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종목 프로게이머를 통틀어 이 정도로 롱런하는 선수가 또 나타날 수 있을까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대회에서 우승을 따내고, 심지어는 오른손을 다쳐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왼손 마우스 컨트롤만으로 대회에서 같은 프로게이머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사람, 베이징 올림픽에서 성화봉송 주자까지 했던 사람. 이런 거짓말같은 이야기를 전부 실화로 만든 이는 바로 워크래프트3의 장재호 선수입니다.

24일 중국 우한 옵틱스 밸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워크래프트3 이벤트 매치에서 그 전설적인 장재호 선수가 직접 경기를 하러 나섰습니다. 서른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장재호 선수는 중국의 휴먼 선수인 'TH000'을 상대로 3:1 승리를 거뒀습니다. 현장을 찾은 많은 중국 팬들은 일방적으로 장재호 선수를 응원했습니다. 중국에서 장재호 선수가 가지는 위상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죠.

인벤은 여러 번의 장기전 끝에 승리를 거둔 뒤 휴식을 취하는 장재호 선수와 인터뷰를 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Q. 안녕하세요, 장재호 선수! 오랜만에 팬분들께 인사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인벤 유저 여러분!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게 됐어요. 중국에서 대회를 치르게 됐는데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게 돼서 기쁘네요.


Q. 제대 후에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대회가 있을 때는 중국에 오고 가는 생활을 하고 있고, 아닐 때는 그냥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있어요. 올해 들어 중국에서 대회가 많이 열리기 때문에 거의 한 달에 한두 번 꼴로 중국에 가고 있어요.


Q. 오늘 상당히 많은 관중들이 경기를 보러 왔어요. 제대 후에 이렇게 많은 관중들 앞에서 경기를 치른 적이 있었나요?

네, 있었어요.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전에도 워크래프트3 대회에 꾸준히 참가를 했었어요. 올해는 대회 수가 전보다 더 늘어났는데, 이런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Q. 아무래도 군 입대 때문에 공백이 상당히 길었는데, 입대 전에 비해 지금 본인의 실력은 어디까지 왔다고 평가하시나요?

아직 입대 전 수준의 플레이는 나오지 않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예전에 비해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아요. 장기전을 펼치다보면 체력 소모가 커서 경기에 지장이 오더라구요. 컨트롤에 있어서도 잘될 때는 잘 되는데, 예전에 비해 전체적으로 많이 떨어진 것 같아요.


Q. 오늘 경기에서도 장기전이 여러 번 나왔는데, 경기 후에 조금 힘드셨겠어요.

맞아요. 오늘 네 번 경기를 했는데 그중 3번이 장기전이 됐어요. 굉장히 피곤하더라고요. 경기 내용도 꽤 힘들었구요. 만약 제가 4세트에서 져서 5세트까지 치러야 하는 상황이 왔다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네요.


Q. 예전엔 스타2 도전도 하신 적이 있는데, 제대 후에는 워3만 계속 하신 건가요? 다른 게임은 하신 적이 없나요?

제대 후에는 워3 대회에만 참가를 하고 있어요. 요즘 재미있는 게임들이 많이 나온 것 같기는 한데, 플레이는 거의 하지 못했어요. 그나마 예전에 LoL과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을 하기는 했는데, 그냥 취미삼아 즐기는 정도였어요.


Q.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함께 경기를 펼치던 국내외 프로들이 많이 은퇴를 하기도 했는데, 그런 워3판을 보고 어떤 심정이었나요?

중국에서 그나마 나이 어린 신예 선수들이 월등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고,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요. 워3가 워낙 오래된 게임이라 국내에서 새로운 선수들이 유입되기는 힘들겠지만,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은 열심히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본인의 경기를 보여줄 일이 많지가 않아요. 그러다보면 한국 팬들이 장재호라는 존재를 잊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들지 않나요?

초창기에는 국내에서도 워3 대회가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국내보다는 해외 쪽으로 무게가 실리게 됐죠.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그렇게 지낸지가 워낙 오래돼서...(웃음) 내성이 생겼다고 할까요. 그래도 워3 유저들이나 팬분들은 꾸준히 한국에서 열리는 소규모 대회에라도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 점에 있어서는 대단히 감사하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팬분들에게 한 마디만 해 주세요!

워3가 굉장히 오래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사랑과 관심을 보내주시는 팬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려요. 앞으로 저 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 선수들도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테니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