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미는 메신저 서비스 'KiK'의 인스턴트 게임 서비스를 시작으로, 페이스북 또한 메신저에서 즉시 구동할 수 있는 인스턴트 게임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을 정도로 다시 HTML5기반 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2년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가 "HTML5 집착이 페이스북의 최대 실수"였다고 말했던 당시와 비교해보면 상황이 사뭇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빅바이킹게임즈(Big Viking Games)는 캐나다 최대의 모바일/소셜게임 개발사로, 회사를 설립한 2011년 당시부터 HTML5를 기반으로 하는 '인스턴트 게임'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하고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모두가 전망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견했던 HTML5 초창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인스턴트 게임'에 대한 개발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을 무엇이었을까? 이번 지스타 2016을 통해 만날 수 있었던 빅바이킹게임즈의 알버트 라이(Albert Lai) 대표를 통해 한국 게이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캐나다 게임 시장의 현황과, HTML5 기반 게임의 특징과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 알버트 라이(Albert Lai) 빅 바이킹 게임즈 대표


만나서 반갑다. 먼저 빅바이킹게임즈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빅 바이킹 게임즈는 캐나다에서 가장 큰 인디 모바일/소셜 게임 개발사다. 회사가 설립된 지는 약 5년째이며, 토론토와 런던(지명) 두 곳에 사무실을 가지고 있다. 이번 지스타에 참여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게임 개발사로서, 모바일게임의 개발과 퍼블리싱을 맡고 있지만, 'HTML5' 기반 기술과 관련 게임에 대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이 분야에 중점적인 투자를 계속해왔으며, 그 결과로 메신저 인스턴트 게임 분야의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MIG(Mobile Instant Games)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런 '인스턴트 게임'은 말 그대로 즉시 플레이가 가능한 모바일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모바일 인스턴트 게임들은 메신저 안이나 모바일 웹 브라우저, 네이티브 앱 등에서도 작동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새롭고, 혁신적인 배포 방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HTML5 기반 게임이 많이 생소한 편이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HTML5에 대해서 생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HTML5는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지만, 많은 이들이 몇 년 전에 포기해버린 분야이기도 하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도 몇 해 전에 HTML5를 고집했던 것이 자신의 최대 실수라고 밝히지 않았나. 솔직히 말하면 그 당시는 너무 일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가 포기할 때에도 HTML5에 대한 투자와 연구를 계속해 왔다. 분명 이것이 모바일 경험이나 게임에 있어 가장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HTML5란? HTML의 새로운 버전으로, 2014년 10월 28일 차세대 웹 표준으로 확정된 바 있다. 별도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브라우저상에서 그래픽 처리 및 오디오, 위치정보 제공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진화한 웹 프로그래밍 언어이다.


그렇다면, HTML5 기반 게임이 갖는 장점은 무엇인가?

약 5년 전부터 우리는 10년 후를 생각해 봤고, '최종 사용자에게 최고의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다. 앱스토어에 접속해서, 무언가를 다운로드 받고, 실제로 누군가와 게임을 플레이하기 전에 이 모든 과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안 맞는다고 느껴진 것이다.

사전 준비 없이 게임을 곧바로 즐길 수 있고, 친구에게 권했을 때 그 친구 또한 즉시 나와 똑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혁신적일까? 이런 맥락에서 HTML5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바일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다.

한 번 친구와 함께 게임을 즐기기 위해 (게임의)링크를 공유했다고 가정해보자. 링크를 공유 받은 친구와 내가 함께 게임을 하려면 적어도 7~8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이 오늘날 가장 보편화된 방법이다. 링크를 클릭해 앱스토어에 접속하고, 다운로드 받기 위해 계정 정보를 입력하고, 다운 받은 앱을 찾기 위해 스마트폰 메인 화면으로 나갔다가, 앱을 실행하면 또다시 페이스북 계정이나 게임센터를 이용해 로그인한다. 이렇게 게임에 접속하고 나면 로비 화면에서 또다시 같이 할 친구를 찾아야 하고... 아마도 이 모든 일이 진행된 이후면 나는 이미 게임을 그만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소한 단계들로 보이지만, 만일 당신이 보스를 상대해 달라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같이 플레이하고자 할 때는 큰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 없이 클릭 한 번으로 즉시 게임을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이 HTML5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 빅바이킹게임즈의 인스턴트 게임 '갈라트론'

