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성격의 게임을 만들 때, 특히 게임 디자이너들은 일반적인 게임과는 다른 성격의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레퍼런스가 될 만한 게임이 없으므로 발생하는 문제, 이를테면 게임 개발 프로세스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게임 디자인 자체에서 다양한 도전을 겪게 된다.

넥슨 왓스튜디오의 양승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야생의 땅: 듀랑고'를 개발하면서 이러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해결했던 방법을 청중들에게 공유했다.

▲왓스튜디오 양승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2008년부터 조직 매니지먼트를 경험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실수라고 부를 수 있는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그리다가 이은석 디렉터의 새 프로젝트의 제안 단계에 참여하게 됐고 그러면서 조직 세팅을 함께 시작했다. 같은 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디렉터와 실무자 사이의 중간 관리자 입장에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게임 디자이너가 뭘 하는 직군이라고 물어보면 명확하게 답하기 쉽지 않다. 프로그래머는 서버, 엔진, 비주얼, 웹, 로직, DB 프로그래머가 있고 아티스트는 배경 모델링, 일러스트레이션, 원화, 캐릭터 모델링, 애니메이터 등의 전문적인 분류가 있다. 요즘은 아티스트와 프로그램어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비주얼 프로그래밍도 있다. 그런데 디자이너는 꼭 집어서 무엇이다라고 말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



“게임 디자이너가 하는 일은 다음과 같다. 게임 콘텐츠를 디자인하고 게임 시스템을 디자인한다. 레벨디자인도 하고 시나리오 라이팅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UX 디자인도 하고 게임 데이터도 조립하고 스크립트도 작성하며 온라인 경제 밸런싱도 한다. 최근에는 데이터 분석과 공정 관리까지한다. 넓은 분야를 처리한다.”



“이처럼 많은 일을 하는데 어떤 디자이너가 훌륭한 디자이너일까. 뭘 잘하면 훌륭한 디자이너일까? 사실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할 수도 있다. 프로그래머는 견고하고 성능 좋은 코드를 짜면 좋은 프로그래머로 인정받고 아티스트는 퀄리티 높고 조화로운 아트웍을 만들면 좋은 아티스트라 인정받는다. 그런데 디자이너는 조금 애매하다.

A에 들어갈 수 있는 말은 많다. 흥미로운 스토리와 장대한 세계관을 가진 시나리오를 써내는 디자이너가 좋은 디자이너일 수도 있고 짜임새 있는 유저 경험을 기획하는 디자이너가 훌륭한 디자이너일 수도 있다. 또 높은 매출과 지표를 만들거나 견고한 라이브 서비스를 끌어내는 디자이너가 좋은 디자이너일 수도 있다. 그렇다. 디자이너는 평가 기준이 너무나 다양하다. ‘이쯤 되면 다 다른 직군 아닌가?’라고 할 정도로 다양하다.”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어떤 능력을 키워야 할지 모르겠다고.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다. 이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게임 제작은 무엇이겠느냐는 궁극적인 질문도 스스로 하게 된다.

게임 제작은 소프트웨어 개발안에 종속되기에 모든 발상은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로 구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게임디자인은 소프트웨어 설계이기 때문에 요구 조건 분석, UX 디자인, 스토리보드 등의 능력을 키우는 게 필요할지도 모른다.

또 게임 제작은 인터랙티브 미디어 제작의 범주에 들어있기 때문에 게임을 통해 문학적, 인문학적 메시지를 담긴 콘텐츠를 전달해야하는 능력을 요구받게 될지도 모른다. 혹은 게임 디자인은 미디어 아트와 같기 때문에 시간 디자인, 콘텐츠 디자인 등의 역량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게임 디자인을 극단적으로 단순화시켜 이분법화 해보면 추상적, 인문학적 영역과 구체적이고 공학적인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좌측으로 갈수록 예술활동에 가깝고 우측으로 갈수록 소프트웨어 설계에 가까운 것이다.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전달할 메시지가 담긴 콘텐츠를 만들고 그 콘텐츠를 전달할 소프트웨어를 설계해서 결과적으로 게임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로 바꾸면 게임의 의도를 떠올리고 의도를 충족시킬 수 있는 디자인을 구체화해서 의도한 게임을 완성하는 것이다.”



“발상은 좌측면에 위치하고 구체화는 우측면에 위치한다. 의도는 발상에 가깝고 발상을 구체화하는 게 소프트웨어 설계에 가깝다. 사실 디자이너의 업무는 눈으로 잘 보이지 않는다. 발상과 구체화만으로는 작동하는 것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프로그래머의 도움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구현은 프로그래머의 영역이었으므로 어떤 발상을 하든 결국 프로그래머의 도움을 받아야지만 구체화 하는 게 가능했다.”



