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CEDEC2016(이하 '세덱') 행사에서는 게임 개발과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강연들이 200종 이상 마련됐다. 각각의 강연의 주목도, 화제성에 따라 크고 작은 규모의 강연장이 배정됐고, 강연장을 찾은 참관객들은 강연장의 크기에 상관없이,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강연을 찾아 긴 시간 동안 줄을 서기도 하며, 강연을 경청했다.

넓은 규모의 메인홀에서 진행되는 기조 강연이 있을 때면 언제나 입장과 퇴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교차하며 장관을 이뤘고, 그러한 모습을 통해 강연의 주목도를 한눈에 인식할 수 있었다.

하지만, '큰 강연장에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는 사실과 다른 이형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너무나도 특이한 광경. 비일상적인 모습이 눈앞에 있었다.

행사장 한쪽의 비교적 협소한 강연장 앞에서, 강연 시작을 30분 이상 남겨뒀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긴 행렬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애초에 계획한 취재 일정에도 들어있지 않았지만, 저 정도의 인원을 기다리게 하는 강연은 과연 어떤 강연인지 너무도 궁금해졌다. 머릿속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의문을 해결하지 못하고 계속되는 생각에 빠져있던 사이, 나 또한 어느새 긴 행렬을 이루는 한 명의 일원이 되어있었다.

긴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기나긴 군중의 행렬이 조금씩 강연장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줄을 서며 계속 가지고 있었던 의문은 입장과 동시에 해결됐다. 바로 2015년 출시 이후 1년 만에 600만 건의 다운로드를 달성하고, 매번 새로운 기록을 경신 중인 일본의 페이트 프랜차이즈 모바일 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Fate/Grand Order, 이하 FGO)'의 기획에 대한 강연이었던 것.


원작자 나스 키노코가 직접 시나리오 감수 및 시나리오 집필을 맡아 페이트 시리즈의 신작이라고 불리는 'FGO'는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았지만, 일본 현지에서 'FGO'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강연장에 마련된 좌석을 가득 메우고도 모자라 입석으로 강연을 듣는 참관객들의 모습을 보고 실감할 수 있었다.

강연을 시작하며, 'FGO 프로젝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시오카와 요스케(塩川 洋介) 강연자는 FGO를 계속해서 지탱할 수 있는 것에는 3가지의 '비상식적인' 기획술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페이트' 시리즈를 좋아하고, 나아가 '타입문' 콘텐츠 전체를 사랑하는 골수 유저들에게 계속해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그들이 선택한 비상식적인 기획은 어떤 것인지, 강연을 통해 확인해봤다.

▲ FGO 프로젝트 '시오카와 요스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내용 전달 및 편집의 용이성을 위해 강연자의 시점에서 서술합니다.



FGO를 지탱하는 첫 번째 비상식적인 기획술 :
KPI 보다 'TPI'


유저의 플레이데이터, 과금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s)가 게임 서비스를 계속 유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핵심 지표라는 것은 모바일 게임을 서비스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 중에 하나다.

하지만, 'FGO'에서는 KPI를 전혀 참고하지 않는다. 'FGO'에서 중요시하는 것은 'TPI'로, 바로 '타입문 퍼포먼스 인디케이터(TYPE-MOON Performance Indicators)의 줄임말이다. 타입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페이트'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초 코어 FGO' 유저들이고, 이러한 코어 유저들이 기뻐할 만한 것이라면, FGO유저들도 기뻐할 수 있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최근에는 과금 가챠의 가격을 전부 25% 내렸다. 감사의 마음을 유저들에게 전해드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해당 결정의 발표 당시에는 '폐점 세일' 같은 것이 아니냐고 걱정하는 유저도 있었지만, 결국 많은 유저들이 기뻐하는 길로 연결됐다.


또한, 여름을 맞이하며 감사의 마음을 담아 FGO의 오리지널 캐릭터 중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캐릭터인 '스카자하'의 비키니 버전을 무료로 배포했다. 물론 가챠를 통해 얻게 해도 많은 유저들이 구매할만한 캐릭터이지만, 이 정도의 캐릭터를 제공해야 FGO를 즐기는 유저들이 정말 기뻐하고, 놀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의 결정이었다.


