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 The Molasses Flood ⊙장르 : 생존 어드벤처 ⊙플랫폼 :PC ⊙발매일 : 2016.02.25


여주인공, 어드벤처, 분위기 있는

딱히 할만한 게임이 없을 때면 늘 이 세 가지 태그를 이용해 스팀 상점을 검색하곤 한다. 왜 여주인공 태그를 찾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글쎄,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밖에는 해줄 수가 없다. '사일런트 힐' 시리즈도 3편이 가장 재미있었고, 최근에는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도 인상 깊게 플레이해서 그런가? 지금도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어드벤처 게임이 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 중이다.

여느 때와 같이 위의 태그로 검색을 하던 중 아주 인상 깊은 게임을 만났다. 이름은 너무 길어서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티저 영상만은 확실히 한눈에 들어왔다. 독특한 아트 디자인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컨트리 락, 그것만으로도 이미 마우스 커서는 '장바구니에 추가' 버튼으로 향하고 있었으니까.

구입하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게임을 만든 개발사 'The Molasses Flood'는 보통 인디 개발사가 아니었다. '바이오쇼크',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의 아트 디렉터였던 스콧 싱클레어(Scott Sinclair)가 '기타 히어로', '헤일로' 시리즈 등에 참여했던 개발자들과 함께 설립한 인디 게임 개발사였던 것이다. 그리고 '플레임 인 더 플러드'는 스스로를 'AAA 게임 망명자'라고 칭하는 이들이 만든 첫 번째 인디 게임이었다.

▲ 그렇다, 이 아트 디렉터 맞다

무슨 이유로 AAA 급 게임을 개발하던 이들이 '망명자'를 자처하며 인디 게임을 개발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했지만, 일단은 그들이 만든 게임을 먼저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픽과 아트는 이미 트레일러부터 한껏 유니크함을 뽐냈으니 합격. 남은 것은 이 게임이 얼마나 참신한지, 그리고 재미있는지를 알아보는 것뿐이었고, 그렇게 끝을 알 수 없는 강물 래프팅은 시작되었다.



첫인상은 보통의 생존 게임이었다. 아트가 아주 독특한...

게임의 시작은 정말로 순식간이다. 개발사의 로고가 화면에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간 이후, 메뉴 화면엔 웬 강아지와 한 마리와 함께 가방을 멘 해골이 보일 뿐이었다. 해골 옆 간판에는 'DO NOT IDLE'이라는 문구가 덧칠해져 있었다. 대충 해석해 보자면 '빈둥대지 마라'는 뜻일까.

어차피 메뉴 화면에서 빈둥댈 마음도 없었으니 바로 캠페인 시작 버튼을 눌러 게임을 진행했다. 그러자 강아지가 해골이 메고 있던 가방을 물고는 유유히 걸어가더니, 모닥불에서 불을 쬐고 있던 소녀에게 가방을 건네준다. 소녀는 가방 속에서 작은 라디오를 발견하고, 그 라디오의 신호가 가리키는 곳으로 향하는 것이 곧 게임의 목표가 되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이 게임이 단순한 어드벤처일 것이라는 생각에는 큰 변함이 없었다.

▲ 메뉴부터 해골이 반기는 게 어쩐지...

하지만, 그 생각은 곧 튜토리얼을 훑어보면서 점차 흔들리기 시작했다.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날것을 먹으면 식중독에 걸릴 수 있다'거나, '늑대를 만나면 지팡이를 휘둘러 도망칠 시간을 벌자' 같은 안내문들은 뭐랄까, '프로젝트 좀보이드'같은 게임에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그제야 화면 하단 UI의 갈증과 허기, 피로도 같은 수치들이 한눈에 들어왔고, 이 게임이 단순한 어드벤처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 어쩌면 일반적인 어드벤처가 아닐 수도 있어. 그 편이 나을지도 몰라'

▲ 게임의 주인공, '스카우트'와 그녀의 반려견 '이솝'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튜토리얼 지역을 둘러보다 보니, 오염된 물을 식수로 정화시키는 방법이나 캠프파이어를 통해서 음식을 만드는 법 등을 익히게 되었다. 뭔가 새로운 아이템을 획득하면 그와 관련된 제작법을 알게 되었다는 알람을 계속 받게 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옥수수를 두 개 구하면 캠프파이어에서 애시 케이크(Ash cake)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알림이 뜨는 식이다.

