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콘솔 게임을 전체적으로 볼 때, 올 한해는 굉장히 풍성한 한 해였다. '위처3'로 떠올랐던 작년에 절대 밀리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전체적으로 평하자면 '부침이 없었다.'라고 말할 수 있다. 간혹 게이머의 기대에서 엇나간 작품들이 등장하긴 했지만, 대다수 작품은 기대에 부응하는 완성도를 보여주었고, 또 몇몇 작품은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2016년을 달구었던 PC, 콘솔 게임들을 다시 둘러보았다. 모든 작품을 다 다루긴 힘들었다. 올 한 해 출시된 작품의 수만 수십 종을 넘겼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다른 해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많다. 2016년 한 해 깊은 인상을 남긴 게임들이 말이다.


"후속작의 한 해" - 전작에 부끄럽지 않은 모습



▲ 2016년 최고의 게임 중 하나인 '언차티드4'

재미있게도 올해는 신규 IP의 게임들보다 기존 IP가 득세한 한 해였다. 5월에 출시된 '언차티드4'는 출시 전부터 어마어마한 기대를 모았다. '라스트오브어스'로 게이머의 뇌리에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긴 '너티독'의 작품이기도 하지만, 그 IP 자체만으로도 황홀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번의 발매 연기가 있었음에도 게이머들은 불만보다 이해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PS4 독점작임에도 불구하고 게이머들에게 깊은 발자취를 남겼다.

▲ 발매 이후 빠르게 열기가 식은 느낌이 있다.

'데이어스 엑스: 맨카인드 디바이디드'도 마찬가지. 타 IP보다 인지도는 다소 떨어지는 편이지만, 이번 작품은 시리즈 특유의 사이버펑크 디스토피아를 원 없이 보여주었다. 전작보다 더 멋지고 강력해진 건 주인공 '아담 젠슨'만이 아니다. 전작에서 다소 조잡하다고 평가받았던 조작감이나 전체적인 그래픽, 그리고 레벨 디자인까지. '데이어스 엑스' 시리즈는 한 차례 더 진화했다.

▲ 기존 방식을 유지하는 선에서 개선을 꾀했다

'다크 소울3'의 진화 방향은 데이어스 엑스의 그것과는 달랐다. 데이어스 엑스가 전체적으로 달라지고, 보다 디테일해졌다면, '다크소울3'는 기존의 시스템을 계승하면서 그 안에서 완벽함을 꾀했다. 입문자들의 정신력을 털어먹는 난이도는 그대로이지만, 옛날 작품처럼 들쑥날쑥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어려워지는 구조를 구축해 더욱 쉽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게 배려했다. 다른 게임의 배려를 생각하면 안 되지만... 하지만 그 점이 주효했다. 게임 디자인상으로는 큰 변화가 없었음에도 메타크리틱 점수는 무려 89점. 프롬 소프트웨어에게 2016년은 행복한 한 해였다.

▲ 실제 플레이는 주인공만큼 가볍지 않다

반면, 위 세 작품과 다르게 완전히 바닥에서 정상으로 기어 올라온 게임도 있다. 유비소프트의 '와치독2'가 그 주인공. 필요 이상으로 진중하고 어두침침한 분위기로 악평을 받았던 전작을 의식해서였을까? '와치독2'는 전작을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변화를 보여주었다. 뭘 해도 가벼운 주인공 '마커스 할러웨이'와 때로는 철없어 보이는 해커 집단 '데드섹'. 겉보기에는 치기 어린 정년들의 방종으로 느껴지지만, 게임 플레이는 그리 가볍지 않다. 잠입, 해킹, 때로는 속임수까지. '와치독2'의 플레이는 마치 잘 만들어진 퍼즐들을 모아 버무려둔 느낌이지만, 그 퍼즐 하나하나가 굉장히 재미있다.