FGO를 지탱하는 두 번째 비상식적인 기획술 :
소셜보다 '퍼스널'


'소셜'이라는 말이 사회적이고, 사람들끼리의 연결을 뜻한다면, '퍼스널'은 개인적, 사적인 것을 뜻하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소셜게임이 소셜을 우선하지 않아서 어떻게 하냐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FGO에서는 소셜보다 '퍼스널'을 중요시한다.

페이트라는 작품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강점은 원작자 나스 키노코가 그리는 세계관, 이야기, 캐릭터다. 그러므로 FGO에서는 '이야기의 체험'을 최대한으로 하기 위한 작품 세계 탐닉으로 이어지는 요소를 중요시 한다.

그러기 위한 첫 번째 노력으로 FGO에서는 모든 원작 속의 캐릭터를 공들여서 만든다. 어떤 캐릭터든, 목소리와 일러스트를 같은 코스트를 들여서 만드는 것으로, 별 하나의 캐릭터부터 별 5개의 캐릭터까지 유저 각각이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찾고, 애정을 쏟게 하는 것이다. 원작에서 정말로 좋아하는 캐릭터가 게임 속에서 대충 만들어졌다면, 유저가 게임에 몰입하는 감정은 한 번에 식어버릴 수 있다.


두 번째 노력은 모든 캐릭터가 활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FGO에서는 낮은 등급의 캐릭터라도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 각각의 특수한 어빌리티를 가지고 있다. 물론 파라미터 자체는 높은 등급의 캐릭터에 비해 낮을 수 있지만, 그 역할은 다른 카드와 동등한 성능을 지니게 된다.

세 번째 노력은 FGO 속 작품 세계를 깨지 않도록, 콜라보레이션 이벤트는 타입문의 작품에서만 진행하는 점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TV CM도 작품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고, 이러한 노력은 FGO 유저가 봤을 때 기쁨을 느끼고, 작품 세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결국 '소셜보다 퍼스널'이라는 말은 유저 개개인이 작품 세계에 몰입하는 것에 공헌할 수 있는 것을 의사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방침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 타입문의 또 다른 작품 '공의 경계'와의 콜라보레이션

▲ TV CM도 타입문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로만 제작한다


FGO를 지탱하는 세 번째 비상식적인 기획술 :
'계속운영'보다 '신규개발'


FGO에서는 같은 서비스를 계속 이어나가는 것보다,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가는 것을 중요시한다. 그러면서도 작품 세계를 방해하는 선전 활동을 하지 않고, 기존 FGO 유저들의 반향과 그 전파를 통한 '충격적인 소재' 제공으로 신규 유저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FGO에서 진행되는 모든 이벤트는 '신작'이다. 소셜 게임에서는 보통 비슷하거나, 똑같은 이벤트를 일정한 주기에 맞춰 돌리는 경우도 많은데, FGO에서 이러한 일은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 매번 새로운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유저에게 '신작 게임'을 즐기는 기분이 들게 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업데이트 때마다 유저들이 '앗'하고 놀랄 수 있는 새로운 내용들을 계속 추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결국 '계속운영보다 신규개발'이란 말은 '화제를 일으킬 정도로 충격적인 소재를 의사결정의 지침'으로 한다는 것이다.

▲ FGO에서 진행되는 모든 이벤트는 매번 새롭게 만들어진다



정리하자면, FGO에서는 앞에서 말한 소셜 게임의 상식인 'KPI', '소셜', '계속운영'을 전부 부정하고 있다. FGO는 단순히 '페이트'의 IP를 사용했을 뿐인 소셜 게임이 아닌, 타입문이 직접 그려나가는 "페이트 시리즈의 신작 RPG"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우리는 그저 순수하게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자"라는 생각으로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여기에 '페이트로서'라는 말을 넣으면 바로 FGO의 개발 이념이 된다. 게임을 개발하는 모두가, 우리들의 개발 이념처럼 '순수하게 더 재미있는 게임을 개발하자'는 마음으로 개발을 해나가길 바란다.

▲ "그저 순수하게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