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브랜치 김상하 대표


흔히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말합니다. 비행기로 2시간이 채 안 걸릴 만큼 단거리에 있지만, 환경부터 시작해 문화 다방면에 이르기까지 참 많은 부분에서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도쿄브랜치 김상하 대표는 일본 IT 업계에서 10년간 활동하며 일본인들의 문화와 생활 방식을 공부한 전문가입니다. 금일(19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6 플레이엑스포의 컨퍼런스 강연장에 선 그는, 한국 게임사들이 일본에 진출할 때 꼭 기억해야 할 점을 하나씩 짚어주었습니다. 일본 진출을 꿈꾸는 게임사에게 도움이 될 이론을 비롯해, 일본 게이머들의 독특한 생활 방식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꽤 길었던 강연이었기에 요점만 짚었습니다. 또, PPT 자료가 읽기 쉽게 정리되어 있었는데요.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으시다면 본문 아래를 쭉 넘겨보시기 바랍니다.





파트 1: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의 트렌드

- 일본은 90년대 중반부터 휴대폰 요금 종량제가 활성화됐다. 99년에는 아이모드가 열리면서 콘텐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02년에 휴대폰으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대중화되면서 커머스 시장의 급성장을 불렀다. 2015년 일본의 콘텐츠 시장과 커머스 시장을 합치면 약 64조 원 규모다.

- 2016년 일본의 스마트폰 게임 시장 규모만 10조 원 정도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과 비교하면 3배 차이다.

- 일본의 스마트폰 콘텐츠 시장 매출에서 게임의 비율은 절대적이다. 60%가 넘는다. 피처폰 시절에 운세나 날씨, 벨소리 같은 콘텐츠들도 매출이 제법 나왔지만, 스마트폰으로 온전히 넘어오지 못했다.

- 일본의 온라인 게임 시장 규모가 작아졌다고 해도 아직 1조 5천억 원이 넘는 수준이다. 한 번 활성화된 시장은 물이 굉장히 천천히 빠지는 게 일본의 특징이다.

- 일본 게이머들이 한국 게이머들보다 평균 게임플레이 시간이 길다.한국은 약 380분, 일본은 400분을 살짝 넘는다.

- 한국의 콘텐츠 시장이 결코 작은 게 아니다. 일본이 인구가 많기에 약 3배 차이가 나지만, 게임만 놓고 보면 1.3배 차이다. 그런데 평균량을 보면, 한국 유저가 게임에 돈을 쓰는 양이 훨씬 높다. 한국은 온라인, 모바일 게임이 대부분 과금형이라 그런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일본도 게이머 1인 당 지출 비용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해당 수치는 조만간 역전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곧 일본이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라는 걸 의미한다.

-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을 보면, 1등부터 5등 안에 드는 게임의 매출이 엄청나게 많다. 그렇지만 바깥 순위에 있는 게임들의 매출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일본 마켓에서 50위 안에 드는 게임이 한국의 20위 권 내 게임의 매출과 비슷하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150~200위 순위의 게임도 충분히 유지가 가능한 수준의 매출이 나온다.

-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를 보면 일본의 특징을 알 수 있다. 매출 20위 안에 서로 비슷한 게임이 거의 없다. 개발사나 장르도 다 다르다. 일본인들은 오리지널리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 하지만 가장 크게 성공한 게임 위주로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TCG' 요소가 들어가 있다. 레벨 업, 영웅 수집, 아이템 등급 등에서 2000년대 후반에 나왔던 TCG 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채용하고 있다. 이렇게 안 하고 일본에서 크게 성공을 거둔 게임은 극히 드물다.

- 지난 해 일본에서 굉장히 많은 게임이 서비스를 종료했다는 뉴스가 나온 바 있다. 하지만, 2015년에 접힌 게임 대부분이 웹 플랫폼 기반의 소셜 게임이라는 건 잘 알려지지 않았다.

- 일본은 온라인 및 모바일 광고 시장이 매우 크다. 연간 4조 2천억 원 규모다. 광고 종류도 다양한데, 예약형, 운용형, 검색 연동형이 주로 활용된다.


파트 2: 일본 개발사 및 퍼블리셔 트렌드

- 일본은 스마트폰 대비 타블렛의 보급률이 상당히 높다. 또한, 약 1000만 대의 피쳐폰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다운로드 판매 및 라이브서비스 판매는 한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활성화됐다.

- 일본 스마트폰 게임사들의 특징을 보면,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눈에 띈다. 콘솔을 기반으로 성장한 게임사들은 30대 중후반, 40대 나이의 직원이 평균이지만.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성장한 게임사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이다. 아울러 일본의 스타트업 모바일 게임사들의 직원 평균 연령은 20대 초중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반면, 한국 게임사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30대 중후반부터 형성된다. 따라서 문화 차이뿐 만 아니라, 나이차로 인한 '세대차'가 날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파트 3: 일본 게임시장에 대한 오해와 올바른 이해

- 일본에서 PC의 주 사용자층은 50대다. 나이가 어려질수록 컴맹 비율이 높다. 즉, 아예 집에 PC가 없거나, PC를 다룰줄 모르는 10대가 상당히 많다.

- 한국에서 '일본 오타쿠 문화'라 하면, 90년대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현재 일본의 젊은이들이 즐기는 오타쿠 문화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에서 '오타쿠 문화'는 과거 일본 문화의 일부분에 한정되어 있다. '귀여운 애니메이션 풍 캐릭터 넣으면 일본에서 통한다'는 것은 착각이다. 일본에서 PC 게임 위주로 하는 유저들은 3D 그래픽 좋아하고 귀여운 2D 캐릭터 별로 안 좋아한다. 그런데 이걸 모르고 섣불리 일본 시장에 들어와서 실패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 일본에 게임을 출시할 때 가장 신경써야 할 것이 '번역'이다. 그런데 한국 게임사들은 대부분 이를 소홀히 한다. 글자당 10엔, 검수에 20엔 달라고 할 정도로 단가가 비싸니 그냥 한국의 번역 업체에게 맡긴다. 하지만, 일본은 번역의 질에 대한 민감도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높다. 오타가 하나라도 있으면 게임에 심각한 '버그'가 있다고 인식한다.

- 한국 남자들은 대부분 군대를 다녀온다. 그리고 학교에 가서 정해진 교육과정에 따라 공부한다. 덕분에 한국 유저들에게는 공통된 정서가 있다. 반면, 일본 유저들은 취향이 굉장히 다양하고 정형화가 안 되어 있다.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서 이를 모두 수용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포인트를 잡고 특정 유저들을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실제로 많은 일본 사람들이 TV를 켜놓고 스마트폰 게임을 한다. 그래서 TV 광고의 효율이 특히 높다.

- 일본 게이머들은 출근 시간, 점심 시간, 하교 시간, 퇴근 시간, 취짐 전에 결제율이 높다. 사내에서 휴대폰을 못 쓰게 하는 회사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에 비해 출퇴근 시간이 긴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일본은 역내 와이파이가 2014년부터 활성화됐다. 그래서 역과 역 사이의 이동시간인 '3분'에 게임 플레이 시스템이 맞춰져 있다. 퍼즐앤드래곤이나 세븐나이츠가 성공한 이유도 이에 무관하지 않다.

- 한국은 디자인 전체의 완성도를 보지만, 일본은 각 오브젝트의 디테일을 본다. 전체를 중요시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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