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판타지15(이하 FF15)'. 이토록 오래 기다리게 했던 파이널판타지 시리즈가 있었나 싶다. 아주 오랜 기다림 끝에 올해 9월 30일 전 세계 동시 발매를 발표했을 때 드디어 나오나 싶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또 밀렸다. 지금까지의 기다림에 비하면 아주 적은 부분이지만 기다림에 지친 것은 매한가지.

시리즈 신작의 특징이라고 하면 시리즈 최초로 심리스 오픈 월드를 구현하여, 기존의 턴 방식 전투나, ATB 기반의 전투 대신 액션성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오픈 월드에서 플레이의 흐름이 끊기지 않게 구현한 것. 또한, 전작들과 다르게 남자들만의 끈끈한 땀내 나는(?) 우정을 표현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아주 오랜 기다림의 종지부를 찍을 준비를 하는 타바타 하지메 디렉터는 몰려드는 인터뷰에 지친 기색이 조금은 보였으나 활기차게 출시를 앞둔 FF15의 이야기를 전해줬다. 참. 앞선 인터뷰들이 밀리면서 약속된 시간보다 늦게 인터뷰실에 들어갔는데, 타바타 하지메 디렉터가 이런 말로 기자를 맞이해줬다. "이것도 연기됐군요.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묘한 기시감이었다.

▲ FF15 총괄 디렉터 타바타 하지메

Q. FF15보다 늦게 발표한 FF13이 먼저 출시되고도 한참 지났다. 그동안 정식 패키지 넘버링이 출시되지 않았는데 FF15로 프랜차이즈를 접할 팬들을 위해 준비를 해둔 것이 있는가. 단절된 시리즈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들인데.

2009년에 시작했으니 7년. 햇수로 8년 정도 됐다. 항상 우리가 사용자들에게 어떤 경험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한다. 롤플레잉 게임만이 풀어낼 수 있는 판타지를 어떻게 유례 없는 세계에 펼칠 것인지, 매력적인 깊은 이야기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가 있었다. 고유한 세계에서 전술적인 게임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한 것도 한몫했다.

FF15는 높은 기술력으로 만든 게임이다. 놀라운 액션 경험을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시리즈 최초로 심리스 요소를 구현했다.

다양한 요소가 첨단을 달리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파이널판타지'라는 프랜차이즈가 가지고 있는 일관된 경험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도록 기획했다. 기존 작품에 참여했던 인원들이 FF15 개발팀에 대거 포진해있기에 기존에 제작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신규 사용자와 기존 팬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예를 들어 버튼 하나로도 다양한 동작을 표현할 수 있게 조작 방법을 간단화하거나, 웨이트모드로 액션 초심자를 배려한 부분도 있다.

게임을 관통하는 이야기도 친구 혹은 동료 사이의 우정, 부자간의 정 등으로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기 때문에 전에 시리즈를 즐겼던 사람이나 즐기지 않은 사람 모두 거부감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 작품의 팬들은 물론, FF15를 통해 프랜차이즈를 처음 접한 유저도 완벽하게 세계를 느끼고 이야기를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


Q. 게임을 처음 접하면 기존 시리즈와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전투에 놀라게 된다. FF시리즈가 다양한 전투를 선보였지만, 그 기반은 ATB에 있었는데 완전히 다른 전투 방식을 채택하게된 이유가 있나.

게임에 자연스럽게 녹아날 수 있는 전투 시스템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 계기라면 계기일 수 있겠다. 흐름이다.

전투는 아주 큰 범주에서 공격과 방어 범주로 나눌 수 있는데 두 범주가 자연스럽게 흐르며 이어지게 하고 싶었다. 흐름을 끊고 싶지 않았다. 파티원 모두가 실시간으로 전장에서 투닥투닥 움직이는 역동적인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FF15의 전투 시스템은 3가지 기본 개념으로 구성되어있다. 공격과 방어 그리고 이들의 조합인데 이 세 가지 개념이 잘 버무려지면서 한 단계 한 단계 긴장과 집중을 올리는 시스템이다. 액션 기반의 전투는 사용자의 조합, 콤보의 향상에 맞춰져 있다.

오픈 월드를 기획하면서 했던 이유는 직접 탐험하고 여행하는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잘 차려놓은 이야기 플롯을 체험하는 게임에서 자유로운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런 월드에서 턴제 전투는 조금 역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고 이는 게임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전투도 전투의 흐름이지만, 게임 자체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실시간 전투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다.

▲ 실시간 전투는 꽤나 신선했다.


