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이머에게도 익숙한 '도미네이션즈'는 4월 1일 아시아를 제외한 세계 시장에 데뷔했다. 당시 북미에서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도 드디어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나 '문명' 같은 역사 전략물이 나온 것에 대해 흥분했다. 초반 성과도 괜찮았다. 그러나 출시 4달이 채 안 되었을 때 매출 차트 100위권 안에서 '도미네이션즈'를 찾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빅휴즈 게임즈에게 위기는 처음이 아니었다. 애초 스튜디오가 설립될 때 미국 게임 시장은 좋지 않았다. 볼티모어에 불어온 연쇄 폐업은 개발자들의 실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징가 등에서 나온 고급 인력들과 처음부터 스튜디오를 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빅휴즈 게임즈는 아시아 출시를 기점으로 기사회생하기 시작했다. 하락일변도를 걷던 주요 지표들이 회복됐고 스타터 팩, 특별 세일, 콘텐츠 업데이트로 매출 측면에서도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급기야 지난 10일, 넥슨은 빅휴즈 게임즈의 지분 전량을 인수하며 장기 서비스를 시사했다.

게임 출시 1년. 빅휴즈 게임즈의 '팀 트레인' 대표는 '도미네이션즈' 개발 목표부터 라이브 서비스 후 데이터를 소개하며 모바일 전략게임의 핵심요소는 무엇인지 리텐션을 유지하는 방법에 관한 노하우를 공유했다.

▲ 빅휴즈게임즈 팀 트레인(Tim train) 대표



■ 출시 전 - "도미네이션즈을 만든 7가지 뼈대"

팀 트레인은 게임을 만들기에 앞서 명확한 목표를 설정했다. 검증된 장르에서 승부수를 띄우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혁신적인 '무엇'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검증되고 성공한 게임 장르를 선택해 다음 단계로 승화시키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고민의 결론은 '클래시 오브 클랜'으로 검증된, 그리고 북미에서 대세 장르였던 모바일 전략 장르였다. 거기에 인류 역사를 녹여내기로 했다. 그는 게임 컨셉을 결정하고 컨셉 위에 돌을 쌓듯 하나하나 콘텐츠를 올렸다. 각 문명을 반영한 특색있는 도시 건설, 친구와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동맹 요소. 축복과 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는 기술 연구, 그리고 불가사의와 전투 방식.

자신이 생각했던 서사적인 전략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기획안을 만들어 놓고 회의를 하기보다는 최대한 빨리 프로토 타입을 만들어 매일 게임을 플레이하며 좋은 것을 추가하고 나쁜 것은 가차 없이 내려놓는 방법을 택했다. 개발단에서의 핵심 목표는 다음과 같다.


1. 모바일 전략 게임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가 되겠다.

2.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와 '워크래프트'의 관계처럼 '클래시 오브 클랜'과 유사하지만 이와는 다른 다른 게임을 만들겠다. 이미 성공한 장르에 인류 역사를 녹여내겠다.

3. 경쟁 게임 대비 20% 정도를 무료로 제공해 관대한 게임이라는 느낌을 주겠다. 이러한 관점에서 '도미네이션즈'에 5분 미만 무료 시스템과 기본경제 외에도 수렵, 채취 등을 구현했다.

4. '클래시 오브 클랜'의 복잡성을 3이라고 표현한다면 '도미네이션즈'는 4의 복잡성을 가진 게임으로 만들겠다. 이미 '클래시 오브 클랜'이 모바일 전략 게임의 규칙을 유저들에게 전달했기 때문에 그를 바탕으로 좀 더 깊이 있는 요소를 표현할 수 있다.

5. 플레이어에게 의미 있는 선택의 기회를 주자. 시드마이어가 늘 강조했듯 여러 가지 선택지 중 플레이어의 선택이 게임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것이 게임 재미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도미네이션즈'는 국가, 병력, 불가사의 등 몇 가지의 선택지를 제공하고 전혀 다른 게임 플레이를 유도한다.

