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팀 24시는 기자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글로 풀어보는 신규 코너입니다. 기사로는 쓸 수 없었던 취재 후기나 기자들의 취미활동, 관심 사항 등 자유로운 주제를 선정해 다룰 예정입니다.



드워프에게 공짜란 있을 수 없지!
[GAME] 무엇이 '게임'을 즐기는 방법인가?

[글_ Laffa 정재훈] 나는 꽤 여러 가지 게임을 하는 편이다. 막 열정이 샘솟아서 이것도 해야 되고 저것도 해야 되는 게이머라서가 아니다. 그냥 게임에 쉽게 질린다. 같은 게임은 며칠 정도만 해도 지겹다. 물론 과거에는 몇 년을 붙잡고 늘어진 게임도 있지만, 주 무대가 콘솔과 논 온라인 게임 쪽으로 바뀌고 나니 이 증상이 더 심해졌다.

그러다 보니 진득하게 붙어서 할 게임이 필요해졌다. 왜 그러니까 밥상 한편에 항상 희고 고운 자태를 뽐내는 밥 같은 게임 말이다. 언제 해도 특별히 재밌지는 않지만, 특별히 지루하지도 않은 게임. 그래서 1년 동안 손을 놓았던 모 MMORPG로 다시 복귀했다.

오랜만에 복귀해서인지 꽤 열심히 플레이했고, 금방 만 레벨을 달성했다. 그쯤 화면 오른쪽 구석에 '띠링' 하는 알림 음과 함께 친구가 같은 게임을 시작했다는 알림이 온다. 마침 연고자도 없겠다, 친구에게 같이 길드라도 만들자고 귓속말을 날렸더니 "안돼. 나 친구들이랑 롤플레잉 하고 있어. 서명만 해줄게."라고 답변이 온다.

'롤플레잉?' 골드와 아이템이라는 두 힘의 논리에 잠식된 요즘의 MMORPG에서 어떻게 롤플레잉을 한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이 친구는 예전부터 게임 속 역할에 지나치게 심취해오곤 했다. 함께 다잉 라이트를 하면 곧 죽어도 드롭킥을 날리는 근접전 매니아가 되고, 다크소울에서는 무조건 양손검을 고집하는 고집쟁이 하이랜더가 된다. 현실의 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어찌됐건 길드를 만들려면 서명을 받아야 하니 배를 타고 용을 잡아타며 먼 길을 나섰다.

그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롤플레잉을 하다 보면 당연히 컨셉을 만들어야 하는 만큼, 그들의 종족은 셋 다 드워프였고, 통상적인 드워프 플레이어라면 전혀 지나치지 않을 렙업 루트에서 코끼리를 타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남들의 놀이에 흥을 깨고 싶지는 않아 나름 장단을 맞춰주기로 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여기에 드워프가 있다니?"

그러자 그쪽에선 이렇게 화답한다.

"허허 인간 친구는 오랜만에 보는구먼! 반갑네!"

이후 다른 사람들이 보면 정신 이상자로 쳐다볼 수준의 대화가 오고 갔다. 왜 하필 코끼리를 타고 다니느냐는 질문에 그 녀석은 '다른 동물들은 이 메마른 황무지에선 금방 탈진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라고 대답했고, 돈은 좀 있느냐는 질문에 '맥주랑 양고기 정도는 넉넉히 먹는다.'라고 대답했다. 참 이 녀석다운 대답이다.

서명을 받은 후 세 명의 드워프에게 각각 사례금 조로 조금씩 돈을 나눠주었다. 그러자 그 중 한 명이 거래 창에 양고기 한 덩어리를 턱 올리더니 이렇게 말한다. "우리 드워프들에게 공짜란 있을 수 없지! 대신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도와주겠네!"

잘 가라고 말하며 귀환한 후 바닥에 앉아 양고기를 씹으며 생각했다. 저들은 그 누구보다 느린 속도로, 누구보다 불편하게 레벨업을 하면서도 시종일관 낄낄대며 재미를 찾고 있었다. '게임'은 재미를 위한 수단인가, 혹은 무대인가. 어쩌면 지금까지 나는 그 많은 게임에서, 언제나 예상했던 플레이를 하던 것에 지친 것일지도 몰랐다. 게임은 하나지만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였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잘 느끼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날 나눴던 짧은 대화 중에도 내 입꼬리가 사정없이 올라갔던 걸 보니 이번에는 마음으로도 느꼈나 보다.





엥? 그거 완전 망겜 아니냐?
[GAME] '틀린' 게임은 없다. '다른' 게임이 있을 뿐

[글_ Flyn 신동근] 나의 직업이 e스포츠 기자인 만큼 과거에 내가 플레이했거나, 현재 플레이 중인 게임을 취재하러 나가는 일이다. 평소에 플레이하는 콘솔 게임인 몬헌이나 포켓몬같은 것을 제외하면 내가 하는 대부분의 PC게임을 내가 직접 취재한다는 뜻이다. 좋아하는 수많은 게임들의 e스포츠 대회에 매번 직관을 가고, 그 경기를 보면서 기사를 쓰면 돈까지 받는다니 이거야말로 꿈의 직종 아닌가?

