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경기도와 경기 콘텐츠 진흥원이 주최하는 '경기 게임 아카데미 오픈 세미나'에서는 올해 지스타에서 호평을 받은 VR 게임 '프로젝트M'의 제작기가 최초로 공개됐다.

경기 콘텐츠 진흥원이 주최하는 이번 세미나는 지난 10월부터 진행한 예비 게임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인 '경기 게임 아카데미'의 지원 사업 중 하나이다. 올해 1기 수강생을 모집한 '경기 게임 아카데미'는 내년 3월까지 약 6개월간 게임 프로젝트 개발 과정을 진행하며 게임 스타트업에 필요한 기술교육과 창업교육, 자금, 개발 공간 등을 지원한다.

또한, 단순한 교육 외에도 업계의 노하우를 전해들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28일, 프로젝트 중간발표 현장에서는 콰트로기어의 이석호 대표와 알콜코더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데스티니 차일드 메인 프로그래머 박민근씨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따끔한 지적과 조언 등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오픈 세미나 역시 게임 제작과 창업 노하우 등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자리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지금까지는 넷텐션의 배현직 대표, 경기 창조경제 혁신센터의 임동욱 부장, 블루홀 이상균 PD가 연이어 세미나에 참가해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한편, 이날 발표 현장에서는 '프로젝트M'의 개발사인 EVR 스튜디오의 박재욱 이사와 전민수 팀장이 초빙돼 게임 제작기 외에도 VR 게임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테크니컬 아트 기술 등 각종 노하우를 공유했다.


■ EVR 스튜디오 박재욱 이사 "'프로젝트M'의 제작기를 소개합니다"

▲ EVR 스튜디오 박재욱 이사

올해 지스타에서 최초 시연 버전을 선보인 VR 게임 '프로젝트M'. VR 속에서 가상의 여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즐기는 모습 때문에 그랬을까? 누군가는 이 게임을 미연시라고 하기도 했다. 이런 주변의 얘기에 박재욱 이사는 "미연시 요소가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건 우리 게임의 한 면일 뿐이다. '프로젝트M'는 연애 요소도 포함한 VR 어드벤처다"라며 '프로젝트M'에 대해 소개했다.

EVR 스튜디오는 '프로젝트M'을 개발하면서 세 가지 조건을 핵심으로 삼았다. 스토리텔링과 A.I, 그리고 사실적인 비쥬얼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EVR 스튜디오는 이제 막 창업을 한 스타트업인 상황. 한 번에 저 세 조건을 모두 맞출 순 없었다. 그렇기에 EVR 스튜디오는 티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자, 가장 빠르게 만들 수 있는 비쥬얼을 우선했다. 스토리도, A.I 요소도 없지만, 비쥬얼만으로도 유저들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다면 이 프로젝트에 대한 가능성이 보일 것이라 여긴 거다.

목표 기간은 6주. 이 기간을 넘긴다면 프로젝트를 접는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그들은 티저 제작에 들어갔다.


다행스럽게도 그들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공개된 티저 영상은 각종 매체를 통해 화제가 됐고, 이에 EVR 스튜디오 역시 '프로젝트M' 개발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이렇게 화제가 된 이유에 대해 박재욱 이사는 사실적인 비쥬얼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티저 영상을 제작할 때 실제 모델을 선정해서 3D 스캔을 한 다음, 스캔한 걸 토대로 캐릭터를 만들었다. VR의 핵심은 현실감인데 그걸 최대한 자연스럽게 만들기 위해서는 실제 모델을 스캔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게 수월하진 않았다. 티저 영상을 제작할 때 사용한 3D 스캐너는 박재욱 이사가 궁극적으로 원하던 사양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쓸 수 있는 것도 한 개뿐. 이대로는 완벽한 3D 스캔은 불가능했다. 모델을 스캔할 때도 한 개의 장비로 일일이 오른쪽부터 왼쪽까지 이동하며 순차적으로 스캔해야 했다. 문제는 이 경우 물체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완벽한 스캔이 가능하지만, 사람의 경우 완벽하게 고정되지 않기에 미세한 오차가 발생하곤 했다.

▲ 3D 패턴 스캔

물론 이런 미세한 오차는 3D 모델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해결됐고, 마침내는 티저 영상에 쓸 캐릭터의 기본 모델이 완성됐다.

그렇다면 텍스쳐는 어땠을까? 게임에서 사실성을 느끼는 부분에는 물체의 모델링도 있지만 텍스쳐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 얼마나 실제와 같은 질감을 가지느냐가 중요하단 얘기였다. 이 부분 역시 3D 스캔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얼굴에 음영이 지지 않도록 한 후에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 실제 피부 질감과 최대한 유사하게 만들었다.

아울러 실제 모델의 동작과의 일체감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티저 영상과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촬영을 해서 현실과 VR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는 기본적인 모델링과 텍스쳐, 레퍼런스 영상이 확보된 상태에서 마침내 EVR 스튜디오는 티저 영상을 제작을 위한 캐릭터 애니메이틱(Animatic)에 들어갔다.

▲ 머리의 중요성. 이때만 해도 '이렇게 못생겼는데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이렇듯 점점 현실감을 더해지는 캐릭터였지만, EVR 스튜디오는 새로운 고민에 빠졌었다. 바로 VR에서의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에 관한 문제였다. 내부에서는 불쾌한 골짜기에 빠질 수도 있으니 사실적인 캐릭터보다는 다소 스타일리쉬한 캐릭터가 낫지 않겠냐는 얘기도 거론됐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그들은 사실성을 추구하기로 했다. 선수들이 모였으니 진짜 제대로 된 걸 만들어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거였다.

