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쇼의 꽃은 체험이다. 차이나조이처럼 어마어마한 숫자의 부스걸이 눈앞에서 걸어 다닌다고 해도, 새로운 게임 혹은 대작의 후속편이 발표된다고 해도 게임쇼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직접 체험하는 게임이다.

문제는 게임을 체험하기 위해서 인내해야 하는 줄이 너무 길다는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높은 확률로 동행자는 칭얼거리기 일쑤다. 그래서 준비했다. 우선순위로 즐겨볼 게임 5선. 신기해서 했다가 '재밌어!'라고 말하며 내려오게 될 것이다.



■ 모션디바이스 부스 - "상남자의 레이싱은 먼지와 함께지"

험난한 오프로드를 능수능란한 운전실력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남자의 레이싱 '랠리'. 하지만, 현실에서 하기엔 많은 제약이 따른다. 시골 비포장도로만 다녀와도 귀찮아지는 세차는 둘째치고라도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데 필요한 각종 부품의 유지비는 부인님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모션디바이스는 이러한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플레이엑스포'에서 조금이나마 랠리의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게임을 준비했다. 단순히 움직이는 버킷 안에 앉아 스크린 상에서 랠리를 하는 게 아니다. 버킷 안에서 내가 조종하는 대로 오프로드로 구현된 필드를 RC카가 달린다. 버킷은 현재 RC카가 달리고 있는 상황 그대로 움직인다.

흔하디흔한 RC카와 버킷 레이싱을 절묘하게 합쳐서 신기한 경험을 제공한다. 체험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어 헛걸음하지 않으려면 부스 앞에 안내된 체험 시간을 알아보고 갈 필요가 있다.

한줄 요약: 내가 오프로드 RC카고 RC카가 나 일지니.









■ 한국VR협회 부스 - "여름에도 타고 싶으면 타는거지, 스노보드"

옛날 드라마를 보면 임산부가 한겨울에 딸기를 먹고 싶다고 남편에게 부탁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지금이야 하우스 재배를 통해 마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그러하지 못했다. 옛날이야기고 남 이야기라고? 아니다, 충분히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스노우보드를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한여름에 스노보드 타고 싶다며 사랑한다면 스위스라도 보내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심하게 고민해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지하철 3호선 타고 대화역에 내려 '플레이엑스포'에서 스노보드를 타면 되기 때문이다. '한국 VR 협회'부스에 마련된 스노보드 위에 올라타면 설원을 느낄 수 있다. VR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를 통해 설원과 마주한다. 발밑에 놓인 스노보드는 설질에 따라 움직임이 변화한다.

균형을 잡는데 생각보다 허벅지 근육과 엉덩이 근육이 긴장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운동에도 좋아 보인다.

한줄 요약: 여기가 킨텍스인가요 융프라우인가요?





■ 블루클라우드 부스 - "여름이 다가온다, 후즐근한 박스 티와 이별하자."

그렇게 많이 먹는 거 같지도 않은데 살은 날이 갈수록 찐다. 친구와 술이라도 한잔 하고 나면 다음 날 바지가 맞지 않는다. 맛있게 밥을 먹고 나면 죄책감에 스스로가 싫어진다. 그렇다. 살은 언제 어디서나 당신에게 친밀하게 다가온다. 결국, 맞는 옷은 헐렁한 박스티밖에 남지 않고 바지는 고무줄 바지를 찾게 된다. 편안함 속에 다시 살은 올라온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그런데도 운동은 하기 싫다. 귀찮고 재미없으니까. 이러한 사람을 위해, 이러한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대책을 블루클라우드에서 제시한다. 바닥에 쏘아진 이미지 위에 올라서서 스크린에서 지시한 대로 움직이면 된다. 프로 축구 선수들이 순발력을 기르기 위해 자주 실시하는 러더 트레이닝과 유사하다. 끝나고 나면 데이터와 함께 점수가 노출된다. 운동의 게이미피케이션이라 부를만하다.

부스에서 건강한 모습을 뽐내고 있는 도우미를 보면 운동 욕구가 자신도 모르게 솟구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게임을 해서 건강한 몸매를 가지게 된 것은 아니겠지만…

한줄 요약: 게임을 하면 타이트한 티와 날렵한 반바지를 입고 길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은 높아지지 않을까?






■ 이노테크미디어 부스 - "3명이 어울리면 1명은 솔로가 된다는 전설이 있어"

통상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시설은 2인 기준으로 제작된다. 테마파크의 대부분 시설물들은 대규모 수용이 아닌 이상 2인 기준으로 혹은 4인 기준으로 좌석을 배치한다. 즉 짝수란 말이다. 통계학적으로 테마파크를 찾는 그룹이 짝수여서, 구조물의 미관을 위해 그렇게 만들기도 하지만, 둘을 위한 심리적 공간을 제공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체험형 게임은 언제나 2인 기준이었다. 그런데 이노테크미디어 부스에 있는 체험형 게임은 3인용이다. 등장하는 해골을 컨트롤러(총)을 이용해 제거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게임이다. 과거 아케이드 게임장에서 유행했던 '하우스 오브 더 데드'를 연상시킨다.

플레이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신기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플레이 중인 3명 중 2명은 다정하게 손을 잡고 해골 군단의 위협에 맞써 싸우고 있는 모습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명의 표정에서는 '총은 두 손으로 파지하는거다.'라는 결연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왜 2인도 4인도 아니고 3인이 함께 즐길 수 있게 했는지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한줄 요약: 한 명은 민간인이다. 쏘지마라 오이갤러여.








■ 피앤아이시스템 부스 - "그래 이거는 조금 덜 무서울.... 으어어어어"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지 못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 역시 그러하다. 특히 롤러코스터 같이 격렬한 놀이 기구는 쳐다보는 것도 싫어한다. 특유의 붕뜬 듯한 느낌이 너무 싫고 왜 나 스스로를 그러한 사지로 집어 넣어야 하는지 이해를 못하는 부류다.

그래도 롤러코스터를 잘 타고 싶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는데, 피앤아이시스템이 이를 도와줄 체험용 기기를 내 눈앞에 꺼내놓았다. 기기는 간단하다. 바구니 모양의 롤러코스터 모형에 올라타 오큘러스리프트를 끼면 해결된다. 실제 롤러코스터가 움직이듯 살짝살짝 모형도 영상에 따라 움직인다. 다만 그 폭이 크지 않아 별로 무섭지 않다. 아니 무섭지 않을 것 같아 타봤다.

그리고 얼마 후 내 표정이 일그러지고 있음을 느꼈다. 무서웠다. 밖에서 볼때 살짝살짝 움직이던 모형이 이리도 크게 흔들릴지는 몰랐다. 탑승을 마치고 거의 정신을 놓고 있을 무렵, 내 뒤에 탄 사람의 얼굴에서 공포를 발견할 수 있었다.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한줄 요약: 나도 이제 롤러코스터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