▲ 기자의 올해 초를 박살낸 게임

슬픈 사실도 있다. 게이머들의 일상생활을 무자비하게 파괴했던 '파이락시스'의 양대 시간 탐험대 게임 모두 올해 신작을 발표했다. 2월 발표된 '엑스컴2'는 전작 못잖은 흉악한 중독성에 자유로운 모딩까지 끼얹었다. 전작에선 나만의 병사를 만들려 해도 끽해봐야 팔다리 다 떼고 로봇으로 만드는 정도였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말 그대로 아이돌 그룹을 만들 수 있다. 창작마당에 올라온 모드의 수만 해도 수천 가지에 달하니 말이다.

▲ 무슨 말이 필요하리

'문명6'에 대해선 굳이 긴 말이 필요할까 싶다. 10월 21일 출시 이후, 오늘로 약 70일이 지났는데, 이미 라이브러리 플레이 시간이 200시간을 훌쩍 넘겼다. 대충 계산해도 하루 세 시간을 넘어가니 나 스스로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나쁜 게임이 아닐 수 없다.


"고전의 부활" - 옛 느낌 그대로



▲ 찢고 부수는 본질로의 회귀

위에서 언급한 작품들이 비교적 잘 나가던 게임들의 최신작으로서 빛을 발했다면, 올해는 조금 다른 의미로 전통을 이은 작품들도 있었다. '둠(2016)'은 그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무려 20년도 더 전에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던 둠 시리즈. 호쾌함보다는 호러의 분위기를 살렸던 3편이 그저 그런 성공을 거둔 채 전설로 남을 줄 알았다. 하지만 돌아왔다. 그것도 옛 모습 그대로 말이다. 썰고, 부수고, 터뜨리고, 찢으면 될 뿐, 복잡한 생각은 필요 없다. 그게 '둠'의 매력이고 이번 작품이 빛나는 이유다.

▲ 다소 담담하면서 조용한 색채는 그대로다

'이코', '완다와 거상'으로 자신만의 색채를 구축한 게임 디렉터 '우에다 후미토'의 신작인 '라스트 가디언'도 고전을 되살린 훌륭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프로젝트 시작부터 출시까지 걸린 시간만 10년. 중간마다 개발이 중지되었다는 루머가 번지거나, 완성되지 못할 거라 믿는 이들도 생겼지만 결국 게임은 모습을 드러냈다. 우에다 후미토가 소니를 퇴사한 지도 5년의 세월이 지났기에 많은 이들이 걱정했지만, 결과는 안심. 현 세대에는 조금 낡은 방식의 디자인이지만, 적어도 이전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감성'만큼은 제대로 살린 작품이 나왔다.

▲ 다른 시리즈에 비하면 호불호가 꽤 갈리는 편인 이번 작품

'파이널 판타지15'는 다른 의미로 과거의 느낌을 살려냈다. 온라인 게임인 14를 제하고 넘버링 작품으로는 7년 만의 작품. 그만큼 많은 기대를 받아왔기에 부담도 컸을 테다. 흔히 상상하는 '판타지'하고는 다소 상반되는 분위기의 세계관이지만, 어차피 현실이 아니면 전부 판타지니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매 편 다른 세계관과 이야기를 보여주는 파이널 판타지만의 컨셉에는 잘 들어맞는 셈이다. 비록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나 평단의 평가가 갈리는 작품이지만, '파이널 판타지'만의 느낌은 아직 잊지 않았다. 쏟아져 나오는 미형의 캐릭터들. 그리고 박복하기 이를 데 없는 줄거리까지.

▲ 사실상 이쪽이 정통 후계자

'플래닛 코스터'는 조금 특이하다. 수많은 게이머를 사이코패스 살인자로 만든 '롤러코스터 타이쿤'의 감성을 그대로 옮겨왔지만, 정식 후속작은 아니다. 하지만 개발사인 '프론티어 디벨롭먼트'가 직, 간접적으로 구작의 개발에 참여했으니 정통성은 남아 있다. 전체적인 평가는 정식 후속작을 가볍게 넘어서는 작품. 오히려 '롤러코스터 타이쿤'의 정식 후속작으로 훨씬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 감성을 완벽하게 살려냈다. 마치 종말을 맞은 '심시티' 이후 혜성처럼 등장한 '시티즈: 스카이라인'과 같다고 해야 할까?

