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GDC 2017에는 지난 2월 '인왕'을 출시한 이후 표정이 밝아진 팀 닌자의 야스다 후미히코 디렉터를 볼 수 있었다. 덤덤한 표정으로 강단에 오른 야스다 디렉터는 2005년 발표 이후 행방이 묘연해진 '인왕'의 어두웠던 과거부터, 다시 팀을 꾸려 새롭게 콘텝트를 설정하게 된 계기, 그리고 지금의 인왕이 탄생하게 된 이야기를 차근차근 설명해 나갔다.

지난 2월 출시된 팀 닌자의 신작 '인왕(Ni-OH)'은 현재 최근 출시된 콘솔 타이틀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타이틀 중 하나다. 오늘날 크게 호평을 받고 있는 '인왕'이 자리하기 까지, 야스다 후미히코 디렉터는 유저들의 직접적인 피드백을 얻기 위해 진행한 두 차례의 테스트가 개발 방향을 다시 설정하는데 크게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과연 데모와 개발을 병행하는 방법의 장점, 그리고 단점은 무엇일까? '인왕'의 사례로 알아보도록 하자.

▲ 팀 닌자의 야스다 후미히코 디렉터



■ 인왕(Ni-OH), 그 비운의 탄생 과정

▲ 2005년 초기 콘셉트(왼쪽)와 2015년 발표당시 콘셉트(오른쪽)

사실 인왕은 모두가 생각하는 것보다 역사가 깊은 작품이고, 개발 과정이 조금은 복잡하다. 인왕의 탄생은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코에이의 시부사와 코우가 처음 발표할 당시에는 코에이 측에서 개발하고 있던 게임이었다.

하지만 이내 몇가지 기술적인 부분에서 막혀 개발이 중단된 당시의 '인왕'은 이후 테크모가 코에이와 합병하게 되면서 팀 닌자의 품에 안겼다. 팀 닌자에게 '인왕'은 하나의 '도전'이었다.

팀 닌자의 주도 하에 새롭게 시작된 '인왕' 개발 프로젝트는 2011년 시작됐다. 당초 테마는 팀 닌자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닌자 가이덴' 시리즈와 '사무라이'를 융합한 '사무라이 가이덴' 액션게임이었지만, 역시 개발이 순조롭게 되지 않았다. 결국 지금의 인왕은 2013년이 되던 해 새롭게 개발을 시작한 8명의 팀원들에 의해 윤곽을 잡아가게 되었고, 처음 게임이 발표된 2005년에서 약 10년이 지난 2015년, 완전히 새롭게 바뀐 '인왕'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 '계속해서 죽는 게임' -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로 다가가기


2013년, 처음부터 새롭게 '인왕'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했을 때 가장 먼저 했던 것은 게임의 전체적인 콘셉트와 타겟 유저층을 설정하는 것이었다. 팀 닌자는 사실 이 시기부터 '인왕'이 사람들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난이도가 쉬운 게임이 되어선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초기 콘셉트를 가지고 다음에 한 것은 서구권에서 성공한 AAA게임들의 공통점을 찾는 것이었다. 유저층이 어렵고도 도전을 계속하게 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것들를 계속 분석했고, 코어 게이머들을 타겟으로 하기 위한 기획을 계속해 나갔다.

이러한 과정에서 머릿속에 떠오른 콘셉트는 '계속해서 죽는 게임' 으로, 야스다 후미히코 디렉터는 이미 닌자가이덴3 등의 게임을 디렉팅했던 경험을 통해 난이도가 높으면서도 계속 죽음으로써 플레이어를 성장시킬 수 있는 콘셉트를 토대로 개발을 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콘셉트를 설정하고 나니, 여기서 한가지 고민이 되었다. 계속 중간에 개발이 중단되는 덕택에 '인왕'은 첫 등장 이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상태. 과연 지금 정한 콘셉트가 현재 플레이어들의 기대를 미칠 것인가 하는 것에서 확신이 서지 않았던 것이다.



■ 유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 알파 테스트의 필요성


콘셉트가 플레이어들의 기대감을 미치지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사용하면 좋을까 생각하던 팀 닌자는 고민 끝에 데모를 배포해 유저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고 결정한다. 이들이 데모를 이용해 이루고 싶었던 것은 첫째로 타겟 유저층과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토오해 개발 진행 방향을 재정립하는 것이었고, 그 다음은 데모를 몇 회에 걸쳐 개발 도구의 일환으로 사용해 이러한 접근법에 대한 평가를 하고자 했다.

그런 목표를 가지고 2016년 4월 26일부터 5월 5일까지 첫 번째 알파 데모가 진행됐다. 데모를 라이브하는 한편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설문조사인 터라 국가 혹은 지역적으로 분류가 되지 않아 구체적인 확인은 어렵지만 대부분의 북미 유저들에게 전체적인 호평을 얻을 수 있었다.