더욱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EVR 스튜디오는 눈과 머리카락에 주목했다. 현실의 눈동자는 여러 각도에 따라 빛이 굴절되며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던 와중 언리얼 엔진에 눈동자 쉐이더가 추가돼 한결 수월하게 그들이 원하는 눈동자를 구현할 수 있었다.

한편, 머리카락의 경우에는 엔비디아 헤어 웍스 덕에 리얼하면서도 한결 편하게 만들 수가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플레이스테이션에서는 헤어 웍스를 쓸 수 없다는 거였다. 그들의 잠정적인 플랫폼에는 플레이스테이션도 있었기에 헤어 웍스를 고집할 수도 없는 상황. 결국, 머리카락은 고생스러웠지만 일일이 만들 수밖에 없었다.


기본적인 모델링이 거의 완성된 그때, 새로운 문제가 수면 위에 떠올랐다. VR에서의 카메라와 캐릭터 사이의 거리였다. 현재의 HMD는 아무리 뛰어나도 사람의 실제 눈보다는 해상도가 낮다. 그렇기에 일정 거리 이상 멀어지면 화질이 급격히 떨어져 현실감이 사라지게 된다. 이에 박재욱 이사는 VR에서의 캐릭터와 카메라 사이의 적정 거리를 구하고자 계산식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적인 계산식을 만들었다. 그리고 오큘러스에 이 계산식을 대응한 결과 카메라에서 캐릭터 10미터나 떨어질 경우에는 전혀 VR의 매력을 느낄 수 없었고, 3미터라고 해도 외형은 알아볼 수 있지만 감정이 느껴지진 않았다. 결국, VR 콘텐츠에서 어떠한 매력을 느끼기 위해선 실제보다 훨씬 가까이에 위치해야 했다."

▲ EVR 스튜디오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VR에서의 픽셀 크기 계산식

▲ 3미터 거리라 해도 VR에선 이목구비나 간신히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다

결국, 티저 영상을 비롯한 '프로젝트M'의 카메라는 현실보다 더욱 가까이 접근함으로써 몰입도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한편, 기본적인 티저 영상이 완성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EVR 스튜디오는 예상치 못한 기회를 얻기도 했다. 언리얼 서밋으로 한국에 방문한 팀 스위니 대표가 '프로젝트M'을 체험하고는 높은 관심을 보였던 거다. 그리고 그 관심은 언리얼 서밋 기조 연설에서 '프로젝트M'을 소개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단순한 관심만으로도 기뻤는데 팀 스위니 대표의 소개로 미국을 비롯해 유럽, 중국, 일본 등의 매체에서도 소개되며 스타트업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덕분에 사람들이 '프로젝트M'에 거는 기대감을 알 수 있었다. 그런 기대감에 힘입어 그때부터는 프로토 타입 개발에 돌입했다. 티저로 관심을 끌었다고 해도 게임성이 증명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었으니까.

그렇게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면서 원래의 목적이던 스토리텔링과 A.I에 기반한 대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 마침내 본격적인 프로토타입 개발에 들어간 '프로젝트M'

하지만 고난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VR 세계에서의 현실감을 갖기 위해 캐릭터를 만들고, 카메라와의 거리까지 신경 썼지만 다른 문제가 남았던 거다. 바로, 현실과 VR에서의 괴리감이 발목을 잡게 된 거였다. VR에서는 캐릭터가 이동할 때, 실제 플레이어는 이동하지 않는데 이럴 경우 극심한 멀미가 생기곤 했다. 즉, 이동에 대한 해답을 도출할 필요가 있었다.

여러 방법이 거론됐지만 EVR 스튜디오가 선택한 건 텔레포트(순간이동) 기법이었다. 일정 포인트로 캐릭터가 한 번에 이동하는 방법이었는데, 일반적인 게임에서는 그리 좋지 못한 방법이었지만 VR에서는 오히려 탁월한 선택이었다.

▲ '로보리콜'에서도 사용되는 순간이동 기법은 VR에선 탁월한 선택이었다

하나둘 문제가 해결되고 남은 건 스토리텔링과 A.I에 기반한 대화 시스템이었다. 그중 대화 시스템의 경우 EVR 스튜디오가 특별히 고심한 시스템이었다. 일반적인 미연시 게임에서는 특정 상황에서 확실한 답안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건 EVR 스튜디오가 원하는 대화 시스템이 아니었다.

그들이 원했던 건 진짜 감정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모든 대사를 여러 감정에 따라 녹음하고 플레이 중에 감정 상태에 따라 다양한 대화가 나오도록 구현했다. 플레이어가 실수를 했을 때 이미 정해진 대사가 나오는 게 아니라 현재 NPC의 감정, 호감도, 과거의 추억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감정을 표현하도록 했다.

▲ 다양한 조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감정을 표현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이런 노고 끝에 마침내 '프로젝트M'의 프로토타입이 완성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프로젝트M'은 그들의 기대를 만족시켰을까? 이 물음에 대해 박재욱 이사는 "얼마 전 지스타에서 인벤 측이 '프로젝트M'을 체험하고 영상을 올렸었다. 이 영상을 보면 플레이어가 얼마나 게임에 몰입하는지를 알 수 있을 거다. 다른 설명보다 직접 보는 게 나을 것 같다"며 해당 영상을 청중들에게 소개했다.

▲ '프로젝트 M' 시연 영상

영상이 끝나고 박재욱 이사는 다음과 같은 인사말을 하며 이날의 발표를 끝마쳤다.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시연하는 기자분이 실제로 캐릭터를 보면서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저희가 '프로젝트M'을 개발하면서 목표로 한 사실감입니다. 저희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프로젝트M'을 개발하고자 하니, 앞으로도 잘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