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은 독일 쾰른 메쎄에서 개최되는 게임스컴2016에 올해도 특별취재팀을 보냈습니다. 각자 특별한 임무를 갖고 출동한 이 취재팀이 약 일주일 동안 GDC유럽을 비롯해 게임스컴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취재할 예정인데요. 취재 기사 외에 현장에 나가있는 기자들이 게임스컴에서 뛰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드리기 위해 특별한 탐방기를 준비했습니다. _GC 특별취재팀(desk@inven.co.kr)

게임스컴은 기자들 사이에서 가고 싶은 취재 1순위에 꼽힙니다. 쾌적한 날씨에 친절한 사람들 그리고 북미나 아시아권 게임 쇼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여유'가 느껴지는 곳이기 때문이죠. 물론 여유라는 단어는 기자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경험해서도 안되는 단어기는 하지만... 어쨌든 유럽인들 특유의 여유로운 삶을 옆에서 보는 것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기는 합니다.

독일 쾰른에 온 지 벌써 7일이 흘렀습니다. 여기는 정말 좋은 나라인 것 같아요. 사람들도 매우 친절하고, 교통, 음식, 맥주, 날씨 등이 정말 좋거든요. 빡빡한 취재 일정 속에서도 "잠을 못 자도 좋다, 여기라면!"이라고 느끼게 된 몇 가지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잔디에 눕는다는 것

게임스컴이 열리는 쾰른 메세는 라인강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 보면 운동복 차림으로 조깅을 하는 사람들과 양복에 자전거를 입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강변을 채우죠. 그러다가 오후 3~4시 경이 되면 사람들이 하나둘씩 라인 강변에 모이기 시작합니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아빠, 손을 꼭 붙잡고 나온 노부부,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 등등 인종, 나이, 성별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라인 강변으로 여가를 즐기러 나옵니다. 그리고 대부분 강변에 있는 잔디밭에 돗자리도 깔지 않고 앉아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눕니다. 눕기도 하고요. 해가 부족한 나라라 그런지 한강 시민공원처럼 파라솔이나 그늘막을 바글바글하게 설치하지 않아요. 술판을 벌이는 대신 자신 앞에 있는 사람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모습에 저 조차 발걸음을 잠시 멈추기도 합니다.

여느 유럽인들이 비슷하겠지만, 독일 사람들은 유독 잔디밭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게임스컴 행사장 내에도 관과 관 사이에는 약간의 잔디밭이 있는데요. 이들은 쉴 때 잔디밭에 눕거나 앉아서 휴식을 취합니다. 그 모습이 너무 부러워 저도 오늘 점심시간에 핫도그를 하나 사들고 잔디밭에 앉아 식사를 했어요. 맥주 한 병 손에 들고 잔디에 앉아 사람 구경하면서 먹는 핫도그의 맛. 경험해보지 못하신 분들은 모를 거예요. 이게 뭐라고 기분이 그렇게 좋아지는지.... 참...






지켜보는 이가 없어도 지킨다는 것

게임스컴 현장의 야외 매장에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밀려듭니다. 대부분 음료수나 스낵류를 사기 위해 오는데요. 음료수 냉장고가 캐셔와 조금 거리를 두고 있어 사람들은 여기서 음료수를 꺼내 줄을 서고 계산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워낙 사람이 많다 보니 줄도 많이 길어요.

인터뷰이를 기다리느라 한동안 매점 앞에서 머무른 적이 있는데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단 한 명도 음료수를 가지고 인파 속으로 사라진다든지, 새치기를 한다든지 하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심지어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화폐 사용이 미숙해 버벅거려 시간이 지연돼도 뒤에서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아요.

독일은 기차나 지하철을 탈 때 따로 검표 과정이 없습니다. ICE 정도만 검표를 하고 일반 기차는 아예 검표기 자체가 없습니다. 무임승차는 60유로의 벌금을 내는데 아직도 검표원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무임승차가 거의 없어요. 대부분 정기권이나 4-jorney 티켓을 가지고 다니죠.

쾰른 대성당 같은 관광지에 비치된 무인 가이드북 판매대도 다들 양심껏 구입합니다. 무인 판매가 안돼서 이를 지켜볼 인원을 배치해 인건비가 지출되고 이 인건비를 메꾸기 위해 관광지의 가격이 올라가는 악순환은 이 동네에서는 딴 나라 이야기 인가 봅니다.