Q. 실시간 전투인데도 '웨이트 모드'가 있는 것이 흥미롭다. 완전 반대 성향의 모드를 추가한 이유가 궁금하다.

'웨이트 모드'는 팬들을 위해서 추가한 시스템이다. 웨이트 모드는 FF15의 기본적인 전투인 실시간 전투 대신 시간이 멈춰 서 여러 가지 행동을 미리 설정하거나 동료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모드다. 액션 게임에 상대적으로 약한 사용자나, 기존 턴제 전투 방식에 익숙하거나 혹은 이를 선호하는 이들에게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

게임 내내 바꿀 수 없는 것이 아니라서 웨이트 모드로 배틀에 익숙해진 후에 일반 형태의 전투로 돌아와도 되고, 매우 매우 어려운 적을 만났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웨이트 모드를 선택할 수도 있다.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자동으로 일시정지 상황이 되어서 턴제 게임처럼 충분히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어 게임 자체의 페이스를 사용자의 의도대로 조절할 수 있다.


Q. 마법에 일반적인 분류가 아닌 계층 개념을 표현한 이유가 궁금하다.

마법 혹은 어빌리티의 계층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나는 요소로 분류하는 방법이고 하나는 세계관에 기반을 둔 분류다.

요소로 분류되는 계층은 속성이라고 할 수 있다. FF15에는 세 가지 속성이 존재한다. 불은 모든 것을 태우며 빠르게 퍼져나가고, 얼음은 적이나 환경을 얼리거나 느리기 만든다. 번개는 직격으로 내리꽂는 성격의 마법으로 빠른 반응이 특징인 마법이다.

세계관으로 분류하자면 일반적은 마법과 왕가 사람들이 사용하는 마법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구분은 세계관에 힘을 실어주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데 있어 흥미로움을 더한다. 녹티스와 그의 파티의 캐릭터들은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마법도 그들의 배경을 반영해 몰입감을 올리도록 했다.

강제적으로 클래스를 확연히 분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의 마법과 캐릭터가 자라온 환경은 캐릭터성을 부여한다. 다양한 부류가 뒤섞인 녹티스의 여행 동료들은 함께 자동차를 타고 여행하면서 역동적인 경험을 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다른 계층 사람이 어떻게 엉키고 상호작용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즉, 파티원들 고유의 독특한 전투 방식을 표현하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Q. FF시리즈에는 항상 팬심을 휘어잡는 여자 캐릭터들이 존재했다. 유우나, 에어리스, 티파, 에어리스 심지어 로자까지. 그런데 도대체! 왜! 어째서! 이번 작품은 남탕인 것인가.

가장 큰 이유는 세계를 구성할 때 정말로 현실적인 세계로 구성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구성을 보여드리기 위해 남자로만 여행을 한다는 콘셉트를 잡았다. 사실 당신도 여행은 남자친구들과 훨씬 많이 다니지 않는가?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것들, 다시 말해 녹티스와 세 명의 남자들이 왕국을 구하기 위한 여행이 좀 더 현실적이기를 바란 마음이었다.

친구들이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여행을 다니는데, 이성 친구와 오랜 시간 여행하는 것이 쉬운 일은 분명히 아니다. 오픈월드 방식을 채택한 FF15에서 어떻게 무엇을 체험하고 싶은가는 사용자의 자유다. FF15는 친구들과 여행하는 게임 경험을 제공하고 여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실감할 정도의 현실적인 세계와 현실적인 구성 그리고 현실적인 사건을 제공한다. 현실감은 이 안에서 뽑아낼 수 있다.

비록 캐릭터를 바꿔 가면서 전투를 진행할 수는 없지만, 동료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일종의 컨트롤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 자신이 직접 조작하는 것처럼 자세하게 명령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친밀한 친구 같은 느낌을 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 나도 잘 안다. 남자만 있으면 지루해지고 칙칙하다는 것을. 그래서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때대로 게스트로 여성 캐릭터가 파티에 들어오도록 했다. 여행하는 남자들의 파티에 들어와서 이야기에 임팩트를 전달하는 게스트들은 여성 캐릭터가 몇몇 존재하며 이들은 파티의 분위기를 밝게 해주고 응원하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


Q. 내 주위에는 녹티스와 친구들처럼 삐죽머리를를 한 친구들이 없다. 물론 시드니 처럼 예쁜 사람도 없기는 하지만... 한국 사용자들은 캐릭터의 헤어디자인에 불만이 좀 있는 편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본에서도 이러한 의견이 약간 있었다. 현실감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말은 FF15의 세계를 현실감 있게 느끼게 하기 위해 작업했다는 말이지 FF15의 세계가 현실의 세계와 같다는 말과는 조금 다르다. 예전의 시리즈에도 많은 캐릭터들이 현실과 조금은 다른 헤어스타일을 한 채 게임에 등장했다. FF15가 그래픽이 현실적인 느낌이라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FF15의 헤어를 표현하기 위해 전문 헤어디자이너들이 실제 마네킹으로 헤어를 재현하고 이를 게임에 옮겨서 자연스러운 흐름을 가진 헤어의 표현이 가능했다. 개발자들은 이 마네킹을 통해 헤어스타일이 어떻게 보이는지, 또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해 게임 방식으로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 논의하고 게임에 적용하는 과정을 거쳤다. 덕분에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살릴 수 있었다.

