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토리 고원에서 아주 낮은 확률로 등장하는 마법책은 무기와 상관없이 특정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스킬북의 일종이다. 누구나 추가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지만, 드랍 확률이 너무 낮아서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마법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는 유저라면 지팡이를 착용하지 않아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책은 가장 갖고 싶은 아이템 중 하나일 터. 평소처럼 근접 무기를 이용한 전투에만 빠져있던 어느 날 우연히 찾아온 행운으로 얻게 된 불덩이 마법책은 전투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


▲ 전투 중 마법책을 우연히 얻을 수 있다.





■ 우연히 찾아온 행운, 마법책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우토리 고원을 탐험하며 일일 퀘스트에 여념이 없던 오후. 달빛 도적단 근거지에서 힘겹게 철갑 전투병 사냥을 마치고 크로나 마을로 복귀하고, 획득한 아이템을 정리하던 중 가방 한구석에 놓여있는 낡은 책자 하나가 보였다.

지금까지 본적 없는 낯선 모습이 시선을 끌었는데, 표지에는 불덩이라고 적혀있었다. 그 책자는 바로 불덩이 1단계 마법책이었던 것. 아우토리 고원에서만 희박한 확률로 등장한다는 마법책을 내가 얻게 되다니, 앞으로 행운을 모두 끌어 쓴 것일까?

기쁜 마음에 책을 꺼내 살펴봤지만, 겉모습에서는 불덩이, 얼음화살, 날카로운 바람 3종류의 마법책 중 불덩이 1단계라는 것 외의 정보는 제대로 알 수 없었다. 과연 어떤 마법일까? 마음속에서 호기심이 강하게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 희박한 확률로 등장하는 마법책.



섣불리 펼쳤다가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아 쉽게 책을 읽지 못하고 있을 때, 이 모습을 지켜보던 대장장이 아저씨가 다가와 마법책도 연성이 가능하단 사실을 알려줬다. 연성으로 마법책의 단계를 높이면 사거리 및 공격력이 증가하거나 특수 효과가 추가되기도 한다는 것.

하지만 가지고 있는 마법책은 단 한 권 뿐이어서 연성을 할 수 없었는데, 책을 한 권 더 구해오면 싼 가격에 연성을 해주겠다는 대장장이 아저씨의 말에 다시 달빛 도적단 근거지로 향했다. 그땐 왠지 마법책을 한 권 더 구할 수 있을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근거 없는 자신감도 있었다.

오직 마법책을 얻기 위해 철갑 전투병을 시작으로 독버섯 연구가, 달빛 도적단 상급암살자와 암살대원은 물론 달빛 도적단 정예단장과 저격수 등 달빛 도적단 근거지에 있는 적들을 남김없이 처치하며 떠돌기룰 수십 번. 정예 몬스터인 암살자 키루스도 수차례 처치했지만 다시 마법책을 얻는 행운은 찾아오지 않았다.

마법책의 등장 확률이 괜히 희박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었다. 우연히 한 권 얻었으니 2번째도 힘들지 않을 거라며 패기 있게 마을을 나간 모습과 반대로 빈손으로 크로나 마을에 들어섰을 때는 많은 전투로 온몸이 피폐해진 상태였다.


▲ 마법책을 더 얻기위해 노력했지만 실패!




◎ 연성체를 소모해야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이미 해가 저문 시간. 연성을 포기하고 망연자실한 채 불덩이 1단계 책을 보고 있던 중 가슴속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는 충동에 책을 펼쳤다. 그러자 책이 빛을 내뿜으며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스킬로 등록되었는데, 스킬창 하단의 마법책 칸에 불덩이 1단계가 추가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불덩이 1단계는 무기 피해량의 120% 공격력을 지니고 있는 화염 속성 마법으로 1초의 시전 시간과 2초의 재사용 시간을 지니고 있다. 사정거리는 20m로 원거리 공격치고는 좀 짧은 편이었지만, 5m의 유효 범위 덕분에 광역 공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연성을 해서 높은 단계의 불덩이를 습득했다면 더 높은 공격력이나 사정거리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을 터. 불덩이 1단계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능에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격투 무기를 착용한 채 불덩이를 던지는 모습을 상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 불덩이 1단계의 상세 정보.



