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최고가 되기를 기다려왔던 두 선수가 있다. 스타1시절부터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며 결승에 진출하기까지 3060일을 달려온 전태양. 2014년 첫 로얄로더 등극 후 다시 한 번 개인리그 정상을 향해 약 2년이란 시간을 보낸 주성욱. 뛰어난 기량으로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오른 적은 많았지만, 항상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혀 실현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태양과 주성욱에게 좌절은 있을지언정 포기는 없었다. 이번 공허의 유산 최고의 테란과 프로토스로 거듭나며 시즌 초반부터 지금까지 절정의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남은 것은 최고의 연습 상대이자 동료,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아는 팀원이다. 자신의 약점과 한계마저 극복한 전태양과 주성욱 중 가장 까다로운 상대인 팀원을 꺾고 우승을 차지할 선수는 누구일까?



■ 완벽 변신 성공한 주성욱 '테란잡는 기계'로 다시 태어나다


작년까지 주성욱은 안정적인 '수비형' 프로토스 스타일을 고수했다. 상대의 공격을 깔끔히 막아내고 정석적인 운영으로 승부를 보는 것. 주성욱이 완벽한 운영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작년 개인리그 성적은 8강에 그치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특히, 각종 리그에서 당대 최강 테란인 조성주(진에어), 이신형(SKT), 조중혁(SKT)에게 매번 좌절했다. 테란전 약점이 명확하던 주성욱에게 개인리그 결승은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주성욱은 공허의 유산의 새로운 시작과 함께 확실히 달라졌다. 기존에도 칼 같은 수비와 대처 능력으로 '기계'라는 별명이 있었지만, 경기를 주도하지 못하고 대처만 하는 수동적인 선수였다. 반면, 이번 시즌부터 '주파고'(주성욱+알파고)로 불리는 주성욱은 완벽한 시스템을 장착했다. 선제공격으로 주도권을 잡고 상대의 반응에 따라 유연하게 체제를 변화했다. 매번 상대보다 한 수 앞서가는 운영으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선의 판단을 보여줬다.

테란전을 극복한 주성욱은 2016 핫식스 GSL 시즌1 코드S를 통째로 장악했다. 테란전 9승 1패를 기록하며 순조롭게 8강을 돌파했고, 나머지 종족전까지 압도하며 총 전적 15승 1패로 기계와 같은 기록을 자랑했다. 특히, 프로리그 포스트 시즌과 개인리그에서 자신의 발목을 잡았던 조성주를 코드A에서 3:0으로 완파하고 올라온 만큼 그 누구도 주성욱의 기세를 막기 힘들어보인다.

이제 주성욱은 가장 까다로운 상대인 전태양과 대결만 남았다. 팀 동료로서 전태양이 잘되길 바라왔지만, 결승전 무대만큼은 더욱 냉철한 기계 같은 경기력을 선보여야한다. 전태양은 평소 연습 경기를 펼치며 주성욱의 약점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다. 주성욱이 팀원만 아는 자신의 약점까지 극복하며 테란을 전멸시킬 '주파고'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 경력으로는 최고참? 결승 위해 3060일 기다려온 전태양


어려서부터 프로게이머 생활을 한 전태양은 결승 진출을 위해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데뷔 초에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지만, 오랫동안 뚜렷한 성적이 없었던 전태양을 향한 기대는 식어버렸다. 스타2 초창기 역시 마찬가지였고, 군단의 심장 후반부에 조금씩 빛을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개인리그에서는 4강의 한계를, 프로리그에서는 이영호에 가려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며 아쉬운 행보만 걷고 있었다.

특히, 프로토스전은 극복하기 힘든 것처럼 보였다. 공허의 유산으로 펼쳐지는 첫 드림핵에서 원이삭에게 발목이 잡혔고, 2016 GSL 프리시즌 결승전에서도 김명식(SKT)에게 역전당하며 코드A부터 다시 올라와야 했다. 군단의 심장에서 김유진(진에어)과 같은 전략적인 프로토스에게 매번 쓴 맛을 봤기에 이번 시즌에도 프로토스전이 가장 힘들 것이라고 예상됐다.

하지만 전태양은 전략적인 프로토스를 넘어 '결승에 올라가겠다'는 간절함을 실현했다. 2016 스타2 스타리그 시즌1 패자조 5라운드까지 진출한 조지현(아프리카)을 코드A에서 만나 3:1로 꺾었고, 프리시즌 굴욕을 안겨줬던 김명식을 16강에서 만나 두 번 연속 격파해버렸다. 예전이라면 두 프로토스의 전략에 당황하며 쉽게 무너졌겠지만, 이번 시즌 전태양은 변수를 완벽히 차단하고 승리하는 법을 확실히 아는 선수로 거듭났다.

백동준에게 패배한 기억을 제외하면 주성욱과 마찬가지로 완벽에 가까운 경기 기록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8강과 4강전에서 자신의 주특기인 '속도'를 더욱 끌어올려 상대를 압도해버렸다. 결승전 상대는 완벽한 주성욱이지만, 전태양은 게임의 판도를 바꿔버릴 수 있는 뛰어난 공격력을 갖고 있기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쉽게 아무도 모른다. 매번 상승세가 꺾이며 개인리그에서 쓴맛을 봤던 전태양이 이번 2016 핫식스 GSL 시즌1에서 상승세를 이어가며 첫 결승 진출, 첫 우승에 성공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로 잘 되길 바랐던 두 선수지만, 이번 결승전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 팀원의 작은 약점과 습관마저 승부에서 중요한 관건이 되는 냉혹한 결승전인 만큼 진정한 승부사가 우승을 차지할 것이다. 이번 시즌 멈출 수 없는 기세로 달려왔지만, 이번 결승전 상대가 누구보다 까다롭다. 자신의 상대 종족전 극복에 가장 큰 힘이 됐던 팀 동료를 꺾어야 하기 때문이다.

'팀 킬 매치'라는 변수 앞에서 절대 방심할 수 없는 상황. 오랜만에 열리는 GSL 야외 무대 결승전으로 더욱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어떤 선수가 진정한 최강자가 될지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5시에 열리는 2016 핫식스 GSL 시즌1 결승전에서 확인해보자.


2016 핫식스 GSL 시즌1 결승전

전태양(T) VS 주성욱(P)
-7전 4선승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