하지만 기사를 쓰고 가끔씩 댓글을 볼 때마다 심기가 불편했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바로 승자를 축하하기보다 패자를 욕하던 댓글들, 그리고 게임과 대회 자체를 무시하면서 욕하던 많은 댓글들 때문이다. 그런 댓글들을 얼마나 찾아보기 쉬운지는 이 글을 보는 모두가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e스포츠를 포함한 모든 스포츠에서 악플이나 욕설 댓글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빈도수가 과해지면 선수들은 상처를 받고, 심할 경우엔 은퇴를 고민하기까지 한다. 모든 경기엔 언제나 승자와 패자가 공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긴 사람이 축하받기는 커녕 패자에게 욕설과 비난의 손가락질이 향하기만 한다면 결국은 모두가 상처뿐인 결과를 만들 뿐이다.

더 나아가면 1위 종목 단 하나를 제외한 다른 모든 게임의 경기 기사 댓글에는 '이런 게임은 왜 하냐'는 글이 빠짐없이 들어가 있다. 물론 이런 댓글을 그냥 '어그로' 취급하며 넘길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내가 겪어온 바로는 그 '어그로' 댓글이 거의 모든 비주류 종목의 경기 기사마다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빈도로 올라왔다. 심지어 정규전 발표 이후에는 하스스톤 기사에서도 비슷한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타 게임의 '다른 점'을 '틀린 점' 취급하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와 선수 자체를 매도하는 댓글 문화가 이렇게 사방에 퍼져있는 한 유저들 사이의 감정의 골만 깊어지는 상황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예전 워크래프트3가 심지어 같은 회사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1과 끊임없이 비교당하며 '망겜론'에 시달렸고 이는 15년이 지난 지금도 대를 이으며 내려오고 있다.

한국은 항상 e스포츠 종주국, 강국임을 전 세계에 어필하고 있다. 실력 부문에서는 누구도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진정한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종목 간의 '다름'을 인정하는 너무나 당연한 인식, 종주국에 걸맞는 수준의 댓글 문화도 정착해야 하지 않을까?

가끔 회사 동료들은 내게 그런 말을 한다. 나는 비주류 게임만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 말을 유난히 더 싫어하는 거라고... 생각해보면 내가 좋아하는 도타2는 한국 서버가 사라졌고 하스스톤 기사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자 얼마 후에 정규전 소식이 나온 걸 보면 사실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나는 모두가 브루드워를 할 때 워3를 했고, 모두가 카오스를 할 때 도타 올스타즈를, LoL을 할 때는 도타2를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 좋아하고 즐기는 게임을 단지 자신이 하는 게임과 다르다는 이유로 '망겜' 취급하며 깎아내리는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는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

아, 참고로 요즘 기자는 오버워치를 하고 있다. 그거 아주 재미있더라.





인성보소?
[Culture] '경쟁심'을 유발하는 효과적인 수단, '인성질'

[글_ Lavii 양영석]오랜만에 돌겜을 켰다. 무슨 덱으로 오늘은 놀아볼까 하고 고민하다, 결국 남들은 (거의)안하고 혼자만하는 도적을 꺼내들었다. 그래, 어차피 게임 내가 즐거우려고 하니까. 미라클 도적 시절부터 함께 해 온 발리라로 오늘도 깨끗한 하스스톤 인생을 살아보자.

"발↗리라, 그~상대는? 말퓨↗리온!!"

…제일 만나기 싫은 녀석을 만났다. 모 기자는 알수없는 단체에 굴복해서 요즘엔 언제나 옳은 노루라고 전파를 하고 다닌다. 기자도 몇 번 노루덱을 굴려보긴 했지만…그리 재미있진 않아 조용히 봉인했다. 아무튼, 운도 더럽게 없어서 내가 선공이다. 나름 핸드도 잘 잡혔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다. 노루 상대로는 좋지 못한 핸드다. 턴을 넘겼다. 상대 노루의 성격이 예사롭지 않은 것 같다.

"자연이, 자연이, 자연이, 자연이 그대를 거부하리라!"

…거 인성하고는. 좀 진정하시지. 노루는 곧바로 기적같이 두 번의 자극을 썼다. 혹시나 "라그나로스님의 힘이 느껴지는구나"고 하고 외칠줄 알았는데 더 싫은 "야수가 풀려났다." 허? 마나 낭비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인가.

…괜찮다. 지금은 저녀석 아무것도 못한다. 이제 2턴에 내 손에 혼절이 들어오면 기적같은 정의구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내 핸드로 들어온 카드는 밴클리프. 결국 3턴에도 혼절은 나오지 않았고, 노루와 곰은 또 나의 명치를 핥았다. 명치를 핥으면서도 끝까지 자연은 날 거부한다면서 계속 놀린다.

