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30일 오후 4시, 리니지 이터널의 1차 CBT가 시작되었다.

최초 공개된 후 5년이라는 기다림 끝에 첫 선을 보인 만큼 플레이 전부터 영상이라는 영상은 모두 찾아보며 큰 기대감을 가지고 오픈 시간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다가온 대망의 오후 4시, 항상 캐릭터 선택 창에서 긴 고민에 빠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미리 마음속에 가장 먼저 키울 영웅을 정해두고 자신만만하게 게임 시작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다음 화면에서 나를 반긴 것은 '2명의 이터널을 선택해 당신만의 팀을 만드십시오'라는 문구.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것은 4명뿐인 영웅 선택 창이었다. 내 마음속 영 순위였던 얼음 여왕님 프레야는 그곳에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다른 영웅은 초반 튜토리얼을 지나면 특정 조건을 만족시킨 후 선택할 수 있다.

평소 MMORPG에서는 마법사를 선호하기에 일단 흑마법사인 진을 선택했다. 이후 오필리아와 카이 사이에서 고민하다 그냥 요정보다는 다크엘프지 라는 생각으로 암살자 카이를 선택했다. 절대 우람한 팔뚝에 넘어간 것이 아니다. 천만다행으로 커스터마이징은 세 가지 중 택일로, 색깔 정도만 바꿀 수 있어 나름 쉽게 넘어갈 수 있었다.

▲ 가장 처음에는 헥터, 진, 오필리아, 카이 4명 중 2명을 선택할 수 있다


▲ 흑마법사의 이미지에 맞게 강한 느낌의 언니로 커스터마이징 완료!


모두가 나를 찾는, 나를 필요로 하는 이제는 익숙한 스토리의 튜토리얼을 마치고 오프닝 동영상이 끝난 뒤 실렌의 계시를 따라 말하는 섬 선착장에 당도했다.

시작 마을에서 할 만한 임무들을 따라 열심히 플레이하다 보니 갑자기 상점 주위에 출몰하는 쥐를 잡아달라는 협력 이벤트가 발생했다. 협력 이벤트의 경우 기여도 1위를 하면 다양한 종류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최고 기여 보물상자를 획득할 수 있다.

운이 좋게도 이벤트가 발생한 직후여서 쉽게 기여도 1위를 달성하나 싶었으나 아니나 다를까,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그야말로 쥐 한 마리 보이지 않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그리고 손가락이 부서져라 마우스 양쪽 버튼을 클릭했으나 결과는 2위. 최고 기여 보상자가 얻을 수 있는 보물상자는 그렇게 슬프게 떠나가 버렸다.

▲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라는 말은 이제 익숙하다


▲ 협력 이벤트는 사람들과 함께 플레이해야 완료할 수 있는 임무다


▲ 협력 이벤트 기여도 1위와 무작위 한 명은 보물상자를 획득할 수 있다


가슴 아픈 협력 이벤트를 뒤로하고 필드로 나오자 숨돌릴 틈도 없이 이번에는 황금색으로 번쩍거리는 필드 보스 말리우스와 그 주위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으리, 스킬도 3개나 더 배웠겠다 눈앞의 보스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딜을 쏟아부었다.

10명이 넘는 사람들과 함께 1분이 넘게 공격을 퍼부었으나 우리가 한 영혼의 딜은 말리우스의 생명력을 고작 10% 정도 밖에 줄이지 못 했다. 그리고 말리우스의 지팡이질은 너무도 강력해서 공격 한 번에 시체가 하나씩 생길 정도였다. 그 어마어마한 위협과 아무리 공격해도 잡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굴복한 나는 결국 전우들을 뒤로하고 다른 임무를 하러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부끄러움 때문이었을까, 협력 이벤트 하나를 끝마치고 내 발걸음은 다시 전우들의 곁으로 향하고 있었다. 도착한 그곳에는 아까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아진 사람들과 생명력의 반이 사라진 말리우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모습에 감격한 나는 심기일전하여 최선을 다해 딜을 넣기 시작했다.

