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게임사에 있어 '사쿠라대전' 시리즈는 여러모로 큰 족적을 남긴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캐릭터 디자인, 음악, 개발에 걸출한 인물들이 참여한 것은 물론이고, OVA와 뮤지컬 등 게임 외적으로 뻗어 나가며 게임 이상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성우 주축의 행사와 뮤지컬까지 기획될 정도였으니, 해당 시리즈가 90년대 후반과 2000년 초반까지 일본 서브 컬쳐 계에 남긴 영향력이 컸음은 부정할 수 없다.

96년 세가 새턴으로 첫 시리즈가 출시되었고, 드림캐스트와 PS2 등을 거치며 본편만 총 5 작품을 남긴 사쿠라대전 시리즈는 본편의 마지막인 '사쿠라대전 V ~안녕히, 사랑하는 사람이여~'를 2005년 출시하며 시리즈의 종결을 맞이하게 된다.

▲ 전성기에는 게임을 넘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사쿠라대전 시리즈.

그리고 시간은 흘러, 마지막 본편이 출시된 지도 1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다. 시리즈의 명맥이 끊기면서 시대를 풍미한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잊혀지기 시작했고, 후속작을 기대하던 팬들도 이제 몇 남지 않은 상태. 이와 같은 현실에서 사쿠라대전이 모바일 플랫폼으로 새로이 선을 보였다.

그것도 항상 부제를 달고 출시된 사쿠라대전 시리즈를 계승하여 '~전설의 시작~' 이라는 패기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말이다. 8월 말 양대 마켓에 출시하는 '사쿠라대전 ~전설의 시작~'의 개발사, 스노우 파이프를 찾아 모바일 버전 사쿠라대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Q.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심일보 AD: 사쿠라대전의 아트 디렉터를 담당하고 있다. 게임 개발에 뛰어든 경력은 상당히 오래되었다. 95년에 업계 입문해서 지금까지 왔는데 큰 타이틀에 참여하지는 못했으나, 콘솔, PC, 메가드라이브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개발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여러 문제 때문에 중단된 프로젝트가 많아 타이틀은 나오지 못했다.

최우형 PD: 사쿠라대전 개발 총괄을 맡고 있다. 원래 서버 프로그래머로 지내다가 지금은 개발 PD를 역임 중이다. 게임의 전반적인 개발을 체크하고, 콘텐츠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 개발 총괄을 맡은 최우형 PD

Q. 현재 구글 플레이와 앱스토어 출시를 준비 중인데, 네이버 앱스토어에 먼저 출시한 지 약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의 실적은 어땠는가?

네이버 앱스토어에 먼저 출시했을 때는 인기 순위 1위, 매출 7위 근처에서 머물렀다. 이후 원스토어로 통합되면서 이전과 같은 실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결과는 나왔다.


Q. 2014년에 사쿠라대전의 라이센스를 취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 원작 판권을 가진 레드 엔터테인먼트와 어떻게 이야기를 진행하게 되었는지? 아무래도 시리즈가 가진 역사가 있다 보니 어려움이 조금 있었을 듯한데?

대표님이 일본 쪽에 네트워킹이 강했다. 예전 회사부터 알게 된 지인분들이나 컨설턴트를 통해 판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IP를 가져와 게임을 개발하는 이유는 이를 회사의 전략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유명 IP를 가져와 게임을 제작함으로써,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기존 유저 풀을 활용해보자는 전략이었다.


Q. 익숙한 IP들을 이용하는 전략이라면, 사쿠라대전 외에 다른 IP를 보유한 것이 있는 것인가?

피구왕 통키의 IP를 취득하여, 현재 게임을 개발 중이다. 개발 1실이 사쿠라대전을, 개발 2실이 피구왕 통키를 담당하는 형태다. 장르는 굳이 따지자면... 액션 스포츠 시뮬레이션 RPG 정도? 과거 메가드라이브로 출시했던 작품이 보여줬던 액션에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추가한 게임이 될 것이다.

▲ 피구왕 통키 IP를 활용한 게임도 준비 중이라고...

Q. '사쿠라대전' 시리즈의 국내 팬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유명한 IP임은 부정할 수 없다. 팬심이 깊은 원작을 두고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원작에서 최대한 많이 살리려 한 점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은 게임이므로, 지금은 각 시리즈의 캐릭터와 히로인을 이식하는 것에 집중했다. 또한, 시리즈마다 존재하는 메카들인 '광무' 쪽을 구현하는 것도 신경 썼다. 원작의 대표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미소녀'와 '메카'이므로 이런 매력을 살리려 했다.