게임을 하다보면, 이렇게 흔히 말하는 도발, 놀림 등등의 '인성질'을 당하곤 한다. 누구는 '인성질'을 하기도 하고, 누구는 인성질을 당해 오늘도 키보드로 거친 입담을 펼치기도 한다. 뭐, 이런데는 나름 면역도 있고 해서 별로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다.

요즈음에는 이런 '인성질'이 게임의 흥망성쇠에 조금 영향을 준다는 생각이 든다. 경쟁심을 부추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랄까? 개발진은 그저 기능만 넣기만 하고, 지나칠 때는 더 사용할 수 없다는 간단한 조건만 걸면된다. 나머지는 유저들이 알아서 해준다.

도발, 놀림으로 귀결되는 '인성질'은 당하는 입장에서는 화가나기는 하지만 이해할 수 있다. 도발은 승자의 여유이기도 하니까. 패자는 승자에게 인성질(?)을 당하며 분노를 삭인다. 인성질을 꿋꿋히 이겨내면서 고진감래 끝에 결국 승리하면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때로는 그런 '쾌감'으로 게임을 할 수도 있다. 역전의 짜릿함과 재미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경쟁심'과 '투쟁심'을 유도하는 점에서 이런 '인성질'을 할 수 있는 요소는 매우 효과적이다. 다만 채팅으로 하는 인성질은 너무 직접적이고, 감정을 상하게 하거나 분쟁을 유발하기 쉬우니 주의해야 할 것 같다. 다시 생각해봐도 '하스스톤'이 채팅을 금지시킨 건, 신의 한 수다.

아무튼, 노루에게 무참히 썰린 후 심호흡을 하고 다시 큐를 돌리려다 동료 기자가 접속한 것을 확인했다. 감히 업무시간에 이렇게 당당히 접속하다니, 정의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고 마음먹고 대전 신청을 걸었다. 그는 내가 도적을 자주 한다는걸 알고도 사제를 고르는 패기를 보여줬다. 그리고 나를 강아지의 아이에 비유하며 태워버린다고 계속 협박한다. 허, 인성보소…





제가 불태운 섬만 30개입니다!
[GAME] 야생의 땅 듀랑고, 그 8일간의 회고록

[글_ Riino 김오찬]지난 4월 1일부터 7일까지 개척형 오픈월드 MMORPG '야생의 땅: 듀랑고'의 LBT가 진행됐다. 험난한 야생에서의 생존, 그리고 유저들이 직접 만들어나가는 콘텐츠 등 여태껏 볼 수 없었던 신선한 맛을 가진 듀랑고는 발표 이후부터 많은 유저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기 충분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입맛이 모두 다르듯, 듀랑고의 '맛'은 기자에게 맞지 않았다. 초반부터 시작되는 강렬한 반복 작업성 콘텐츠, 그리고 엄청난 경험지 요구량 등 시작부터 거대한 벽에 막혀 듀랑고가 가진 재미를 찾을 수가 없었다. 나름 모바일 게임을 좀 한다고 자부했지만 듀랑고에서만큼은 인벤 모바일 팀 내에서 가장 레벨이 낮은, 흔히 말하는 '쪼랩'의 자리를 차지했다.

다른 게임과 비교해서 듀랑고에서의 '쪼랩'의 생활은 매우 혹독했다. 팀원들을 위해 애써 재료를 가득 구해오면 "쓰레기 좀 그만 가져와!"라며 구박을 당하기 일쑤였고 공룡을 사냥하다가 역으로 공룡들의 좋은 단백질이 된 적이 더 많을 정도였다.

결국 답은 레벨업 뿐. 그래서 기자가 선택한 것은 바로 '무한 모닥불 설치'였다. 섬에 있는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모조리 채집하고 그 재료를 가지고 모닥불을 계속해서 제작, 땔감이 떨어지면 다른 섬으로 옮겨 채집과 모닥불 설치를 반복했다.

그렇게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섬을 불태우는 데 집중했고 결국 듀랑고의 LBT가 끝나는 시점에야 겨우 동료 기자들의 레벨을 따라잡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레벨 외에 기자에게 남은 건? 그저 하얗게 타버린 체력과 맨탈밖에 없었다. 팀원들과 함께한 8일간의 따뜻한 추억? 오히려 모닥불과의 추억을 떠올리는 편이 더 빠를 정도였다.

물론 겨우 8일간 듀랑고의 모든 것을 체험했다고 말하긴 어렵다. 다만, 이것 하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게임의 콘텐츠가 아무리 신선하더라도 성장과 육성 등 유저가 가장 먼저 느끼는 재미가 부족하다면 그저 하나의 특별한 게임일 뿐, 재미있는 게임이 될 수 없다는 것.

이제 갓 태어난, 아니 곧 태어날 아기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걸까? 그만큼 듀랑고라는 게임이 가진 잠재력, 그리고 유저들이 거는 기대도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겨우 2번의 LBT를 진행한 듀랑고, 다음 태스트를 진행할 때는 이러한 부분이 사뭇 개선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