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조함의 극에 달해 있었다. 갈망하던 브론즈 탈출을 앞두고 미끄러지더니 연패를 거듭한 끝에 브론즈5라는 심해 끝자락으로 다시 떨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브론즈에서 탈출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점이 나를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LoL은 나 혼자 잘한다고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나는 충분히 잘 잘하는 것 같은데, 팀원들이 항상 말썽을 일으킨다. 참고로 나는 미드를 선호하며 모스트1 챔피언으로 탈리야를 사용하고 있다. 이미 이번 시즌에만 100게임 이상 탈리야를 플레이했다.

사실 나는 게임 센스가 떨어지는 사람이 아니다. 스타2는 마스터 최상위권에 있었고, 하스스톤은 매달 전설 등급을 가뿐히 찍었다. 하지만, LoL에서만큼은 심해를 벗어날 수 없었다. 인벤 e스포츠 부서의 유일한 브론즈 유저인 나에게 동료 기자들은 '카드 게임을 제외하면 잘하는 게임이 없다'며 '카드맨'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까지 붙여줬다. 게임 센스만큼은 탁월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하루빨리 브론즈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계속된 연패로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게임이 더 안 풀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탈론이나 제드 같은 무서운 녀석들이 미드에 자주 출몰하면서 더 게임이 안 풀렸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모스트1 탈리야를 버릴 순 없었다. 나는 여느 때와 같이 미드 탈리야를 선픽하고 게임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뒤에서 동료 기자가 말을 걸었다.

"브론즈가 탈리야 같은 어려운 챔피언을 하면 어떻게 해요? 그러니까 못 올라가죠"라며 동료 기자가 나에게 일침을 날렸다. '나의 탈리야는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동료 기자는 나를 측은하게 바라보며 나에게 걸맞은 챔피언을 추천했다. 그것은 나처럼 답 없는 브론즈가 해도 충분히 강력함을 발휘할 수 있는 '라인전 패왕' 판테온이었다.



[나는 브론즈다 1화] '라인전 패왕' 판테온




나에게 판테온을 해보라고 조언한 인물은 인벤 e스포츠 부서 최고의 LoL 고수로 꼽히는 하오 기자였다. 그는 엄청난 챔프 폭을 자랑하며 30대 중반의 나이로 다이아를 찍은 근성의 사나이였다. 그는 LoL에서 중요한 것은 피지컬이 아니라 경험이라는 것을 그의 나이로 증명했다. 그가 썼던 '실론즈 탈출 비법'을 감명 깊게 읽은 나는 그의 조언을 따르기로 했다.

하오 기자가 나에게 판테온을 추천한 이유는 판테온이 다루기 쉽고 강력하기 때문이다. 판테온의 Q와 W스킬은 타겟팅 스킬이기 때문에 웬만해선 빗나가지 않는다. 판테온의 기본 콤보인 'Q-W-평타-E'를 적중시키면 웬만한 적은 이것을 맞고 쓰러진다. 여기에 점화를 들 경우 무서움은 배가 된다.

나도 판테온이 강하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과거 모스트1 챔피언이었던 에코를 하면서 단 한 번도 판테온을 상대로 이겨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내가 판테온을 하지 않은 이유는 탈리야나 에코처럼 화려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이제 그런 허세 따윈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오직 브론즈를 탈출하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IP를 투자해서 판테온을 구입했다.

오랜만에 미드에서 탑으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탑은 말 그대로 남자의 전장이다. '그들만의 리그'라고 불리는 탑은 비교적 타 라인의 개입이 적기 때문에 치열한 라인전이 펼쳐진다. 그만큼 라인 전에서 졌을 때 자존심에 타격을 가장 심하게 입는 전장이기도 하다. 탑으로 성큼성큼 올라가는 나의 판테온에게서 스파르타인의 기백이 느껴졌다. 창과 방패를 들고 있는 판테온의 불끈불끈한 팔뚝을 보니 뭔가 믿음직스러웠다.




■ 브론즈에서 직접 해본 판테온, 라인전 만큼은 '진짜'다




그동안 에코와 탈리야만 했던 나에게 판테온은 신선한 충격을 줬다. '라인전에서 상대를 압도한다'는 느낌을 처음 느꼈다. 상대는 '판테온이 상대 라이너로 왔다'는 사실만으로 지레 겁을 먹었다. 탑에서 만난 티모는 나의 판테온에게 아무것도 못 하고 찢겼다. 1레벨부터 Q로 견제하면서 압박을 한 뒤 사정권 안에 티모가 들어오자 바로 W로 붙어서 풀 콤보를 넣었다. 단 몇 초 만에 티모의 웃는 얼굴의 시체가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브론즈 탑에서 자주 등장하는 티모처럼 물렁물렁한 녀석들에게 Q를 선마해서 소위 말하는 '짤짤이'를 하면 손쉽게 라인전을 풀어갈 수 있었다. 마오카이나 가렌처럼 단단한 녀석들은 E를 선마해서 미니언과 같이 때려주면 라인 주도권을 잡기 수월했다.