▲ 딱 생각한 모습 그대로. 랜서는 여전해서 좋았다

'기어즈오브워4'는 딱 사람들이 바라던 그 모습 그대로 나왔다. 아쉬운 점이라면 주인공의 변경일까? 전작 트릴로지의 주인공이자 게임계 최고의 상남자인 '마커스 피닉스'의 아들 'JD 피닉스'는 아버지의 남자다움을 쫓아가기엔 조금 모자라다. 하지만 게임성만큼은 확실히 채워졌다. 부정적으로 표현하면, '기어즈오브워4'는 전작과 달라진 점이 거의 없다. 비슷한 디자인, 완전히 같은 UI. 하지만 그 덕분에 팬층은 환호했다. 기어즈오브워 시리즈는 이미 그전부터 완벽했으니 말이다.


"불꽃 튀는 FPS" - 각기 다른 네 작품



▲ 배틀필드 시리즈 중에서도 손꼽힐 걸작

장르 면에서 올해 가장 풍성한 라인업을 보여준 분야는 누가 뭐라 해도 FPS라고 할 수 있다. '배틀필드1'은 그간 드물게 다뤄진 1차 세계 대전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흥미로운 건 배틀필드 시리즈의 약점으로 늘 거론되던 '싱글 플레이'다. 배틀필드1의 싱글플레이는 전장에서 주인공이 벌이는 영웅적인 행적보다는 병사 개개인에게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죽을 때마다 그 죽음을 조명한다. 마치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남긴 명언인 "현대전에서 당신은 별다른 이유 없이 개처럼 죽는다."를 영상화했다고 해야 할까? 멀티플레이는 당연히 대박. 배틀필드1의 트레일러 영상은 그간 어떤 게임 관련 영상보다도 많은 추천 수를 기록했다.

▲ 콜오브듀티 시리즈는 간신히 이름값을 지켜냈다

반면, '콜오브듀티: 인피니티 워페어'는 우울한 출발을 했다. 배틀필드1의 영상이 대박을 친 것과 다르게 콜오브듀티 신작의 영상은 저스틴 비버의 노래 바로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싫어요'를 받은 영상 2위에 기록되었다. 물론 게임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좋다고 보기에도 어려웠다. 그저 납득할 정도의 수준이었달까. 시리즈 팬들은 달력을 그만 넘기고 다시 이해할만한 시대적 배경을 선택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름값은 지켜냈다. 콜오브듀티 시리즈가 올해 완전히 망할 거라고 생각한 이들도 적지 않았던 만큼,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글쎄. 지금도 불안한 것은 매한가지다.

▲ BB-8 이후로 제일 좋아하는 로봇이 바뀌었다

'타이탄폴2'는 전작과 비교하면 완벽하게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며 큰 호응을 받았다. 전작 또한 나쁜 게임은 아니었지만, 싱글 플레이의 부재(캠페인마저 멀티플레이였으니)가 뼈아팠다. 10년 전만 해도 싱글 플레이가 없는 게임은 미완성작 취급을 받았으니 말이다. (스플래시 데미지의 '울펜슈타인 ET'는 멀티 플레이만 완성된 채 쉐어웨어로 배포되었다.) 하지만 타이탄폴2에서 리스폰 엔터테인먼트는 평작 이상의 싱글 플레이 퀄리티를 보여주며 하면 된다는 걸 보여주었다. BT와 주인공 잭 쿠퍼의 교감은 굉장히 인상 깊다. 멀티플레이 또한 훌륭하다. 늘어난 타이탄과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으니 말이다.