특이한 것은 불덩이를 사용할 때마다 마력 100과 함께 빨간색 연성체를 10개씩 소모한다는 점. 일반적인 기술과는 다르게 한 번 사용할 때마다 재료를 소모하는 방식으로, 장비를 분해해서 얻는 각종 색상의 연성체들은 호문쿨루스의 먹이를 제작할 때 필요해서 모아두고 있었기에 막상 사용하려니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중에서도 빨간색 연성체는 먹이 중 힘을 증가시키는 용맹함의 정수를 만들 때 사용돼서 호문쿨루스를 힘 특성으로 육성 중인 유저에게는 사용할 일이 많은 편. 마침 나의 귀여운 호문쿨루스 캔서는 양손 도끼를 든 채 힘 특성으로 성장 중이었기 때문에 빨간색 연성체를 모아놓고 있었는데, 이렇게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창고에 모아놨던 빨간색 연성체들을 가방에 넣으며 '그래도 마법을 새로 배웠으니 사용해 봐야지!'란 생각으로 걱정을 떨쳐냈다. 그렇게 나는 순찰 중인 경비병들과 인사를 나무며 마을을 나선 후 새롭게 배운 스킬을 실험하기 위해 적을 찾아 나섰다.


▲ 연성체는 펫 먹이를 만들때 이용된다.




◎ 마법을 남발하면 재료가 남아나질 않는다

이제 실전이다. 스킬 창의 불덩이 1단계를 드래그로 단축 슬롯에 저장하면 이제 본격적으로 전투 때 마법을 사용할 준비가 완료된 셈. 상대는 달빛 도적단 경호대장과 경호대원들! 위풍당당하게 달빛 도적단 요새로 돌진한 뒤 적들을 향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손에서 뻗어나간 불덩이가 적에게 명중해 폭발할 때의 쾌감을 느끼며, 마법사가 된 듯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시전 시간 1초와 재사용 시간 2초 덕분에 연속으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근접 격투만 일삼던 그동안 느낄 수 없었던 짜릿함이 전해졌다.

안타깝게도 불덩이에 적중한 적들을 불타게 만들어서 지속 피해를 입히는 등의 특수 효과를 볼 수는 없었는데, 만약 연성으로 높은 단계 마법책을 만들어 배울 수 있다면 그런 특수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을 터. 화염 마법인 불덩이 외에도 물 속성인 얼음화살, 바람 속성의 날카로운 바람 마법책을 얻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 불덩이가 폭발할때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약탈자처럼 여기저기에 불덩이를 날리며 달빛 도적단 요새를 불바다로 만들며 마법에 심취해 있던 중 갑자기 불덩이가 사용되지 않았다. 당황한 채 급하게 전투를 마무리 지은 후 스킬을 살펴보는데, 가방 속 한가득 있던 빨간색 연성체가 어느새 다 떨어진 걸 발견했다.

불덩이를 사용하는데 빠져있는 동안 500개가 넘는 연성체가 모두 소진된 것. 순간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펫 먹이를 만들기 위해 모아둔 연성체를 이렇게 모두 사용해서는 안되는 거였는데... 마법에 중독된 것처럼 불덩이를 남발한 덕분에 동반자인 호문쿨루스가 굶게 생긴 셈.

저녁을 굶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호문쿨루스의 눈을 보고 있자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사라진 연성체를 다시 채워 넣기 위해 가방 속 장비들을 분해했다.

마법책으로 새로운 기술을 학습해 사용할 수 있는 건 분명 매력적인 일이지만, 공격 효율에 비해 연성체 소비량이 커서 전투 시 자주 사용하기에는 가성비가 좋은 기술은 아니었다. 역시 마법책은 1단계를 학습하는 것보다는 모아서 연성을 통해 단계가 높은 상위 마법을 학습해 필살기처럼 이용하는 것이 더 효율이 좋아 보인다.


▲ 다 불타올라라~!!!

▲ 마법과 마법의 대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