라인 주도권을 잃은 상대는 마치 구걸하듯 cs를 먹기 위해서 판테온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상대가 cs를 먹으려고 다가온 순간 달라붙어서 풀 콤보를 넣으면 상대는 죽거나 도망갈 수밖에 없다. 그러면 바로 추격해서 쿨 타임이 돌아온 Q로 마무리하면 끝이었다.

평소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다리우스도 판테온의 적수가 되지 않았다. 판테온보다 사정거리가 짧은 다리우스는 그저 허공에 도끼질만 할 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나는 요리조리 다리우스의 도끼를 피하며 다리우스를 고슴도치로 만든 뒤 순식간에 처치했다. 그렇게 다섯 번 연속 솔로 킬을 당한 덩크왕 다리우스는 멘탈이 터져버렸다. 게임이 끝나고 자신의 팀원들에게 욕을 얻어먹고 있는 다리우스를 보니 측은함이 느껴졌다.

▲다리우스가 이렇게 쉬운 상대였다니...


강력한 글로벌 궁극기를 보유하고 있는 판테온은 언제든 다른 라인에 개입할 수 있다. 라인전 우위를 바탕으로 라인을 밀어 넣은 뒤 궁극기를 사용해서 로밍을 가거나 교전 지역에 빠르게 합류하면 큰 이득을 챙길 수 있다. 처음에는 로밍 타이밍을 잡기 어려웠지만, 게임을 하면 할수록 궁극기각이 보였다.

판테온은 한타에서도 강력한 위력을 자랑했다. W로 확정 CC를 넣을 수 있으므로 몸이 약한 원딜이나 카타리나처럼 확정 CC에 취약한 챔피언들을 제압하기 수월했다. 하면 할수록 판테온이 브론즈 유저들에게 딱 맞는 챔피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보다 강력하고 쉬운 챔피언이 LoL에 존재할까? 판테온에 대한 단점을 찾기 어려웠다. 그렇게 판테온에 대한 신뢰도가 점점 쌓였다.



■ 브론즈에서 직접 해본 판테온, 도주기 없어서 갱에 취약 & 유통기한


▲ 판테온도 망하면 답 없다


탑에서 만난 티모를 상대로 자신감이 넘쳤던 나는 자신 있게 티모에게 뛰어들었다. 그 순간 적 정글러가 개입하면서 허무하게 죽고 말았다. 도주기가 없는 판테온은 갱킹에 상당히 취약했다. 그렇게 초반부터 말리고 시작하자, 만만했던 티모는 높은 벽이 되어 있었다. 나는 그렇게 티모에게 농락을 당하며 패배의 쓴잔을 마셔야 했다.

모든 챔피언이 마찬가지겠지만, 라인전이 강하다고 해서 결코 무적인 것은 아니다. 방심한 순간, 라인전 패왕 판테온이라 할지라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도주기가 없는 판테온 갱킹에 취약하기 때문에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

또한, 판테온은 초중반에 강력한 대신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스킬 구성상 후반 한타에서 한 번 진입하면 쉽게 살아나올 방법이 없었다. 원거리 딜러 한 명을 잡고 전사하면 다행일 정도로 판테온이 후반에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놓고 판테온 유저들은 '빵이 식었다'고 표현하고 있었다. 판테온을 플레이할 경우 되도록 게임을 극후반으로 끌고 가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앞으로 판테온을 플레이할 경우 빵이 식기 전에 게임을 끝낼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 빵이 식기 전에 게임을 끝내자




[나는 브론즈다] 1주차 성적


▲ BRONZE 2 0LP (↑250점)


판테온의 효과는 놀라웠다. 팀원들에게 호평을 받으면서 연승 가도를 달렸다. 중간에 과도한 자신감으로 연속 갱킹을 당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해서 게임을 말아먹기도 했지만, 실수하지 않은 게임은 대부분 이겼다. 일주일 동안 판테온으로 23전 16승 7패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브론즈5 50LP에서 브론즈2 0LP까지 수월하게 점수를 올렸다.

처음에는 추천을 받았으니 적당히 몇 판 한 다음 내가 좋아하는 탈리야를 계속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이제 누가 시키지 않아도 탑 판테온을 선픽하고 있다. 판테온은 선픽을 해도 나쁘지 않은 챔피언이다. 적어도 내가 머물고 있는 브론즈에서는.

한동안 LoL에 대한 흥미를 잃고 무기력함에 빠졌던 나는 판테온 덕분에 브론즈 탈출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얻게 됐다. 나처럼 브론즈에서 고통받고 있는 수백만 브론즈 유저들에게 '라인전 패왕' 판테온을 추천하고 싶다. 나처럼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세를 몰아 브론즈에서 완벽하게 탈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카드맨의 티어를 책임질 2주차 챔피언을 추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