 언리얼 엔진은 세팅도 필요하고 좀 더 연구가 필요해요. 현재는 R&D만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은 다들 유니티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Q. 사실 PS4 플랫폼으로 'KIDO'를 공개하셨을 때 좀 많이 놀랐어요. 그동안 모바일만 하셨는데, 콘솔 작품을 내는 건 어떻게 결정하게 됐나요?

=저도 그 시대 게이머거든요. 콘솔 게임을 하면서 자란 세대라, 예전부터도 콘솔 게임을 만드는 게 꿈이었어요. 콘솔 시장의 변화도 꾸준히 주시하고 있었고요, 내부에서도 콘솔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개발 계획도 잡아보려고 했는데, 마침 KIDO팀이 도전하신다고 해서 흔쾌히 OK 했죠. 콘솔 게임을 만든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됩니다.


Q. 이야기를 죽 들어보니, 개발자들과 마찰이 좀 잦을 것 같아요. 그래도 개발자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주는 것 같은데요?

=네, 개발자분들하고 충돌은 많이 나요. 그렇다고 제가 항상 져준다 하는 건 아니고요. 서로 합리적인 설득을 한다고 할까요? 한쪽이 납득하면 넘어가요. 사실 드래곤플라이트를 개발할 때도 전 재미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어요(웃음). 그때는 좀 엄청 싸웠죠. 강경하게 나가기도 했는데, 저 빼고는 다 좋아하시더라고요. 알겠습니다 하고 넘어갔죠. 사실 그때부터가 좀 결정적이었던 것 같아요. 다들 취향도 있고, 생각하는 바도 다르니까 굳이 고집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네요.


Q. 요즘 인디게임 시장은 좀 활발해졌는데, 스타트업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시기인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차별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다른 게임보다 굉장히 특이하다던지 아니면 퀄리티가 뛰어나다던지 식의 차별화가 중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제가 평소에 영화를 자주 보고, 영화랑 좀 비교를 하곤 해요. 시장이라는 건 공급자와 수요자가 같이 만들어내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화 시장에서도 히어로물이 많이 나오잖아요? 시장의 동향이 어찌 됐건, 히어로물을 나오면 꾸준히 보고 좋아하고, 또 히어로물이 나오고. 그런 식으로 같이 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현재 시장이 코어한 RPG 쪽으로 많이 편중됐다고 합니다. 또 다른 RPG가 나와도 좋은 성적을 내겠죠. 그렇다고 저희가 그걸 안 하는 이유가…우리는 그걸 만들고 싶어하는 디렉터가 없어요(웃음). 의견을 여쭤보기도 하고 이야기도 많이 해봤는데 딱히 원하시는 분은 없더라고요. 만약에 RPG를 내고 싶어하시고, HIT 같은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디렉터가 있다면 우리도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3. 시프트업과의 협업에 대하여

넥스트플로어는 2014년, 김형태 대표의 '시프트업'과의 협업을 작품 '데스티니차일드'를 발표하면서 더욱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거기다 시프트업이 넥스트플로어 사옥에 입주하는 형태고, 넥스트플로어가 개발팀을 파견하는 형태였죠. 거기다 '블레이드앤소울' 개발팀을 나와 조용하던 김형태 대표가 모바일 게임에 도전한다고 하니까, 정말 큰 소식이었죠.

그렇다면 넥스트플로어와 시프트업은 어떻게 만나게 된 건지, 시프트업의 첫 작품인 '데스티니차일드'는 어떻게 개발이 결정된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이전에 김형태 대표에게 들어본 바로는 분명히 김민규 대표는 '데스티니차일드'를 반대했었다는 이야기도 기억이 났습니다.



"김형태 대표님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어요. 블레이드앤소울을 오랫동안 개발하셨잖아요? 본인은 모바일 게임도 한번 해보고 싶어하셨거든요. 자유롭게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은데, 큰 회사를 가면 또 오래 개발을 해야 할 거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마침 저희 회사에 김형태 대표님하고 친분이 있는 AD분이 계셔서 연락하고 이야기를 해보게 됐죠.

넥스트플로어는 이런 회사다,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으면 베이스를 준비해 드리겠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었고요, 그렇게 함께 '데스티니차일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에 김형태 대표님이 이런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제안했을 때는,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반대했어요. 좀 빠르게 만들고, 타이트하게 CCG를 내보고 그다음에 해보자. 그렇게 이야기를 드렸거든요. 본인도 빨리 게임을 제작하는데 동의를 하셨었어요. 그런데 그 타이밍에 라이브2D에 푹 빠져버리신 거에요.

저도 반대였죠. '이거는 하려면 무조건 2년 해야 한다'. '1년 런칭 일정으로는 어렵다', '캐릭터 하나 만드는데 일주일은 해야 하지 않느냐', 'R&D도 1년 날아가고 안된다' 하고 이야기를 했죠. 다들 반대했는데, 대표님이 만든 일러스트를 화면에 띄우니까 다들 조용해졌어요. 딱, 느낌이 온 거죠. '아…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구나'하고요."


....이걸 보고 반대하기는 정말 쉽지 않을 듯 하긴 하다.

