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정부 중점 과제로 대두되면서 VR이 다시 한 번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VR로 최고의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HMD 외에도 전문적인 장비가 필요하다. 공간이 많이 필요한데다가 HMD 가격까지 만만치 않은 편이니 개개인이 구비하기 어려운 편이니까. 그나마 대중에게 가장 가깝다고 할만한 VR 기기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VR 정도지만 전문적인 VR 장비의 경험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결국 최적의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VR 테마파크나 전시회 같은 '어딘가'로 가야 한다. 그래서 VR 체험 자체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편일 수밖에 없고, 현재로선 결국 '수고'가 있어야 체험할 수 있는 단점이자 특징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수고가 들어간 만큼 오프라인 체험존에서의 콘텐츠가 큰 만족감을 줘야 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오프라인 VR 체험존의 콘텐츠는 어떻게 구성하는 게 좋을까? 엔알스튜디오의 김종인 대표는 자사가 오프라인 체험존 콘텐츠를 개발하고 운영하면서 알게 된 노하우들을 공유했다. 코엑스에서 열린 'VR 엑스포 2017 컨퍼런스'의 강연자로 나선 김 대표는, '오프라인 체험관 콘텐츠 개발과 서비스에 따른 진짜 후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엔알스튜디오의 김종인 대표

엔알스튜디오는 2016년 12월 23일부터 영등포 타임스퀘어 7층에 VR 체험존을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실제로 와 본 분들은 아시다시피, 공간이 썩 좋지는 않다. 7층은 그동안 열리지 않다가 VR 파크가 오픈하면서 개방되었고, 층이 높은 편이라 유동인구가 많지 않다. 방문하시는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VR 파크를 오기 위해서만 올라온 경우가 많은데, 솔직히 접근성이 떨어져 잘 안될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많이 방문해주시고 있다"고 먼저 운을 뗐다.

김 대표는 먼저 VR 파크 사업을 진행하게 된 배경을 간단히 설명하고, 이어서 VR 파크에 배치하게 될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엔알스튜디오는 가장 먼저 '남들과는 다른 특징'을 VR 파크에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했고, 아래와 같은 컨셉과 목표로 바탕으로 콘텐츠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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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알스튜디오의 VR 테마파크 개발 컨셉

-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VR 콘텐츠를 개발한다

영등포, 타임스퀘어이자 CGV라는 공간적 특성상 방문하는 관람객들이 다양하다. 그래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게 중요하며, 가족단위 관람객도 거부감이 없는 콘텐츠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 하나의 스토리를 따라 진행되는 VR 테마파크를 구성한다.

공간이 다소 협소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그래픽과 스토리를 가진 콘텐츠를 몰아둔 공간이 아닌 하나의 스토리를 가진 VR 테마파크를 목표로 구성한다. 우주의 대 부호 '빌리언'의 유산을 차지하기 위한 '올림픽'에 참여하는 도전자의 여정을 그리는 형태로 구성하고, 관람객 입장 시 경기장으로 가는 우주선을 타는 4DX 어트랙션부터 자연스럽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배치한다.




■ VR 테마파크의 개발 목표

이어서 김 대표는 콘텐츠를 개발함에 있어서 주의했던 부분을 네 가지로 압축해 설명했다. 첫 번째는 절대로 어지럽지 않아야 한다는 것. 처음 VR을 경험했을 때, 콘텐츠가 어지러우면 생겨날 VR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만들지 말도록 노력하기로 한 것이다. 엔알스튜디오는 멀미를 유발할 요소에 대한 개발 금기사항을 결정하고, 이에 따라 개발을 진행했다.

두 번째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목표로 한 만큼, 이 방침을 따라 누구나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그래픽으로 콘텐츠를 구성했다. 세 번째는 유저 스스로 VR 환경임을 인지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구성하는 것이다.


"방문하는 관람객들은, VR을 착용했다고 해서 다 주변을 둘러 보진 않는다. 대부분 앞만 보게 되는데, 이는 기기보다는 콘텐츠 구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개발에는 한 화면에 모든 기능을 집약적으로 담아야 했고 그게 올바른 형태였지만, VR은 다른 문법을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주변을 둘러봐야 콘텐츠를 원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불편하다기보다는 가상 현실에 내가 직접 들어가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VR에서 소리가 중요한 이유 역시 주변을 둘러보게 하는 하나의 장치라고 생각한다."


