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것은 선수들의 뛰어난 피지컬과 화려한 스킬 연계로 이뤄지는 한타 싸움이다. 그러나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잘하느냐 못하냐에 따라서 피지컬 차이와 글로벌 골드의 차이도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밴픽 전략과 운영 방법이다.

핑크와드 코너는 치열함이 느껴지는 명승부 혹은 밴픽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경기를 선정하여 보이진 않지만, 게임 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밴픽 전략, 전술과 운영에 대해서 다룬다.

SKT T1이 쾌속의 5연승을 내달렸다. 13일 강남 넥슨 아레나에서 열린 2016 코카콜라 제로 LoL 챔피언스 코리아 섬머 시즌 17일 차 경기에서 MVP를 상대로 2:0 완승을 거뒀다. 1세트 승리는 프로 씬에서 한동안 보기 힘들었던 일방적인 승리가 나왔다. 경기 종료 시각 21분 51초, 2만 골드의 글로벌 골드 격차, 18킬 노데스, SKT T1은 오브젝트 하나 내주지 않고 상대를 말 그대로 압살했다. 무엇이 이렇게 큰 격차를 만들어낸 걸까?


■ 라인 상성에 중점을 둔 양 팀의 밴픽...SKT가 우위를 선점하다

▲ 양 팀은 라인 상성에 중점을 두어 챔피언을 골랐다 (출처 : 스포TV 게임즈)

블루 진영, SKT는 카르마를 먼저 골랐다. 카르마는 '페이커' 이상혁의 '최애' 챔피언 중 하나다. 라인전이 강력하기 때문에 선픽으로 먼저 뽑아도 부담감이 없고, 여차하면 서포터로 기용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선택할 수 있는 매우 합리적인 챔피언이다.

MVP는 애쉬와 그레이브즈를 가져갔다. 최근 원거리 딜러 중 티어가 크게 오른 애쉬다. '마하' 오현식의 자신감이 느껴진다. 그레이브즈는 시간이 필요한 정글러지만, 성장만 해내면 강력하다. SKT는 엘리스와 시비르로 화답했다. 이후, MVP는 이렐리아-나미, SKT는 트런들-알리스타, 마지막 MVP가 바루스로 픽을 마무리했다.

양 팀 모두 큰 특징이 보이는 조합을 선택하지 않았다. 픽 전략의 핵심이 된 것은 상성. SKT는 카르마라는 안정적인 선픽 카드로 애쉬(MVP 선픽) > 시비르(SKT 후픽), 이렐리아(MVP 선픽) > 트런들(SKT 후픽)을 통해 상성 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 시나리오 대로 흘러간 경기...압승을 이끌어낸 '블랭크' 강선구

▲ '블랭크' 강선구는 가는 곳마다 킬을 만들어 냈다. (출처 : 스포TV 게임즈)

경기는 사실 5분 30초에 끝났다. '블랭크' 강선구가 미드 라인 갱킹으로 상대 바루스를 잡았고, 그대로 탑으로 올라가 이렐리아까지 망쳐놨다. 동시에 봇 라인에서 애쉬의 실수까지 나오면서 MVP는 전 라인이 망가져 버렸다. MVP의 정글러 그레이브즈는 시간이 필요한 챔피언이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강선구의 엘리스보다 두 배 이상의 CS를 수급했지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양 팀의 차이는 정글에서 벌어졌다. 강선구는 엘리스라는 갱킹이 강력한 챔피언 특성을 백프로 살려냈고 10분 만에 경기를 끝냈다. SKT는 라인 상성의 우위와 강선구의 강력한 갱킹력을 통해 압승을 거뒀다. 엘리스의 갱킹 시도가 계속 무위로 그쳤다면, MVP는 그레이브즈의 성장을 바탕으로 중반부터 흐름을 가져왔을 것이다.

강선구는 캐리형 정글러가 판을 치던 스프링 시즌, 성장을 도모하면서 상대적으로 갱킹력이 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도 다른 신인 프로정글러처럼, 프로 씬에서 팀 게임에 적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갱킹 시도를 하지 않고 성장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번 MVP 전에서 강선구가 보여준 모습은 이런 편견을 깨버리기에 충분했다. 강선구는 자신만의 능력으로 경기 승리를 SKT에게 돌렸다.


SKT는 이제 정글 포지션에 식스맨을 활용하고 있다. '블랭크' 강선구와 '벵기' 배성웅은 각기 다른 스타일로 팀 승리에 기여하고 있다. 매우 강력하고 무서운 무기다. SKT를 상대하는 팀은 강선구의 출전 때는 강력한 갱킹을, 배성웅의 출전 때는 역갱킹으로 게임이 터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약점을 강점으로 바꾼 김정균 코치의 용병술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배성웅은 경기를 뛰지 못할 때도 팀에 남았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한 배성웅은 마침내 돌아와 SKT의 무기가 됐다. 강선구는 주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도, 배성웅을 따랐다. 둘은 좋은 경쟁자이자, 파트너로 선의의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메타가 바뀌어도 걱정이 없다. SKT 이즈 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