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들은 오랜 설움의 나날을 견뎌온 사람들입니다.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하다 쉬는 시간에 짬 내서 게임 좀 하려고 하면 공부나 하라는 부모님 갱킹에 게임 팩을 뽑아야 했습니다. PC방에 찾아와 당구 큐로 학생들의 엉덩이를 마사지해주는 학생 주임 선생님을 피해 다 이긴 게임을 종료하고 몰래 뒷문으로 빠져나가곤 했죠. 어른이 돼서는 아이들만 못하게 만든다던 셧다운제 덕에 덩달아 10시 이후엔 못 즐기는 게임이 등장하기도 했죠.

하지만 게임의 경제적 가치가 입증되면서 규제 철폐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서서히 커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더라도 문화적인 가치를 증명하는 게임이 속속 등장하면서 '그저 게임'이라는 말은 옛날이야기가 되어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

'게임이 스포츠가 될 수 있을까'하는 논란도 비슷했습니다.

몸을 쓰지 않는 게임은 스포츠가 될 수 없다는 의견부터 손만 까닥까닥하는 게임은 놀이 수준에 그쳐야 한다며 대회 반대를 외치는 극단적인 사람도 있었습니다. 미국 최대 스포츠 채널 'ESPN'의 리더 존 스키퍼도 "진짜 스포츠가 아닌 게임에는 관심이 없다."며 e스포츠를 부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e스포츠는 다른 스포츠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피지컬', '멘탈'이라고 부르는 신체와 정신적인 부분 모두가 중요함이 밝혀졌습니다. 수많은 팬의 응원 속에 국제 대회가 성공리에, 수차례 열리기도 했죠. 결국, ESPN은 꼬리를 내리고 e스포츠 섹션을 홈페이지에 개설하며 스포츠로서의 가능성을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이 e스포츠에 적합한 종목은 대체 뭘까요? 많은 팬을 보유한 게임? 관전하기 좋은 스포츠 게임? 박진감 넘치는 FPS? 운영사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는 게임? 저마다 그럴듯한 다양한 의견이 대중들 입에 오르내리곤 하는데요.

일부 팬들에겐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 아니면 e스포츠가 될 수 없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