▲ 여성 게스트가 파티에 합류한다.

Q. 전통적으로 비공정이라고한다면 거대한 크기의 '비행선'이 부유하는 모습을 뜻하는데 FF15의 비공정은그 느낌이 약간 다르다. 심지어 마스터버전에서는 고장난 자동차를 밀면서 등장한다. 그래도 왕가의 일원인데...

전통적인 비공정이라고 하면 수직으로 올라 목적지에 도착해 수직으로 하강하는 형태를 생각하기 마련이다. FF15의 비공정은 녹티스가 동료들과 함께 타고 다니는 자동차다. 물론 이야기를 진행하며 커스터마이징을 할 경우 비행도 가능해지기도 한다.

이와 같이 비공정의 내, 외형적 특성을 바꾼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세계관과 자동차가 너무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차를 타고 도로를 내달리는 것만큼 여행을 대변할 수 있는 요소는 찾기 힘들다. 두 번째는 느낌이다. 기존의 비공정들의 간단한 수직적 이동에서 벗어나 달리며 이륙하는 등 비행하는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이와 같은 선택을 하게 됐다. 덕분에 착륙하는 것도 착륙할 만한 공간이 있어야 할 수 있다.

개인적인 취향의 반영이기도 한데, 갑자기 비공정을 얻어서 날아다니는 것보다는 지금껏 함께 해왔던 차량으로 하늘을 날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가기도 했다.


Q. 과거와 달리 일본발 RPG그들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이에 대해 개발자로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흔히 말하는 웨스턴 RPG와 JRPG는 여러 차이가 있다. 개인적으로 그중에서 가장 큰 차이는 PC와 콘솔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웨스턴 RPG는 보통 PC 레벨에서 개발을 하고 PC로 즐긴다. 그들은 콘솔이 FPS 장르와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반면 일본은 시장 자체가 콘솔에 집중되어 있고 예전부터 콘솔 RPG를 만들고 즐겨왔기 때문에 서양인의 입장에서는 조금 생소할 수 있다. 그래서 글로벌 시장에서 힘을 못 쓰고 있다고 생각되는 것 같다. 즉, 개발자들이 생각하는 플랫폼의 색깔, 방향이 이러한 시각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FF15는 PC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했기 때문에 게임의 스케일이 매우 넓은 편이다.

▲ 낚시, 요리 같은 비전투형 콘텐츠도 존재한다.

Q. 최근 스퀘어에닉스 게임들이 PC로 이식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FF15도 이식을 염두에 두고 있나.

지금은 계획이 없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PC 기반으로 제작된 게임이기 때문에 PC 이식을 위한 준비는 되어있는 상태다. 우리는 TV와 컨트롤러를 통해 즐거운 경험을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Q. 지난 15일, 출시 예정일을 두달 늦췄다. 이런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을텐데

9월 30일 발매를 위해 개발에 전력을 다했다. 이번 게임스컴에 출품한 버전은 마스터 버전으로 지난 14일 릴리스 한 버전이다. 그리고 이 마스터 버전은 많은 이들에게 만족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목표로 삼고 있는 최고의 퀄리티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데이원 패치를 통해 극상의 경험을 전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최고의 품질로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결정하게 됐다. 출시를 기다렸던 분들께 굉장히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Q. 출시를 앞둔 소감이 어떤가 비록 조금 또 미뤄지기는 했어도.

더 폴리싱 해서 좋은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미뤘다고는 하지만, 정말 기다리게 해서 매우 매우 미안하다는 감정이 먼저 든다. 그러나 결국 최고의 상태로 게임을 출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좋은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Q. 한국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요즘 연이은 한국어화로 관심이 높아져있는 상황이다.

한국어화의 퀄리티가 매우 높다고 알고 있다. 단순히 번역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 고유의 정서를 이해하고 게임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게 현지화가 진행된다고 들었다. 기대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 콘솔 시장이 과거에 비해 성장했지만, 개인적으로 아직 한국은 온라인으로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즐기는 온라인 게임을 많이 선호하는 것 같다. FF15는 오직 한 사람의 사용자를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한 게임이라 조금 어색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싱글 플레이의 장점이 무엇인지 잘 보여줄 수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 플레이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