6. 문서를 가지고 회의하는 대신 프로토 타입을 최대한 빨리 만들어 플레이하자. 계속 플레이하며 개선한다면 개발 막바지인 2년 째에는 재미있는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7. '클래시 오브 클랜'이 '워크래프트2'인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인지 정확히 판단하자. 왜냐하면 '워크래프트2'는 장르를 퍼트려서 다른 성공작들이 나올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한 반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서양에서 독보적인 MMORPG라 따라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빅휴즈게임즈는 '클래시 오브 클랜'이 '워크래프트2'라고 판단했다. '클래시 오브 클랜' 덕분에 장르 기반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이를 기반으로 진일보한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어, 인류의 역사를 다룬 게임을 만든 이유도 설명했다. 인류 역사만큼 매력적인 요소는 드물다는 것. 팀트레인 CEO는 인류 역사를 매력적인 콘텐츠라 표현했다. 특히 인류 역사는 모바일 게임처럼 스펙트럼이 다양한 유저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깔때기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도미네이션즈'에서 화약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다. 보통의 플레이어는 그에 합당한 배경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류 역사는 훌륭한 IP이며 전 세계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라고 소개했다.

역사는 서사 구조이기 때문에 더욱 훌륭하다고 했다. 게임을 통해 역사를 가르치지는 못하지만, 역사를 사랑할 수 있게, 역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역사의 흐름에서 등장하는 멋진 기기들은 훌륭한 스토리 텔링 요소가 되기도 한다.



■ 출시 직전 - "소프트 런칭"


게임이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추자 빅휴즈게임즈는 '30-for-30' 베타 테스트를 실시했다. '30-for-30' 베타 테스트는 30일 동안 하루 30분씩 플레이할 수 있는 테스터를 찾아 그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방식이며, 그 이후에 주변 지인들에게 게임을 플레이해보게 한다.

마지막으로 '지오록(Geolock)'을 진행하며 게임 다듬기에 나섰다. 지오록은 일부 지역에서 게임을 선출시하여 유저들의 반응과 게임 내 각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빅휴즈게임즈'는 필리핀을 선택했다. 필리핀의 열악한 네트워크 환경과 저사양 하드웨어로 테스트한다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필리핀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게임을 다듬고 4월 1일 아시아를 제외한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했다.

팀트레인은 처음 필리핀에서의 매출을 봤을 때의 참담함을 떠올렸다. 일 인당 1~2센트에 불과했던 매출은 그를 좌절에 빠트리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 좌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스타터팩의 중요성을 배웠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제공하는 상품은 매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얻은 교훈은 정식 서비스에서 빛을 발했다. 정식 출시와 아시아 출시 초기의 매출 지표는 이를 증명한다. '도미네이션즈'의 스타터팩은 일꾼 한 명과 게임 내 재화를 제공한다. 이 팩은 유료 상품 구매 유저의 60%가 구매했으며, 출시 첫 주 전체 매출액의 30%를 차지하는 판매고를 올렸다.

▲ 초록색이 스타터 팩의 매출 비중이다.



■ 라이브 서비스 - "도미네이션즈의 추이"

팀트레인은 출시 직후 세웠던 이론에 관해 설명했다. 이름은 근거 없는 이론 (wild-assed). 물론 1년이 지난 이제서야 붙일 수 있었던 이름이다.

▲ 경쟁작의 경제 체제를 모형화 함으로써, 경쟁작이 도달한 결과값에 좀 더 수월하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 가격 경쟁: 경쟁작들보다 20% 정도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하자. 무료를 포함하여. ▲ 훌륭한 게임은 평균적으로 과금하는 사용자들의 비중이 높은 게임이다. 소수의 우수고객들에게 상대적으로 덜 의존하는 게임을 뜻한다. ▲ 게임 내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과금이 매출 전반에 이바지할 것.

이와 같은 이론을 내세운 '도미네이션즈'은 훌륭하게 출시를 했다. 글로벌 출시 이후 조금 위태롭기는 했지만, 아시아 출시를 통해 반등에 성공했다. 마케팅의 영향과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게임에 유입되는 인구도 높았다. 덕분에 리텐션은 매우 높은 수치를 유지했다. 고무적인 현상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매출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현금화 (Monetization) 쪽에서 감지됐다. 스타터 팩 등으로 견고한 비즈니스 모델을 설정했다고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훌륭한 모델은 아니었다. 그리고 기술적인 이슈도 발생했다. 결제 시스템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틀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치명적인 버그임은 틀림없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기술적인 이슈를 고치고 산업시대 콘텐츠를 추가했다. 그리고 '월드 워' 같이 더 많은 리텐션을 확보할 수 있는 콘텐츠를 게임에 구현했다. 또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빅 루트'나 '포징 얼라이언스' 같은 스페셜 이벤트는 많은 호응을 끌어내 반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국내 게이머들에게 모바일 게임 이벤트는 매우 익숙한 일이다. 그러나 패키지 게임을 만들던 북미 개발사가 기본적인 서비스를 유지하며 이벤트를 기획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뒤늦게 이벤트의 힘을 확인한 빅휴즈게임즈는 퍼블리셔와 함께 특별 이벤트와 할인행사를 통해 반등에 성공했다. 그 후 새로운 콘텐츠와 할인행사를 할 때마다 치솟는 매출 그래프를 만날 수 있었다.

