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은 오랜 e스포츠 라이벌로 아시아의 양강 구도를 이끌어왔습니다. e스포츠의 태동과도 같았던 스타크래프트1에서는 사실 한국의 독주가 이어졌지만, 이후 등장했던 워크래프트3부터는 라이벌다운 호각의 실력을 선보이며 선의의 경쟁을 펼쳤습니다.

당시 한국 최고의 워크래프트3 선수들은 한국에서 워크래프트3의 리그가 사라진 이후 라이벌이었던 중국 무대로 진출하여 활약을 이어왔습니다. 한국에서는 다소 잊혀진 존재가 되었지만, 중국에서는 여전히 최고의 선수로 예우를 받으며 활약을 지속했죠.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Moon' 장재호 선수가 한국인임에도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섰던 사실은 중국 현지에서 한국 워크래프트3 선수들의 위상을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젠 블리자드의 게임을 통합으로 관리하는 '배틀넷앱'에서조차 찾을 수 없는 워크래프트3이지만, 여전히 중국에서는 인기 게임 리그 중 하나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중국 상하이에서 진행된 차이나조이 2016의 WCA 부스에서는 '워크래프트3 한중 라이벌전'을 중계하며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그리고 이 한중 라이벌전의 현장에서 워크래프트3 팬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선수인 'ReMinD' 김성식 선수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10년 WCG 워크래프트 부문에서 한국 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성식 선수는, 중국에서도 여전히 '한국 대표'의 이름으로 활약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 WCG의 첫 한국 우승자, 'ReMinD' 김성식


Q.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 있는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워크래프트3 게이머 'ReMinD' 김성식입니다. 진짜 너무 오랜 만에 인사드리는 것 같네요. 인터뷰도 정말 오랜만이고요. 군대다녀오기 전에 인터뷰한 이후로 거의 몇 년 만에 인터뷰라 조금 떨리네요. 정말 반갑습니다.


Q. 그동안 소식이 없어서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군대를 다녀오셨군요?

네. 군대는 2013년에 입대했고요, 작년에 제대했습니다. 이제 거의 1년 되었네요.


Q. 그럼 군대를 다녀온 뒤에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제대하고 나서는 중국의 롤 여성팀 감독을 하고 있다가 올해 초에 그만뒀고요, 다시 워크래프트3 쪽으로 일을 해보려고 다른 회사에 입사했고 게이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방송 콘텐츠 제작이나 워크래프트3 쪽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는데, 아직 어떤 일인지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고, 조만간 결과물을 보여드리겠습니다.


Q. 오늘 차이나조이 현장은 어떤 일로 찾아오셨나요?

WCA에서 진행하는 한중 라이벌전이 있어서 참가하려고 선수로 왔습니다. 오늘하는 경기가 4주 동안 진행되는 라이벌전의 2주차 대장전이고, 한국의 대장으로는 최근 가장 기세가 좋은 조주연 선수가 출전하게 되어서 저는 직접 경기를 하진 않네요.


Q. 한국 대표 선수들은 어떻게 구성되었고, 지금까지 라이벌전에서의 성적은 어떤가요?

한국 대표 선수는 저랑 'Lyn' 박준, 'Check' 이형주 선수와 엄효섭 선수 및 아까 말씀드린 조주연 선수가 출전했습니다. 지난 1주차에는 한국 선수들이 이겼어요. 이게 최종적으로는 포인트를 합산해서 결정을 내는데, 지금까지 7점을 앞서고 있어서 오늘 경기까지 승리하면 최종적으로 이기게 될 듯 하네요.




Q. 사실 한국에서는 이제 워크래프트3 리그를 만나볼 수 없어서 아쉬워하는 유저들이 많은데, 중국 쪽에서는 아직도 워크래프트3 리그가 활발한 편인가요?

사실 중국 쪽에서도 작년까지는 비활성화가 되어가는 추세였어요. 그런데 작년부터 갑자기 리그가 많아지면서 잠시 활동을 중단했던 한국 선수들도 복귀하고 있고, 유저분들의 지지도 괜찮은 편입니다. 사실 한국에 리그가 없어서 찾아보기는 어렵겠지만, 스트리밍을 검색하면 아직도 재미있는 경기가 많이 나오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찾아봐주시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네요.


Q. 김성식 선수 외에도 오늘 출전하는 박준 선수나 엄효섭, 이형주 선수 등은 모두 올드 게이머라 할 수 있는데, 이분들은 모두 한국에서 리그가 없어진 이후에 꾸준히 중국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계셨던건가요?

예, 제가 군대에 있는 동안에도 꾸준히 선수 생활을 이어오신 분들이 많은 편이에요.


▲ 인터뷰를 하러 이동하는 중에도 수시로 사진 요청을 받을 정도로 높은 인기!


Q. 그럼 최근 중국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의 성적은 어떤가요?

사실 저희가 중국으로 넘어온 초반에는 한국 선수들이 압도하는 분위기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중국 선수들이 많이 따라잡더니 한 3년 전부터는 중국 선수들이 확실히 많이 우승하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네요. 그렇다고 한국 선수들이 엄청나게 밀리는 건 아니고 항상 입상권에는 가는데, 우승은 중국 선수들이 많이해요. 올해에는 그래도 장재호 선수가 우승을 해서 한국 선수들의 체면을 세워줬고, 이걸 계기로 다시 저희 쪽도 치고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Q. 지금 워크래프트 선수들은 한국에서는 따로 활동할 생각은 없으신건가요?

대부분의 선수들은 스트리밍으로 계속 워3 선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트위치 쪽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직접 한국에 가서 활동하거나 하는 경우는 힘들수도 있겠지만, 방송은 많이 찾아봐주셨으면 하네요.


Q. 사실 아까 말한 올드 게이머들은 이제 나이가 꽤 많은 편인데, 워크래프트3 게이머 외에 다른 진로는 고려하지 않고 계신건가요?

워크래프트3가 다행히 다시 중국 쪽에서 열풍이 일어나서 당분간은 이런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겠지만, 다들 여러가지로 생각은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다들 준비하고는 있죠.


Q. 마지막으로 한국에 계신 팬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나, 앞으로 활동에 대한 포부가 있다면 한마디 해주세요.

제가 워크래프트3를 시작한지 이제 14년차인데, 아직까지 하고 있다는 게 다 여러분들의 성원 덕택으로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는 데, 좋은 성적으로 팬분들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할테니 지켜봐주셨으면 합니다. 곧 다른 방향으로도 좋은 소식을 갖고 찾아뵐 수 있도록 할께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