▲ 음료를 꺼내 저~~~~ 뒤 인파 속에 있는 줄로 가서 다시 줄을 섭니다.

▲ 무질서 해보여도 굉장히 질서 정연합니다.



차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것

독일에 처음 도착했을 때 크게 놀랐던 것 중에 하나가 사람들이 횡단보도에서 보행신호를 지키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쾰른의 횡단보도는 거의 대부분 보행자 작동 신호등입니다. 버튼을 누르거나 터치하면 신호등에 'Bitte Warten(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라고 뜨고 얼마 안 있어 녹색등으로 바뀝니다. 그런데 이 짧은 시간에도 대부분 무단 횡단을 해요. 그런데 차가 멈춰요.

GDC EU가 한창이던 때였습니다. GDC EU는 경전철역에서 가까운 11번 홀에서 열리는데 이 앞이 화물차량과 일반 차량, 그리고 행사 차량이 모두 모이는 출입구가 있는 곳입니다. 좀 복잡한 곳이죠. 그런데 이곳에서도 사람들은 무단 횡단을 하더라고요. 차는 가만히 있고요. 마침 운전석 창문이 열려 있어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돌아오는 답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사람 보내고 가도 늦지 않다. 차가 사람보다 빨리 가기 때문에 문제없다.

이런 게 여유구나 싶었습니다. 참 도로 위의 제왕은 자전거인 거 같아요. 대부분의 인도 옆에 혹은 차도 옆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는데 잘못해서 이곳으로 걸으면 자전거 운전자들이 계속 주지시켜줍니다. 물론 화내거나 하는 거 없이요. 독일인은 무뚝뚝할 것 같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말할 때 잘 웃으며 친절하게 말을 받아줍니다. 상대가 먼저 말걸 때도 마찬가지고요.

암튼 자전거 타기가 참 좋은 환경이라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닙니다. 시티바이크, 비치 크루저, 브롬톤, 클래식 로드 등등 종류를 불문하고 타고 다녀요. 복장도 편한 일상복에서부터 양복을 입고 타기도 하고요. 기차 티켓은 자전거 티켓이 따로 있을 정도로 휴대하기도 편리하고요. 이렇게 사대주의자가 되어가나 봅니다...

▲ 눌러주세요


▲ 남녀노소 할 것없이 자전거를 타고 다닙니다.



진짜 즐기는 게임 쇼 - 게임스컴

무엇보다 쾰른이 마음이 드는 이유는 '게임스컴'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여기는 정말 게이머들에게 열려있는 행사에요. 일단 모든 부스가 시연존을 갖추고 있어 게임을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게임 쇼의 꽃은 시연이라고 생각하는 저는 이만큼 멋진 행사를 본 적이 없어요.

가장 멋진 것은 관람객들이 게임 쇼에 놀러 온다는 것입니다. 평가를 하러? 스트리밍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부가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뭐 그럴 수도 있지만,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는 다들 이 행사 자체를 즐기러 온다는 거예요. 대기 열이 엄청 긴데도 짜증을 내는 사람을 한 명도 못 봤어요. 같이 온 친구와 수다를 떨거나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든지,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같아요.

요즘 산업의 큰 축으로 성장한 모바일 게임이나, 미래가 기대되는 VR이나 AR은 상대적으로 다른 게임 쇼에 비해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분위기만큼은 그 어떠한 게임 쇼에 뒤지지 않아요.

미디어만 입장할 수 있는 수요일에 코스플레이가 곳곳에서 보이길래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전부 기자들이 코스튬을 입고 취재를 뛰는 거였어요. 일반 관람객들도 아주 많이 코스프레를 하고 들어옵니다. 누가 잘했나 보는 게 아니라 그냥 자기가 좋아서, 행사장 분위기에 맞추기 위해 그냥 입고 온다고 말하더라고요.

가족단위 관람객과 여성 관람객이 많다는 것도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게임이 어느 한 계층에 특정돼있기보다는 모두의 놀이 문화라는 뜻이기도 하죠.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 행사장으로 향하는 길에 있는 호엔촐레른(Hohenzollern)다리. 다시 오길 바라며 저도 자물쇠를 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