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 월드컵을 하면서 팬들의 걱정어린 시선을 받았던 쪽은 바로 딜러와 힐러진이었습니다.

힐러진에는 현역 선수가 아닌 인원, 그리고 오랫동안 자리야만 플레이하던 인원도 있었고 딜러진은 국내에선 검증이 됐지만 그들이 과연 세계에서 먹힐까 하는 의구심이 여전히 남아있었죠. 하지만 딜러 '에스카' 김인재와 힐러 '류제홍' 류제홍은 그 우려를 경기력으로 깔끔하게 종식시켰습니다.

김인재의 에임은 세계 최정상급 딜러와 견줘도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고, 아나 위주로 플레이를 한 류제홍은 딜러 잡는 힐러로 등극하며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했죠. 소속팀 루나틱하이로 돌아온 후에도 김인재와 류제홍의 폭발적인 플레이가 계속되면서 루나틱하이는 3전 전승으로 오버워치 APEX 그룹 스테이지를 마쳤습니다.

인터뷰를 가졌던 당일, 대규모 패치가 적용됐지만 루나틱하이는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특히 김인재는 이날 추가된 신규 영웅인 솜브라를 꺼내 큰 환호를 받기도 했죠. 비록 굴욕을 많이 당하긴 했지만요. 경기를 깔끔하게 3:0 승리로 장식한 직후, 인벤에서는 국가대표 팀과 루나틱하이의 중심인 김인재, 류제홍 선수와 인터뷰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 '에스카' 김인재(좌)와 '류제홍' 류제홍(우)

Q. 반갑습니다! 팬분들께 먼저 인사부터 해 주시죠!

김인재 : 루나틱하이의 딜러 '에스카'입니다.

류제홍 : 안녕하세요, 루나틱하이에서 '실력'을 맡고 있는 '류제홍'입니다!


Q. '미로' 선수를 포함해 두 선수까지 총 세 명의 팀원이 오버워치 월드컵 대표팀으로 출전했어요. 대표팀은 기존 루나틱하이 체계와 차이점이 있었나요?

류제홍 : 단정지을 순 없지만 국대 팀이 하나의 클럽 팀이 아니었고, 상대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우리가 센지, 국대 팀이 센지는 평가할 수가 없네요.

김인재 : 저에겐 새로운 팀에서 다른 사람들과 플레이한 것 자체가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Q. 오버워치 월드컵에서 다른 팀 소속인 '아르한-타이롱-준바' 선수에게서 뭔가 본받을 만한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인재 : '준바'는 자리야 하나는 클래스가 다르더라고요. 아이헨발데에서 창문으로 로켓 점프를 해서 이니시를 걸 때 확실히 느꼈어요. '아르한' 선수도 겐지만큼은 확실히 잘해요. 사실 저는 '아르한' 선수가 겐지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다른 캐릭터도 다 잘하더라고요. '타이롱' 선수는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 케어를 잘 해주셨죠. 덕분에 편하게 지냈어요.


Q. 조별리그에서 오히려 약체였던 대만팀에게 고생하기도 했어요. 대회 중 만났던 나라 중 가장 까다로웠던 상대는 어디였나요?

류제홍 : 저는 스웨덴이 까다로웠어요. 멤버가 워낙 좋고 올스타 느낌이 물씬 났거든요.

김인재 : 저는 스웨덴과 미국이었어요. 미국은 일단 홈 팀이니까 관중들의 응원부터가 달랐어요. 경기 내에서도 고전을 했고요. 스웨덴은 오버워치 월드컵이 열릴 때부터 각광을 받던 팀이라 걱정이 많이 됐죠. 스크림이나 경기를 할 때 스웨덴을 상대로 좀 떨었어요.


Q. 아직 클럽 팀 대결에서 한국팀이 해외팀을 잡고 우승한 적은 없어요. 여전히 격차가 존재하나요? 아니면 이젠 한국이 앞선다고 볼 수 있을까요?

김인재 : 이전까지는 확실히 한국 팀과 해외 팀 간의 격차가 있었다고 생각을 해요. 하지만 이제는 한국 팀들이 폼이 많이 올라왔기 때문에 단정지을 수 없다고 봐요.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죠.

류제홍 : 이제는 다들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봐요. 오버워치 자체가 한 번 실수하면 무너지는 게임이기 때문에 어떤 팀도 누구에게라도 질 수 있어요.


Q. 해외 서버 경쟁전과 국내의 경쟁전 수준 차이가 심하다는 말을 들었어요. 경쟁전 연습이 어떤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류제홍 : 저는 경쟁전 플레이 자체가 연습에 영향을 꽤 준다고 생각해요. 경쟁전을 하면 정말 산전수전을 다 겪게 되고, 게임 도중에 스크림에서 볼 법한 조합이 나올 때도 많아요. 때문에 온갖 상황에서 온갖 조합을 가지고, 온갖 조합을 상대로 자리잡는 방법과 노하우를 익히게 되죠. 경쟁전 환경은 한국이 북미나 유럽보다 더 낫다고 생각해요.

김인재 :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돌발 상황이 워낙 많기 때문에 거기서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상황 대처 능력이 올라가게 되죠.


Q. '미로' 선수가 형들이 컨디션에 따라 기량이 다르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중국 APAC이나 오버워치 월드컵에서 컨디션은 괜찮았나요?

김인재 : 내 얘기 같은데?(웃음) 원래 대회 때마다 저는 꾸준히 그냥저냥 했던 것 같은데 중국에서는 제가 생각해도 너무 못했어요. 게임 내 설정도 달랐고, 그 전부터 계속 기침하고 음식도 안 맞아서 햄버거조차 못먹어서 라면만 먹을 정도였죠. 컨디션이 정말 최악이었어요.