“그렇다면 게임 디자이너가 구현까지 할 수 있다면 정말 훌륭한 디자이너가 될 수있을까? 실제로 엔진의 발전으로 인해 코딩을 못 해도 구현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 요즘은 스크립팅과 경제 밸런싱, 데이터 관리를 프로그래머의 도움 없이 디자이너가 충분히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다."



"발상한 사람이 직접 구현하는 일은 장단점이 있다. 일단 장점은 일의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의사소통 실수 확률이 없다. 구성원 개인적으로는 게임 디자인 업무가 가시화되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되며 무리한 발상으로 구현이 엎어져도 혼자만의 삽질로 끝나기 때문에 발상의 허들이 낮아진다는 점이다.

단점도 존재한다. 일단 기술적 도구를 익히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인하우스 툴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높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비싼 엔진이 제공하는 툴을 활용하면 비교적 쉽지만, 엔진이 제공하는 툴이 작업 중인 게임에 맞는다는 보장이 없다. 즉 좋은 구상이 있어도 구현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 자체가 허들이 될 가능성이 있다.

도구 자체가 발상을 제한하기도 한다. 도구의 성능 디자이너의 도구를 다루는 능력에 의해 툴의 한계에 발상을 끼워 맞추는 경향이 발생한다. 이는 창의성을 저하하는 사례로 제작 프로세스가 불완전할수록 이런 경향이 커진다."



"좋은 발상과 좋은 구현은 요구하는 재능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좋은 게임 디자이너의 재능이라고 한다면 여러 가지가 있다. 글을 잘 쓰거나 그림을 잘 그리거나 인문적 소양이 넓고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디자이너가 있을 수 있고 논리적인 사고가 뛰어나거나 코딩을 잘하고 숫자를 잘 다루는 디자이너가 있을 수 있다. 개념의 추상화를 능숙하게 해내는 디자이너도 존재한다. 이게 전부 좋은 디자이너의 재능이다. 어떤 재능이 좋다고 우위 판단을 할 수는 없다."



"왓스튜디오는 T자형 인재를 선호한다. T자형 인재는 넓은 안목과 깊은 전문성을 지닌 인재다. 아주 극단적으로 디자이너를 유형별로 나눠보면 일자형, I형, 인문학적, 공학적 디자이너, 밸런스형 디자이너로 나눌 수 있다. 물론 실제로 디자이너를 분류하지는 않는다. 역량과 재능은 일차원적으로 분류할 수 없다. 다만, 실무자의 역량을 파악할 때 대략 이런 느낌으로 고민한다는 이야기다.

일자형 디자이너는 대부분 영역에서 중간 정도의 역량을 내는 디자이너로 커리어 개발을 단점 보완 위주로 할 때 쉽게 도달할 수 있다. 어떤 업무를 해도 무난한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I형 디자이너는 본인의 영역에서만 특출난 능력을 보여주는 디자이너를 말한다. 특출난 분야를 제외하고는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아 해당 영역에 격리된 업무가 주어졌을 때 활약한다. 다만, 다른 영역과 맞물려 돌아가는 부분에서는 과도한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발생하므로 게임 디자이너로는 잘 어울리지 않는 유형이다.

인문학적 디자이너는 시나리오 라이팅과 콘텐츠 디자인 등에 소질이 있을 수 있다. 스크립트 언어나 게임 에디터 등 공학적 툴을 다루는 법에도 관심이 있으나 익히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들은 인문학적, 예술적인 측면에서 콘텐츠 혁신에 관심이 많다.

공학적 디자이너는 수치 밸런스, 스크립트 코딩, 시스템 디자인에 강점을 보일 수 있다. 기술적 문제 해결이나 대안 제시에 강한 면모를 보이지만 기존 장르의 문법에 얽매이는 경우가 많다. 심할 경우 프로그래머에 가까운 역량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마 프로그래머가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이런 느낌일 것이다.

밸런스형 디자이너는 단어에서 풍기는 뉘앙스와 달리 모든 능력을 적당히 갖추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중간 어디쯤에서 자신의 강점이 될 만한 영역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발상과 구현을 겸비해야 하는 업무에 소질을 보인다. 보통 UX 디자인, 레벨 디자인, 공정관리 등에 강점을 보인다. 하지만, 양쪽 분야로 심화된 미션에는 약점을 보일 수 있다. "



"게임 디자이너가 자신의 발상을 직접 구현하도록 강제한다면 구조적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인문학적 디자이너의 경우 좋은 발상을 떠올려도 구현에 어려움을 겪어서 결과물을 못 내놓을 수 있으며 결과물이 나와도 기술적 완성도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혁신적인 구상일수록 구현 난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들은 자존감의 문제까지 경험할 수도 있다.