▲ 가장 기대했던 작품중 하나. 역시나

마지막으로 거론할 FPS는 가장 특이하면서도 가장 어두운 게임 중 하나다. '디스아너드2'는 영상 발표 시점부터 많은 게이머의 기대와 관심이 쏠렸다. 물론 장르로서 FPS일 뿐, 디자인 자체는 액션 어드벤처에 가까운 게임이긴 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깎아내리기엔 너무 잘 만든 게임이다. 특유의 세계관을 꺼리지만 않는다면, 누구나 즐겁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플레이 내내 스트레스 일부를 담당하는 혼돈 시스템과 비한국어화 정도지만, 한국어화는 진행될 가능성이 있으니 좋은 소식을 기대해보자.


"언제나 좋진 않았지" - 기대 이하의 모습



▲ 출시 초에는 할 게임이 못됐다

모든 작품이 유저의 기대치를 충족한 것은 아니었다. 올 초, 엄청난 관심 속에 출시되었던 '톰 클렌시의 디비전'이 대표적인 케이스. 솔직히 말하자면, 기자 개인적으로는 디비전을 굉장히 오래 플레이했고 지금도 즐기고 있다. 하지만 출시 초의 모습은 누가 봐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각종 핵에 만 레벨 달성 이후 급격히 떨어지는 콘텐츠. 무엇보다 큰 문제는 당시 서버 상황이었다. 총을 발사해도 쏘는 순간 타격 판정이 나지 않고 서버 지연 때문에 한번에 판정이 들어가는가 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체력이 증발해 누워있는 등 안정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일이 드물었다.

결국 돈을 내고도 제대로 게임을 플레이하지 못한 이들은 분노했고, 디비전은 유비소프트의 장렬한 뒤통수치기가 되어버렸다. 뭐 지금은 사뭇 다르다. 몇 번의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현재의 디비전은 상당히 할만하면서도 재미있는 게임이 되었다. 물론 출시 초의 인식을 버리지 못한 이들에게는 여전히 뒤통수의 아이콘으로 통하지만 말이다.

▲ 그렇게 돈은 시궁창으로

'디비전'이 기대와 다른 모습으로 혹평을 받았다면, '마이티 넘버 나인'은 불안이 현실화되어버린 사례라 할 수 있다. '록맨'부터 '데드 라이징', '귀무자 등 캡콤의 히트작 개발에 참여해온 '이나후네 케이지'는 록맨의 정신적 후계작을 만든다는 슬로건으로 킥스타터를 진행했고, 400만 달러의 자금을 모아 개발에 착수했다. 하지만 결과물은 400만 달러라는 자금을 썼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결국 마이티 넘버 나인은 게임 자체뿐만 아니라 이나후네 케이지의 명성까지 끌고 함께 곤두박질쳤다. 나아가 이나후네 케이지는 '리코어'의 개발에도 참여했는데 리코어 또한 저조한 성적을 거두는데 그쳤다.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디비전'도 '마이티 넘버 나인'도 이 게임에 비교할 수는 없었다. 2016년 최악의 기만을 보여준 게임. 바로 '노 맨즈 스카이'다. 장점이라면 그간 어떤 게임에서도 볼 수 없었던 스케일이다. '초공식 난수 이론' 덕분이다. 초당 하나의 행성만 방문해도 수십 년이 걸릴 정도로 별이 많고, 그 별에 모두 각기 다른 생물이 산다. 여기까진 좋다. 문제는 이 모든 세계가 무작위로 결정되다 보니 탐험이라는 과정에서 어떤 성취감을 느끼기가 너무 어렵다. 누가 봐도 대충 파트를 조립해 만든 인스턴트 생물들, 그리고 무작위 기온과 무작위 식생으로 조립된 행성을 하나 둘 지나다 보면 어느 순간 왜 이걸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생긴다. 결국, 아무도 만나지 못할 정도로 넓은 하늘을 꿈꿨던 '노 맨즈 스카이'는 아무도 안해서 '노 맨즈 스카이'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