▲ 가장 많은 신경을 쓴 것은 역시 '캐릭터'

Q. 원작과는 전투 시스템이 완전히 달라졌다. 원작이 행동력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면, 모바일에서는 턴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와 같은 변경에 아쉬움을 표하는 팬들도 있을 것 같다.

사실, 개발 초기에는 택틱스 장르의 게임처럼 개발하려 했었다. 하지만 당시 모바일이라는 기기의 특성상, 어렵고 복잡하거나 고민을 거듭하는 시스템보다 단순하고 빠르게 즐기게 하려는 취지에서 전투 시스템을 변경하게 됐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SRPG에서 전환한 형태라고 할 수 있겠다.


Q. 일단은 출시한 뒤 계속해서 게임을 개발했고, 시스템 면에서도 발전해 나가는 중이다. 4차에 걸쳐서 업데이트할 예정이라 밝혔는데, 앞으로 업데이트 방향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설명을 부탁한다.

현재 2주에 한 번씩 업데이트를 진행 중이다. 보통 2주차에 마이너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4주차에 규모가 있는 것들을 추가하는 구조다. 일단 다음 주에는 기체들의 최대 레벨을 늘려주는 시스템을 추가하여 전투와 육성 부분의 콘텐츠를 보강하려 한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원작의 스토리들을 순서대로 추가할 예정이다. 지금은 스테이지 진행 도중 짤막하게 진행되는 일부 스토리들을 독립적으로 풀어 게임에 구현할 생각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아이리스나 마리아의 개인 스토리 등을 하나씩 모아서 보여주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이후에는 원작의 무대인 도쿄, 파리, 뉴욕에 이어서 런던 지역의 이야기도 준비 중이다. 새로운 캐릭터들의 시나리오와 비전투원 캐릭터들의 이야기도 등장할 예정이므로, 본작의 오리지널 요소로 봐줬으면 한다.

▲ 플랫폼에 턴제 전투로 시스템이 변경됐다.

Q. 원작 시리즈에는 고유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시스템들이 몇 가지 있었다. 호감도에 따른 합동기나 감싸기 시스템, 풍림화산의 작전 시스템 같은 것들인데, 이런 특징들이 모바일에서는 구현되지 않은 상태다. 앞으로 추가할 예정이 있는가?

최우형 PD: 원작의 합동기와 같은 시스템들을 추가할 생각은 있다. 일단 현재로써는 캐릭터 구성과 조합에 따른 패시브 스킬로만 존재하는데, 이를 어떻게 작은 화면에서 녹여낼 수 있을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심일보 AD: 스킬이나 디자인, 연출 부분을 계속해서 신경 쓰고 있다. 냉정하게 보자면 아직 사쿠라대전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들을 전부 녹여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비주얼 부분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게임 내에 담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원작의 요소들을 100%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은 화면에서 그럴싸하게, 맛깔나게 담아내는 것이 어려워 고민이 많다. 조금씩 나아지기 위해서 계속해서 생각하고, 고민하며 개발에 임하고 있다.

▲ 디자인, 연출 부분에서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심일보 AD.

Q.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게임이지만 기술 사용 시에만 음성이 출력되는 부분은 조금은 아쉽다. 시나리오 부분에서도 음성을 추가할 생각이 있는지?

판권을 가진 레드 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으로 원작 음성은 전투 부분만 가져온 상태다. 모든 대사를 더빙하는 것은 성우와의 라이센스 문제도 있고, 비용 문제도 있어서 조금 어려울 듯하다. 다만, 게임 내에서 확인할 수 있는 대사들 중에 모바일 버전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음성들도 있다.

대신에 원작에서 큰 비중이 없던 조연 캐릭터들에게 정체성을 부여하고자 했다. 레드 엔터테인먼트에서 새로운 설정을 제공한 만큼, 원작의 비전투원 캐릭터들에게 전투용 대사를 입힘으로써 오리지널 요소를 보강하고자 한다.

▲ 주요 히로인들 중심으로 시나리오가 진행되지만, 추후 서브 스토리도 제공될 예정이다.

Q. 판권 이야기가 나온 김에 질문을 드린다. 원작의 권리를 가지고 있는 레드 엔터테인먼트와의 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아무래도 역사가 오래된 만큼 기존 설정들을 가져오거나 변경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을 듯하다.