반대로 공학적인 디자이너는 그리 창의적이지 않은 발상이라도 빠르게 구현해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 창의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빠른 구현인데 이점에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조립 툴이 창의성을 제한하고 창의적이지 않은 아이디어가 결과물을 내고 게임은 점점 뻔한 아이디어로 채워진다.

그렇기에 인문학적, 예술적 재능이 있는 게임 디자이너가 일으킨 혁신을 효과적으로 게임에 반영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양 극단의 두 사람의 장점을 살리는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중간 관리자로서 고민하던 중 회사에서 단체로 보러 간 '퍼시픽림'이라는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퍼시픽림의 '드리프트'처럼 두 실무자가 딥 커뮤니케이션으로 서로의 의도를 깊게 이해할 수 있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 이 경우 양자의 전문성이 명확할수록, 서로 공유하는 장점이 있을수록 효과가 극대화된다.

굳이 실무자를 두 사람으로 국한한 것은 참여자가 여러 명이 될수록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비싸지기 때문이다. 한 사람에게서 일어난 혁신이 여러 명을 거치면서 깎여나갈 가능성도 크다. 두 사람이면 혁신의 퍼스트 팔로워(First Follower)를 만들 수 있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첫 추종자는 외로운 괴짜를 리더로 만든다.'"

이러한 드리프트는 조직 구조상으로는 TF 형태다. 서로 다른 직군의 실무자가 한 미션을 위해 뭉쳐 미션 목표를 깊이 이해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TF가 독자적으로 반복 개발 프로세스를 관리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 화면처럼 다른 직군의 두 명이 드리프트 경험을 강연하기도 했다. "



"왓스튜디오는 이러한 방법을 실제로 적용 중이다. 그래프처럼 서로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세부적인 구조는 필요에 따라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핵심은 여러 직군이 모여 한 피처에 집중하는 것이다. '듀랑고' 개발 초기부터 생활, 전투, 사회는 TF 팀을 구성해 TF 디자이너가 주도해서 개발했다. 이러한 방법으로 인문학적 혁신을 기술적 구현으로 연결할 수 있게 됐다.



"TF의 일원이 되면 자연스럽게 게임 디자인에 참여하게 된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직군 간에 시너지를 꾀할 수 있다는 장점이 발생한다. 또 TF내에서 딥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다양한 혁신이 일어날 수 있어 이러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게임에 반영될 수 있는 경로가 생기기도 한다.

이는 조직 전체에 혁신을 추구하는 문화를 만든다. 혁신에 동조하는 동료들의 존재가 동기부여가 되며 상승효과로 팀 전체가 혁신을 추구하게 되는 효과를 불러온다.

하지만, 많은 일이 TF 내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TF 밖으로 전파가 잘 안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왓스튜디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스튜디오 내 업무를 공유하는 발표회를 진행하며 인하우스 커뮤니케이션 툴을 통한 정보 전파에 노력을 기울인다.

또 TF에서 많은 일이 진행되기에 나중에 늦게 디렉터나 매니저가 부작용을 발견하기도 한다. TF에서 계속해온 것이 아니므로 맥락을 파악하지 못한 채로 급히 '밥상 뒤집기'를 시전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보통 매니저의 노력이 부족한 경우에 발생한다. 즉 매니저는 개별 TF의 맥락 파악을 위해 충분히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

구조에서 기인하는 문제 말고도 심리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TF가 맡은 영역에 대해 오너십이 강해지기 마련인데 그 오너십이 너무 강해져 프로젝트 전체가 아니라 특정 영역에 집착하는 경향이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오너십은 자체로도 창의성의 원천이 되므로 규율을 통한 원천봉쇄는 옳지 않다. 그래서 왓스튜디오는 프로덕트 전반을 조망하도록 하는 캠페인을 벌인다. 이를 통해 개별 실무자들이 스스로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같은 구조 다른 조직.

"디렉팅이라는 것은 프로젝트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다. 디렉터는 개발 내적인 결정의 최종 권한을 가진다. 진행된 업무에 대한 '밥상 뒤집기' 권한도 가진다. 디렉터가 전권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디렉팅 조직을 통해 분야별 디렉터에게 일부 권한을 위임한다.

나같은 중간 관리자는 디렉터의 의중을 파악해서 실무자에게 통역하는 것이다. 또한, 위임받은 범위 내에서 게임의 방향을 구상해 실무자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진행되는 업무 내용에 대한 피드백과 방향 수정이 핵심적인 내용이다. 실무자를 대표해 디렉터에게 실무자들의 '실드'를 치는 것도 업무에 포함된다."