▲ 특별한 앱 다운로드 없이 브라우저에서 바로 즐길 수 있다

메신저와 게임을 연동하는 것은 한국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아시아 같은 경우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 이미 3-4년 전에 메신저와 함께 게임을 연동하는 일이 일반적이었다고 하면, 서양에서는 지금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킥(Kik) 이라는 메신저가 올해 들어 게임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페이스북 또한 게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데, 아시아와 가장 다른 점이라면 HTML5를 사용해 메신저 안에서 즉시 게임을 구동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일련의 변화는 피해 갈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예를 들면, CD-ROM을 사용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클라우드가 대세가 된 것처럼, 지금의 앱스토어 또한 CD-ROM과 같이 과거의 것이 될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브라우저 기술이 오늘날에도 더욱 빨라지고 있기 때문인데, 3년 전과 비교해보면 지금의 브라우저의 속도는 약 10배 빨라졌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발전은 앞으로도 가속화될 것이다.

물론, 우리는 카카오 라인 등 메신저 앱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Yelp!'같은 레스토랑 리뷰 앱에서도 게임을 탑재해 곧바로 즐길 수 있다면 어떨까? 게임이 일종의 광고 형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지스타 2016에 방문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의 모바일게임 시장과 개발자, 플랫폼에 대해 더 배우고, 게임 개발자들이 HTML5 잠재력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뿐만 아니라, 한국 게임 시장의 뛰어난 게임 디자이너와 개발자들, 창의적인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색하고자 했다.

북미를 소셜 게임의 선구자라고 지칭한다면, 한국은 F2P 방식 게임, 그리고 메신저 연동 게임에 대한 오래된 역사가 있는 선구적인 나라라고 할 수 있다. 경험 있는 유능한 게임 개발자들을 만나 그들의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또 함께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한, '과연 다음 세대의 모바일 메신저 게임은 어떤 형태가 될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누고 싶었다.


HTML5 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한국 개발자들의 반응은 어땠나?

HTML5로 어떤 일이 가능한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아주 놀랐던 것 같다. 수년간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분야이기도 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지난 5년 동안 우리는 HTML5의 이러한 발전을 위해 많은 투자를 진행했고, 그 결실로 정말 만들기 쉽지 않았던 툴을 개발했다. 기술의 발달을 통해 HTML5 게임은 다른 네이티브 앱들보다 빠른 로딩 속도를 갖게 됐고, 그래픽 또한 최고 사양의 3D 그래픽을 목표로 하지만 않는다면 어느 정도 수준을 나타낼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캐나다의 게임 시장은 미국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사실이나, 캐나다 게임 시장은 비록 작을 지라도,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의 숫자 자체는 캐나다가 미국을 훨씬 앞서고 있다.

또한, 캐나다 게임시장이 모바일이나, 소셜 게임 분야에서는 작을지 모르겠지만 AAA게임을 개발하는 다수의 회사를 가지고 있다. 유비소프트의 가장 큰 사무실 또한 프랑스가 아닌 몬트리올에 있고, 밴쿠버에는 EA 스포츠가, 그리고 바이오웨어 또한 캐나다에 위치하고 있는 회사다. 우수한 AAA게임 개발자들이 많이 있지만, 모바일게임과 소셜 게임 분야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 것도 사실이다.



여담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인해 '캐나다 이민'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실제 상황은 어떤가?

실제로 캘리포니아에 거주하고 있는 내 친구들 또한 캐나다로 이민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반긴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덕분에 캐나다가 더욱 살기 좋은 나라로 부각되는 점이 있는 것 같다.(웃음) 우리로서는, 최고의 역량을 가진 게임 개발자들을 채용하기 편해진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캐나다는 이민 가고 싶은 나라 중 1,2순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알고 있었나?

