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리그 72승 37패. 2016 시즌 정규 경기 11승 0패 승률 100%. 프로리그에서 NO.1 테란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한 조성주의 성적이다. 조성주는 이제 겨우 20살이지만, 스타2 오픈 시즌때부터 활동한 베테랑 선수다.

예전에는 컨트롤과 올인, 전략적인 면모에만 특화되어 약점이 뚜렷한 선수였으나 2013년 옥션 올킬 스타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각성하더니 이제는 모든 면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선수로 거듭났다. 자신의 강점이었던 컨트롤은 훨씬 날카로워졌고, 약점으로 평가받던 물량이나 운영도 보완에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이런 조성주를 애먹인 선수가 있다. 바로 kt 롤스터의 주성욱. 주성욱은 지난 2월 3일 열린 핫식스 GSL 2016 시즌1 코드A에서 조성주를 3:0으로 완파하며 조성주를 탈락시켰고, 3월 22일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6 1라운드 플레이오프에서도 조성주의 올킬을 저지시켰다.

공허의 유산 이후 만난 네 번의 경기에서 모두 주성욱이 승리한 셈이다. 그리고 5월 21일 진에어와 kt의 프로리그 2라운드 우승을 결정지을 마지막 7세트에서 다시 양 선수가 만났다. 중반까지는 그동안 주성욱이 이겨오던 시나리오대로 흘러갔으나 조성주의 빈틈을 파고드는 견제에 결국, 조성주가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약 2년 만에 팀에 '우승'을 안겼다.

▲ 점멸 추적자로 압박하는 주성욱


초반 주도권은 주성욱이 가져갔다. 주성욱은 점멸 추적자를 빠르게 준비하며 압박을 나섰다. 경기가 끝날 만한 공격은 아니었지만, 조성주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고, 프로토스는 트리플 연결체까지 무난하게 가져가며 주성욱이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흘러갔다.

▲ 추적자 압박은 인프라를 갖추기 위한 추진력!


트리플 사령부를 일찌감치 건설한 상황이 아닌 테란에 비해 프로토스는 확장도 빠르게 가져가면서 주도권도 얻어, 잠시 병력 생산을 중단하고 후반을 도모하기 위한 다수의 관문과 두 개의 제련소를 건설할 시간을 벌었다. 보통 이 경우 프로토스에게 완벽히 주도권이 없다면 테란이 견제를 시도하거나 공격적인 움직임을 취해 프로토스가 가장 불안한 타이밍인데, 이를 아무런 방해 없이 넘긴 주성욱이었다.

▲ 주성욱의 대 테란전 핵심, 시야 확보


▲ 견제도 깔끔하게 수비


주성욱의 테란전이 강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시야 확보에 있다. 아무리 빠르고 강력한 견제라고 해도 미리 경로를 파악하고 대비할 수 있다면 무섭지 않기 마련인데, 주성욱은 관측선 외에 수정탑을 통해 조성주의 동선을 모두 파악했다.

▲ 브레이크가 고장난 조성주의 견제


하지만 조성주는 집요했다.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병력이 많아질수록 더 강한 펀치를 준비했고, 마침내 자신의 모든 병력을 두 부대로 나눠 한 쪽은 의료선 폭탄 드랍, 한 쪽은 해방선과 함께 정면으로 진군했다. 주성욱은 몇 초 차이로 조성주의 특공대의 움직임을 놓쳤고 추가 확장을 파괴당했다.

▲ 경기를 마무리 짓는 조성주


흐름은 순식간에 조성주에게 넘어갔다. 계속 철옹성 같은 수비력을 선보이던 주성욱도 한 번 휘청하자 이후 계속 흔들렸다. 조성주의 견제에 한 번 더 확장이 파괴당했고, 주성욱은 냉정함을 잃고 교전도 제대로 진형을 갖추지 않고 싸워 해방선에 엄청난 피해를 받아 조합의 균형이 깨져버렸다.

승기를 잡은 조성주는 주성욱의 마지막 희망인 폭풍함만 잡으면 필승이라 생각했다. 승기를 승리로 만들기 위해 이제는 견제보다 한 방 힘싸움을 준비했고, 폭풍함을 잡기 위한 바이킹까지 갖춘 뒤 이동속도가 느린 폭풍함을 상대로 기습을 가해 공허의 유산 이후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주성욱을 상대로 프로리그 2016 시즌 2라운드 결승이라는 중요한 무대에서 승리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