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게임스컴을 취재했던 선배 기자들이 했던 말. '5초에 한 번씩 코스프레이어를 만난다니까!'
직접 보기 전에는 믿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게임스컴 현장에 와서 역시 잘못된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5초에 한 번이 아니라 눈 한 번 깜빡일 때마다 바뀌는 수준이었거든요. 사실 게임스컴이 제대로 시작하기 전에 깨달아 버렸고요.
기자들만 입장할 수 있는 사전 행사 날에는 당연히 해외기자들의 열띤 취재 경쟁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급했던 건 저희뿐이었나 봅니다. 기자나 비즈니스 차 참석한 관계자가 코스프레를 하고 돌아다니며 이곳이 취재 경쟁에 열을 올리는 전쟁터가 아닌, 게임인들의 축제 '게임스컴'임을 잊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었으니까요.
일반 입장객이 들어서는 2일차부터는 굳이 코스프레 하는 사람들을 찾으러 돌아다닐 필요가 없었습니다. 홀 입구, 혹은 통로 한 구석에 가만 서 있으면 게임 속, 만화 속 캐릭터들이 알아서 걸어왔거든요.
독특한 건 여려명이 함께 코스프레를 하고 다니는 경우도 있지만, 연인 중 한 명만 코스프레를 한 모습을 굉장히 흔하게 찾아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맨발로 돌아다니는 코스프레이어와 함께 다니는 일반 복장의 친구 서넛의 모습은 국내에서는 생각하지 못했을 일이었습니다.
특히 놀라웠던 건 코스프레가 이곳에서는 젊은이들만의 문화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머리가 하얗게 센 노부부가 손을 잡고 세일러문과 턱시도 가면 코스프레를 하고 다니는가 하면 꼬마 친구들도 굉장한 품질의 복장을 보여주곤 했습니다. 특히 부모가 함께 다니며 옷매무시를 가다듬어주는 모습이 굉장히 낯설면서도 멋있다고 생각하게 됐죠.
사실 국내에 있을 때는 코스프레하면 주변에서 보기는 힘든, 특별한 행사를 위한 특별한 사람들의 이벤트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곳의 코스프레는 게임스컴을 찾아온 게이머들이 행사를 즐기는 방법의 하나일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게임스컴의 코스프레 사진을 여러분과 함께하고자 사진을 정리하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여느 게임쇼처럼 잘 나온, 혹은 멋진 사진만 골라서 올리기보다는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손 가는 대로 뽑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어떨까 하고요.
그래서 올해의 코스프레 풍경기를 보면 엄청난 퀄리티의 코스프레도 있고 조금은 심심한 사진이 포함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게 제가 게임스컴에서 느낀 감정입니다.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격식이나 쑥스러움은 잠시 내려두고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드러낸 채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공간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