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덴티티게임즈가 개발한 '드래곤네스트'는 국내 게임사에서 나름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둔 작품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네스트'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던전에 들어가, 그곳의 보스인 '드래곤(혹은 다른 무언가)'을 처치해가며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게 게임의 기본 컨셉. 국내에서의 실적을 생각하면 대단한 수준은 아니지만, 해외 시장에서 '드래곤네스트'의 위상은 절대 가볍지 않다. 관련된 영화가 기획될 정도니 말이다.

드래곤네스트 팀에서 그래픽을 맡은 정병훈 팀장은 게임 개발 경력만 15년에 달하는 베테랑 개발자다. 국산 게임에서도 전설의 대열에 들어가는 벨트 스크롤 액션 게임인 '어쩐지 저녁2'의 개발에도 참여한 적이 있을 정도다.

그런 그가 NDC2016의 첫째 날, 오전 이른 시간부터 강단에 섰다. 수없이 많은 캐릭터와 보스, 게임 내 오브젝트를 만들어 온 그가 발표할 개발기. 오늘의 내용은 가장 최근에 '드래곤네스트'에서 선보인 '아이스 드래곤'에 대한 이야기였다.

▲ 드래곤네스트팀, 정병훈 그래픽팀장

드래곤네스트에는 굉장히 다양한 드래곤이 등장한다. 게임의 바탕을 이루는 콘텐츠부터가 드래곤과 그 둥지인 네스트이니 말이다. 하지만 '아이스 드래곤'은 기존의 드래곤과는 사뭇 달랐다. 어떤 점이 달랐냐고 묻는다면, 아이스드래곤의 기본적인 컨셉부터 살펴봐야 한다.

▲ '아이스드래곤'의 컨셉

보다시피 아이스드래곤은 기존의 드래곤들과 다른 모습을 여럿 갖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눈여겨봐야 할 점은 '질감'의 변형이다. 게임 내에서 특정 트리거가 발동 시 아이스드래곤의 몸체는 얼음으로 뒤덮이게 되고, 이때부터 아이스드래곤만의 모습이 드러난다.

앞서 말했듯 드래곤네스트의 가장 핵심적인 콘텐츠가 드래곤이고, 드래곤네스트 팀은 그간 수많은 드래곤을 디자인하고, 창조해왔다. 그런 그들에게도 아이스드래곤은 종전에 없었던 또 다른 도전이 되는 셈이었다.

▲ 드래곤네스트에 존재하는 다양한 드래곤

모델링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많은 드래곤을 만들어온 경험이 있었고, 드래곤들의 모습은 제각각 달랐다. 어떤 드래곤은 두 발로 서서 걸어 다니고, 또 어떤 드래곤은 인간의 모습으로 숨어들어 있다. 컨셉에 따라 드래곤을 기획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개발팀이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바로 '질감'이었다. 드래곤네스트 팀은 R&D과정을 거쳐 드래곤을 만드는 자신들만의 방법을 구축해왔다. 이 과정에서 '드래곤'이라는 가상의 생물이 가질법한 피부의 질감도 만들어온 것은 당연하다. 아이스드래곤 또한 이 질감을 그대로 가져간다. 아이스드래곤이 두 번째 형태를 취하기 전까지만 말이다.

▲ 모델링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아이스드래곤의 두 번째 형태는 온몸이 얼음으로 뒤덮인 상태다. 문제는 현실의 얼음이 빛을 투과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는 점이고, 게임 속에서 얼음의 질감을 표현하려면 이 부분까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병훈 팀장과 그래픽팀은 얼음의 질감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광원에 따른 난반사를 연출하기 위해 각 면의 색상을 조절했고, R&D과정을 거쳐 기존의 드래곤과는 다른 아이스 드래곤만의 질감을 만들어냈다.

▲ '아이스드래곤'의 텍스쳐

그렇게 또 다른 드래곤인 '아이스드래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게이머들에게는 많은 드래곤 중 하나였을지 모르지만, 드래곤네스트 팀에게 아이스드래곤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30여 분의 짧은 강연. 캐릭터 모델링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현업 종사자로 가득 찬 강연장에 박수 소리가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