최근에 그 이야기를 들었다. 미국과 함께 이민 가고 싶은 나라 1,2순위를 다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한국 사람들 또한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인해 많이 걱정할 것으로 안다. 그가 약속한 공약들은 이민자들을 절대 환영하지 않는 정책들이기 때문이다.

반면 캐나다의 경우, 역대 총리들도 마찬가지였지만 특히 저스틴 트뤼도(현 캐나다 총리)의 정책이 이민자에 대하여 대단히 관대하다. 뿐만 아니라, 빅 바이킹 게임즈를 비롯한 캐나다의 게임 업계가 정부와 함께 이민 관련 법 조항을 수정하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바로 지난달에 기술직 및 게임, 디지털 미디어와 관련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해 더욱 빠르게 비자를 발급해줄 수 있도록 법안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비자 발급까지 몇 달 정도가 소비되었다면, 앞으로는 몇 주만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 또한 이번에 한국에 와서 소개해줄 수 있어서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

만일 캐나다에서 근무할 기회를 찾고 있는 한국의 유능한 게임 개발자들이 있다면, 지금은 더욱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물론, 빅 바이킹 게임즈 또한 능력 있는 시니어 프로그래머, 아트디렉터, 게임 디자이너를 채용하고자 하니 연락해 주었으면 좋겠다.


'빅바이킹게임즈'가 캐나다에서 가장 근무하기 좋은 회사로 10위권 안에 들어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캐나다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50회사' 등 다양한 상을 수상했고, 회사를 설립한 이래로 매년 수상 자격을 갖추고 있다. 우리에게는 정말로 의미가 큰 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로 선정됐던 경우가 기억에 남는데, 이 회사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우선 80% 이상의 내부 근무자들로부터 설문조사를 받아야 한다. 아주 구체적인 항목까지도 점수를 매겨서 현재 직장에 만족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는데, 빅바이킹게임즈는 항상 상위 10%에 머무르고 있는 중이다.

좋은 사내 문화를 만드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회사로서 투명성을 임직원들에게 항상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회사의 투명성은 임직원 개인이 회사의 성공에 어떻게 보탬이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줄 뿐 아니라, 모두가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좋은 기업문화가 정착하면, 좋은 사람들을 끌어올 수 있고, 그것이 결국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철학 때문에 빅 바이킹 게임즈는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듣기에는 상당히 교과서 같은 경영 철학을 실천하고 있는 것 같다.

픽사(Pixar)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픽사에 대해 '창의적이고, 좋은 영화를 만든다'는 일부분만 알고 있는데, 픽사의 CEO 에드 캣멀이 지은 '창의성을 지휘하라' (원제:Creativity inc.)는 책을 보면 이 회사의 역사를 더욱 자세히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정말 감명 깊게 읽은 책이다.

픽사는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를 통해 아주 유명해졌지만, 그 이면에는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냈다는 업적이 숨어있다. 이들은 누구나 알듯이 처음으로 3D 영화를 제작했고, 뿐만 아니라 전에 없던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창조해내지 않았나.

픽사의 이런 부분이 정말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그저 게임 회사가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회사로서,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발명해 최종적으로는 모두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R&D 분야에도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지스타를 통해 접한 사람, 혹은 업체들 중에 어떤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궁금하다.

'쿡앱스'라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와 미팅을 가졌는데, 당시에 우리(빅바이킹게임즈)와 비슷한 경영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동양과 서양이 잘 조화된 것처럼, 팀워크와 근면함의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또한 창의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한국에 방문한 소감을 부탁한다.

이번 지스타는 앞으로 한국 게임 시장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려줬고, 빅바이킹게임즈에 있어서도 한국은 정말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특히 한국 게임 개발자들의 재능과 지식, 그리고 경험을 엿볼 수 있어서 유익했다. 이를테면, 아주 행복한 시간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한국 시장은 소비자들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한국의 게임 개발자들의 재능과 지식, 그리고 경험까지 이야기하는 것이다. 정말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고, 앞으로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