▲ 과금 유저와 비과금 유저의 DAU 추이

팀트레인은 '도미네이션즈'의 DAU도 공개했다. DAU는 DAU(Daily Active Users)의 약자로 하루 동안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한 이용자의 수를 말한다. 해당 게임을 얼마나 많은 사용자가 실제로 이용하고 있는지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도미네이션즈'를 이용하면서 과금을 한 사용자의 DAU 곡선은 그렇지 않은 사람의 DAU 곡선보다 평평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꾸준히 게임을 이용하는 구매 활동 및 잠재 구매 활동 사용자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뜻한다.

가설로 세웠던 '훌륭한 게임은 평균적으로 과금하는 사용자들의 비중이 높은 게임이 좋은 게임이다. 소수의 우수고객들에 상대적으로 덜 의존하는 게임.'은 정반대의 결과와 마주했다. '도미네이션즈' 역시 다른 모바일 게임처럼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돈을 쓰지 않았다. 매출은 소수의 사람에게서 발생했다. 또한, 게임 전체에 영향을 주는 과금이 매출 전반에 이바지하게 하고자 했던 것도 예상과는 달랐다.

▲ 게임 내 시대별 매출 발생 추이 분포

▲ 소수의 우수 고객이 매출을 발생시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활동 유저가 발생시키는 매출액 범위



■ 소프박스 - "1년을 겪고 난 뒤 하는 6가지 주장"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6가지의 의견을 청중들에게 개진했다.

1. 50위 안의 모바일 게임 중 어느 하나라도 좋아하지 않는다면 모바일 게임을 만들지 마라.

"모바일 게임에 필요한 기획과 F2P 모형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소리와 마찬가지다. 훌륭한 요소를 갖췄기 때문에 상위권에 올라가 있는 것이다."


2. 엘비스 프레슬리 신드롬

"엘비스 프레슬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댄스 음악이든, 발라드 음악이든 어떤 음악이라도 듣고 난 다음 해당 장르를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에 빗대어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사람들은 자신이 신봉하는 타입이 아니면 존재를 부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게 음악이야? 모든 음악은 로큰롤을 본받아야 해!'라고 말하곤 한다. 게임에서는 과거 인기 있는 게임 혹은 플랫폼의 공식을 따르지 않을 때 비난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런 사람이 있음을 기억하자."


3. 플레이어를 존중하라.

"플레이어는 최상의 가치다. 그들의 이야기와 행동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


4. 고가치의 플레이어 경제를 주시하라.

"게임 매출은 소수의 거대 사용자에 의해 발생한다."


5. 경제 시스템을 기획하는 것이 최 우선 순위가 되어야 한다

"게임 내 경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MMORPG처럼 상호 작용이 빈번한 경제 체계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다."


6. 발생할 수 있는 서드파티, 모바일, 인디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점을 파악하라.

"과거에는 '문명'과 같은 흥행 타이틀이라고 할지라도 400~5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는 데 그쳤지만, 스마트폰, 태블릿 PC와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와 무료 게임(Free to Play) 비지니스 모델의 확산으로 인해 모바일 게임은 수억 명의 잠재적 유저 풀을 가지게 되었다.

F2P는 정말 끝내주는 요소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서비스를 할 때 퍼블리셔와 퍼블리셔간, 개발자와 퍼블리셔간, 혹은 스토어에 주는 로열티 등을 이해해야 한다. 그 외에도 다른 여러 문제가 산재하고 있음을 기억하자."

▲ 서비스 지역의 자국 선택 확률. 한국은 46%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