"그 이후로는 바로 개발에 착수했죠. 초기에 일러스트는 시프트업이 전부 다 맡고, 우리 쪽에서는 세팅을 했어요. 라이브2D를 게임에 얹고, 게임의 방향성을 정하고요. CCG에서 이제는 RPG로 가자는 방향도 굳어졌고요. 그렇게 세팅해서 1년 정도를 보냈어요. 어느 정도 개발이 진척을 보이고 안정되기 시작하면서 천천히 저희 쪽 인원도 빠졌고요. 이제는 시프트업에서 다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는 현재 서버 쪽에서 도움을 드리고 있어요. 서버 엔지니어를 지원해 드리고 있고, 플랫폼에 붙이고 있고요. 지금 '데스티니차일드'는 거의 시프트업에서 개발을 다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4.넥스트플로어의 DNA, 그리고 미래

Q. 사옥을 옮기기 전에도 그렇고, 새로 옮기신 후에도 직원 복지 시설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은데요?

=음, 제가 북미 쪽 회사들을 굉장히 좋아해요. 픽사와 애플의 영향을 좀 받은 게 있는 것 같아요. 사무실을 디자인할 때, 오고 가는 공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많이 신경을 쓰시더라고요. 대화가 별로 없던 사원들끼리 커피 한 잔을 내리면서 교류가 이뤄지고, 그 과정이 회사에 큰 힘이 되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그런 공간을 꼭 넣자고 했거든요. 차를 마실 수 있고 탁구나 당구 같은 간단한 실내 스포츠도 즐길 수 있고. 편안하게 잡담도 할 수 있는 그런 공간. 그걸 한 곳에 몰아보고 싶었어요. 회사 차원에서는 여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으니까, 반대도 심했죠(웃음). 그래도 이건 꼭 해보자고 주장해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예전부터 신경을 좀 많이 쓰고 싶었던 부분이에요.

넥스트플로어 내부 전경

차, 커피 등 음료도 잔-뜩있다. Max봉도!


Q.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지난해 일본 지사를 내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일본 진출은 당초 계획보단 빨랐다고 생각합니다. 넥스트플로어 일본지사인 '스테어즈'에는 라인에서 '드래곤 플라이트'의 일본 서비스를 담당하셨던 전인태님이 지사장으로 계십니다.

처음에는 정말 의견 충돌이 잦았습니다. 현지 사정에 맞게끔 게임 내용을 대대적으로 개편하자는 일본쪽 의견과 일손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반대하는 저희쪽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상태에서 '드래곤 플라이트'의 일본 서비스를 시작했죠.

공교롭게도 당시 '드래곤 플라이트'와 '윈드러너'가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 진출했습니다. 하지만 내부 기대와는 반대로 두 게임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전인태 지사장이 두 게임을 세밀히 분석한 지표를 보내 주셨습니다. 두 게임의 업데이트부터 현지 대응, 갖가지 수치 등을 그래프로 분석한 자료를 전달 주셨는데 정말 차이가 많이 나더라고요. 뒤늦게나마 현실을 인정하고 수습해 보려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이때의 애증의 관계 덕분(?)이었을까요. 넥스트플로어의 일본 지사 제안을 드렸더니 수락해 주셨습니다. 다시 한 번 사람이 우선이고 중요하다고 느낀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Q. 넥스트플로어는 어떻게 보면 시장의 주류 장르보다는 다른 장르를 좀 많이 가지고 있는 개발사잖아요? 넥스트플로어의 개발 DNA는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음, 또 영화이야기를 하게 되네요. 사람들은 20세기 폭스사나 워너브라더스의 색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잖아요? 영화는 감독이 가지는 색이 드러나죠. 전 그게 게임에 더 크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게임은 단방향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쌍방향 엔터테인먼트잖아요.

그래서 디렉터들의 색을 부각하는 데 주력하고 싶어요. 디렉터의 연합체처럼 되고 싶다고 할까요. 각 디렉터들의 자신의 색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직은 많이 쌓이지 않았지만 이렇게 5년, 10년이 지면 충분히 색이 쌓일 거라고 믿어요. 지금도 꾸준히 게임마다 디렉터의 심볼같은걸 넣고 있거든요. 아직은 게임의 역사가 좀 짧아서 그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개발자들은 자조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다 똑같은 게임만 만드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수많은 온라인 MMORPG가 나올 때를 생각해봐도, 카트라이더 같은 레이싱 게임도 있었고 FPS도 있었습니다. 주류 장르가 시장에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계속 더 얹어졌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PC 온라인만 있는 게 아니고 모바일,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도 있는 거고요.

게이머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게 많아지는 거니까,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저도 뭐, 넥스트플로어는 모바일 게임을 시작했지만, 플랫폼에는 종속되지 않고 재미있는 건 뭐든지 찾아가고 싶어요. KIDO도 그런 노력 중에 하나고요.


Q. 2016년에는 넥스트플로어에서 어떤 게임들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아마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건 '크리스탈하츠'일 것 같네요. 2월 말 정도로 예상하고 있고요, 약간 오차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사전 예약을 하는 중이라 그 일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하려고요. 크리스탈 하츠도 좀 많이 싸운 게임이에요(웃음).

개발사에서는 좀 더 차별화를 두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개발사와 수 많은 대화 끝에 결국엔 절충점을 찾고 현재는 출시 일정에 맞춰 서로가 협력할 부분에 충실하고 있고요. 아마 올해 넥스트플로어는 지하연구소 게임을 제외하고는 약 4~5종의 게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넥스트플로어의 계획이랄까, 앞으로 걸어갔으면 하는 길이나 바람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게 제일 어려운 질문인 것 같네요. 처음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넥스트플로어는 지금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도 고민이 많고, 회사 차원에서도 고민이 많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언제까지고 넥스트플로어는 좋은 게임을 만드는 회사가 되고 싶네요. 그게 가장 큰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