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만평은 최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포켓몬 고(Pokemon GO)'에 대한 내용입니다.

시원한 바닷 바람이 부는 강원도의 끝자락 도시, 속초. 바다를 보러 온 피서철 관광객을 맞이하는 것 외엔 조용한 나날을 보내던 속초는, 하루 아침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드는 '핫 플레이스'로 변했습니다. 한 달 먼저 찾아 온 속초의 성수기. 과연 속초에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그 해답은 바로 닌텐도의 모바일 AR 게임인 '포켓몬 GO' 작은(?) 실수에 있었습니다.

한국에서의 포켓몬 GO는 안보 등의 이유로 인해 자세한 지도가 제공되지 않아, 향후 정식 출시에 대한 희망은 아직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어떻게든 해외 계정을 통해 포켓몬 GO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해도, 자세한 지도조차 제공되지 않거니와 그나마 잠시 열렸던 서버조차 닫혀 버리기도 했죠. 이와 같은 행보를 종합하여 볼 때, '사실상 한국에서의 포켓몬 GO 플레이는 결국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이 유저들 사이에서 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2일 오후, 포켓몬 GO 인벤의 게시판을 통해 한 유저가 자신이 포켓몬 GO를 플레이하는 모습을 스크린샷으로 찍어 게시합니다. 속초에서의 완벽한 플레이 스크린샷이 올라온 이후, 포켓몬 GO를 간절히 기다리던 유저들은 속초의 지리적 특징에 관심을 두기 시작합니다. 닌텐도가 플레이 가능 구획을 나누는 부분에서 위도 38도, 즉 38선을 기준으로 잡으며, 대부분의 남한 지역인 38도 아래에서는 플레이가 불가능한 반면, 그 위에 결쳐 있는 속초나 울릉도 등에서는 플레이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해당 지역에서의 안정적인 플레이 인증 사진들이 속속들이 업로드되며, 일시적인 오류가 아닌 닌텐도의 제한 지역 설정에 분명한 착오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에 점점 무게가 실리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확인을 위해 인벤팀 역시 포켓몬스터를 좋아하는 기자들이 밤 12시에 택시를 대절하여 강원도 속초로 직접 출동, 속초에서 과연 정상적인 플레이가 가능한지에 대한 검증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속초에 도달하자 야생의 포켓몬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속초에 거주하거나 모험을 온 다양한 트레이너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닌, 포켓몬 GO의 꽃인 '체육관 배틀'까지 완전히 구동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고, 많은 유저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이윽고 포켓몬스터에 대한 좋은 추억이 있는 수많은 유저들은, 오매불망 기다리던 포켓몬 GO를 플레이하기 위해 머나먼 '속초마을' 을 향한 여정을 떠나기도 합니다. 이에 따른 변화는 즉각적이었습니다. 각종 터미널의 속초행 버스는 빠르게 매진되기 시작했고, 어리둥절한 속초시청은 SNS를 통해 부랴부랴 속초의 지도와 와이파이 가능 구역을 공지하기도 했습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갑작스러운 지역 경제 활성화가 하나의 게임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루어진 셈입니다.

그 동안 포켓몬 GO의 불투명한 출시 계획에 다소 절망하고 있던 유저들은, 속초에서의 경험담을 공유하며 다시금 출시에 대한 작은 희망을 얻게 됩니다. 물론 닌텐도의 착오로 인한 이슈이고, 아직까지도 국내 출시와 지도 지원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말입니다.

이에 따른 유저들의 반응 역시 다양합니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위와 같이 포켓몬 GO로 인한 지역 경제 활성화 가능성을 점쳐보는 유저들도 많습니다. 그 동안 각종 정부 부서나 국내 게임 업계가 해 온 단순한 지역 행사 유치나 반복되는 활성화 정책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기에, 분명히 이번 이슈에서 배울 점이 많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부정적인 시선으로는, 해외에서도 여전히 들려오는 포켓몬 GO의 부작용처럼 한국 역시 국가 안보나 범죄에 대한 위험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화제가 되는 만큼 다양한 시선의 의견이 오가고 있는 포켓몬 GO와 속초에서의 이슈. 포켓몬 GO는 아직 출시가 확실하지도,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해소되지도 않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포켓몬스터에 대한 유저들의 애정과 행동력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었던, 이례 없는 흥미로운 사건임에는 이견이 없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속초에 계신가요? 아니면 집에서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예비 트레이너이신가요? 어디에 살고 있든, 희귀 포켓몬스터가 있다면 백록담 꼭대기라도 올라갈 '포덕'들. 그들을 위해서라도, 한국에서도 포켓몬 GO가 하루 빨리 출시되어 유저, 업계, 지역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모험을 제공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