반면에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지역에서는 그렇게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당시 야스다 디렉터는 이런 결과가 문화적인 차이나 게임의 난이도를 보는 관점이 다른 데서 오는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좋은 점도 있었다. 튜토리얼 요소가 너무 적다거나 UI가 복잡하다는 등의 피드백을 전체적으로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인데, 이를 통해 알파 테스트를 즐긴 유저들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더욱 개선할 수 있었다.

당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하면서 배운 점도 있었다. 설문지에 응답한 사람들 중에는 직접적으로 의견을 표시하는 사람들을 찾기 힘들었기에, 더욱 심화된 피드백을 얻기 위해서는 포럼이나 SNS 등을 꾸준히 둘러보는 것이 중요했다. 개발사에서 운영하는 설문조사보다도 유저들은 포럼같은 곳에 모여 있을 때 더 솔직한 의견을 표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 피드백을 통한 개발 방향 재설정 - 베타테스트, 그 이후...

▲ 알파 이후 얻은 피드백을 통해 상당 부분 수정이 이뤄졌다

알파테스트 종료 이후 3개월 간의 개선 과정을 거친 뒤에 2016년 8월 23일부터 9월 6일까지는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게 됐다. 이때는 알파 테스트 당시 얻었던 피드백을 바탕으로 다양한 개선을 이뤘는데, 먼저 게임 시스템과 관련한 튜토리얼 시스템을 추가하고, 가장 많이 피드백을 받았던 UI와 그래픽 퍼포먼스 등을 개선할 수 있었다.

베타테스트 기간에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결과는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답변이 더욱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적인 만족도는 지난 테스트 대비 약 11% 상승했으며, 가장 불만족스럽다고 느꼈던 UI와 난이도 또한 각각 10%, 17% 등 향상을 보였다.

베타테스트에서 받은 피드백을 수정하는 과정에서는 게임 시스템 상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먼저 장비의 내구도 시스템을 제거하고, 무기의 친밀도라는 시스템을 대신 추가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변화됐다. 내부 개발 당시에는 게임을 오픈 월드 형태로 만들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피드백을 받은 결과 여러 번 죽어야 하는 게임에서 오픈 월드를 적용할 경우 로딩 시간이 문제가 될 것 같아 기획을 취소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적 고정 기능이나 튜토리얼 등 유저 편의를 위한 기능 또한 일부 개선할 수 있었는데, 이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처음 정했던 콘셉트를 잃지 않는 것이었다. 처음 기획했던 '어려운 게임'에서 벗어나지 않는 방행에 대해서는 피드백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헀다. 야스다 디렉터는 그것이 테스트에 참여해준 유저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방법이기도 했으며, 팬들과의 약속이기도 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알파 테스트에 비해 모든 면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 데모를 병행하는 개발의 장점, 그리고 단점


이어 야스다 디렉터는 데모를 사용해 유저들의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수용하면서 개발을 이어가는 방법이 장단점을 함께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긍정적인 점으로는, 유저들의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과 이러한 피드백들을 바로바로 개발 방향에 적용해 수정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신규 팬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왕'이 출시를 알린지는 좀 됐으나, 시리즈 상으로는 처음 출시하게 된 신규 IP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시 전부터 데모버전을 통해 팬층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좋은 점이 있었다면 반대로 단점 또한 존재했는데, 우선 데모 버전을 사용한 개발은 중간에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 위험성이 다분히 높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물론 야스다 디렉터는 '인왕'의 개발 과정에서 스토리가 스포일러가 될까 걱정하지는 않았다. 게임의 스토리를 기대하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에게는 이 단점이 상당히 위험할 수도 있다.

또, 몇 개월에 걸쳐 데모 버전을 배포하는 것은 개발팀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온 것도 단점 중 하나다. 이름은 알파버전이지만, 유저들이 플레이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데모를 계속 준비해야만 했고, 그와 함께 정식 작품에 대한 개발까지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는 데모가 라이브되는 중간에는 팀원들이 일을 하나도 하지 못할 정도로 바쁜 날이 지속됐다는 것이다. 어느 곳에서 버그가 발생하는지, 어떤 피드백을 받았는지 확인하다 보면 데모와 개발을 병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 '인왕'을 통해 배운 값진 키워드


마지막으로 야스다 디렉터는 데모 배포를 통한 '인왕' 개발 과정에서 배울 수 있었던 세 가지 키워드를 공유하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첫째, 피드백을 수집하기 위한 초기 데모는 한정적인 인원을 통해 실시하는 것이 좋다. 인원 제한 없이 데모를 진행할 경우 몇몇 유저들은 높은 난이도에 적응하기도 전에 게임을 포기하게 되는 일이 생기곤 했다. 이런 유저들이 증가하게 되면 제대로 된 피드백을 받기가 힘들어진다.

둘째로는 플레이어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플레이어들의 피드백은 때때로 게임의 퀄리티를 끌어올리는 데 상당히 도움을 준다.

마지막으로는 가치있는 의견을 모으기 위해서 새로운 방법들을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앞서 말했듯 일반적인 설문조사 보다는 포럼이나 SNS에서 유저들이 더욱 솔직하듯, 이와 같이 더 의미있는 피드백을 얻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