네 번째로 설정한 개발 목표는 콘텐츠 내에 있는 UI들은 VR에 최적화여 3D로 구성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화면에 UI를 고정하는 형태보다는 3D 환경상 좌표에 UI를 고정시키거나 화면을 이동해도 간격을 주는 형태로 띄우는게 좋다고 전했으며, 마치 '홀로그램'처럼 띄워져 있는 느낌을 내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어차피 메뉴를 외곽으로 설정해봐야, VR 렌즈 특성상 외곽으로 갈수록 화면이 왜곡되어 보이기도 하고, 선명하기 위해 점점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기 마련인데 이게 실제로 아주 불편하다고.

그래픽 역시 모두가 거부감이 없도록 구성했다.


■ 개발 콘텐츠의 장단점, 그리고 오프라인 VR 체험존의 미래는?

김종인 대표는 앞서 언급한 컨셉과 목표로 개발된 콘텐츠를 실제 운영하면서, 관람객들이 어떻게 반응했고 만든 콘텐츠가 좋았던 점과 개선해야 할 점들을 차례대로 설명했다.

VR 파크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이 만나게 되는 VR 콘텐츠는 '빌리언의 초대'다. 이는 앞서 설명한 '닥터 빌리언'의 경기장으로 향하는 롤러코스터인데, 엔알스튜디오는 이 콘텐츠를 4DX 체어를 이용한 2분 30초 분량의 분량으로 제작했다. 다만 4DX 체어의 활용을 위해 엔알스튜디오는 영상만 제작하고, 체어의 움직임과 적용은 CJ 4D PLEX에서 제작했다고.


엔알스튜디오는 개발 과정에서 멀미를 없애도록 구성했지만, 예상외로 '빌리언의 초대'에서 멀미가 발생했다. 김 대표는 "평행 선상 이동 중에 속도가 느려지면서 관람객들이 멀미를 호소했으며, 오히려 처음부터 너무 빠르게 몰아치기만 하는 형태라 특유의 긴장감도 떨어져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이후에 개발할 때는 체어를 눕히거나 꺾어서 신체의 균형을 바꿔 유저들이 속도감에 좀 더 신체적으로 적응하기 쉽도록 개선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그는 이후에 4DX 체어는 관람객 후킹을 위해 꼭 들여놓는 게 좋다고 견해를 밝혔다. 추가로 앞으로 구성할 테마파크에서도 어트랙션의 비중이 더 들어갔으면 들어갔지 줄어들진 않을 것 같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런 '롤러코스터' 형태의 어트랙션은 관람객들에게 좀 더 다가가기 쉽고, 설명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단순히 '롤러코스터'라고 설명하면 관람객들도 바로 알아듣고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실제로도 이 4DX 체어 어트랙션 덕분에 많은 유저들이 테마파크에 입장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문제는 이게 한 번 타면 두 번은 타지 않는다는 점. 현재 뭔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내부적으로 설계를 바꿔보고 있다고 한다.

더 랩의 '롱보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활쏘기 게임, '빌리언 후드'는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처음 경험도 임팩트 있고 더 오래 할 수 있다는 판단도 들어서 2인 협동 구조로 개발된 '빌리언 후드'는 예상대로 좋은 평가를 들고 여러 차례 경험하는 관람객도 많았다고 한다.

협동 슈팅의 재미를 살린 '슈팅팝'은 정말 좋은 평가를 받아 업그레이드 버전인 '버블팝'이 추가되기도 했다. 단순한 피버 모드로 '쏘는 맛'을 제대로 살린 슈팅팝과 달리 '버블팝'은 협동 요소와 아바타를 추가하면서 여러가지 반응을 수 있었다고.

협동요소를 추가한 버블팝은 의외로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가 전한 개발 팁은 '튜토리얼'을 없애라는 것. 관람객들은 튜토리얼이나 연습모드를 하는 것보다 같이 온 일행이나 가족과 이야기하면서 배워나가는 시간 자체를 즐긴다고 전했다. 그래서 VR 파크 역시 대부분 체험기기를 두 개씩 배치했으며, 어떻게 보면 이렇게 배치를 해서 튜토리얼이 필요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어려운 VR콘텐츠는 오히려 오프라인 체험존과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으며, 가능한 쉽고 직관적인 콘텐츠를 만들기를 권장했다. 튜토리얼과 연습모드는 없어도 괜찮지만, 단순한 방식의 게임 안내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연의 끝에서 김 대표는 VR 체험관과 VR 카페의 미래에 대해 "향후 2~3년 안에는 HMD가 대중에게 더 싸고 좋은 모습으로 보급될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콘텐츠가 가져야 할 것은 경쟁력과 특별함이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는 단순히 VIVE와 체어만 이용하는 콘텐츠가 많았다. 이후부터는 두 가지가 융합된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인투 더 리듬'은 기존에 제작하던 리듬게임.
반응이 정말 좋아 일반 아케이드 버전도 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