하지만, 튜토리얼은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쳐 주지는 않았다. 사실, 생존을 위해 가장 먼저 알아야 했던 건 인벤토리에 대한 개념이었다. '가방', '이솝의 가방', 그리고 '뗏목'의 짐칸으로 나눠져 있는 인벤토리를 상황에 따라 적절히 활용해야 어느 장소에 가서든 맹수들을 피해 빠른 시간에 탐험을 마칠 수 있다. 하지만, 그 중요한 정보를 튜토리얼은 말해주지 않았다.

▲ X 표가 되어 있지만, 처음부터 다 쓸 수 있는 공간이다

제한된 인벤토리, 또 하나의 생존 게임 공식이 성립하는 순간이다. 물론, 최대한 고난과 역경을 표현할 수 있고, 플레이어를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놓게 하는 데는 인벤토리를 제한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 과거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가 그래왔듯이, 지금도 많은 생존 게임들이 무게나 혹은 인벤토리 칸 수를 이용해 플레이어가 소지할 수 있는 자원의 양을 제한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플레임 인 더 플러드'는 상당히 생존 어드벤처의 공식을 잘 따라가는 게임으로 보인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스러운 분위기), 반려견, 거기에 생존 요소까지... 물론 이제는 '참신함'과는 한참 동떨어진 단어들이 되어버렸지만, 어쩌면 이런 흔한 요소들이기에 오히려 게임만의 색채가, 정확히 말하면 독특한 아트가 살아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흐르는 강물은 거스를 수 없었다. 연어가 아니라서...

▲ 생존을 위해 강물을 따라 노를 젓자

'플레임 인 더 플러드'에서는 인간생활의 3대 요소인 '의, 식, 주'를 바탕으로 모든 동선을 짜게 된다. 더 두꺼운 옷을 구하지 못하면 비가 올 때마다 저체온증 걱정을 해야 하며, 충분히 먹지 못해도 죽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제때 잠을 자지 못해도 과로로 인해 죽을 수 있다.

뗏목을 타고 내려가지 않으면 생존에 필요한 물건을 구할 수가 없기 때문에, 목 좋은 땅을 골라 농사를 지으면서 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주인공은 드럼통과 나무판자로 엉성하게 만든 뗏목에 몸을 기대고 하염없이 흐르는 강물을 헤쳐나가야만 하는 신세였던 것이다. 홍수로 인해 잔뜩 불어난 강물에는 자동차, 지붕 등이 떠다니고 있어, 뗏목이 부서지면 익사하기 때문에 부딪히지 않도록 항상 신경 써야만 했다.

강물을 타고 내려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다. 먼저, 이전에 들렀던 장소를 다시 방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고, 그리고 물살에 따라 어느 한 쪽의 장소밖에 들를 수 없게 된다는 의미였다. 그렇기에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가급적 그 장소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아이템을 찾아 헤매야 했고, 몇몇 장소들은 과감히 포기해야 하는 일도 생겼다. 배고파 죽겠는데 뗏목 정비소를 찾을 수는 없었으니까.

▲ 급류를 만나면 손에 땀이 날 정도

그뿐만이 아니었다. 래프팅 도중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급류는 뗏목 내구도의 최대 적수. 언제 정비소가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급류를 이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또한, 강물을 따라 내려갈수록 자동차 같은 장애물이 많아지는 터라 자연스럽게 급류의 난이도도 올라가는 듯했다.

강물을 타는 동안에도 주변 암석 위에 놓여있는 아이템을 얻을 수가 있다. 하지만 잘못하다가는 아이템을 먹으려다 뗏목의 내구도를 크게 잃게 된다. 유용한 아이템이 나온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지렁이 한 마리 때문에 뗏목이 난파 직전까지 갔던 걸 생각하면 래프팅 동안에는 그저 안전을 중시하는 게 더 좋아 보인다.



먹이사슬은 극복할 수 있었다. 재료만 있다면...

▲ 춥고, 배고프고, 졸리고...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 동안에도 허기와 갈증, 그리고 피로도는 계속 늘어만 간다. 초반 며칠 동안은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해 여러 장소를 탐험해야만 했다. 빈병을 찾아 빗물을 받고, 여러 구황 작물을 뗏목에 비축하다 보니, 이제 도구를 만들어 볼까? 하는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언젠가 수업시간에 들어본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설'이 갑자기 머리를 스쳤다.