"교과서처럼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난 개인적으로 디렉팅의 방식을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틀을 제시하는 '스카폴딩(Scaffolding)방식이고 하나는 목표를 가리키는 '포인팅(Pointing)'방식이다.

스카폴딩 방식은 업무의 틀을 정해주는 방식으로 실무자는 주어진 틀 안에서 문제를 해결한다. 디렉터 또는 디렉터 조직이 강력한 비전과 의도를 가지고 업무를 드라이브하는 형식으로 마이크로 컨트롤에 가까운 디렉팅 방법이다. 포인팅 방식은 이와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 스카폴딩 디렉팅의 예시

▲ 포인트 디렉팅의 예시

"스카폴딩 디렉팅은 실무자의 성장이 매니저가 의도한 범위에서 일어나는 반면 포인팅 방식은 실무자 하기에 따라 열린 가능성을 보여준다. 행복도에서도 차이를 보이는데 포인팅 방식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어 행복해하거나 혹은 이와 충돌하거나 하는 행태를 보인다.

포인팅 방식은 리테이크가 많을 수밖에 없다. 창의적으로 계속 시도를 해야 되기 때문에 제때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포인팅 방식은 근본적으로 창의성을 위해 생산성을 다소 희생하는 방식으로 실무자 간 업무 영역의 접점에서 토론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

왓스튜디오의 스타일은 포인팅 방식이다. 개별 팀원의 창의성과 오너십을 중시하고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포인팅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특별한 이슈가 있는 상황에서 등장하는 게 '디렉터 오버라이드'다. 사실상 실무에 대한 '밥상 뒤집기'로 실무자를 납득시키는 과정을 생략하기 때문에 실무자에게 정신적 충격을 줄 수 있다. 그리고 다음번 빌드에서 원점 토론이 시작되기 때문에 디렉터 오버라이드가 필요해지는 악순환이 생기기도 한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스카폴딩 디렉팅에 가까운 효과가 나타난다. 실무자는 창의적인 해법보다 디렉터에게 거부당하지 않을 타협안을 만들게 되고 디렉터가 디테일을 계속 챙기게 된다는 말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 반드시 A/S가 필요하다. 디렉터 오버라이드가 발동된 빌드가 끝나고 나면 다음 빌드가 시작되기 전에 실무자와 반드시 다시 얼라인을 하여 디렉터 - 디자이너 간의 드리프트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개별 실무자가 의욕과 창의성을 잃지 않도록 케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때 중간 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간 관리자의 역할은 '실드'라고 말할 수 있다. 일단 실무자가 원하는 대로 방향을 이끌어 갈 수 있게 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제아무리 디렉터라고 한들 모든 디테일과 맥락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오판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간 관리자 실드는 의외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실무자가 자신의 구상을 실현해 봄으로써 디렉터 오버라이드에 비해 조직 전체가 넓은 영역을 탐색해본 셈이 되고 실무자의 성장 여지가 커진다. 또 실무자와 디렉터 상호 이해가 높아져 향후 더 많은 위임이 가능해진다고 할 수 있다. 즉 조직과 프로젝트 전체로 볼 때 플러스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다."



"듀랑고는 여러모로 인디 게임에서 선택할 것 같은 모험적인 장르를 택했다. 기존 장르의 문법을 따르지 않았지만, 상업적인 성공도 거둬야 하는 위치에 있다. 다양한 요소 때문에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게임 디자인 혁신이 필요했고 때문에 프로젝트 초기부터 분야별 TF를 운용했다. 게임 디자이너 실무자가 주도하는 게임 디자인 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다.

TF내에서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상향식 혁신을 조장했고 실무자에게 재량을 주는 디렉팅 방식으로 조직이 활력과 창의성을 잃지 않도록 관리했다. 덕분에 작년에는 게임 디자인적 혁신에 대해 강연할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2차례 LBT를 끝낸 지금 듀랑고는 괜찮은 결과를 내고 있다. 게임뿐만 아니라 기타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혁신도 만족스럽다.

조만간 듀랑고가 정식 라이브될 것인데, 라이브 서비스에서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것 같다. 라이브 서비스는 혁신만큼이나 안정성이 중요하고 사업적 요구에 맞춘 기민한 대응을 해야 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디자인 문화를 어디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나 스스로도 궁금하다.

라이브 서비스를 거친 뒤에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조직 구조가 변화했는지, 어떤 식으로 디자인 문화가 변화했는지 후속 세션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