▲ 처음 만난 필드 보스 말리우스는 매우 강력했다


10분가량의 길고 긴 공격 끝에 드디어 말리우스가 쓰러졌고, 나는 말하는 섬의 보스 몬스터를 최초로 처치한 용사에게 주는 '첫 토벌! 말하는 섬의 용자' 업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모두의 힘을 합쳐 보스를 처치했다는 뿌듯함과 함께 나는 아이템 줍기 단축키를 연타하며 말리우스가 쓰러진 자리로 달려갔다. 같은 생각을 했는지 많은, 아니 대다수의 전우들이 말리우스 시체 근처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정확히 3초 뒤, 말리우스의 시체가 폭발하며 그 자리의 모두가 싸늘한 시체로 변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말리우스는 죽음 후 스스로 폭발해 데미지를 주는 패턴도 가지고 있었다. CBT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겼으면 좋았을 것을 그 알량한 아이템 욕심 때문에 모두 함께 차가운 바닥에 누워버리다니, 역시 사람은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

▲ 말리우스 처치 후 아이템 루팅을 위해 모여들었으나..


▲ 시체 폭발로 모두 함께 바닥에 누워버렸다


꾸준히 메인 스토리 라인인 알베르트 연대기를 따라가며 돌발 임무, 저항군 임무, 지역 임무를 수행하다 보니 어느새 10레벨을 달성하게 되었다. 그렇게 첫 모험의 시작인 말하는 섬의 종착역도 슬슬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지막 임무의 행선지는 봉인된 납골당. 어떤 보스 몬스터가 기다리고 있을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천천히 나아가고 있었는데 "Oh my god". 나를 반기는 것은 다름 아닌 바포메트였다.

리니지 시리즈를 해봤다면 매우 반가운 그 이름 아닌가. 그리고 이름값이라도 하는지 지금까지 보지 못 했던 공격 패턴으로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크게 어렵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방심하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여기서 죽으면 왠지 동료 기자들의 좋은 놀림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심기일전하여 바포메트에게 작별을 고하니 던전 보상 상자와 함께 영웅을 한 명 더 소환할 수 있는 소환석 1개를 얻을 수 있었다. 다들 나머지 11명의 영웅 중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순간이지만 나에게 고민 따윈 사치다. 일말의 주저도 없이 얼음 여왕 프레야는 나의 파티원이 되어 매혹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 봉인된 납골당의 보스 바포메트의 위용


▲ 바포메트와의 치열한 전투 현장


바포메트를 처치한 후 퀘스트를 정리하니 자연스럽게 말하는 섬에서의 여정이 마무리되었다.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존재인 나 '이터널'이 드디어 시골 동네를 벗어나는 것이다. 그렇게 향한 곳은 바로 더 큰 대륙, 기란 자치령이다. 역시나 큰 도시답게 깨끗한 거리가 나를 반겼고, 무심코 연 지도로 본 대륙의 크기는 말하는 섬의 몇 십 배였다.

리니지 이터널의 1차 CBT는 다 함께 시작하는 첫날답게 각 마을, 거점, 필드마다 북새통을 이뤘다. 필드 보스를 잡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고 몸을 던지기도 했고, 협력 퀘스트를 위해 사방팔방을 뛰어다니기도 했다. 20레벨을 넘겨 유물 급 장비를 제작한 소식이 들려올 때는 다들 부러움에 쳐다보기도 했고, 자신의 영웅을 4인 파티로 구성해 1층부터 클리어하는 오만의 탑도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첫 시작은 필드와 1인 던전 위주지만 레벨이 오를수록 최대 4인 입장 던전은 물론, 최대 200명까지 입장하는 에픽 던전에서 CBT 최고의 보스인 베히모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 외 제작 등 시간이 지날수록 리니지 이터널의 또 다른 소식이 하나씩 전해질 터. CBT는 종료인 12월 4일(일)까지 약 4일이 남았다. 다수가 몰린 필드 사냥에서 큰 렉도 없고, CBT 첫날 서버 다운이나 점검 한 번 없는 안정적인 서버 관리를 보여준 만큼 리니지 이터널의 남은 테스트 기간 동안 열심히 달려봐야겠다.

▲ 큰 도시 답게 커다란 광장과 깨끗한 거리를 자랑하는 기란 자치령


▲ 말하는 섬 지역 협력 이벤트마다 몰려드는 사람들


▲ 다음 지역인 기란에 넘어와도 협력 이벤트는 인산인해


▲ 필드 보스 역시 인기 만점


▲ 생명력이 많은 필드 보스지만 계속되는 협공에는 속수무책


▲ 자신만의 이터널 팀을 꾸려 도전할 수 있는 오만의 탑 입구


▲ 오만의 탑에서는 최대 4명의 이터널을 동시에 소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