'플레임 인 더 플러드'에서 제작할 수 있는 아이템은 생각보다 많았다. 제작 레시피만 살펴보면 '이런 걸 나중에 만들 수 있단 말이야?'라고 생각되는 것들도 많이 보였는데, 곰 가죽 옷 같은 게 바로 그 예다. 멧돼지 한 마리만 만나도 생사가 오락가락하는데, 곰과 싸워 이겨서 가죽을 벗길 수가 있는지 의문부터 들었다.

우선, 가죽으로 옷을 해 입으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는데, 멧돼지나 늑대의 가죽으로 옷을 해 입으려면 '가죽 세공 도구'를 또 만들어야 하고, 가죽 세공 도구를 만들려면 작업대가 있는 장소를 찾아야 한다. 물론, 그전에 가죽을 구하는 것부터가 고역이다. 당연한 것처럼 들리지만 멧돼지나 늑대는 토끼를 잡을 때 쓰는 함정으로는 잡히지 않는다. 혹시 하는 마음에 실험해봤으니 믿어도 좋다.

▲ 가끔 만나게 되는 NPC들은 주인공에게 아이템을 건네주기도 한다

운이 좋다면 방문한 장소에서 NPC를 만날 수도 있다. 처음 만난 NPC는 농장에 홀로 살고 있는 할머니였는데, 총을 들고 있어서 '서리꾼이라고 날 죽이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할머니는 친절했고, 가는 길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스피어 트랩'을 선물로 건네주었다. 드디어, 멧돼지와 늑대를 잡을 수가 있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였다. 이제 더 이상 멧돼지와 늑대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이다. 언제나 입어볼 수 있을까 했던 멧돼지 가죽 옷도 만들어 입고, 늑대 모피로 가죽 신발도 만들어 신게 되고부터는 점점 인생이 순조로워지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적어도 저체온증에 시달릴 걱정은 덜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문명의 이기를 이용해 먹이사슬의 밑바닥(토끼보단 위였지만)에서 벗어나니, 점점 탐험 속도가 빨라졌다. 하루하루 먹고 살 걱정을 하던 시기를 지나, 가죽옷을 입고, 뗏목에 그럴싸한 창고도 지었으며, 비가 올 때마다 모아둔 생수도 챙겨놨다. 멧돼지는 이제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일 뿐이었다.

▲ 그래도 늑대 세 마리는 여전히 무섭다.



방심이 불러온 죽음... 그리고 깨달은 메뉴 화면의 의미

▲ 다양한 뗏목 업그레이드는 생존보다는 그 상위 목적에 가깝다

급류 타기에 적응도 하고, 이제 어엿한 '생존 전문가'가 되어 어렵지 않은 여정을 계속해 나갔다. 생존의 위기에서 벗어났다고는 해도, 아직 이 게임에는 더 많은 제작 요소가 기다리고 있었다. 뗏목에 스토브를 만들어서 음식을 해 먹을 수도 있고, 텐트를 설치하면 뗏목에서도 잠을 청할 수가 있다. 심지어, 모터를 달아 더 빨리 이동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생존의 범주 밖에 속한 요소들로, '플레임 인 더 플러드'에는 이렇게 플레이어가 먹고 살기 급박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더 높일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다. 마치 영화 '마션'의 주인공이 화성에 감자밭을 일구고 나서 기지 밖을 더 많이 탐사하게 되는 것처럼.

먹고 살 문제는 해결이 되었겠다. 뗏목을 최대한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목표로 다시 항해(?)를 시작했다. 그리고 급류를 피해 도착했던 오두막에서, 지금까지 보던 것과는 다른 덩치를 가진 멧돼지 한 마리와 마주치고 말았다. 어쩐지 도착하자마자 '멧돼지 왕 죽이기' 도전과제가 뜬다 했더니... 저 어마어마한 풍채를 가진 멧돼지가 '멧돼지 왕'이었던 것이다.

▲ 멧돼지 왕을 알현하게 될줄은 몰랐는데...

멧돼지 왕은 덩치가 보통 멧돼지의 두배는 되는 것 같았다. 게다가 돌진 속도는 어찌나 빠른지, 도저히 옆에서 다른 아이템들을 탐색하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그냥 뗏목을 타고 다른 곳으로 도망갔다면 좋았겠지만, 아직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멧돼지 왕'을 잡아보자고 결심을 했던 것이다.