류제홍 : 저는 컨디션보다는 책상 높이에 영향을 많이 받아요. 저는 책상이 높은 걸 좋아해서 중국에서는 잘 맞았는데, 월드컵 때는 높이가 안 맞아서 패드를 몇 겹씩 놓고 플레이했어요. 책상이 낮으면 의자라도 확 내릴 수 있어서 높낮이 조절을 해야 하죠.


Q. 류제홍 선수는 오버워치 APEX 엔비어스와 대결할 때 오랜만에 자리야를 꺼냈더라고요. 어떤 상황에서 본인이 자리야를 꺼내나요?

류제홍 : 저희 팀에 '딘'이 아나를 엄청 잘해요. 저와 아나 숙련도가 비슷할 정도기 때문에 쟁탈전에서는 제가 자리야를 써도 되죠. 원래 자리야를 해왔으니까 엔비어스전에서 써보자고 코치님이 주문을 하셨죠. 코치님이 픽 연구를 한 끝에 생긴 결과였어요.


Q. 패치 후 솔저:76, 파라가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새로운 패치로 어떤 변화가 생길거라고 예상하나요?

김인재 : 기존 메타에서 게임이 확실히 바뀌게 될 것 같아요. 캐릭터 하나 둘만 버프, 너프된 게 아니라 디바, 위도우메이커, 솔저:76, 파라, 메르시 등 온갖 캐릭터가 다 바뀌었기 때문에 판이 크게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 특히 솔저:76는 대회에서도 핫한 픽이 될 것 같아요.

류제홍 : 저는 디바가 뜰 것 같아요. 솜브라는 잘 모르겠고... 디바랑 솔저:76가 제일 뜰 것 같네요.


Q. 패치 후 첫 공식전을 가졌는데, 경기를 펼쳐보니 어땠나요?

류제홍 : 패치 하나로 우리 팀이 하락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혹시라도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연습도 많이 하고 있고요. 앞으로 디바, 솔저:76, 메르시가 많이 쓰일 것 같으니 더 연습을 해야죠.


Q. 에스카 선수는 방금 전 경기에서 솜브라를 썼는데, 사실 이러려고 솜브라 꺼냈나 자괴감 들고 괴로울 상황이 많았죠? 프로씬에서 솜브라는 아직 쓰기가 힘든 카드인가요?

김인재 : (웃음) 오늘 패치가 됐기 때문에 솜브라를 쓰는 것 자체가 사실 확신할 수 없는 방법이었어요. 이미 8강도 갔겠다, 2세트에서도 A 완막을 했기 때문에 하고 싶은 대로 해 보자면서 솜브라를 썼는데, 아직 연습이 덜 된 티가 많이 났어요. 솜브라의 대회 활약 여부는 선수들끼리도 의견이 많이 갈리고 있어요. 제 생각엔 특정 상황이나 특정 맵에서는 잘 쓰일 것 같아요.


Q. '타이롱' 선수가 인터뷰에서 루나틱하이의 딜러 폭이 좁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어요. 반면, 로그와 같은 해외 팀들은 딜러 영웅 폭이 넓은 게 장점이라고 하던데,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김인재 : 물론 영웅 폭이 넓으면 넓을수록 좋고, 제가 넓혀야 하는 것도 맞아요. 다만 우리만의 조합과 색깔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추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도 그분 말씀도 맞는 말이긴 해요.


Q. APAC에서 아쉽게 패배했던 로그와 다시 맞붙고 싶다고 했어요. 다시 만난다면 당시와 어떤 점이 다를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김인재 : 중국 대회 때는 저희들이 게임에 대해 이해도가 낮았어요. 로그는 세계 최강팀 중 하나로 꼽히는 팀이고, 오래 게임을 했기 때문에 이해도도 깊었던 반면 우리는 게임을 시작한지 3~4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었죠. 이제는 우리 팀도 게임 이해도가 많이 상승했고, 제 컨디션도 그때처럼 최악이 아닐테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류제홍 : 그때 저희는 배우는 입장이었어요. 중국에 갈 때도 아직 모르는 게 많으니까 배운다는 생각으로 갔었죠. 지금도 어떻게 보면 배우는 단계지만 더더욱 게임 이해도를 쌓아서 로그를 이길 수 있도록 해야죠.


Q. 로그의 'AKM'의 맥크리 실력이 굉장한 화제인데, 그의 플레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김인재 : 'AKM'은 세계에서 맥크리를 제일 잘하는 선수 중 하나죠. 하지만 저도 'AKM'만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류제홍 : 맥크리는 팀의 케어에 따라 잘하고 못하고가 갈려요. 사실 맥크리 에임 자체는 다들 비슷한데, 팀의 케어를 얼마나 받느냐에 따라 달라지죠. 로그는 'AKM'을 보좌하는 방법을 이미 빠삭하게 익힌 상태인 것 같아요.


Q. 정말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하시면서 인터뷰를 마치죠!

김인재 : 저희 경기 때마다 직관을 와주시는 팬분들, 현장에 오지 못하시더라도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직관을 많이 오시는데 한 분씩 신경을 써드리지 못해서 죄송스럽지만 그 마음만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겸' 형이 저희를 많이 도와주셨는데, 이 자리를 빌어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희 투정 다 받아주시고 팀의 실력 향상을 위해 연구하시는 코치님, 뒷받침해주시는 차장님과 대표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부모님과 친구들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류제홍 : '에스카'가 다 말해서 딱히 할 말이 안 남았는데... (웃음) 회사 차장님과 대표님, 코치님께 도움 많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단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팬분들이 있기에 저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