일단은 메인 시리즈가 아니라 일종의 외전 대우를 받고 있어, 설정이나 세계관에 대한 부분에서는 표현할 것들이 늘어났다. 원작자인 레드 측에서도 설정을 개방해 줬으므로, 새로운 콘텐츠들을 보여주는 건 편해진 상태다.

조금 전 말씀 드린 것처럼 비전투원 캐릭터들을 전투에 내보내는 것도 이런 이유로 가능해졌다. 게임 내의 메카인 '영자갑주'들의 설정도 조금 달라졌다. 설정상 영력이 있어야만 움직일 수 있는 기체들인데, 이번 작품에는 일종의 충전 교환식인 외부 기기, '영자 에너지 탱크'를 이용하여 비전투원들도 전투 화면 내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설정 외에는 신규 기체나 기존 및 신규 캐릭터의 원화, 모델링에 대해서 주로 피드백을 받고 있다. 새로운 해석이나 표현들에도 레드 측에서 좋은 반응을 보여주므로, 작업에 있어 힘들다거나 이런 느낌은 없다.

▲ 새로운 원화와 설정, 모델링 등은 레드 엔터테인먼트와 협의 하에 적용된다.

Q. 시대를 풍미했던 시리즈인 만큼, 국내보다는 일본에서 더 영향력이 강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나 해외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 있는가?

자세한 사항은 아직 말씀드리기 어렵다. 현재 일본 측 퍼블리셔와는 계약을 협의 중인 상태라는 것까지만 언급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목표는 올해 내 출시로 잡고 있다.


Q. 민감한 질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얼마 전 자동 전투 시스템과 반복 시스템을 게임 내에 추가했다. 해당 시스템이 모바일 게임에서 불가분의 관계긴 하지만 아무래도 고민이 조금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 전투와 자동 반복 이런 시스템을 게임 내에 추가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개발 초엔 매니아들이라면 콘솔 원작을 플레이해봤을 것이고, 이해도가 높을 것으로 생각해서 자동 시스템을 뺀 상태로 출시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모바일 게임의 추세 자체가 자동이고, 유저 분들이 원하기도 해서 게임에 추가하게 됐다.

자동으로 AI가 플레이하는 것보다 수동으로 플레이하는 것이 좀 더 유리한 측면이 있으므로, 난이도 면에서는 걱정하시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반복 플레이에 도움을 주는 느낌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다.

▲ 자동 전투가 있긴 하지만 반복 플레이에 도움을 주는 정도. 중요한 순간엔 수동 조작을 해야만 한다.

Q. 구글 플레이와 앱스토어 출시를 준비 중인데 이미 서비스 중인 상태라 유저들의 성장 상태가 벌어져 있다. 서비스 이후 서버는 별개로 유지되는가?

29일 구글플레이 스토어에 오픈을 한 뒤, 애플 앱스토어도 순차적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공지사항을 통해 밝혔듯, 세 서버를 통합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물론, 바로 통합을 하는 것은 아니고 유저 간의 간극이 줄어드는지를 판단한 뒤에 진행할 것이다.


Q. 얼마 뒤면 주요 마켓에 출시할 예정인데, 게임을 기대 중인 유저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최우형 PD: 모든 개발 과정이 그렇겠지만.. 앞으로도 점점 더 나아져야 하고 시행착오도 겪는 등 경험할 것들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도 이런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 콘텐츠를 이런 방향으로도 내보고, 반응이 안 좋으면 고민도 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다.

이는 결국 아이피 게임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원작 팬들을 끌어오는 만큼 기대치를 부응시켜야 한다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고나 할까? 게임에 부족한 점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개발자들이 시리즈의 팬들이기도 하므로 모바일 버전만의 새로운 요소를 원작 팬들께서 즐겨주셨으면 한다.

심일보 AD: 패키지로 나오면 시작이자 끝이 되겠지만, 모바일은 다르다. 아직은 덜 자라서 미숙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씩 나아간다는 점에서 애정을 가질 수 있는 게임이 되었으면 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저 분들이 남겨주는 의견 모두가 저희에게는 고마운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 번의 변화가 아니라 유저분들의 목소리를 듣고, 발전하는 게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개발진이 원작의 팬임을 증명하듯, 입구부터 관련 상품이 한가득이다.

▲ 심지어 이제는 구할 수 없는 레어 상품들..!

▲ 아키하바라를 직접 누비며 공수해 왔다고


▲ 전부 다 탐이 나는 물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