커다란 바위를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벌이길 수차례, 주인공의 고통을 표시해주는 창에는 이미 '골절'이 셋, 열상(피부가 찢어져서 생긴 상처)이 하나 빨간 불을 반짝이고 있었다. 위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았지만 '플레임 인 더 플러드'에는 상당히 여러 종류의 고통이 주인공을 괴롭힌다. 날고기를 먹다가 기생충에 감염될 수도 있고, 가시덤불에 잘못 들어가면 상처에 의한 감염에 걸리기도 한다.

▲ 골절 또 골절... 찢어진 상처는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감염이 일어난다

대부분의 작은 상처들은 상관없지만 열상이나 골절의 경우는 놔두면 이동속도가 현저히 느려질 뿐더러, 열상을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감염이 일어나 죽을 수도 있다. 이런 상태이상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부목이나 붕대가 필요하며, 상처를 치료하는데까지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그저 아이템을 찾아야 하는 별 볼 일 없는 장소라는 생각에 모든 의약품을 뗏목에 넣어놓았기 때문에, 상처를 치료할 방법이 도저히 없었다. 너무 많은 골절상을 입어 뗏목까지 기어가야 하는 형편이었지만, 멧돼지 왕은 주인공의 사정 같은건 봐주지 않았다. 결국, 멧돼지 왕과의 장렬한 전투는 함정 한 번 제대로 써보기 전에 멧돼지 왕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 방심이 불러온 죽음

주인공이 죽자, 얼마만큼의 강물을 떠내려왔으며 며칠 동안 살아남았었다는 화면이 잠깐 비추고 또다시 가방을 멘 해골 앞에서 서성이는 '이솝'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이 가방, 처음 봤을 때와 다르게 어딘지 모르게 친숙한 느낌이다. 다시 게임 시작을 클릭하니, 처음과 같이 '이솝'은 그 가방을 물어다 주인공에게 가져다주는 장면이 연출된다.

다만, 이번엔 인벤토리가 빈 상태가 아니었는데, 멧돼지에게 죽임을 당했던 전 주인공이 이솝에게 넣어놨던 아이템들이 인벤토리에 그대로 남아있던 것이었다. 메뉴 화면의 해골이 전에 죽은 주인공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물론 여러 가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있지만, 상당히 마음에 드는 연출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참신했지만, 발목이 될 수도 있는...

'플레임 인 더 플러드'는 한마디로 정말 잘 만든 인디 생존 어드벤처 게임이다. 플레이하는 동안 크고 작은 버그 하나 발견하지 못할 만큼 안정적이었고, 인디 게임을 플레이할 때 항상 감수해야 했던 조작과 관련된 불편함도 없었다.

전체적인 진행 또한 참신했다. 끝없이 흐르는 강물의 콘셉트를 십분 활용해서 플레이어에게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아이템을 구하도록 했고, 갈라지는 물길을 따라 매 순간 필요한 장소를 선택해야 하는 부담도 안겨줬다.

뿐만 아니라, 생존-적응-성장에 이르는 게임의 전체적인 구간의 밸런스가 상당히 잘 갖춰져 있다. 처음에는 오늘 먹을 물 걱정을 하기도 벅차지만, 조금만 더 아이템을 모으고 도구를 갖추다 보면 어느새 모닥불 앞에서 멧돼지 고기를 요리하고 있는 주인공을 볼 수가 있다. 또한, 게임에 적응이 더 되었다면 거기서 멈추지 않고 뗏목에 모터를 다는 등 생존을 벗어난 콘텐츠까지도 노려볼 수 있었다.

▲ '끝없는 강'은 발목이 될 요소가 많다

하지만, 끝없이 흐르는 강물은 오히려 발목이 될 요소가 다분하다. 먼저, 이렇다 할 끝맺음이 불가능한 점을 들수 있는데, 더욱이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와 어울려 게임의 끝이 어딘지를 명확하게 제시할 수가 없게 되었다. 물론, 생존이 중요한 어드벤처에서 엔딩은 큰 역할을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딘지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뗏목을 전부 업그레이드하고 모든 콘텐츠를 소비해도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은 결국 플레이어에게 지루함으로 다가온다. 취향에 따라 더 오래 하고, 조금 하는 플레이어의 차이가 생길 뿐, 언젠가는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콘셉트인 것은 살짝 아쉽게 다가온다.

비록 예기치 못하게 죽어버리는 바람에 처음부터 다시 하게 됐지만, '플레임 인 더 플러드'는 틈틈이 플레이하기에 좋은 게임이다. 무엇보다도,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고 다시 새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큰 부담이 없는 것이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정 중요한 물건이 있다면 이전 편에 이솝에게 맡겨둘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